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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님의 서재입니다.

고려무신 천마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행운™
작품등록일 :
2024.01.04 18:39
최근연재일 :
2024.02.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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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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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28
글자수 :
297,915

작성
24.02.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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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1-2

DUMMY

연운에서, 이 틀이나 묵게 되었고, 마을 이장의 아들 적청은 나를 스승님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요나라와의 전투를 가감 없이 말해주었고, 몇 가지 검술을 알려주었다. 마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정도는 아니지만, 잠재력이 큰 사내였다.


떠날 채비를 하던 중, 꽤 많은 송나라 군사가 보인다. 단지, 감이지만 불길했다.


"준비가 끝나면 먼저 가시오. 아지."


"정원 대장군께서는?"


"적청한테 인사를 좀 하고 따라가겠소."


"그렇다면 저희도 함께 있겠습니다."


아지가 고개를 숙인다.


"아냐. 굳이 그럴 필요는 없고, 다만 천천히 이동하시오. 빨리 따라가겠소."


"알겠습니다."


그리고 적청을 만났는 데, 마을 이장과 함께 송나라 막사로 향하는 중이었다.


"장군님!"


이장이 고개를 숙이고,


"스승님! 송나라 장군, 이간이 아버지를 불러 그에게 가는 길입니다."


적청이 알은체를 한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하여, 나도 그들을 따라가기로 했다.


"어차피 금과 송은 동맹국이니, 함께 가겠소."


불안해 보이던 이장의 안색이 밝아졌다.

...


송나라의 장수, 이간.


마을 하나를 없애버리고, 두 번째 마을 어귀에 막사를 만들었다. 수틀리면, 학살하기 좋은 위치.

일단 사람을 보내, 이장에게 성의를 보이게 하였다.


"생각보다 돈 냄새가 나는 마을이군."


연운은 상업이 발달했고, 작은 마을이 아니었다. 물론, 학살하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지만.


그는, 2000여 명의 군사를 이끌고 재상인 진회의 경호를 위해 동경 개봉부로 향하는 중이었다. 진회의 오른팔이 된다면, 출세길은 보장되리라. 그런 장밋빛 꿈을 꾸고 있었다. 그것을 위해서, 전리품을 바쳐야 한다. 가는 길에 얻은 전리품들은 아직 그와 진회의 탐욕을 채우기에는 한참 모자랐다.


헌데,


"저건......"


금나라 사신단 깃발이 시야에 들어왔고, 우리와 동맹관계이지만, 상당히 거슬렸다. 마을 이장에게 물어야겠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미 심기는 불편했다.


오늘 아침에 먹은 멧돼지 고기가 질겨서?

어제저녁 잠자리가 추워서?

아님, 병사들의 발소리가 거슬려서?

아무래도 좋았다. 수틀리면, 금나라 사신단이든 마을이든 알 바 아니었다.


사신단이라면, 잘해봐야 100명 남 짓. 아니면, 그 이하. 여기는 2000명. 가지고 놀다, 죽이고, 묻어야지. 알게 뭐냐.

사실, 거슬리는 자, 거슬리는 집단을 학살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엊그제 학살한 마을이 떠올랐다.


'우리 마을은 이 음식이 다입니다요.'


가난한 마을이었고, 배고팠다. 차려온 음식은 멀건 죽과 말라비틀어진 닭요리. 칼을 꺼내자, 그 마을 이장이 몸을 떨었다.


'살려주시오......'


이런 음식을 대접하고도 살려 달라고? 화가 났다. 그래서, 마을을 전멸시켰다. 어린아이까지. 생존자는 없어야 한다. 일석이조. 복수의 씨앗을 절대 남기지 않으며, 내 군대에게 내 권위를 보여주는 데, 사람의 피와 비명. 그것만 한 것이 없었다.


"장군! 연운의 이장이 왔습니다."


"들라하라."


이 마을은 교역이 발달하고, 토지에 윤기가 있어, 세금을 잘 내는 마을. 그래서, 학살해 버리기는 아까우니, 기회를 주었다.


"음식은 됐고, 여인들을 데려와라. 20명 정도. 처녀로. 주둔하는 동안 돌려가며 품을 것이니."


"예?"


"......"


이장은 난처했다. 이간의 악명은 익히 들어 안다. 보통 돈을 상납받는 데, 여인은, 그것도 처녀를 데려오라는 것은......


"내 말이 안 들려? 뒤에 있는 놈은 뭐야?"


"제 아들놈입니다......"


이장은 눈짓을 했고, 뒤에 있던 아들이 돈이 든 궤짝을 들고 왔다.


"저희 마을에 그렇게...... 미인들이 없어서...... 이 돈의 두 배로 준비할 테니......"


이 장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눈에 광기가 있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순간, 이간의 칼이 번뜩였고, 이장 아들의 목에서 피가 흐른다.


"무슨......"


갑자기 난입한 사내가 칼을 잡지 않았다면, 이장 아들의 목은 떨어졌으리라.


"네 놈은 누구냐!"


이간 주변 송나라 병사들이 칼을 일제히 뽑았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우리는 세금을......"


아들을 잃을 뻔 한, 마을 이장은 얼굴이 붉어져 소리치고, 이 간은 콧웃음을 치며 말했다.


"이장. 이 마을도 없애버려도 돼. 백련교에 뒤집어 씌우면 되거든. 죽기 싫으면 두 번말하게 하지 마. 그나저나, 감히, 내 칼을 잡은, 저 놈에 대해 해명을 잘해야 할 거야."


이 장은 고개를 숙였고, 이 간의 칼을 잡은 자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나는 고려로 가는 금나라 사신단의 호위무사이다. 이 청년과 마을 이장에게는 호의를 입어, 인사를 하러 오던 중, 성급한 칼부림을 막았을 뿐이고."


"금나라 사신단 호위무사? 성급한 칼부림?"


이 간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래...... 일단은 동맹관계이니까. 네 놈의 일행은 몇이나 되는고?"


"20명 남 짓이다."


"20명이라, 예상보다는 훨씬 적군. 그럼 고려에 내리는 하사품은?"


"금태조께서 아끼시는 명마, 그런데 왜 묻는 거지?"


"거슬려서. 네 놈 태도가. 한낱 호위무사 주제에."


"......"


이 간은 생각했다. 금나라 호위무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역시, 쉽게 묻어버릴 수 있다. 내 비대한 몸뚱이를 버틸만한 말은, 많지 않았다.

저들이 가지고 있는 분명, 잘 빠진 준마. 그게 필요했고, 그게 저들에게 있는 것이 거슬렀다.


"스무 명이라고 했지? 도륙하고, 금태조의 명마는 내가 갖겠다. 목격자인 이장과 그 아들놈도 참수하고, 여인들은 내가 직접 보고 취하겠다.


그래서, 명령을 내렸다. 금나라 사신단을 도륙하라고. 밑에 부장들은 말렸으나, 감히 그를 막을 수는 없었다.


"장군. 저들은 금나라 사신단입니다. 큰 화가 미칠 수도 있으니......"


"너도 죽고 싶으냐?"


"......"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이 간은 부장에게 시켜, 500명을 데리고 사신단을 없애도록 지시하고, 주변 병력들에게 호위무사를 없애도록 했다.


"역시, 쓰레기였군."


"쓰레기라...... 더러운 여진족 주제에. 너 혼자 우리를 다 이기겠다고? 어처구니가 없구나."


병력 중,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비웃는다.


"나는 시체랑은 이야기 안 해."


"무슨?"


순간, 번뜩였고, 쓰러지는 것은 공격하던 송의 병사들이었다. 무엇에 당했는 지도 제대로 못 봤다.


10명의 병사들이 목에 구멍 난 채, 피를 토하며 무너진다. 마치 끈이 떨어진 꼭두각시처럼.


이 간은 몸을 떨었다. 분노? 아니 본능적 공포였다.


"이 놈이! 내 모든 병력을 데리고 와 쓸어버릴 것이야!"


자신의 감정을 애써 부정하며 소리친 그는, 그곳을 빠져나와 도망쳤다.


"장군님. 저들은 이 천명정도 된다는 데, 빨리 도망치십시오. 저희는 걱정 마시고."


"스승님. 아버지 말씀 대로 하십시오."


이 순간에도 타인을 걱정하다니. 어느 시대나 좋은 사람들은 있는 법.


"걱정 마시지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저는 금나라의 정원 대장군입니다. 저를 건드리고, 살아갈 수는 없을 겁니다."


정체를 밝혔고, 이장과 적청은 납작 엎드렸다. 정원 대장군이라면, 금나라 황제, 다음가는 최고 권력자.


"그러니 걱정 마십시오."


그는, 둘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다.

밖은 사신단을 추격하는 500명을 제외, 1500명이 포위하고 있었다.


"많이도 몰려왔군. 100명 정도 인가."


"눈깔이 삐었냐? 천 오백 명이다!"


압도적인 숫자임에도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아니, 내 눈에는 백 명이다."


"완전히 돌았군."


"나는, 우리는, 금나라 황제 아골타의 명을 받들어, 고려로 향하는 사신단이다. 그런데 죽이겠다고? 그게 의미하는 바를 아는가?"


이간은 몹시 불쾌했다. 아까의 공포가 떠올라 더욱.


이 상황에서, 오히려 호통을 친다? 파악이 안 되는가. 압도적 병력이 있는 데?


"네 놈들은, 송나라 땅을 무단으로 침입했으니, 그 준마를 내게 바치고, 사죄하거라. 그러면 혹시 아는 가? 나, 이 간이 자비와 아량을 베풀어 살려줄지."


이름을 밝혀도 상관없다. 어차피 이들은 아무도 살아 돌아가지 못한다. 절대 살려줄 생각은 없다.


"여긴 너희 땅이 아니다. 접경지역으로, 정확히는 요나라 땅이었고, 이제는 우리 땅이지. 너희보다 힘이 없다 싶으면 이리 하는 가. 백성들에게도 이렇게 하는 가."


그가 조용하게 물었고, 이 간은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어제도 한 마을을 전멸시켰지. 대접이 시원찮아서. 무슨 문제가 있는 가?"


"너구나. 너 같은 놈들 때문에 백성들이 백련교를 믿고, 그 놈들이 세를 확장하며, 천마가 강해지는 거로구나."


뜬금없는 천마? 알 수 없는 소리.


울면서 빌어도 살려줄까 말까 한 마당에, 또다시 호통을? 정신 나간 놈이구나. 다시 소리치려는 데,


그놈이 허리에서 허리띠를 풀었다. 자세히 보니,

그건 허리띠가 아니라 검이었다. 허리에 감을 만큼 탄성 있는 검이라니.


아까, 막사에서 병력들을 저걸로 쓰러뜨렸구나. 어디서 들었는 데......


그리고, 다음 광경은, 보고 있어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칼을 휘두르자, 수십 갈래로 끝이 갈라지며, 마치 터진 둑에서 물줄기가 사방으로 뿜어진 듯, 우리 병사들의 목을 뚫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으아아악!-


운 좋은 병사들만이 고함을, 대부분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기억났다. 저건 요나라 황제, 천조제의 검인, 현원검이다. 왜 저자가?


포위망은 자연스레 풀렸고, 병사들은, 맹수를 본 초식 동물처럼 뒷걸음질 쳤다.


누구 하나 나서지 못했다. 공포. 그 공포에서 가장 먼저 깨어난 것은 이 간이었다.


"뭣 들 하느냐! 우리는 1천이 넘고, 저 놈은 단 한 명이야! 잡아 죽여라!"


그의 말에 정신 차린 병사들이 달려들려는 순간,

금나라 장수가 검지 손가락을 하늘로 치켜들며, 중얼거렸다.


"천벽수."


"......"


무시무시한 살기에 모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허공에 나타난 천여 개의 창. 모두가 말문이 막혔다. 마력운용자. 그것도 상급의. 저 정도는 송나라 최고 장수라 불리는 한세충이 와야지 상대할 수 있을까?


"내 창은 천 개. 노려지면 반드시 죽는다."


압도적인 무력의 마력 운용자. 그런 자에겐 숫자가 의미가 없다. 어제 꿈자리가 사납더라니. 그걸 깨달은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병사들은 포위를 완전히 풀고 사방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으아악!"


"원망하지 마라. 너희들 업보이니."


창 하나가 병사의 가슴을 뚫었고, 그것을 신호로, 일 천 개의 창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현원검이 뱀처럼 날뛰며 우군을 도륙하니,

현실감이 없었다. 피가 솟구치고, 피 비린내가 진동한다. 단 한 명에게 이렇게......


한 바탕 학살극이 끝나고, 이 간 주변에 남은 병력은 100명 남짓. 천 명으로도 안되었는 데,

100명으로 될 리가.


"내 말이 꼭 맞지 않은가? 100명이라고. 내 첫 합이 끝나고 살아남았을 대략적인 인원을 말한 것이다. 그럼, 이제, 한 명이로구나. 너희들의 만행을 증언할, 단 한 명만 살 것이니."


"네 놈은 누구냐? 대체......"


"이번 사신단의 호위무사로 임명된, 금나라의 정원 대장군 척준경이다."


금나라 장군은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말 뜻을 비로소 이해한, 이 간을 비롯한 송나라 병사들은 겁에 질려 한 발자국도 움직 일 수 없었다.


정원 대장군이라면, 아골타 황제의 최측근이자, 금나라 병력의 전권을 가진 장군. 그 자를 공격했다는 것은, 선전포고. 한창 날카로워진 금나라 군대의 창을, 송나라는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이다.


"뭣 들 하느냐. 무릎을 꿇고, 땅에 대가리를 짓 찢으며, 너희들의 죄를 고하는 것만이 살 길이거늘."


이 간을 제외하고, 모두가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 땅에 머리를 부딪히며 울부짖는다. 명분도 저기에, 무력도 저기에. 이 간만이 피를 토하며 절규했다.


"거짓말, 거짓말이야! 정원 대장군이 왜 저기에!"


"너희들은 내가 교서를 써 줄 터이니, 이간을 데리고 금나라 황제를 뵙거라. 여기서 일어나 일을 가감 없이 말해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이제야 살 길이 보인, 송의 병사들이 이 간을 포박했고, 척준경은 아골타에게 송을 칠 명분이 있는 교서를 적어 그들에게 주었다.


"내 교서에, 황제께 아뢰어 너희들 100여 명에게 상을 주도록 하였으니, 그 상을 받고, 고향으로 내려가서 피난토록 해라. 아마, 너희들이 알고 있는 송은, 나를 건드린 시점에 없어질 테니."


허언일 수가 없었다. 금나라에서 황제를 제외한, 최고 권력자의 말이니.

게다가, 이간을 포박한 지금 시점에서, 그들이 살 길은 이것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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