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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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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6.26 23:47
연재수 :
2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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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42,693

작성
24.01.19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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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겨울 여행 (9)

DUMMY

141화


“그건 알아서 뭐 하려고? 네가 그게 왜 궁금해?”

“내가 궁금한 건 아냐. 네 말이 맞아. 내가 그딴 걸 알아서 뭐 하겠어. 나 말고, 숲 밖에서 대기 중인 로먼트 옹이 궁금해하더라고.”

“백부...”

“네 백부는 아니지. 정체성은 잘 지켜. 아무리 고생을 많이 했어도, 정신 줄을 놓으면 안 되지. 그런데... 크흑... 어쩌다 너희 둘이 여기서 붙어먹어... 푸흡... 선...왕비마마라고 불러 드려야 하옵니까? 프흐... 프하하하!”

“으윽...”

“아무리 짝퉁이라고 해도, 선왕의 옥체를 뵈었는데 인사는 올려야지. 오랜만에 뵙습니다, 폐하! 신 웨스털랜드의 백작 로저 드레이시옵니다! 그간 옥체 강녕하셨는지요?”


홀브룩의 스티븐 호소인 바르트 군이 질색을 하면서 겨우겨우 한마디를 뱉어 냈다.


“미친놈...”

“하하! 그때보다 살짝 더 미쳤사옵니다. 기억해 주시니, 신은 그저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잠깐! 궁금한 거 다 얘기해 줄 테니까, 우리 자기한테 지랄하지 마! 홀브룩의 스티븐은 죽었고, 우리 자기는 그저 그의 육신을 이어받은 것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선왕을 죽인 것도 너잖아! 넌 양심도 없어?”

“어, 없어. 그리고 내가 언제 죽였어? 험프리가 죽였잖아. 야, 너! 스티븐 흉내 내는 새끼야, 내 말이 틀려? 스티븐 죽인 거 험프리 맞지?”

“그래, 험프리 맞아! 그런데 어차피 네가 죽인 거나 마찬가지잖아! 네가 토벌대를 몰살시키는 바람에 험프리가 겁을 먹은 거잖아!”

“덮어씌우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그렇게 따지면 매리언이 죽은 것도 로저네 가문 때문이겠네. 안 그러냐? 로저네 가문이 난리가 나서, 유스터스랑 가신들이 대책 회의를 한다고, 정신을 못 차리는 틈에 세실리가 그 지랄을 했던 거잖아. 누가 죽으면 다 나 때문이냐? 염병을 해라.”

“......”

“야, 나 바빠. 너희 둘 정리하고 바로 몰번으로 넘어가야 해. 블레이든 성 앞에서 거버스를 가지고 똥꼬쇼도 해야 하고, 틸리얼의 찌꺼기들을 가지고 합동결혼식도 해야 해. 그래야 먼틸리고 로먼트고 불알이 바짝 쪼그라들어서, 개길 엄두를 못 내지. 그 사나운 북부의 살쾡이들을 겁 많은 아기 고양이로 만들려면, 보통 난잡한 거로는 어림도 없어.”

“맞아... 세실리가 했어... 두 오빠와 매리언까지 다...”

“솔직한 답변 고마워. 이제 더 궁금한 것도 없으니까, 일단 스티븐 행세 중인 사내새끼부터 죽여 줄게. 그래도 너희는 운 좋은 줄 알아야 해. 전에 내 손에 죽었던 놈들은, 팔다리 잘린 채로, 물배 채우느라고 개고생을 했었어. 근데 이제는 내가 딱히 궁금한 게 없어서, 바로바로 죽여 주잖아. 얼마나 좋니!”

“잠깐! 세실리가 왜 그랬는지는 궁금하지 않아? 더 듣고 싶은 거 없어? 제발! 우릴 조금만 더 살려 줘! 우리가 강해져 봤자, 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잖아! 제발... 딱 일 년만! 일 년만 더 같이 있게 해 줘! 제발! 이렇게 빌게! 시키는 거 다 할게!”

“흐윽... 자기야...”


울먹이는 두 남녀의 모습을 보고, 당연하게도, 하지운은 마법을 익히기 전의 자신과 승아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오지를 찾아다니며 최대한 버텨 보자는 말을 주고받던 그때가 고작 다섯 달 전이다.


이 순간에 마음이 약해져 둘을 놓아 준다면, 하가 놈이 그동안 줄기차게 미친놈 소리를 들어 왔을 리가 없다.

날카로운 바람 소리와 함께 바르트 군의 몸과 머리가 분리되었다.

만에 하나라도 경솔한 선택을 하게 될까 봐, 지체 없이 살수를 날려 버린 하지운이다.


바르트 군의 몸과 머리를 염동력으로 단정하게 정리하는 하지운을, 멍한 눈으로, 지켜보던 릴리 양이 입을 쩍 벌리고 열 손가락을 쫙 폈다.


“하지 마라. 널 고통 없이 보내 주겠다고 유스터스와 약속했다. 심정은 알겠는데, 매만 버는 거다. 그냥 영악하게 행동해라. 널 손가락질할 사람 따윈 여기 아무도 없다.”

“으흐윽... 닥쳐! 죽여 버릴 거야!”


피눈물로 도배가 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괴성을 지른 릴리 양이 피 안개가 되어 하늘로 날아올랐다.

무려 삼십 미터 상공까지 날아오른 액체 상태의 릴리 양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내리꽂혔다.


약간 짜증 난 표정의 하지운이 머리 위로 파리채 휘두르듯 허공을 후려쳤다.

공기가 터져 나가는 굉음과 함께 백 보 밖의 나무 한 그루가 단숨에 박살이 났다.

중간 부분이 사라진 아름드리나무의 밑동 곁에는, 벌거벗은 피투성이 여인 하나가 앓는 소리를 내며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여인에게 망토를 던져 준 하지운이 짜증을 있는 대로 내며 하소연을 하였다.


“야, 너만 애인 있는 거 아냐! 나도 눈치 봐야 할 약혼자가 있다고! 제발 옷 좀 벗지 마! 빌어먹을, 이게 도대체 몇 번째야!”

“으으윽... 죽여 버리겠어... 너만은... 반드시 내 손으로...”

“혹시 전생에 나폴레옹이셨어요? 야망이... 날 죽이겠다고? 장래 희망 한번 거창하다. 미안한데, 내 일정상, 널 일 년씩이나 더 살려 둘 수는 없어. 넌 너무 강해. 내가 수련하러 떠나 있는 사이에 네가 여기에 멀쩡히 남아 있으면, 상황이 아주 골 때리게 될 수가 있어. 네가 이 숲속에서 쭉 처박혀 있다 보니까 잘 모르는 모양인데, 날 제외하고 순위를 매긴다면, 현재 브리갠트의 일인자는 너야. 네 머릿속 상태가 그 모양 그 꼴인데, 통제도 안 되는 고강한 흡혈귀를 그냥 두고 갈 수는 없어. 내가 널 죽여 주는 게 널 위하는 길이야.”

“으아악! 그러면 나만 죽이면 되잖아!”

“장난하냐? 저 심약한, 선왕의 껍데기를 덮어쓴, 놈을 혼자만 살려 두라고? 네가 보호자 노릇이라도 해서, 지금까지 놈이 연명한 거 아니었어? 험프리가 보낸 추격자들 네가 다 죽였잖아! 아니야?”

“......”

“방금 너희 둘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넌 모르지? 씨발... 웃음을 참느라고... 암표범과 수토끼의 신혼 생활이라니... 귀엽긴 하더라. 크흑...”

“비웃지 마! 이 살인마야!”

“지금도 봐. 너, 내가 날린 바람 마법을 정통으로 처맞았어. 그런데 죽지도 않고, 심지어 회복 중이야. 그거 맞고 버틸 수 있는 인간은 적어도 이 왕국 안에는 너밖에 없어. 그런데 네가 흡수한 능력 중에... 고...환... 그 빌어먹을 망측한 능력은 누가 준 거냐? 설마 세실리냐?”

“......”

“아오... 미친 변태년... 어쨌든 번식력부터 그 여러 지저분한 능력들까지... 너도 알지? 그 능력들이 단순히 네 성적 테크닉만 향상시켜 준 게 아니라는 걸 말야. 흡수와 동시에 조금이라도 네 인간성에 영향을 끼쳤다는 걸 너도 느꼈잖아. 같은 강탈 계열 능력자를 속일 생각은 하지 마. 난 네 상태창을 다 볼 수 있어. 내가 보기에 넌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야. 지금까지야 네 애인이랑 서로 죽고 못 살아서 잘 견뎌 왔겠지만... 뭐 지레짐작이긴 하지만, 얼마 못 가서 네 애인은 네 손에 끔찍한 꼴을.”

“그만! 그만하고 닥쳐! 제발 그만... 으아악! 빌어먹을 흡혈! 아아악!”

“나야 원래 미친놈이지만, 넌 원래 활달하고 사려 깊은 아이였다면서? 매리언의 얘기지만, 너도 마찬가지겠지 뭐. 몸을 공유하는 사이인데, 성격이 달라 봤자 얼마나 달랐겠어? 그런 애가 외부 요인으로 미쳐 버리면 골치 아프겠지. 안 그래도 고문 후유증도 상당할 텐데. 아, 내가 매리언을 고문했던 붉은 여우 새끼도 죽여 버렸어. 고맙지? 그러고는 심장의 피를 다 빨아먹었거든. 근데 흡수가 너무 잘돼 버려서, 기억의 일부도 흡수했지 뭐야.”

“뭐? 흐어어... 끄아아악!”

“내가 유스터스의 두 아들이 살아서 숲 밖으로 나온 걸 어떻게 알았겠니? 세실리가 미친년이라는 것도 어떻게 알고.”

“아아아... 제발... 그만하세요... 제발... 흐으윽... 엄마...”

“어떡할래?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새 백부랑 마지막 인사한 다음 편하게 갈래? 아니면 더 괴롭힘 당할래? 내가 좀 바쁘긴 하지만, 네가 정 원한다면 내일까지 밤을 새워서라도 쉬지 않고 괴롭혀 줄 수 있어. 나 그런 거 존나 잘해.”


오두막 옆에 홀로 남은 릴리 양은 하지운이 만들어 놓고 간 따뜻한 물웅덩이에서 마지막을 준비했다.

의복까지 다 갖춰 입은 다음 숲의 초입 쪽을 바라보자, 매리언의 백부가 머뭇거리며 들어서고 있었다.


작별 인사를 올리고 새로운 백부를 떠나보낸 후, 릴리 양은 마음의 준비가 끝났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찰나의 시간이 흐른 후 꼬챙이 한 자루가 그녀의 심장을 뚫고 나왔다.

그런 후 몇 초도 지나지 않아, 그녀의 육신은 가루가 된 채 바람에 흩날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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