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행운™ 님의 서재입니다.

고려무신 천마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행운™
작품등록일 :
2024.01.04 18:39
최근연재일 :
2024.02.26 07:00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5,185
추천수 :
228
글자수 :
297,915

작성
24.02.26 07:00
조회
53
추천
1
글자
11쪽

43

DUMMY

-딸랑-


솟대들이 우뚝 서고, 그 위에 멧돼지 모양 종이 울린다.


"반드시 막아라! 여기가 뚫리면 황제께서 계신, 임안이다!"


장군, 왕연. 수도에 남은 마지막 장수. 자신이 무너지면 고종은 끝이다. 황제가 하사하신 보검을 쓰다듬었다. 차가운 감촉이 손끝을 타고 올라온다.


"이길 수 있을까......"


병력들을 독려하지만, 본인도 의심스럽다. 승리에 대한 확신이 없다. 한세충과 악비 장군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묘부와 유정언이 난을 일으켰다. 그 군대만 해도 일 만에 가까운 데, 산군급 토템사까지 가담했다는 소식.


수도를 방위하는 병력 삼천. 급하게 모은 병력 이 천. 총 오천으로 상대하기에는 역부족. 방법은 하나였다. 좁은 길목에서 매복하여 요격하는 것. 성공하면, 이기진 못해도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만인지적 한세충, 악비 장군이 우릴 구해 줄 것이다.


허나,


작전은 그럴듯했어도, 토템사를 과소 평가했다. 그의 갈색 멧돼지는, 선발대 1000여 명을 학살하고 지휘부 막사로 달려오고 있다.


활을 쏘고 창으로 찔러도 죽지 않는다. 토템사를 직접 노려야 했으나, 1만 군사에 둘러싸여 있는 그를 어찌. 설혹, 간다고 하더라도 이길 수 있을지도 미지수.


"황제 폐하......"


그는 대대로 은혜를 입었다. 고종 조구. 그가 황제 등극과는 거리가 멀었을 때부터 그를 모셨다. 누가 그가 황제가 되리라 생각했을까. 그도 그럴 것이, 휘종의 아들만 35명이었으니.


허나, 금나라와 백련교의 침략으로 북송이 무너질 때, 대부분 휘종의 아들은 잡혀가거나 실종되고, 그나마 여력이 남아있었던 것은, 제주(濟州)에 있던 조구뿐이었다.


게다가, 명장 한세충과 악비가 있으니, 다시 송나라 재건에는 문제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럴진대,


반란이 일어났으니. 묘부와 임정언. 교활한 자들이나, 군사적 능력은 뛰어난 장수였고, 무엇보다 산군급 토템사를 확보하여 그 세력이 막강했다.


"모두 물러나라! 내가 직접 잡겠다. 황제께서 하사하신 이 보검으로!"


딱 보기에도 번쩍이는 황금 보검. 누가 봐도 상징적인 의미 그 이상은 없었다. 허나, 그것으로 충분했다. 땅에 떨어진 사기를 다시 올리기에는.


"저 멧돼지를 잡고, 묘부와 유정언을 도륙하여 황제의 지엄함을 보여주겠노라. 따르라! 내가 앞장설 것이다!"


-와아아아아!-


말을 박차 달렸다. 번쩍이는 보검을 꼭 쥐고. 토템사가 강하다는 것은 안다. 그러니, 이긴다면, 역설적으로 사기가 끝없이 올라가리라. 반드시 잡아야 한다. 반드시.


-딸랑-


좌, 우로 솟대들이 솟구치고, 갈색 멧돼지가 달려온다. 보검을 쥔 손에 땀이 난다. 아무리 강해도, 짐승은 짐승. 미간에 박아 넣으리라. 그래서 피로 목욕을 시켜버린다면, 과연 제 놈이 움직일 수 있을지 궁금하구나.


-왕연 장군을 따르라!-


달려오는 멧돼지를 향해, 천으로 말의 눈을 가리고 채찍을 휘둘러 가속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내 거친 숨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이하히히힝!-


그리고, 몸을 일으켜 뛰어올랐다. 광기 어린 멧돼지의 눈이 보이고, 그놈의 뜨거운 숨결이 느껴진다. 두려움이 등줄기를 타고 스멀스멀 올라온다. 허나, 이제 와서 물러날 수는 없다. 지금이다! 미간을 향해 보검을 박아......


-챙!-


이런. 부러졌다. 황제께서 하사하신 보검이. 그리고 복부에 뜨거운 통증. 순간, 정신을 잃었다.


"어...... 어......"


정신을 차렸을 땐, 귓가에 삐이이-소리만 들렸다.


"다시....... 한 번 더......"


부러진 보검. 허나, 그에게는 아직 다른 검도 있다. 허리춤에. 분명, 미간을 노렸으나 들어가지 않았다. 한 번에 안되면 여러 번 찌르면 된다. 될 때까지. 어차피 재능 없는 인생.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근성. 근데, 몸을 일으킬 수가 없다. 그럼, 일단 검이라도 뽑자. 허리춤을 더듬었다.


"어...... 없다...... 없어......"


검이 없는 것이 아니라, 허리가.


"어...... 내 하반신이 어디에."


없다. 없어. 이럴 수가 있는지. 시야를 돌려 하늘을 보았다. 솟대 끝에 흔들리는 멧돼지 모양의 종. 허리가 없으면 사람은 어찌 되는가. 받아들이기 싫은 사실이 머릿속에 스멀스멀 떠올랐다.


-딸랑-


입술이 메마른다. 꺼져가는 나를 환송하 듯, 종이 울린다. 아직 살아있는 청각에, 익숙한 목소리의 비명들이 울린다. 내 부관들, 병력들 목소리. 황제 폐하의 마지막 보루. 잠이 온다. 일어나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자, 피식 웃음이 나온다. 하반신이 없는 데 일어난다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내 역할은 여기까지였구나. 그래도 노력했으니...... 누군가는 기억해 주겠지.


-딸랑-


눈을 감는 왕연 장군의 귓가에, 마지막 종소리가 들렸다.


...

묘부와 유정언은 웃었다. 조금 있으면 수도 임안이다. 수도를 방위하던 왕연은, 멧돼지에 두 동강 나며 죽었고, 오합지졸을 끌어모았던 방위 병력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와해되었다.


한세충과 악비는 이곳으로 오려면 시간이 걸리고, 이제 고종과 우리 사이에 장애물은 없었다. 감히, 승리를 예단해도 될 것이다.


"부탁드립니다. 토템사님."


"걱정 마시오."


산군급 토템사 모임인 죽림고회. 그중, 갈색 멧돼지. 지색군. 그는 오랜 방랑생활에 지쳐, 세상에 나오고자 했고, 우연히 반란군 묘부와 유정언을 만나 합류하였다.


덕분에, 그들을 막는 송나라 군대는 간단하게 도륙해 버렸고, 수도를 방위하던 왕연까지 상, 하반신을 분리해 버리니, 그에 대한 반란군들의 신뢰는 절대적이었다.


"감히 나, 지색군을 이길 자는 없으니. 황제를 잡으면, 약속했던 직책을 주시오."


"여부가 있겠습니까. 당신은 원하는 모든 것을 얻게 될 겁니다. 재상직위, 금은보화. 원하는 것은, 모든. 하하핫!"


벌써부터 남송이 제 것이 된 양, 묘 부는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난다. 그럴 리가. 한 창 킁킁거리고 있는 데,

병사 한 명이 다급하게 와서 보고한다.


"장군! 하늘에 이상한 것이 있습니다!"


모두 나가서 보니, 거대한 붉은 새가 이쪽으로 오고 있지 않은가? 마치, 불이 붙어 있는 듯한 느낌. 타는 냄새는 저기서 나는 것인가?


"저기...... 자색군님. 저것이 무엇이지요?"


묘부의 말에, 자색군은 눈살을 찌푸리며 보다가 온몸을 떨며 말했다.


"저건, 신수 주작이야! 뭐...... 뭐야. 왜 신수가 여기에...... 마력을 불태우며 날 고 있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사신수중 하나인 주작. 저 영물이 왜 여기에 나타났는지.


-펄럭-


주작은 우아한 날갯짓 한 번으로 땅에 착지하였고, 등 뒤에 있던 누군가 내린다.


"휴. 겁나 빠르네. 마력을 불태울수록 속도가 빨라지는구나."


주변은 안중에도 없다는 혼잣말. 잠깐, 누군가 내린다고? 감히, 저 신수가 등을 허락했다고?

그럴 리가...... 그렇다면......


한 사내. 구리로 된 이상한 허리띠에, 잿빛 검을 차고 있는 장수. 고려군 복장을 하고 있다. 엄청난 위압감. 인간임에 인간이 아니다. 그는, 마력을 숨기지 않고 개방하고 있다. 이 정도라면...... 이 정도라면...... 이 자는 천마다. 사신수를 다스리는 신의 천마. 실로, 가늠할 수 없는 무한 마력이다.


자색군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눈을 내리 깔고 땅에 엎드렸다. 살아야 한다. 천년을 살아온 나인데, 여기서 죽을 순 없다.


"자색군님?"


그 모습을 보고 당황한 모부와 유정언. 항상 당당하던 아니, 당당하다 못해 거만했던 토템사가 이렇게 넙죽 엎드리다니.


예상외 모습에 우왕좌왕하는 와 중에, 고려군 장수가 입을 열었다.


"모부와 유정언이 누구냐? 같이 가자. 운이 좋으면 살 수도 있겠지. 운이 좋다면 말이야."


마치, 맡겨둔 물건 찾으러 왔다는 것처럼 무심하게.


"뭐?"


둘은 어처구니가 없어 서로를 보았는 데,

오직 토템사 자색군만에 땅에 엎드린 채로 말했다.


"제발 그냥 곱게 따라가라. 너희 둘. 그게 그나마 살 수 있는 방법이야. 아니, 적어도 부하들은 살 수 있겠지."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조금 전까지 승리를 장담하던 토템사가 아닌가. 왜 갑자기 이런.


"다 끝났어. 반란은 무슨. 재상은 무슨. 금은보화는 무슨. 그냥 하던 대로 유랑이나 해야지."


"아니, 토템사님 그게 무슨 망발......"


자색군은 둘은 신경 쓰지도 않은 채, 그 사내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몸을 떨며 모부와 유정언을 가리키며 말했다.


"천마시여! 제가! 반란군 놈들을 잡았습니다! 쟤가 모부고, 쟤가 유정언입니다. 어서, 어서 데려가십시오!"


"아니! 토템사님. 정신 차리십시오. 이게 무슨......"


고려 장수는 피식 웃으며,


"수고하셨네요. 강일용 님께 말씀드려 놓을게요. 이름이.....?"


"자색군입니다! 강일용 님도 저를 이뻐하십니다."


근엄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알랑방귀를 뀌는 토템사. 모부와 유정언은 어안 벙벙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그때, 그 사내가 말했다.


"타라. 두 번 말 안 한다."


신수 주작을 타라고? 어디로 갈 줄 알고.


"야! 이건 아니지!"


모부가 칼을 뽑았고, 덩달아 유정언도 칼을 뽑았다.


"어디서 나타난 고려 놈이냐!"


"고슴도치가 되고 싶은 것인가."


그 고려장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고슴도치? 그게 무슨 말이지?


"뭣! 뭔 개소리야. 모두 저 놈을 잡아라! 잡아서 꿇려라!"


모부가 외쳤으나, 병력들은 말을 듣지 않았고, 다만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뭣들 하느냐! 빨리 무기를......"


유정언까지 칼을 내려놓는다. 허공을 보며. 모부는 그제야 하늘을 보았고, 믿기지 않는 광경에 몸을 떨었다. 그리고, 고슴도치 뜻을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천 개의 창. 검붉은 색. 창 끝은 미세한 진동으로 움직이며, 우리를 노리고 있다. 숨이 턱 막힌다. 창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다. 막아낼 수도, 쳐낼 수도 없다. 본능적으로 알게 되었다. 저것이 움직이면 죽는다는 것을.


"타거라. 모부, 유정언. 나머지는 고향으로 돌아가거라."


거역할 수 없는 위엄.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으나. 죽겠지. 그래도 부하들은 살려야지. 저 괴물에게서.

모부가 그리 생각하며 칼을 내려놓자, 유정언이 힘없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주작을 다 타보다니, 영광입니다. 흑...... 흑......"


"너 우냐?"


"예. 주작을 타서 기뻐서 그렇습니다."


"그래. 그럴 수 있지. 넌, 특별히 내 앞자리에 태워줄게."


씁쓸한 웃음과 함께, 고개를 숙이는 그 눈가에는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렸다. 반면, 모부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반란군은 그렇게 와해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고려무신 천마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합니다. 24.02.26 46 0 -
» 43 24.02.26 54 1 11쪽
52 42 24.02.25 60 2 13쪽
51 41 24.02.24 64 2 11쪽
50 40 24.02.23 78 2 11쪽
49 39 24.02.22 67 2 17쪽
48 38 24.02.21 70 1 11쪽
47 37 24.02.20 68 1 13쪽
46 36 24.02.19 80 1 12쪽
45 35 24.02.17 83 1 12쪽
44 34 24.02.16 82 2 13쪽
43 33 24.02.15 82 1 16쪽
42 32 24.02.14 93 1 12쪽
41 31-2 24.02.13 97 1 13쪽
40 31-1 24.02.12 107 3 13쪽
39 30 24.02.11 99 2 12쪽
38 29 24.02.10 93 2 11쪽
37 28 24.02.09 101 2 15쪽
36 27 24.02.08 105 3 11쪽
35 26 24.02.07 110 1 11쪽
34 25 24.02.05 118 3 13쪽
33 24 24.02.04 115 3 13쪽
32 23 24.02.03 121 3 14쪽
31 22 24.02.02 136 3 13쪽
30 21 24.02.01 142 4 12쪽
29 20 24.01.31 155 4 14쪽
28 19 24.01.30 155 4 15쪽
27 18 24.01.29 175 4 12쪽
26 17 24.01.28 180 4 13쪽
25 16 24.01.27 191 3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