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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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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6.26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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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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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42,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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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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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을 가진 미친놈 (15)

DUMMY

131화


어제 정오에 이 내성 안마당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초대규모의 합동결혼식이 거행되었었다.

외성에서 유형물 취급을 당하던, 칠십여 명의, 전사들을 포함한 총 오백육십팔 명의 전사들이 새색시로 거듭났다.


그들 모두 개돼지 피라도 먹은 늠름한 용사들이었지만, 주례를 맡은 하지운의 뜻에 따라 신부 입장을 하고 말았다.

물론 신부들 중에는 날 때부터 여성이었던 이들도 육십 명 정도가 섞여 있어, 그나마 기괴한 분위기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려 주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들 중에 많은 수가 이미 가정을 꾸린 상태다.

그것도 무려 삼분의 이에 가까운 수가 기혼자였지만, 안타깝게도 하지운에게 그들의 가취 여부는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신랑 역할은, 하지운의 수발을 들어 오던, 기존 이백여 마리의 소머리 좀비와 앨커스터주에서 새로 합류한 사백여 마리의 원수 집안 출신 좀비들이 맡아서 수고해 주었다.

이 때문에 성 밖에서 대기 중이던 체험 마차도 외성 앞까지 어려운 걸음을 하였다.

콘체스터종 명마 여덟 필과 마부는, 정보 길드 요원들과 함께, 인근 여관으로 외박을 보냈다.

마차의 차체만 염동력으로 내성 안에 들여다 놓은 상태다.


결혼식을 하는데, 하객들을 초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이 로미오와 줄리엣도 아니고, 주례와 신랑 신부만 덩그러니 모여서 결혼식을 진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십일 세기 현대인의 가치관에 적합한 스몰 웨딩은, 이들 대부분의 신분을 고려했을 때, 불호령이 떨어지고도 남을 예의 없는 상놈 짓거리였다.


물론 이백삼십여 마리의 친근한 좀비들이 자리를 빛내 주고 있었지만, 산 사람도 아닌 그들을 하객이라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백이십 명에 달하는 살아 있는 하객들을 동원했다.

아성 안에서 숨죽이고 있던 이들이 모두 끌려 나왔다.

그들 대부분이 영유아들과 먼 촌수의 노약자들이었기 때문에, 신랑 신부의 사회적 지위에 비해, 미흡한 점이 없지 않았다.

이를 긍휼히 여긴 하지운이 백작을 무려 두 명이나 초빙했다.


베이퍼드와 애슈비, 몰번의 백작인 거버스 틸리얼 공과 어네스퍼드 백작인 대니얼 세비니 공이 바로 그들이었다.

과연 경사스러운 자리에 어울리는 존귀한 명사들임이 분명했다.

비록 그 둘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한 채 날카로운 말뚝 위에서 오두방정을 떨어 댔지만, 그 둘의 참석 여부만으로도, 그 자리를 빛내고 있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사실 그들의 복장 상태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신랑 신부도 옷을 걸친 종자가 한 마리도 없었기 때문이다.

팔다리가 없는 오백육십육 명의 신부들이 내지르는 피 끓는 절규와 함께, 열두 시간에 이르는 결혼식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두 명의 신부들은 혀가 없어 몸뚱어리만 버둥거리고 있었다.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하객들은 두 백작만 남기고 울면서 아성으로 뛰어 들어가 버렸고, 신랑 신부는 초야를 맞이할 채비를 하였다.

홀로 파트너가 없었던 마저리 양에게 주례 선생님이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건넸다.


“너도 적적하면 하나 붙여 줄까?”


열두 시간에 이르는 무간지옥을 목격한 걸출한 살인마 마저리 양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굳게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각하... 제발 죽여 주세요... 제가 각하의 직계 혈족은 한 명밖에 안 죽였어요... 나머지는 죄다 졸개 집안 것들이잖아요... 저도 제발... 저들처럼 내일 죽여 주세요... 제가 죽인 사백 명 중에 각하와 관련된 것들은 고작 예순다섯밖에 안 돼요! 제발, 각하 옆에 오래 있고 싶지 않아요! 제발 죽여 주세요!”


‘대박... 삼백이 아니라 사백이었어? 정보 길드 병신 새끼들. 로저네 사람들을 빼면, 기존의 피해자는 이백오십 명이라면서. 어떻게 일을 하는데, 백 명을 누락하냐?’


“야! 넌 그런 얘기를 혼례가 다 끝나고 하냐? 그러니까! 너 혼자 혼례도 안 치른 마당에, 쟤들이랑 같이 내일 죽고 싶으시다 이거야? 누굴 바보로 아나? 매를 버는 거냐? 네가 이 성안에 있는 종자들 중에서, 내 아랫사람을 제일 많이 죽인 세 마리 중 하나야! 그런 년이 아주 날로 먹으려고 하네!”

“제발... 각하! 제가 밤 시중이라도윽!”


하지운의 최대한 자제해서 갈긴 염동력 싸커 킥에, 마저리 양의 안면이 반쯤 주저앉았다.

그녀의 머리끄덩이를 틀어잡은 하지운이, 치료 마법을 시전하며, 낮게 씨부렁거렸다.


“입조심해라. 승아가 듣고 있다. 사람이 살고 싶으면, 못할 짓이 뭐가 있겠나 싶잖아? 그래도 네가 앞으로 절대 재시도해서는 안 될 게 있어. 방금 네가 한 것 같은 깜찍한 도전 말야. 내가 죽을 때까지 하지 마라. 한 번만 더 하면, 오늘 같은 장난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지랄을 보게 될 거다.”


제 성질을 못 이기고, 억누르고 있던 살기가 약간 새어 나왔다.

눈, 코, 입으로 물을 줄줄 흘리던 섹시한 연쇄 살인마가 이를 딱딱거리며 꾸역꾸역 대답했다.


“네... 각하... 명심...하겠사옵니다...”


잠은 혼자 자는 게 좋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하지운이 마저리 양의 머리통을 팽개치며 몸을 일으켰다.

혀 없는 두 청년이 포함된 오백육십팔 명의 새색시들과는 달리, 오래오래 존재할 예정인, 그녀는 적어도 남은 하룻밤만은 편하게 잘 수 있도록 배려를 받은 것이다.


총 오백육십팔 쌍의 신혼부부가 첫날밤을 치르는 동안, 사람 죽이는 데 도가 튼, 마저리 양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배려심 넘치는 하지운이, 천백삼십육 개체가 헐떡거리고 있는, 마당 한가운데에 그녀를 심어 놓고 떠나 버린 것이다.

하지운의 배려심이 딱 이 정도라는 얘기다.


현재 시간인 결혼식 이튿날 오후 세 시가 되어서야, 천인공노할 웨딩 플래너 하 대표가 새로운 체험 마차를 이끌고 외성의 성문 앞에 꺼덕꺼덕 모습을 드러냈다.

마차와 마부를 외성 밖에 세워 둔 하지운이 홀로 성안에 들어섰다.


열두 시간에 이르는 지옥의 결혼식을 올리고, 휴식 시간도 없이, 열다섯 시간 동안의 초야를 치르고 있던 신부들이 다 죽어 가는 목소리로 저주를 퍼부었다.

그들 중 타의로 침묵을 지키고 있던 두 청년에게 먼저 온정의 손길이 내밀어졌다.


“맨프레드와 윌리엄 너희 두 놈의 처형부터 실시하겠다. 너희의 업적을 생각하면 이렇게 편하게 죽여 주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이기는 하나, 내가 워낙 공사다망하여 어쩔 수가 없구나. 비교적 하찮은 너희에게 더 이상 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 그럼 대여섯 살쯤 더 처먹은 윌리엄 네놈부터 시작하자.”


막상 죽을 상황이 되자 말 못하는 청년이 미친 듯이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그러든 말든 소머리 좀비 두 마리가, 청년의 머리끄덩이를 틀어쥐고, 하지운 앞으로 질질 끌고 왔다.

눈물범벅이 된 청년의 면상을 히죽거리면서 보고 있던 하지운이 한마디 했다.


“넌 여편네도 있는 새끼가 고작 열두어 살 먹은 남자애를 여섯이나 겁탈하고는 죽였어. 넌 우리 과에서도 제일 밥맛 떨어지는 부류야. 네가 내 부하 수십을 죽인 것만 해도 특별 대우를 받아 마땅한데, 시종들에게 한 짓은 정말... 아오, 씨발! 더러워 죽겠다! 저기 마차 기둥 위에 달린 거 보이지? 너보다는 덜 지저분한 ‘곱상한 패트릭’이야. 잘 봐 둬. 네 미래야.”

“으브으으으븍”


소머리 두 마리가 발버둥 치는 청년을 바닥에 패대기친 다음, 좌우에서 그의 발목을 각자 하나씩 붙들고 쭉 잡아당겼다.

골반에서 뼈마디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날 때쯤, 하지운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러고는 청년의 성기와 고환을 바람 마법으로 썰어 버렸다.

그러는 하지운의 왼손에는 이미 대패가 들려 있어, 뭇사람의 의아함과 불안함을 자극했다.


닭 벼슬을 단 채 주변 머리만 남은 윌리엄을 공중에 띄워 놓고, 하지운이 대패를 골렘과 교체했다.

하지운의 기상천외한 수술 장면을 목격한 오백육십칠 명의 관객들이 지랄 발광을 하는 중이다.

자신들도 이 꼴이 날까 봐 불안했던 모양이다.


수술당할 급도 안 되는 관객들의 아우성을 뒤로 하고 윌리엄의 명치에 골렘을 쑤셔 박았다.

골렘의 정수리에는, 그동안은 보이지 않던, 일 미터 길이의 날카로운 뿔이 달려 있어 청년을 골로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몸통을 관통 중이던 골렘을 잡아 뽑자, 피를 뿜어내던, 청년이 얼마 안 있어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청년이 숨을 거두기가 무섭게, 하지운은 청년의 몸을 성벽 밖으로 집어 던졌다.


애초에 하지운은, 혼성 삼인조 중, 사내놈 둘도 편하게 보내 줄 마음이 전혀 없었다.

처음부터 벼르고 있던 장난질을 이제 시도해 보려는 것이다.

먹히면 신명이 날 것이고 안 먹혀도 딱히 타격은 없는, 정말 말 그대로의 장난질을 시작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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