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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회귀 후 기자왕으로 인생역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유담R
작품등록일 :
2023.11.06 13:06
최근연재일 :
2023.11.23 07:00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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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
추천수 :
14
글자수 :
78,919

작성
23.11.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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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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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8화 잘익은 김치

DUMMY

8화


선배랑 사수 없이 회사생활 하는 게 얼마나 빡센지 알게 된 순간이었다.


그러나 마냥 나는 그를 곱게 봐줄 순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세태 얼굴만 보고 있으면, 목소리만 듣고 있으면! 과거의 이 때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처음 겪은 건 오래 간다고. 예전 마와리 시절 때 겪었던 트라우마가 아직도 생각난다.’


기세태에게 까이고 까여 모래가 되었던 그 시절이.


‘절대 잊을 수가 없지. 그래도 내가 두 번은 안 까인다.’


나는 결심했다. 이번생엔 까일 일도 없이 완벽하게 하겠다고.


“괜찮아 보이네? 자살 소동 벌였다가 일주일만에 제정신 찾았다가. 상태가 왔다갔다 해서 확인 차 왔더니.”

“그 땐 제가 정말 꿈을 잘못 꿨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래. 다행이다. 난 또 우리 방송국에 새로운 썰하나 생기나 했거든. 그것도 내 담당이.”


기세태는 잠깐 상상하는 듯 하다가 생각도 하기 싫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



‘야만의 시대.’ 기자들은 모두 자신이 마와리 돌던 시기를 그렇게 묘사했다.


언론 고시 통과 후 처음 수습 기자가 되면, 수습 기자는 각 경찰서를 돌며 기삿거리를 가져와야 한다. 그걸 기자 은어로 마와리라고 부른다.


“너희들은 오늘부터 마와리를 돈다. 각 경찰서 순회하고 기삿거리 가져와!”


그 한마디로 시작되는 지옥의 순례길.


방송국에 들어가 일을 시작할 때부터 수습 기자들은 정신없이 굴려지기 시작한다.

마치 이게 앞으로의 너희들 인생이라는 듯이. 싫으면 지금 관두라는 듯이.


‘이게 너희들이 탈출할 마지막 기회라는 것처럼.’


나는 회귀 전 매년 방송국으로 공채 되어 들어오는 들들 볶이기 직전의 풋풋한 수습 기자들의 얼굴들과.

이번엔 어떻게 볶아볼까? 옥수수알처럼 튀겨볼까? 팝콘에 초콜렛 뿌릴까~ 카라멜 뿌릴까? 고민하는 듯한 표정의 1진 기자들을 보며 불쌍하다고 생각했었다.


하루에 3시간 씩 자며 배정된 지역의 경찰서들을 하루 종일 돌면서, 자지도 씻지도 못한 채로, 우리에게 전혀 호의적이지 않은 경찰들에게 소스를 물어와야 하는 것이니까.


아니나 다를까 밤이 되기도 전에 곡소리는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번주...... 하루 3시간 밖에 못 잤다.”

“난 2시간......”

“배고파.......”


훌쩍 훌쩍.


사회초년생 수습 기자들은 동글동글 감자 같은 표정을 하고 경찰서 벽에 쪼르르 앉아 말했다.


춥고, 배고프고, 덥고, 못 씻고, 못 자고. 이런 고생을 할 거라고 소문을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겪는 건 전혀 다른 일일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슬픈 건, 고생에 비해 결과가 좋지도 않단 것이다.’


수습 기자들은 저마다 가진 기자 수첩을 손으로 조물거리며 넘겼다.

그러나 한 장 한 장 넘겨도 악성 낙서 뿐, 거기에 선배에게 보고할 만한 내용은 하나도 들어있지 않았다.


“저번 보고도 하나도 못해서 오늘은 한 마디라도 해야 하는데......”

“나두...... 선배이 이번에도 아무것도 못 가져올 거면 기자 때려치래. 나처럼 재능 없는 애 처음 본데.......”

“나도 그렇게 기자할 거면 월급만 타가고 아무것도 못하는 기자나 될 거라고. 사표 쓰는 게 더 이 세상에 도움이 될 거래.”


막 캐내진 알토란 감자 같은 신입들에게 형사들은 단 하나의 기삿거리도 들려주지 않았다.


그게 이어지자, 이제는 매일 새벽만 되면 핸드폰을 뚫고 나오는 선배의 빡친 샤우팅이 경찰서 안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다.


그 샤우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수습들은 없었다.


그들은 진짜 감자 마냥 이리 구르고 저리 굴렀다.


“그런데 쟤는 누구야?”


그런 수습들이 가리키는 손끝에는 내가 있었다.


윗층 샤워실에서 개운하게 씻고 흰색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며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나.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지는 휴게실 안에서 낮잠 자다가 냉장고에서 음료수도 하나 뽑아 들고 쪽쪽 빨았다.


때마침 경찰서장이 경찰서 로비로 들어오다가 계단에서 내려오는 나와 마주쳤다.


무표정하던 서장이 순간 나를 발견하자마자 표정이 환해졌다.


“정 기자님! 경찰서 생활은 나쁘지 않으시고요?”


경찰서의 대빵, 경찰서장님이 나를 좋아하신다.


자고로 조직 대빵의 사랑이란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 수록 높아만 지는 법이다.


나는 엄지를 치켜 세우며 그에게 말했다.


“네 서장님. 다들 친절하시고 경찰서 생활은 너무 행복합니다. 역시 서울 최고의 경찰서! 범재구 경찰서!”


경찰서장이 나를 좋아하는 이유는 얼마 전 강도 사건 때문이었다.


강도들은 서울 내부에서 지역을 옮겨가며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두 관할서가 같이 붙게 되었다.


청아 경찰서와 범재 경찰서.


그런데 청아 서장은 범재 서장이 정말 싫어하는 상대였다.

말 들어보니 옛날 신입 시절부터 악연이라나 뭐라나.


‘저들도 저들의 역사가 있었겠지.’


아무튼 라이벌 관계에서 나는 어부지리 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범재 경찰서장의 입장에선 내가 떡하니 나타나 갑자기 신고를 해주고, 범인도 잡아주었다.


“오늘 기사는 다 쓰셨고요?”


무엇보다 기사도 썼다.


기자의 신고로 잡았다며, 경찰들의 무능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범재구 경찰서가 범인을 잡았다는 내용으로.


‘튀기 싫으니까.’


그리고 그건 범재 경찰서의 무능이라 보기도 어려운 사건이었다.


‘경찰이 신도 아니고 갑자기 남쪽에서 놀던 범인들이 북부로 와서 딱 사고칠 줄 알았겠냐고.’


그리고 기자의 신고로 잡았다고 하면 여기 있는 수습 기자들이 당장 나를 취재하려고 할 거다.

그건 나도 사양이었기 때문에 굳이 기사로 쓰지 않았다.


경찰서장의 사랑 덕분에 나는 다른 기자들과 다르게 형사들의 숙직실을 이용할 수 있었고, 경찰서 내부의 샤워실과 휴게실도 눈치 보지 않고 이용할 수 있었다.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방 소파에 두 다리 쭉 뻗고 앉아, 냉장고에 든 쨍한 음료수가 공짜인 삶이었다.


“저기 위에 경찰들 휴게실 써도 되요. 가끔 출입처 다 차면 위에 형사들 잠자는 곳에서 샤워도 하고 잠도 자고 해도 되고~”

“네 감사합니다~ 하하!”

“그래요 정기자님, 경찰서가 내 집이다~ 편하게 있어요~”


경찰서 최고 권력자가 편의를 봐주자 삶이 윤택해졌다.


지난 삶과는 완전히 다른 꿀먹는 마와리 생활.


더불어 형사들도 자기들 상급자들이 좋아하는 데다가, 그렇다고 오만하지도 않고 싹싹한 나에게 기삿거리 한 국자라도 더 내밀어 주었다.


매 시간 기세태에게 쌓이는 보고의 질은 당연히 좋아질 수밖에.


기세태은 내가 넘긴 보고를 받더니 오늘도 말했다.


[잘했다.]


처음에는 의외라는 듯이 말하다가 요즘은 일상이라는 듯이 인정해주었다.


모든 것이 수월했다.


이 평화가 너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



매일 회의실에서는 오늘 9시 뉴스에 어떤 기사를 보도할지 회의하는 회의 시간이 열린다.


일반 기자들 없이 각 부의 최고참들이 나서서 오늘의 뉴스를 정하는 것이었다.

사회부장, 경제부장, 국제부장, 정치부장, 각 부서의 부장들이 양쪽으로 쭉 앉아 있고, 국장이 상석에 앉아 회의를 시작했다.


일반 기자는 회의 참석을 안하기에 기세태는 근처에서 맴돌았다.


기세태는 현재 살짝 긴장한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오늘 다른 기세태이라면 하지 않을 짓을 하나 했기 때문이었다.


정도운이 올린 기사 두 개. 둘 다 강도 사건에서 파생되었지만 다르다.

하나는 강도 범죄에 대한 것이고, 하나는 안전지대 외곽에 있는 피해자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보통 수습이 보고 올리고 아이템이 좋으면 다른 1진 이진 기자들에게 넘긴다.

그런데 이건...


‘그냥 킬하기엔 기사가 좋아.’


정도운은 기사를 잘 썼다.


범죄 관련 기사는 깔끔하게 과거 사건, 현재 상황, 피해 상황 등 사실에 기반해서 깔끔하게 썼다.


기세태의 시선으로 보기엔 쓸만했다.


“흠.......”


‘이런 기사가 안 나가면 그건 너무 아깝지!’


그리고 잠깐의 실수였을지도 충동이었을지도 모른다.


“...에잇! 데스크로 올려버려!”


그렇게 외친 기세태는 눈을 질끈 감고 모니터의 ‘보냄’ 버튼을 눌렀다!


그는 누구에게인지 모를 외침을 햇다.


“인생 뭐 있냐! 사고 치면서 사는 거지!”


그렇게 기세태는 수습 기자 정도운의 기사를 아홉시 데스크 회의장으로 넘겨버렸다.



***



서울에서 가장 큰 종합 병원.

그곳의 vip실에서 쉬고 있던 해커 도하리는 드디어 퇴실했다.


“드디어 집에 간다.”


강도에게 죽을 뻔하고 심신미약으로 병원에 실려와 오늘까지 절대 안정 처방을 받던 그녀였다.

침대에 반쯤 강제로 누워, 그동안 움직일 수 있는 거라곤 손가락 뿐이었다.


그 손가락으로 컴퓨터를 두드린 해커 도하리는 꽤 많은 정보를 수집했다.


그 안에는 새로운 거주지도 있었다. 그 재개발 동네에선 집을 뺐기 때문이다.

이젠 집정리도 되었고 그녀는 슬슬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설마 재개발 동네에 숨어 있던 찰나에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숨었다가 오히려 다른 강도들에게 죽을 뻔한 걸 생각하면 아직도 기가 막혔다.

정말 그 때 그 남자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죽었을 것이다.


“bbe정도운 기자라고?”


수습이라 그런가 아직 정도운은 티비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해커 도하리에게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도하리는 정도운의 사진을 보며 생각했다.


물론 아직도 이상한 건 있었다. 기자가 왜 경찰보다 먼저 도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정이야 어쨌든 날 살려준 사람이야.”


도하리는 생명의 은인에게 줄 선물을 생각했다.

도중 ‘수습 기자들은 마와리 때 밥도 잘 못 먹고 힘들다.’ 라는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선물 종류는 정해졌다.


“환자분~ 교수님이 이제 퇴원하셔도 된데요~”

“네.”


퇴원 후 그녀는 곧바로 양 손 가득 삼계탕을 든 배달 기사 다섯 명과 함께 정도운이 있는 범재 경찰서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피해자인 그녀의 조사를 위해 병원에 몇 번 오간 경찰이 그녀를 알아보고 인사했다.


“어? 도하리 씨. 이제 괜찮으세요?”

“네 오늘 퇴원했어요. 혹시 여기 기자분들 계신 곳이 어딘가요?”

“기자들은 저쪽에서 주로 있습니다.”

“감사해요.”


도하리는 자신의 손에 들린 포장 음식들을 바라보는 경찰에게 싱긋 웃으며 말해줬다.


“다른 배달 기사님들도 오실 거예요. 뭘 좋아하실지 몰라서 종류별로 다 준비했어요. 치킨, 피자, 짜장면, 삼계탕까지요.”


지금 그녀의 뒤에 있는 배달 기사들이 가진 건 기자들 줄 삼계탕이다.

그리고 기자들 것만 챙기기 뭐해서 형사들 것도 추가 배달 시켜놨다.


“십 분이면 배달 더 올 거예요.”

“감사합니다!”


이건 넘보지 말란 뜻도 되었지만 경찰은 딱히 상관 없어 보였다.

그저 맛있는 음식이 좋을 뿐.


그리고 플렉스한 그녀의 뒤로는 햇빛에 반짝거리는 고급 세단이 서 있었다.


저 멀리 정도운이 걸어왔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정도운이 그녀의 얼굴을 알아보고 인사를 해 왔다.


“어? 안녕하세요. 몸은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그 때 구해주신 거 감사해서 먹을 것 좀 챙겨왔어요.”


기자들 마와리하면 고생한다더니. 저 남자는 생각보다 더 번쩍번쩍한 얼굴이었다.

마치 이 경찰서를 자기 집처럼 쓰는 사람 마냥, 푹신한 소파에서 자다 나온 것 같은 얼굴이랄까?


도하리가 예상했던 모습보다 그의 모습이 멀쩡해서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하리가 말했다.


“당신을 보니까 심장이 뛰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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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투자 23.11.22 21 0 11쪽
13 13화 마와리 끝 23.11.20 29 0 12쪽
12 12화 마와리 끝 23.11.19 33 1 11쪽
11 11화 마와리 끝 23.11.18 34 1 11쪽
10 10화 잘익은 김치 23.11.17 37 1 11쪽
9 9화 잘익은 김치 23.11.16 38 1 12쪽
» 8화 잘익은 김치 23.11.15 41 1 12쪽
7 7화 잘익은 김치 23.11.14 42 1 12쪽
6 6화 잘익은 김치 23.11.13 43 2 12쪽
5 5화 역전의 시작 23.11.12 49 1 12쪽
4 4화 역전의 시작 23.11.11 53 1 11쪽
3 3화 내가 다시 신입? 23.11.10 53 1 11쪽
2 2화 내가 다시 신입? 23.11.08 57 2 12쪽
1 1화 내가 다시 신입? 23.11.08 6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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