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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님의 서재입니다.

고려무신 천마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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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작품등록일 :
2024.01.04 18:39
최근연재일 :
2024.02.26 07:00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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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99
추천수 :
228
글자수 :
297,915

작성
24.01.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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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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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

DUMMY

중광전.


-딸랑-


강일용은 사방에 솟대를 세우며, 왕에게 달려갔다.


"무슨 일이 십니까? 문하시중님. 저희 부대장 명령 없이는 못 들어오십니다."


방상시 부대가 막았으나, 그는 대답대신 마력을 전개했다. 시간이 없다.


"천망!"


쏟아지는 흰 실들이 순식간에 방상시 부대원들을 묶어버리고, 천망에 얽히지 않는 자들은, 여우실로 다리를 뚫어버렸다.


"모두 흩어져!"


문하시중이 불시에 습격했으니, 우왕좌왕할 법도 하건만, 남아 있는 방상시 부대원들은 전열을 가다듬어, 대항하기 시작했다.


"진법을 펼쳐라!"


그들은, 순식간에 강일용을 둘러싸고,


"악귀를 물리쳐라, 구나!"


진법을 펼쳐 반격했다. 이쯤 되니, 초조해진 것은 강일용이었다.


"이놈들아, 비켜라. 쓸데없는 살생은 원치 않는다."


황보항이 떠올랐다. 무명을 상대로 오래 버틸 수는 없다. 죽림고회 최강인 자신도 죽을 뻔하지 않았는가. 빨리, 왕을 확보 후, 황보항으로 하여금 왕을 모시게 하고, 모든 것을 걸고 무명을 막을 계획.


허나, 그들의 검 격은 예사롭지 않았다. 벗어나려 하면 옥죄고, 싸우려 하면 물러나며, 한 명을 쓰러뜨리면, 다른 자가 그 자리를 메우니, 난감했다.


그때,


"문하시중을 따르라!"


우렁찬 소리와 함께, 응양군 병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자세히 보니, 이자겸 집에 갈 때, 자신을 보좌했던 자들이 필두로, 방상시 부대를 공격한다.


진법, 구나가 흐트러지고, 빠르게 그곳을 벗어난, 강일용은 그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방상시 부대 무력이 압도적이긴 했으나, 응양군도 악에 받쳐 덤비기에 쉽게 물리치진 못하는 양상.


아마, 최탁과 오탁을 진심으로 따르던 자들이리라.

방상시 부대원 몇몇이 쫓아왔으나, 강일용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그는, 서둘러 왕의 침소로 뛰어들어갔다.


"전하! 피하셔야 합니다. 윽. 이게 무슨 냄새."


허나, 그는 눈을 의심했다. 왕은 뿌연 연기 속에서 후궁들과 뒤엉킨 채, 멍하니 누워있었다.


약에 취한 쾌락. 이미 왕은, 온몸이 늘어져서 실없이 웃고만 있었다.


"전하!"


"하하핫! 이게 누구야? 문하시중? 왔소? 잘 왔소."


눈은 풀렸고, 입에서는 침을 흘리고 있다.


"전하!"


"왜 문하시중도 같이 즐기시겠소? 모든 건 국공이 알아서 할 거요. 와서 시나 지읍시다. 잘 짓는다면, 여기에서 함께 즐기게 해 주겠소. 하핫!"


"아...... 전하."


강일용은 자신도 모르게 한탄했다. 누군가 그의 어깨를 잡는다. 심장이 덜컥, 멎는 느낌.


"어떻게?"


어느새, 무명이 거기 있었다. 누군가의 목을 들고.


"따라 나와라. 몽환은 사람의 머리를 망가뜨리지. 자신을 잃고, 존재 목적은 오직 '몽환'이 주는 쾌락뿐이 된다. "


"어찌 이런 일이......주상께 무슨 짓거리들을 한 것이냐!"


"이미 이 나라는 끝났다."


무명은 담담하게 말했다. 강일용은 눈물을 흘리며, 인종에게 큰 절을 했다.


"만수무강하옵소서. 전하."


만수무강이라니. 이미,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 그는 멍한 눈빛의 임금을 한 번 보고, 힘없이 무명을 따라나선다.


"저따위로 만수무강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가?"


"비꼬지 마라. 흉수야. 네가 전하와 나 사이를 짐작이나 하겠느냐."


"짐작도 안된다. 천년의 친우를 팔아 구하고자 하는 필멸의 인간이라니. 큿. 큿."


-툭-


무명은 들고 있던 머리를 던졌다. 익숙한 얼굴.


"황보항......"


"너는 이미 알고 있었지? 이자가 나를 상대한다면 어찌 될지는."


"내가......친우를 버렸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아니, 틀렸다. 왕께 직접 아뢰어 피신시킨 후, 내 너를 직접 잡을 생각이었다."


"황보항이 나를 상대로 얼마나 버틸 것이라 생각했느냐. 너조차도 어찌하지 못한 나였다."


감정이 섞이지 않은, 응당 그래야 할 것이 그렇다는 듯한 음성. 강일용은 침울하게 입을 열었다.


"적어도, 내가 다시 갈 때까지는......"


"어리석은 것인지, 아니면, 정말 그리 생각한 것인지. 전자든, 후자든, 어차피 나에게 칼을 겨눈 이상, 황보항은 죽은 목숨이었어. 그리고, 너는 분명, 이 사실을 알. 고. 있었고. 큿. 큿. 큿."


"......"


무명은 대답 없는 강일용을 보다가, 허리춤에 있는, 거궐을 툭툭 치며 말했다.


"데려오너라. 네 편들을 싹싹 긁어 데려오너라. 한 명, 한 명 잡아 죽이기는 피곤하여, 지금은 살려 줄 테니, 그냥 꺼져라. 강일용. 네 오래된 친우 죽음에 대한, 작은 호의다."


무명은 황보항 머리를 다리로, 툭 치며 말했다. 강일용은 천천히 다가가, 그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뜬 눈을 감겨주며 중얼거렸다.


"미안하네......"


"큿. 큿. 큿. 큿."


웃는다. 비웃음? 알 수 없다. 강일용은 어금니가 부러질 정도로 꽉 물었다.


"나를 이대로 보낸다면, 네 말대로 죽림고회를 모아 다시 올 것이다. 아니, 세상의 강자들을 모두 모아주지. 그래서, 너를 사방으로 찢어, 거름으로 써주마."


"그래. 그러던가. 이미, 네놈들에겐 흥미를 잃었다. 너무 약해서, 신경 쓸 가치조차 없는 하찮은 것들. 솔직히, 실망했다."


무명은 흥미를 잃었다는 듯, 뒤돌았다. 문하시중은 다시 한번 어금니를 부러질 정도로 깨물며, 입을 열었다.


"이 치욕은 뼈에 새기겠다. 무명. 아니, 도올."


"평량이라고 해라. 나는 이 몸과 계약대로 움직일 뿐이니. 생각 바뀌기 전에 빨리 꺼져라. 초라한 여우 새끼......"


모든 적이 사라진 지금, 굳이 평량 이름을 숨길 필요는 없는 듯했다.


-빠드득-


강일용은 그 소리를 마지막으로 황보항 머리와 함께 사라졌다.


"빨리 계약이나 이행하고, 천마께 가야겠구나. 어차피 이 나라는 곧 망할 테니, 육체의 주인도 만족하겠지."


무명은 고개를 저으며 중광전을 나섰고, 그 뒤로 왕의 슬픈 웃음소리가 궐을 울렸다.


...

완안부. 아골타 막사.


"고려의 개성상인 함순이 왔습니다."


"잠시 대기하라."


아골타는 부하에게 말한 후, 나에게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형님을 저희 쪽 친위부대인 모극부의 말단으로 소개하겠습니다. 개성상인이 요나라와 송나라에 홍삼을 파는 데 호위무사를 요청하여, 동행하신다면, 동향을 파악하시는 데 유리할 겁니다. 물론, 고려에 대한 최신소식도 알 수 있으실 거고."


"아우나 조심하게. 요나라의 천조제는 만만한 인물이 아니니."


강한 군주. 하지만 결국 아골타에게 패배하리라.

알면서도,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에게 아골타는, 더 이상 역사책에 적힌 글 몇 자가 아니었으니.


"감사합니다 형님. 안 그래도 사묘아리에게 부대를 훈련시키라 했습니다. 형님 덕분에 화첨창을 얻어 아주 만족스러운 모양입니다."


"나야말로 고맙지. 그가 아니었으면 불타 죽을 뻔했으니."


죽음을 각오하고 나를 구한 자. 보답할 것이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형님은 제가 만들 나라의 일등 공신이십니다."


"뭐. 서로 공치사는 그만하고 이제 움직이자."


"알겠습니다. 형님. 일단 이거 받으십시오. 우리 완안부 무사의 상징입니다."


아골타는 조그만 화살촉을 건넸다. 여진어로 '암반 알춘'이라 새겨져 있다.


"우리 쪽에 협조하는 부족이나 도적들은 이 화살촉만 보여줘도 길을 비킬 것입니다."


"그렇군. 개성상인이 완안부에 들리는 이유가 있었어."


예전에 여진족과 전투 중에도 개성상인들은 완안부에 들린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들이 내는 세금과 뇌물이 크기에 벌하진 않았으나, 굳이 그러는 이유가 내심 궁금했다.


"예. 저희를 교두보 삼아서, 요, 송나라로 가는 길을 쉽게 확보한 것이지요. 그럼 상인을 부르겠습니다. 부디 몸 조심하십시오. 형님."


"그래. 아우도 조심하게나."


"예. 개성상인을 모셔라!"


막사 안으로 개성상인 함순이 들어오니 해태가 말한다.


[마스터. 짐승의 마력이 감지됩니다. 유의하십시오.]


짐승의 마력? 토템사인가.


[분석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기묘한 기운이 감도는 사내였다. 날카로운 눈빛에 푸른 도포. 상인이라기 보단 도사에 가까운 느낌.


"반갑습니다. 아골타 님. 이번에도 질 좋은 홍삼을 가져왔습니다."


"괜찮겠소? 고려와 우리는 지금 전쟁 중이오만."


"그런 걸 따지면 상인은 굶어 죽습니다. 돈에는 눈이 없는 법이지요. 하핫!"


"호탕하니 좋소. 요나라와 송나라로 향하는 도중에 도적단이 많아 호위무사를 모집 중이라 들었소. 여기 무사를 고용하시오."


"오. 완안부 족장님이 직접 추천하실 정도의 무사라니요. 감사합니다."


그가 나를 위아래로 훑는다.


"이거.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자가 아닌 듯한데...... 이만한 자가 일개 상단 호위라니요."


"싫소?"


"분에 넘치는 영광이지요. 감사합니다. 질 좋은 홍삼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아골타가 웃었다. 그리고 나는 고개를 숙였다.


[마력을 분석한 결과, 산군급 토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토템사가 상인을 하다니. 여러모로 비밀이 있는 자다.


"오늘부터 당신을 고용한 개성상인 함순이라고 합니다."


"말씀을 낮추시지요. 그냥 '척'이라고 부르십시오."


함순이 웃는다.


"하핫. 그렇게 하겠네. 척이라. 외자인가?"


"그렇습니다. 저희 부족에는 외자가 많습니다."


"그렇군. 자네는 상단의 선봉에 서는 호위무사에 배속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나는 함순을 따라 개경상인의 주둔지로 향했다.


"여기는 여진족장이 소개해 준 호위무사 '척'이다. 앞으로 잘 지내도록."


"반갑다. 상단 호위장 강진웅이다."


체구가 우람하고 얼굴에 상처가 많은 사내가 나를 반겼다.


"잘 부탁합니다. 여진족 '척'입니다."


"그래. 문제 일으키지 말거라. 네 임무는 그냥 일인분이야. 그 이상 나서는 건 바라지 않아."


"알겠습니다."


나는 그를 따라 작은 막사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세 명의 사내가 있었다.


"이번 상단길에 배속된 여진 무사야. 잘 들 지내도록."


"안녕하십니까. 여진 무사 '척'입니다."


"흐흠? 척? 누군가와 닮았구먼. 잘 부탁해. 박장속이라 하네."


수염이 긴 노인 무사가 웃으며 인사한다. 등 뒤에 매고 있는 거대한 '도'가 눈에 뜨인다.


"난. 김 환. 방해만 안 됐으면 좋겠군."


다른 무사도 인사한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무사.


"그럴리는 없을 겁니다. 기운이 범상치 않아요."


한 청년이 다가와 인사를 한다.


"전 야은 길재라고 합니다."


"아. 저놈 자꾸 호를 넣어 소개하네 재수 없게."


"아. 형. 습관이에요."


맑고 영리한 느낌. 전생에 풍문으로 들었다. 재야에 묻힌 유명한 학자라고. 그런데 상단에 있다니 상상도 못 했다.


"여기 이놈은 돈을 벌어 자신도 어려우면서 더 어려운 사람에게 나눠준다니까. 물론 검술은 형편없지만."


김 환이 그의 어깨를 두드린다.


"자. 자. 오늘은 적당히 쉬고, 내일부터 다시 상행이니 준비하거라. 척도 푹 쉬어라."


강진웅이 내 어깨를 몇 번 두드리고 나갔다. 호위대장이 나가자 노인무사 박장속과 김환이 눈을 마주치며 미소 짓는다.


"자. 신고식은 해야지. 자 따라와!"


신고식? 설마 싸움인가. 몇 대 맞아줄 의향도 있었다. 어차피 해태가 치료해 줄 테니.


박장속이 앞장서고, 김 환과 길재가 따른다. 어둑해진 거리. 그래도 여러 상단이 늦게 까지 물품을 팔고 있다.


"여기야."


상단 구석에서는 이미 술자리가 벌어져 있었다.


"우리는 주량확인부터 하거든."


김 환이 어느새 술과 잔을 들고 와 웃으며 말한다.


"어디, 여진전사의 술실력 좀 볼까."


"술 값은 많으십니까?"


"하하핫! 기세는 마음에 들었어. 내, 이번에 번 돈 다쓸 각오가 되어 있으니 술 값은 걱정 말어. 마셔. 마셔!"


박장속이 수염을 만지며 호기롭게 외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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