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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또롱 님의 서재입니다.

젤 쉬운 게 제약재벌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이또롱
작품등록일 :
2020.11.06 08:56
최근연재일 :
2020.12.18 12: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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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540

작성
20.11.1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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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13화. 대결(2)

첫 연재를 시작합니다. 졸작이지만 즐겁게 읽어주시길...




DUMMY

다음주, 동아리에서 처음으로 발표를 했다.

이미 단톡방을 통해 저번주말 드론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발표를 하겠다고 공지한 상황이었다.


드론? 수아가 이런 거에 관심이 있었나?

난 다소 생소한 주제에 의아스러웠다.

그러나 드론에 대해서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왜 수아가 드론에 초점을 맞추었는지를 짐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떤 사업 분야의 스타트업을 준비해야할 지 몰라 고민을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지난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군집 드론 쇼를 본 게 떠올랐어요. 올림픽 오륜기나 마스코트였던 수호랑을 보여주는 드론 쇼를 보면서 참 대단하다고 느꼈었거든요. 그래서 드론에 대해 찾아봤는데, 자료를 찾아볼수록 매력적인 분야라고 느껴서 선정하게 되었어요. 이제부터 드론 시장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고, 현재 기술개발 수준은 어떤지, 그리고 앞으로의 예측으로 나눠서 설명 드릴게요.”


수아는 몇 장짜리로 요약한 자료를 우리에게 나눠주었다.


“우선 드론은 군사용 드론과 상업용 드론, 개인용 드론으로 구분이 됩니다. 군사용 드론은 현재 바이*이나 록히드** 같은 글로벌 군수업체가 장악해 있고, 개인용 드론 시장은 중국의 다*(DJI)이라는 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74% 이상을 독점하고 있죠. 그런데 드론 기술 자체가 향상되고, 부품 공급가격 하락으로 드론 자체의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산업용 드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요. 특히 미국과 중국이 주도해서 규제를 완화시키고 정부차원에서 지원을 강화한 점도 드론 시장이 팽창하게 된 요인이라고 할 수 있죠. 1페이지 중간에 있는 그래프를 보시면, 현재 산업용 드론 수요가 연평균 30% 이상씩 성장하고 있어서 앞으로 군사용이나 개인용 드론 시장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럼 현재 가장 핫한 산업용 드론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2페이지를 봐주세요.”


페이지를 넘기자 산업용 드론과 관련된 다양한 시장 추이가 그래프로 나타나 있다.


“드론의 활용범위는 정말 광범위해서 산불 진화나 인명 수색은 물론이고 물류와 택배, 원거리 촬영, 레저 등에 드론이 활용되고 있고, 전체 글로벌 드론 시장도 2016년 86억 달러(약 10조원)에서 연평균 7.5%씩 성장해 2020년에는 115억 달러(약 13조 5000억원), 2022년 390억 달러(약 43조 2000억원), 2026년 810억달러(약 90조 3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요. 특히 그중 상업용 배송 시장규모는 더욱 드라마틱해서, 2018년 드론 운송시장 규모가 약 2,400만 달러에서 2027년 16억 달러로 급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해요. 현재 물류와 배송과 관련된 드론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가 중국과 미국이어서 이들 사례를 살펴볼게요. 먼저 중국의 징둥**은 세계 최초로 드론 기술을 상업적으로 활용한 전자상거래 기업인데, 2015년부터 드론을 이용한 무인 배송 시스템을 구축해 중국 내 배송을 시작하다가 이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정부 인가를 받는 등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넓혀나가고 있습니다. 미국은 아마*이나 UP*등이 드론 배송을 상업화한 이후, 운송용 드론으로 승객을 실어 나르는 에어택시까지 등장했어요. 그 점에 비한다면 국내 드론 시장은 아직 걸음마단계입니다. 하지만 국내도 드론 산업 강국이 될 수 있는 풍부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어요. 왜냐하면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ICT(정보통신기술) 기술력을 가지고 있고, ICT 인프라가 전 국토에 구축되어 있으니까요. 물론 5G도 세계 최고 수준이구요. 또 다행인 점은 정부에서도 드론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이에요. 2019년 같은 경우 드론 택시나 드론 택배 등 드론 교통체계 상용화를 준비하기 위한 전담조직, 미래드론교통담당관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조직을 출범시키기도 했어요. 중국이나 미국 등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전에 빠르게 드론 기업들을 육성시키자는 판단을 한 것이죠. 이것과 관련해서 중국의 다*기업 사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부분이 적지 않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다*기업은 2006년에 중국 심천에서 10여 명의 직원으로 시작해 불과 10년 만에 기업가치가 22조원, 직원수가 1만 2000명에 달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어요. 다*기업이 성공하게 된 이유는 전체 직원의 3분의 1을 연구 인력으로 유지하고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해서 압도적인 기술 우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또한 드론 배송에 있어서도 중국 내 오지나 농촌 등 배달하기 어려운 곳에 먼저 집중적으로 공략한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도 있어요. 하지만 내 생각엔 무엇보다도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은 것이 커요. 중국 정부의 지원이 있기 전부터 기업 자체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기 위해 정부기관 행사 참석, 정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시연회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더라구요. 때문에 우리도 바이오 기업을 설립했을 때 정부나 산하기관들의 지원을 최대한 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봐요.”


동감이다. 나도 다*그룹 사례를 보면서 나중에 바이오시밀러 기업을 설립할 때 벤처인증이나 정부자금 지원, 세제 지원 등 이러한 정책적인 부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나는 수아의 말을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수아는 왜 내가 이 동아리를 창단했는지 그 이유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스타트업들의 사례를 살펴보며, 그 장점들을 우리가 설립할 회사에 접목시켜보는 것.

시기적절한 벤치마킹이 이루어진다면 우리 회사는 빠르게 궤도에 안착할 것이다.

‘수아가 분석력이 좋구나. 핵심을 짚어내는 능력도 있고.’


게다가 비즈니스 감각이라고 해야 하나, 옷을 고를 때 세밀한 눈썰미를 통해 자신의 체형에 맞는 옷을 골라내는 것처럼 수아에게는 많은 정보 중에서 비즈니스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골라내는 그런 안목이 있는 것 같았다.


수아는 다른 새로운 자료를 우리들에게 건넸다.


“이 자료는 국내 드론 스타트업을 분석해놓은 자료에요. 첫 번째 기업은 디어스*이라는 회사로, 각 시설물의 안전점검에 드론을 투입하는 비즈니스모델을 운영 중이에요. 예를 들어 대형풍력발전기처럼 사람이 점검하기 힘들거나 어려운 시설물들에 드론을 투입해서 안전검점을 하는 거죠. 이를 위해 어떤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비행이 가능한 자체 비행 제어장치(Flight Controller)와 AI기반의 자율비행(Autonomous Flight) 기술, 시설물 영상을 분석해서 안전한지 여부를 파악하는 안전점검 데이터 분석 역량까지 갖추고 있다고 해요. 다음으로는 세계 최초로 상용 군집 드론을 만들어낸 유비** 기업이에요. 군집드론은 군사적인 측면에서도 무척 중요하고 무게, 부피 등이 큰 물품의 대량 배송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일찍부터 주목받은 기술인데, 드론끼리 충돌을 회피하고 다수의 드론을 동시 제어할 수 있는 알고리즘 등 기술적인 부분이 까다로워 상용화가 안 됐다가 이번에 국내업체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어요. 현재는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5G 기반 군집드론 서비스 사업자로 선정되어서 과기정통부와 조달청이 국내 공공판로와 해외조달시장 진출에 도움을 줄 거라고 해요. 마지막으로 디스이즈****라는 기업은 드론의 양손 조종 방식을 개선해 엄지손가락 하나로 조종 가능한 드론을 개발했어요. 그래서 미국에서 열린 국제가전제품박람회(CES)에서 선보여 차세대 드론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해요. 또 이를 바탕으로 산업은행부터 기술보증기금,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우리도 앞으로 바이오 기업을 설립하면 이런 투자처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수아의 말에 은재가 맞장구를 치는데, 김기준이 불쑥 수아에게 물어왔다.


“나중에 바이오 기업을 설립한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난 수아 대신 간단하게 바이오 기업 창업과 그에 대한 준비단계로 이 동아리를 창단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내 얘기를 들은 김기준이 팔짱을 낀 채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그럼 수아가 보기에 앞으로의 드론 시장은 어떨 거 같아?”


난 수아한테 물어보았다.


“드론은 앞으로 더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성장성도 대단히 높은 분야라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배송의 경우에는 인건비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대체할 거 같아요. 대신 많은 드론들이 한꺼번에 공중을 날아다닌다면 다른 드론을 인식하고 회피하는 기술이나 더욱 안전하고 정밀한 제어 기술이 개발되어야 할 것 같구요. 아직까지는 기술이 발전될 여지가 많이 남아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또 한 가지 드는 생각은 순수한 기술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그 기술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나 산업 생태계가 구축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응. 나 역시 기술과 기술을 둘러싼 환경 모두가 상호간에 영향을 미치면서 같이 성장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 어느 한쪽만 치우쳐져 있다면 크게 성장하기는 힘들어져. 오히려 시장 타이밍에 맞지 않아 기술이 사장되는 경우도 생겨날 걸?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바이오 시장은 앞으로의 성장성뿐만 아니라 산업 생태계 역시 잘 갖춰져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기술력만 있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시장이야.”


수아와 은재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첫 발표여서 어떨까 싶었는데, 이렇게 좋은 발표를 들을지는 몰랐어! 잘 했어, 수아야!”

“그럼 보상으로 맛있는 거 사줘! 시원한 맥주도!”

“알았어. 다들 배가 고플 테니 회식하러 가자.”


자리를 이동해 학교 근처 고깃집으로 향했다.

여러 부위를 내놓아 소 한 마리를 맛볼 수 있는 코스로 모두들 맛있게 먹는데, 옆에 있던 김기준이 나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다.

내가 말할 새도 없이 수아가 자랑하듯 수능 만점부터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다.

김기준은 내 과거가 재미있는 듯 흥미를 여러 번 자아냈다.


“형은 언제부터 회사를 차리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수능 보기 일 년쯤 전에 내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할 때부터.”

“그럼 얼마 안 됐네. 난 초등학교 때부터 미래를 결정했어요. 검사가 되겠다고. 아버지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평검사인 시절에도 아랫사람들을 부리는 모습이 멋있었어요. 누구를 만나든 아버지를 상대하는 사람은 주눅이 들어 있었고, 아버지 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어요. 검찰수사관 같은 아랫사람들은 절대적으로 복종했구요. 난 당연히 검사가 될 거라고 생각해왔어요. CEO같은 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구요. 왜냐하면 대기업 총수라고 하더라도 권력 앞에서는 무기력하니까. 삼*의 이재용 부회장도 검찰에 소환되는 게 여러 번이잖아요.”

“그건 국내법상 해서는 안 되는 부정, 불법 경영권 승계나 분식회계 의혹, 최순실에게 불법 청탁 같은 일을 저질렀기 때문이야.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된 건 법의 심판을 받은 거지. 민주주의에서는 어느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할 수는 없다고. 아무리 법 집행자인 검찰이라고 해도 말이야. 오히려 권력에 빌붙어 온갖 부정을 저지르는 썩은 집단이 검찰 조직 아니야?”

“검찰 전체를 다 썩은 집단으로 매도하는 건 지나치네요.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하루하루 법조인으로서 본분을 지키는 사람이 다수라구요. 그리고 권력도 권력 나름이죠. 아무리 기업 CEO가 대단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최상위 권력기관인 검찰을 이기진 못해요. 현실적으로 생각하자구요. 현재 권력기관 중에서 가장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는 게 누군지를. 그래서 난 검사가 되고 싶어요. 형이 기업 CEO를 생각하고 있는 것도 대단하지만 난 그 위에서 군림할 거란 말이에요.”


‘하, 군림한다라니! 이런 새끼들이 나중에 검사가 돼서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마치 제왕이 된 것마냥 뻐기고 다니겠지.’


난 김기준의 생각에 기가 찼다.

뭐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법이니까 내 의견을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그럼에도 사회 전체적으로 통용되는 선과 정의는 존재한다.

살인하지 마라, 간음하지 마라, 도둑질하지 마라 등등.

그러한 사람들끼리의 암묵적인 합의, 사회적인 통념이 법이라는 형태를 띠고 발현된 것이기에 법은 이 사회를 좀 더 바르고 살기 좋게 만들기 위해 작용해야 한다.

그리고 그 법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평등하게 작동되어야 하는 것이다.

법의 집행자가 오히려 법 위에 군림하려 든다면 그건 사회적 합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그 해악이 다른 이들보다 훨씬 심각해진다.

그러기에 법 집행자는 더욱 엄격한 기준과 도덕성을 겸비해야 한다.

그런데 이제 스무살에 불과한 애가 벌써 이런 사고를 가지고 있다니, 무언가 씁쓸해졌다.


회식자리에서 본 김기준은 권력지향형의 인물이었다.

누구보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기를 원했고, 부장검사인 그의 아버지를 따라 부부장, 부장검사, 차장검사, 지검장으로 승진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따라서 그에 맞은 대우를 자신이 받게 될 것임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권력을 탐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더 나은 지위나 계급을 획득하고 싶은 욕구는 당연한 본능이니까.

자신의 능력에 합당한 대우를 받는 것 역시 당연하다.

사람마다 능력에 따른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고, 따라서 그 능력을 어떤 식으로든 존중하고 보상해줘야 할 필요는 있다.

문제는 권력을 대하는 김기준의 사고방식이었다.

모든 사람들은 권력자 밑에 있고, 그래서 권력자를 떠받들고 지시에 순종하는 것은 당연하며, 권력자가 그들을 짓밟는 것 또한 당연하다는 식의 논리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인간은 성(性)과 인종, 사회적 계급을 떠나서 기본적으로 평등한 존재이다.

다만 현대의 복잡한 사회구조에서 각 사회 계층으로 분화되는 역할의 차이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런데 단순한 사회적 계층의 차이를 지배자와 피지배자라는 계급 구조의 차이로 바라본다면, 그 순간 불평등이 생겨나고 계급간의 갈등과 투쟁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김기준은 항상 자신만만해 했고, 모든 사람을 자신의 아래로 깔보는 안하무인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기준이라는 이름처럼 자신이 기준이 되어 모든 것이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머리가 비상하고 또 그에 맞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욱 위험한 사람.

나는 김기준을 바라보며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사고방식을 뜯어 고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내게는 그럴만한 힘도, 명분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형우야.”


갑자기 은재가 나를 불렀다.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상념을 떨쳐버리고 은재의 물음에 답했다.


“응?”

“동아리 이름은 뭘로 할래?”

“아! 동아리 이름 지어야지. 자, 다들 동아리 네이밍 좀 내봐.”

“내가 먼저 얘기할게. 영어로 비긴(Begin)이 뭔가가 시작한다는 의미니까 ‘비긴 스타트업’ 어때?”

“은재 오빠, 너무 1차원적이잖아요.”

“그런가? 그럼 이건 어때, 스타트업을 분석하고 사업 아이디어를 낸다는 의미로 ‘아이디어 팩토리’로 하는 건?”

“그건 우리랑은 조금 안 맞는 이름 같아요.”

“그럼 네 생각은 어떤데?”


은재가 되려 수아한테 물어보았다.


“응, 전 무언가 번쩍 하고 켜져 있고, 계속해서 한다는 의미를 살려서 스타트업 연구소 ‘온(on)’이라고 이름 붙여봤어요.”

“흐음, 그거 괜찮은데? 기준이 넌 생각해봤냐?”

“난 이름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들어보니 수아의 네이밍이 좋네요.”

“뭐, 생각 안했다는 거네. 그치?”


수아가 기준이에게 한 마디를 했다.

그러자 김기준은 잠시 생각하더니,


“우수한 스타트업들을 연구하는 동아리니까 ‘업(up)’이라고 해서 무언가 위를 향해 도전하고 나아가는 것을 뜻해도 괜찮지 않아요?”

“뭐야, 나 따라한 거잖아!”

“그래, 급조한 티가 팍 난다. 형우 니 생각은 어때?”

“음... 난 무언가 도전한다는 의미에서 챌린지라는 이름을 떠올리긴 했는데, 솔직히 수아의 네이밍 센스가 가장 좋다고 생각해.”

“그럼 나도 대중을 따라가야지. 수아의 네이밍에 한 표!”

“모두 다 수아가 제안한 ‘스타트업 연구소 온’이 좋다고 했으니까 이름은 이걸로 확정할게, 어때?”

“좋아!”


다들 찬성을 했고, 수아는 자신의 네이밍이 뽑히자 좋아라했다.


“그럼 이번에는 다음 주 발표자를 선정하는 게 남았는데... 누가 할래?”


그런데 내 질문이 끝나자마자 기준이 손을 들었다.


“내가 한 번 해볼게요.”

“잘 할 수 있겠어?”

“귀찮아서 안 하지 이 정도야 맘 먹으면 누가 못해요?”

“그래... 그럼 이번 주말까지 주제 선정해서 알려줘.”


그 순간이었다.


[베자크, 들었지? 동아리 모임에 쓰일 자료를 준비해줘.]

[호호, 언제까지 준비할까요옹?]

[이번 주말까지라는 말 못 들었어? 토요일 오후까지 해서 알려줘.]

[넹~ 3일 18시간 후에 스타트업 동아리 자료를 준비해놓을 게요. 다른 요청사항은 없으시나용, 김기준 님?]

[필요한 게 생기면 나중에 소환하지.]

[알겠어욤, 김기준 님의 영원한 운명 파트너 베자크였습니당~~~]


이게 뭐지?

난데없이 들리는 목소리에 나는 당황했다.

김기준이 어떤 여성과 대화하는 소리인 것 같은데, 김기준이 말을 꺼낸 적도, 또 그럴 만한 상대방도 눈에 띄지 않았다.

눈앞의 김기준은 묵묵히 앉아 있을 뿐이다.


처음에는 환청이 들렸나 싶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울리는 목소리나 대화내용이 낯설지 않았다.

아니, 내게는 아주 익숙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운명 파트너라니... 마치 아그나와 내가 대화하는 것 같잖아!


베자크라고 했지...

한국이름은 당연히 아니고 그렇다고 외국이름 같지도 않다.

무언가 굉장히 낯선 이세계의 존재를 부르는 것 같은 이름...

혹시 김기준이 아그나같은 존재와 얘기하는 게 아닐까?


‘아그나!’


『네. 말씀하십시오.』


‘혹시 아그나같은 존재가 또 있어?’


『네. 총 101471개의 성체(聖體)가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에 흩어져 활동하고 있습니다.』


101471개?!

난 깜짝 놀랐다.

아그나와 같은 존재가 있다는 것만도 놀라운데, 101471개씩이나 있다고???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렇다면 아그나와 같은 또 다른 존재가 내 주위에 활동할 수도 있는 거잖아.

...김기준처럼?


그런데,

그때였다.

김기준이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지 않은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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