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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님의 서재입니다.

고려무신 천마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행운™
작품등록일 :
2024.01.04 18:39
최근연재일 :
2024.02.26 07:00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5,189
추천수 :
228
글자수 :
297,915

작성
24.01.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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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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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3쪽

17

DUMMY

이자겸의 집.


궁궐보다 거대하다. 뇌물을 바치고자 하는 자가 끝이 없으며, 그 가족들 집들도 양옆으로 늘어져 있다.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하고, 개인 사병들이 순찰을 돈다.


"어디가 궁궐인지 모르겠군."


응양군 두 명을 데리고 이자겸의 집을 방문한 문하시중.


"이리오너라!"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하인들이 나온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어떤 외딴 별 채. 그곳에는 방상시 가면을 쓴 자가 칼을 차고 있었다.


"국공께서는 잠시 일이 있어, 제가 대신 응대하겠습니다."


방상시 부대의 장. 무명.


"무례하군. 일개 군졸주제에. 게다가 왕을 호위해야 할 네가, 어찌 이자겸 주위에 있는 가."


그때, 무명의 눈빛이 변했다.


"죽림고회, 흰 여우. 여기서 더 이야기하기 싫을 텐데."


문하시중 강일용의 낯빛이 변했다.


"무명, 네놈은 대체......"


"잠자코 따라오너라. 문하시중 강일용."


아무리 왕의 호위라지만 이 분은 조정의 큰 어른 문하시중이 아닌가. 주변 모두가 경악했다.


"이 놈이! 감히."


그를 수행하던 응양군이 검을 뽑았다.


"둘 다, 나가서 대기하라."


문하시중이 그들을 제지한다.


"허나......"


"나는 괜찮다."


"알겠습니다."


의아해하는 응양군들은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어차피, 저들도 곧, 방상시 부대 통제를 받겠지.


둘 은, 이자겸의 집, 별 채 깊은 곳까지 함께 들어갔다. 고요한 곳. 어느 순간, 무명이 말했다.


"......"


"언제까지 뜸을 들일 것이냐. 이제 정체를 드러내라."


"......"


"왜 대답이 없어. 흰여우새끼야."


-웅. 웅. 웅. 웅-


마력의 떨림. 문하시중은 미소를 지었다.


"후회할 텐데."


노인이었던 그는, 어느새 백발의 청년으로 변해있었다.


"후회라...... 큿. 큿. 큿."


무명의 웃음.


"죽여주마."


-쉬이익-


강일용의 넓은 소매에서는 흰 실이 쏟아져 나와 무명을 공격했다.


-서걱!-


"어딜!"


무명은 검은색 검, 거궐을 뽑아 흰 실들을 베었다.


-스.스.스.스.스.-


다시 사방에서 쏟아지는 흰 실들. 무명은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하나하나 베었다.


"여우야. 고작 이런 장난질로는 나를 잡을 수 없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


-딸랑-


방울 소리. 주변 풍경이 변했다.


-딸랑-


긴 나무막대기가 사방에 나타나고 그 위에는 방울이 달린, 나무로 조각된 여우 모양의 장식물이 있다.


성지. 소도.


"조잡하군."


하지만 무명은 당황하지 않는다.


"흉수야. 대체, 속셈이 뭐냐. 그 여진족 청년 몸을 차지해서 뭘 어쩌려고?"


강일용은 무명에게 천천히 다가가며 물었다.


"그냥. 계약을 했을 뿐이야."


"무슨 계약. 똑바로 말하지 않으면 죽는다. 이곳 성지에서, 절대자는 나다."


자욱한 안개가 사방을 가리고, 솟대들만 솟아있을 뿐. 마치, 새로운 공간.


"여우새끼가. 어쭙잖은 협박은. 좋아. 알려주지. 말했듯이 계약이다. 이 아이는 죽으면서 고려의 멸망을 소망했고, 나는 그걸 받기로 했다."


"고려가 멸망한다면......"


"내 계약은 끝나고, 나는 자유로워지지. 제안을 하나 하지. 못 본 척 떠나라. 그렇다면 새로 열리는 나라에서, 네 놈이 좋아하는 고고함과 고요함을 약속하지."


"내 고고함과 고요함?"


"그래. 허나, 나를 방해한다면. 여우사냥이 열리게 될 것이야. 아니. 네 놈들 죽림고회 모두 죽을 것이야."


-딸랑-


그때, 솟대에 있는 방울이 울렸다.


"무명. 너는 협박이 아니라 나에게 빌어야 했다. 그리고 나는, 우리는, 너 따위 흉수를 무서워하기엔 너무 강하지."


"과연 그럴까. 나는 사흉수 도올이야. 청룡, 백호, 현무, 주작하고 같은 급이라고. 사신수면 모를까. 단지, 오래 산 흰여우새끼가 비빌 수는 없어. 네 동료들도 마찬가지이고. 아니지, 사신수여도 날 못 이겨. 이미 백호는 나에게 져서 도망을, 주작은 내가 흡수해 버렸거든."


무명은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그러자 강일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나도 제안을 하나 하지. 나라의 멸망? 좋아. 그딴 건 먼지와도 같은 것. 달이 차면 기울고, 해도 지듯, 세상의 흥망성쇠는 당연한 일. 대세를 막을 생각은 없다."


"그래? 그럼 조용히 꺼지거라."


"하지만 전하는 가만히 두거라. 그를 슬프게 하지 말거라. 나는 그의 친우이니. 그건 내가 나설 이유가 된다."


"큿. 큿. 큿. 큿. 너 무슨 소리하는 거냐. 이미 왕은 행복해. 내가 직접 만든 '몽상'에 중독되었으니. 불행할 수가 없지."


도올을 비롯한 흉수들은 인간을 타락시켜 힘을 얻는다.


"정말 너를 죽여야겠구나. 흉수, 도올."


"나를? 네가? 수 천년 간 수 백이, 수 천이 그리하고자 했지. 헌데, 내 앞에서 그런 소리를 내뱉은 것들은 한 놈도 예외 없이 죽었다. 알고 있느냐."


"아무리 너라도 우리 죽림고회가 힘을 쓴다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세상을 유유자적 방관하는 산군급 토템사 일곱 마리. 헌데, 너희들 다 모여 덤벼도 나에게 안돼."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가."


"내가 너를 죽이기 껄끄러운 것은, 너희 찌끄래기가 무서운 게 아니라 신수들이 귀찮은 것이다."


강일용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면전에서 모욕을 받았으니.


"......"


무명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게다가 진짜 불쌍한 건, 나에게 몸을 빼앗긴 이 여진족 청년이다. 자신의 아버지는 믿고 있던 고려의 윤관에 배신당하고 가족들은 학살당했지. 그 원한과 원망의 크기는 봉인되어 있던 나를 능히 움직였으니. 그깟 왕의 괴로움 따위는 알 바 아니다."


"알았다. 무명, 아니 도올. 네게도 물러날 수 없는 이유가 명확하구나."


"계약에는 고려왕 죽음도 포함이다. 이 나라는 이미 끝이야. 내가 나선이상, 네 놈들 산군급 토템사가 아닌, 신수급을 모아 와야 막을 수 있을 것이야. 그 이후에는 천마께 갈 것이니......"


무명은 거궐을 치켜들며 말했다.


-스윽-


어느새, 그 검은 잿빛과도 같은 마력을 품고 있었다.


"말했듯이, 난 이 나라 멸망에는 관심이 없어. 아무래도 좋아. 허나, 어쨌든 너를 살려 둘 순 없지. 나에게 연락이 닿는 죽림고회들이 오고 있으니, 너는 오늘 죽는다 흉수."


강일용 주변에 백색 마력이 올라온다.


-딸랑-


맑은 종소리와 함께, 솟대들이 마구잡이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잡기술을......"


"소도. 여우실."


-스. 스. 스. 스. 스.-


솟대에서 흰 실들이 뿜어져 나와 무명을 휘감는다.


"크으윽"


무명은 온몸이 묶여 발악하지만,

그럴수록 흰 실들은 파고든다.


"소용없어."


강일용이 고개를 흔들자, 실들은 팽팽해져 무명을 옥좨다가,


"으으으아!"


-퍼석-


고깃덩어리로 만들어 버렸다. 무명이었던 것들은 바닥에 흩어져 뿌려진다. 피로 물든 흰 실들.


"이렇게 쉽게?"


강일용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럴 리가 없다.

너무 쉽다. 시체 얼굴을 확인한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런......"


이자겸에게 잡혀갔다던 김 찬이었다. 그때,


-서걱. 서걱. 서걱-


솟대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사방을 뛰어다니는 무명. 그의 등뒤로 검은 호랑이 형상이 보인다.


"이노옴!"


강일용이 서둘러 흰실을 쏘았지만, 거궐에 막혀 베어질 뿐, 번뜩거림이 보인다.


순간, 압박감에 몸이 느려졌다.


-서걱-


때문에 서둘러 피했지만, 왼팔에 치명상.


-촤아악-


"크흑!"


피가 솟구치는 부분을 실을 감아 지혈했다.


"어떻게 이런......"


이곳, 소도는 자신의 절대영역. 도올이 강한 흉수이긴 하나,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 자의 원한과 원망의 깊이를 알겠느냐. 여우 새끼야. 네가 감히 친구 운운하며 지키기엔 늦었단 말이다."


잿빛 마력이 쏟아진다. 솟대들은 대부분 썰렸고, 강일용은 오른팔로 흰 실을 내어 막았다.


-채앵!-


동시에, 모든 마력을 다해 흰실을 쏟아냈다.


"소도. 천군의 비!"


순간 남아있던 솟대들이 공중으로 빛을 쐈고, 하늘에서 흰색 비가 쏟아졌다.


아니, 빗줄기는 흰 색실.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공격.


"쓸데없이 발악은."


무명은 살짝 물러났고, 쏟아지는 흰색실은 어느새 나타난 검은색 호랑이가 그를 감싸 막았다. 흰 색실은 호랑이의 가죽은 뚫지 못했다.


허나, 움직임은 막혔다.


"그만 병풍뒤에서 향냄새나 맡거라. 흉수야!"


강일용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남은 흰실들을 무명에게 쇄도시켰다.


"천망!"


-스. 스. 스. 스. 스-


모든 실들이 휘감는다. 악한 것을 잡기 위한, 천군의 그물. 끝이다. 분명 그럴진대, 무명의 검이 번뜩였다. 잿빛으로.


"거궐. 일섬."


단 일합이었다.


웅크린 호랑이 품을 뚫고 나온 번뜩임. 남아있던 모든 소도를 베었고, 내려오는 모든 실들과 쇄도하는 실들을 베었으며, 강일용의 목까지 베이기 직전에......


-차앙!-


거대한 쇠 몽둥이를 든 거한이 그의 검을 막았다.


"응?"


새로운 솟대가 올라왔다. 솟대 끝에는 나무로 만든 소가 달려있었다.


-딸랑-


방울이 울린다.


"황보항!"


강일용이 외쳤다.


"이노옴! 감히 우리 죽림고회를 건드리다니. 여우님은 어서 가서 왕을 구출하시오. 이 놈은 내가 맡겠소."


지축을 흔드는 마력. 험상굿은 얼굴. 황색 소, 황보항. 단순 힘으로는 죽림고회 중 으뜸.


"하. 어처구니가 없군. 너희 둘 다 덤벼도 나를 못 이긴다."


무명이 거궐을 사선으로 내리며 노려봤다.


"내가 주상전하를 구해 올 터이니 조금만 버텨다오."


"빨리 다녀오시오. 내가 이 놈을 죽여버릴지도 모르니."


강일용이 사라지고, 그의 솟대들도 없어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 무명이 손을 들어 가면을 만지며 말했다.


"아. 진짜...... 열받게 하는 군. 그래. 생각이 바뀌었다. 보여주마. 진짜 공포와 어둠이 무엇인지."


"자. 오너라!"


길게 늘어진, 무명의 그림자 모양이 거대한 검은 호랑이로 변해 표효한다.



-크와와와왕!-


분노로 가득 찬 도올. 마력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더니, 입에서 검은 연기가 나온다.


"하아......"


황보항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내가? 겁에 질렸다고. 몸을 움직이고자 했으나 말을 듣지 않았다.


"흰여우, 흑 곰, 푸른 매, 붉은 늑대, 회색 뱀, 갈색 멧돼지, 황색 소. 죽림고회."


"우리를 잘 아는군."


손가락에 힘을 주었으나 움직임이 없다.


"내가 너희들을 멸하고자 했으면 이미 사라졌을 터. 허나, 세상의 균형과 이치에 어긋나기에 내버려 둔 것이다."


"이놈이......"


황보항은 혀를 깨물어 피를 내었다. 고통과 함께 몸이 움직인다.


"너희들의 소멸은 사신수 움직임을 가져올 것이니. 우리 사흉수가 모이지 않은 탓에 괜한 도발을 피한 탓도 있다."


무명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진대. 더는 그러지 않으마. 네 하찮은 도발이 내 본능을 깨웠다. 지금 내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오더라도 감내하겠다."


방상시 가면을 벗었다. 무서운 것이 그 안에 있었다. 흰 자위마저 검은색으로 물든, 두 눈.


-스. 스. 스. 스. 스.-


잿빛 마력이 무명을 휘감는다. 한 걸음, 한 걸음에 대지가 짓눌린다.


"크으으윽."


황보항은 마력에 짓눌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허나, 생명을 담보로 마력을 끌어올렸다.


"네 놈 뚝배기는 깨고 죽어야겠다. 흉수야."


-쿵-


앞발로 땅을 찍는 동시에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죽어랏."


황보항은 쇠몽둥이에 황색 마력을 담아 그대로 내리쳤다.


-퍼엉!-


허나, 쇠몽둥이는 산산조각.


"허허. 이렇게 강했던가......"


도올은 단지 가만히 노려봤을 뿐인데, 쇠몽둥이는 박살 나고 황보항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감히, 더 이상 비빌 생각조차 들지 않는 강대한 마력.


"너는 여우새끼한테 속은 거야. 왕을 구하기 위해 너를 판 거라고. 그놈은 내 진정한 힘을 아는, 몇 안 되는 자이니."


"그럴 수가......"


거궐이 번뜩였다.


-서걱-


주변에 우뚝 솟아 있던, 황보항 솟대가 모두 베어졌다. 단 일검에.


"어떻게 이런......"


-툭. 툭. 툭.-


피가 떨어진다.


"잘 가게. 천년을 살아온 어리석은 소새끼야. 친우에게 버림받아 죽어간 불쌍한 천군이여."


-툭-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목이 떨어졌다.


"이제 여섯 마리 남았군."


무명은 다시 방상시 가면을 쓰며 말했다. 죽림고회 모두는, 이제 자신을 죽이려 모일 것이다. 허나, 죽는 것은 그놈들 일터. 그러면 사신수가 움직일 것이다.


"이번에야 말로 사신수를 모두 없애야 한다. 눈치 볼 일 없도록...... 아니, 청룡은 이미, 여의주만 남았으니, 백호와 현무를 끝내야 한다. "


그는 거궐을 칼집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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