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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님의 서재입니다.

고려무신 천마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행운™
작품등록일 :
2024.01.04 18:39
최근연재일 :
2024.02.26 07:00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5,201
추천수 :
228
글자수 :
297,915

작성
24.02.17 07:00
조회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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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5

DUMMY

송나라, 동경 개봉부.


"네놈은 대체......"


송나라 황제, 흠경이 한 사내를 쳐다본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황실 호위병들은 다 어딜 간 것인가. 이곳이, 이 황궁이, 낯선 자가 저렇게 유유자적 걸어올 수 있는 곳인가.


"......"


그 청년은 송나라 황제를 마치 버러지를 보듯이 고운 미간을 찌푸리며 바라볼 뿐, 입을 열지 않는다.


"금군은 무얼 하고 있는가!"


-툭-


사람의 머리. 익숙하다. 금군, 황실 호위대장이었던......


"히익!"


늦은 반응, 어색한 놀람. 비현실적인 광경 탓이리라.


"네가 황제인가. 따라오너라."


마치, 시정잡배에게 오라고 지시하는, 무심하고 무례한 말투. 공포스러운 상황에서도, 반발심이 튀어나왔다.


"내가...... 내가 감히 누군 줄 알고? 한 낮 백련교의 교주 따위가......"


순간, 사내의 싸늘한 눈빛에 황제는 얼어붙었다.


"......"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 숨 막히는 공기. 빤히 보는 그의 시선이 온몸을 뒤집는다. 말없이 몸을 떨고 있는 황제의 귀에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황제폐하! 걱정 마시옵소서. 신, 곽경이 도착하였나이다!"


심해로 가라앉는 와중에, 손에 잡힌 동아줄. 송나라 최고의 도사 곽경. 저 놈이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으나, 이제 되었다.


-드. 드. 드. 드.-


동시에, 온몸을 갑주로 두른 병사들이 쏟아져 나와, 사내를 둘러쌓았다. 그리고, 백색 도복을 입은 한 도사가 미끄러지듯 다가온다.


"곽경! 왔구려!"


반가움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도교의 도사, 곽경. 그는 방금 육갑신병이라 불리는 마력 병사들을 소환한 참이었다.


"폐하! 걱정 마십시오. 저 간악한 백련교의 신, 천마. 제가 도륙하고, 불쌍한 백성들을 깨우치며, 나아가 금나라 아골타까지 폐하 앞에 무릎 꿇리겠습니다!"


"천마? 이 자가 천마란 말인가?"


흠경은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곽경은 자신만만하게 말했고,


"백련교도들의 신이라는 천마......"


황제 입가에 슬며시 돌아왔던 미소가 사라졌다. 들었다. 저자의 신묘함에 대해. 그리고, 알고 있다. 오래된 왕이었던 그에 대해. 정말 천마라면, 곽경이 이길 수가......


"죽여라!"


곽경의 외침. 천마는 자신에게 덤비는, 거대한 갑주의 병사들을 가만히 보다가 중얼거렸다.


"무생노모 진공가향."


육갑신병들이 칼이 닿으려는 순간, 천마는

길고 흰 손가락을 들어, 곽경을 가리켰고,

곽경은 그대로 피분수를 쏟으며 절명했다.

그야말로, 순식간.

육갑신병들은 천마에게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하고, 먼지처럼 무너져 내렸다.


이 모든 것이, 들숨 한 번에 일어난 일. 송나라 황제, 흠경은 고개를 땅에 숙였다.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서 있기 조차 버거워 무릎까지 꿇었다.


"태조께서 어찌 세운 나라인데...... 이렇게...... 이렇게...... 어찌 선대를 볼 낯이 있을꼬......"


허탈한 중얼거림.

곽경의 식지 않은 피가 흘러내리며,

불쌍한 황제 무릎을 서서히 적시고 있었다.


...


동경 개봉부 외측 성곽. 하늘은 짙은 자줏빛으로 물들고, 낮과 밤도 분간이 안 되는 지금, 송나라의 대장군 동관은 좌절했다.


저게 대체 뭔가. 인간들이 맞는가?


사마신군이 이끄는 백련교 본대는, 인간이되, 인간답지 않고, 그렇다고 짐승으로 보기에는 인간의 모습이었다.


흰 옷을 아무렇게나 입고, 얼굴에는 白이라 적혀있고 눈부위가 뚫린 가면을 쓰고 있다.

칼에 몸이 뚫리고, 팔이 날아가며, 다리가 부러져도, 달려든다. 마치, 고통을 모르는 사람들처럼.


-무생노모 진공가향-


자줏빛 향이 한 번씩 주변을 잠식하고, 그러면 버둥거리며 죽어가던 그들은, 다시 일어난다. 다리가 없으면 기어서, 팔이 없으면 입에 칼을 물고. 그 모습에 송나라의 병사들은 질려버렸고,

싸움다운 싸움조차 하지 못한 채 도망가기 바빴다.


더하여,


사마신군의 압도적인 무력. 그의 검, 월왕구천검이 번뜩일 때마다, 송나라 병력은 하릴없이 두 동강 나서 사방에 흩어졌다. 분명, 저자는 요나라 천조제의 장군이었을 텐데, 왜 뜬금없이 백련교의 장수가 되었는지.


그런 생각은 잠깐이었다. 어차피, 의미가 없으니.


"후퇴하라!"


황제 휘경이 떠올랐으나, 사기가 꺾인 병사들로는 어찌할 수 없었고, 사마신군을 이길 자신도 없었다. 게다가 자신은 문관이 아닌가. 송나라는 무관들을 천하게 여겨, 주요 군사직급에는 문관들을 임명했기에, 이런 상황에서 적장을 꺾어 사기를 올릴 수도 없었다.


말머리를 돌린 동관, 다시 심장이 철렁했다. 금나라의 깃발, 그것도 최강전력 사묘아리의 부대기가 펄럭이는 것이 아닌가.


"장군님! 명령을!"


부관의 외침. 어디로 갈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인간에게 투항해야지. 백련교도들. 저것들은 인간이 아니야. 동관과 병력들은, 백기를 들고, 사묘아리 쪽으로 퇴각하기 시작했다.


...


사신단을 습격하고, 요나라에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준, 송나라 황제. 척준경이 보낸, 이간 덕분에 더 명확해졌다. 그 책임을 묻기 위해, 아골타의 명을 받은 사묘아리와 화첨 모극부 들은, 송나라 병력들을 쓸어버리며 동경개봉부까지 빠르게 달려왔다.


헌데,


예상치 못한 광경. 마치, 천조제의 막사에서 보았던, 자줏빛 마력이 하늘을 물들인 듯, 비탄스런 하늘. 송나라 대장군 동관이 백기를 들고, 항복선언을 하며 고개를 숙인다. 연유를 묻기도 전, 그 너머에 나타난 이상한 부대.


백련교의 본대.


-무생노모 진공가향-


섬뜩한 목소리의 합창. 그 부대를 이끌고 있는 자는, 분명 천조제 곁에서 갑자기 사라졌던 장수, 사마신 군이었다.


"사마신군이 어찌 저기에 있는가?"


"저희도 도대체 이해가......"


동관의 답변.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투항한 그에게 이것저것 묻고 있었다.


"너희가 요나라를 지원했다는 정황이 있고, 우리 사신단을 습격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저 놈도 네놈들과 한 패가 아닌가!"


사묘아리의 호통에 동관이 몸을 떨며 말한다.


"이제 와서 숨길 생각은 없습니다. 사신단 습격과 요나라를 지원한 것은 사실이지만, 백련교와 사마신군은 우리와 관계가 없습니다. 믿어주십시오."


사묘아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부하들에게 손짓하여, 동관을 후방으로 물러나게 했다. 어차피 중요치 않다. 한 패였다가 내부반란을 일으킨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적이었는지. 아골타 님의 명을 따라, 송나라 황제에게 책임을 물으면 그뿐. 방해하는 모든 것들을 벤다.


사묘아리는 화첨창을 휘두르며 백련교도들에게 다가가, 앞에 있는 사마신군을 겨눴다.


"주군이 죽었거늘, 네가 왜 여기 있는 가."


"내 주군은 천마님이시고, 그가 원할 때까지 나는 그의 곁에 있으리라. 죽어도 죽지 못하고, 살아도 온전지 살지 못하며, 당신의 적을 멸하리라."


사마신군은 자조적인 웃음과 함께, 월왕 구천검에 묻은 핏물을 털었다.


"비켜라. 백련교에는 관심 없다."


사묘아리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 내 뒤에는 천마께서 계신다. 아무도 오지 말라 하셨고, 그리 될 것이다."


말을 마친 사마신군은 큰 소리로 외쳤다.


"무생노모 진공가향!"


-무생노모 진공가향-


그러자, 그의 뒤에 있는 백련교들이 합창을 시작했고, 동시에, 아귀 떼처럼 달려들었다.


"됐다. 내 앞길을 막는 다면, 모두 잿가루가 되어 흩날리리라!"


사묘아리도 노성을 지르며 달렸고, 그 뒤로 화첨모극부가 뒤따랐다.


"화첨창, 진천뢰!"


붉은 안개가 주변을 빠르게 잠식하고, 화첨창 끝에는 불길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무생노모 진공가향-


염불을 외며, 먼저 달려드는 백련교도들.


"합!"


단 박에 베어버리고, 그것을 신호로, 화첨모극부는 1열 횡대로 산개하며 달렸다.


"돌합속! 적잔휘! 대고! 아리보!"


사묘아리가 휘하 장수들을 불렀고,

그들은 일제히 창을 앞으로 하였다.


"진천뢰!"


사묘아리의 외침.


-진천뢰-


부하들의 후창. 붉은 안개는 더 진해지고, 그 속에서 부관들을 비롯, 화첨모극부들의 창은 불타기 시작했다.


"황제 폐하를 위하여!"


사묘아리가 불타는 창을 내질렀고,


-암반 알춘 구룬!-


부관들 또한 후창 하며 창을 휘둘렀다. 암반알춘구룬. 금나라라는 뜻의 여진어.


-화르륵-


곧게 뻗어 들어가는 불기둥들. 아지랑이가 올라오며, 대지가 끓어오른다. 백련교 본대는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었다.


허나,


백련교 교도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팔이 떨어져도, 다리가 부러져도, 온몸이 불타고 있어도, 계속 덤빈다. 다른 군대였으면, 그 모습에 전율하며 도망쳤으리라.


그러나,


사묘아리의 화첨모극부 역시, 일당백, 일당천의 병사들. 금나라의 자존심. 눈도 깜짝하지 않고, 도륙한다.


"사묘아리!"


자욱한 붉은 안개 가운데, 달빛 검광이 사묘아리의 말을 스치고, 말은 비명조차 못 지른 채, 두 동강 나서 쓰러진다. 달려오던 기세가 있어, 먼지가 자욱한데, 그 속에서 사묘아리가 화첨창을 땅에 짚으며 나타났다. 보통이라면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그는, 말이 쓰러지는 순간, 창을 지지대로 삼아, 생채기 하나 없이 무사했다.


사마신군이 웃는다.


"과연. 기세가 장난이 아니로구나. 오늘 둘 중 하나는 죽는다."


"......"


사묘아리는 대답 없이 화첨창을 내질렀고, 사마신군도 월왕구천검을 들어 막았다. 그리 생각했는 데, 창의 궤적이 이상했다. 찌르고 동시에 등뒤로 돌려, 아래를 노리고, 바로 위로 올려치고, 궤적을 따라 사방이 불타고. 밀린다. 더 강해졌다. 천조제 옆에서 그를 상대할 때보다.


"합!"


인정할 수 없었다. 다시 월광이 비추고, 그 궤도를 따라 강력한 검광이 그어진다. 밑으로, 옆으로, 위로, 아래로. 계속 그어지는 검광.


허나,


사묘아리는 그 모든 검광을 종이 한 장차이로 피하고 스치듯 다가왔다. 코가 닿을 듯한 거리까지 쇄도했고, 흠칫 놀란 사마신군은 얼른 월왕 구천검을 휘둘렀으나, 이미 늦었다. 창 끝은 그의 배를 관통했고, 사묘아리는 빠르게 창을 회수, 그대로 다시, 목을 찔렀다.


-쿵!-


사마신군은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었다. 사마신군은 분명, 더 강해졌으나, 사묘아리는 이미, 그의 격을 능가하였다. 사묘아리의 창 끝은 자비심이 없었다. 깔끔한 궤적을 그리며 횡으로 움직였고, 사마신군의 머리가 떨어졌다.


-와아아!-


그 모습을 본, 화첨모극부는 백련교도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물러서지 않았으나, 그것만으로는 이길 수 없었다.


사묘아리는 재빠르게 다른 말을 잡아타고 황궁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돌합속, 적잔휘는 나를 따르고, 대고, 아리보는 백련교를 섬멸한다!"


-옙!-


마치 자로 잰 듯, 각 부대가 일사불란하게 분리되어,

사묘아리 지시를 따른다. 사묘아리는 말에 채찍을 더해, 황궁으로 미친 듯 달렸다.


"네 놈은, 휘경인가? 흠종인가?....."


가까스로 도착한 그곳에는, 송나라 황제가 넋 나간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금나라 장수인가...... 천마가, 내 아비 휘종을 데려갔다. 무조건 항복하겠다. 그건......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아......"


무표정한 얼굴로 황제는 중얼거렸다.


자줏빛 하늘은 다시 평범한 하늘로 돌아왔고, 폐허가 된 동경개봉부는 까마귀와 시체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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