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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기자왕으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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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담R
작품등록일 :
2023.11.06 13:06
최근연재일 :
2023.11.23 07: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606
추천수 :
14
글자수 :
78,919

작성
23.11.14 07:00
조회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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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7화 잘익은 김치

DUMMY

7화


“아니요. 그게 아니고요.”

[“썩은 무인 줄 알았는데...?”]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선배님!!”

[“하렴.”]


나는 준비해 뒀던 변명을 그에게 했다.


“티비에서 청아동 강도 사건이 나오길래 문득 궁금해 졌습니다. 아 우리나라의 치안은 정말 공평할까?”

[“치안? 공평?”]

“사건 일어난 곳 주변에 제가 자주 가는 식당이 있거든요. 동네 인기 식당이라 동네 주민들이 많이 오시는데요. 최근 근처에서 도둑이 든 사건이 많았다더라고요.”

[“그런데?”]

“문득 궁금했어요. 왜 어느 동네는 도둑 들면 기사가 나고, 어느 동네는 도둑이 아무리 들어도 기사가 안 나는지.”

[.......]


이건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다.

내가 과거에 정말로 이 사건을 계기로 추가 취재를 했었기 때문이다.


‘그 땐 이미 이 사건이 좀 지난 뒤라 기사는 안 났었지만.’


“내가 사는 동네는 도둑이 들면 기사가 나는 동네일까? 뭐 그런 것들?”


그런데 기세태가 조용했다.


“선배님? 선배님?”

[어 그래. 그래서 거기서 추가 취재를 하다가 우연히 목격자가 되어버렸다 뭐 그거야?]

“네 맞습니다.”


변명은 여기가 한계다.

이 이상 어떻게 변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차라리 정신 없게 만들어서 더 안 물어보게 해야겠어.’


“메일로 사진이랑 내용 다 보냈고요. 인터뷰도 형사님 잘 설득해서 해볼게요. 그리고 저 복귀해도 되나요? 이제 정신 돌아온 것 같거든요.”

[“진짜 컨디션 괜찮아?”]


나는 우렁차게 답했다.


“네! 괜찮습니다!”


수습 3개월이 끝나면 정식 기자로 발령이 난다. 정식기자가 될 때, 나의 부서도 결정된다.


‘이번엔 사회부로 간다.’


원래 나는 이 때 경제부로 발령이 났었다.

이후 사회부는 꽤 시간이 지나서야 갈 수 있었지.


어디나 그렇듯 한 번 들어간 초기 경력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부서를 나누는 방법은 회사마다 다르다.

그런데 여긴 윗선에서 자기 마음대로 수습기자의 부서를 나눴다.


‘다만 딱 하나, 과거에도 한참 나중에야 알게 된 건데, 선배가 실적 좋은 애한테는 미리 물어봤었다고 했어.’


그러니 사회부로 방법은 딱 하나다.

직속 선배 기세태의 눈에 들면 된다.


[“그럼 복귀해.”]

“네! 알겠습니다!”

[“조용히 말해. 귀 아파.”]

“네 알겠습니다.”


나는 곧바로 조용히 말했다.


‘그래도 나를 평범한 후배처럼 대해줘서 다행이군. 이호진처럼 그랬다간-.’


나는 분명 뜨겁게 달군 솥 위의 오글거리는 오징어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화를 끊기 직전 나는 기세태가 중얼거리는 말을 들어버렸다.


[“썩은 무인 줄 알았는데... 잘 익은 김치였던 건가...?”]


뚝.

통화가 끝겼다.


“.......”


아무래도 불판 위의 오징어가 되어버린 것 같다.



***



한편 정도운의 메일을 받은 기세태는 메일을 확인하는 중이었다.


마우스의 스크롤을 쭈욱 내릴 때마다 그는 생각했다.


‘이놈 뭐지?’


보통 수습이라면 사건의 진실과 가정, 예측,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보고는 깔끔하기 그지 없었다.


“기자 몇 년은 한 인간처럼 깔끔하단 말이야...?”


사실 기세태는 재능있는 후배만 보면 어떻게든 일을 시키고 싶어 안달 난 변태였다.

본인은 절대 인정하지 않겠지만.


‘깔끔해서 내가 더 손댈 곳도 없네. 추가 취재도 할만한 요소도 딱히 안 보이고.’


“썩은 무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잘 익은 김치였던 걸까?”


기세태는 올라온 보고를 그대로 데스크로 올렸다.

수습의 기사를 데스크로 그대로 올린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마음 속으로 기세태는 정도운에 대한 평가를 심신미약 후배를 꽤나 싹수있는 후배로 변경했다.


곧이더 데스크에서 기사 통과가 났다.

사회부장에게 전화를 받은 기세태는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며 전화를 받았다.


“네 부장님.”

[“어 기사 봤다. 큰일 터지지 않는 이상 이 기사는 아홉 시 뉴스로 후속 보도 처리될 거야. 그런데 경찰서로 취재 나갈 1진이나 2진 기자가 있나?”]


기자가 마이크 들고 방송을 해야 하기 때문에 1진이나 2진 기자가 가야 한다고 사회부장은 생각했다.

더불어 사회부장은 차마 이 완벽한 보고 기사가 수습이 쓴 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탓도 있었다.


‘흠... 어쩔까?’


기세태는 이 기사가 수습이 올린 기사라는 걸 말할지 말지 순간 고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습이 뉴스 보도를 하는 일은 없었다.

정보 수집도 제대로 못하는 수습들.

당연히 기사를 쓸 줄 아는 글빨도, 보도를 할 목소리도 당연히 준비되지 않은 게 당연했다.


그건 보도국이 나타나고, 아니 예전 신문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사실이었다.


‘규격 외 신입이 들어와서 나한테 고민을 주네.’


하지만 기세태는 정도운이란 존재 하나 때문에 이제까지 이어져 오던 세상의 규칙을 깰 생각은 없었다.


기세태는 머릿속으로 다른 사회부 기자들을 훝었다.

일단 생각나는 사람 중엔 시간 나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취재한다고 바쁘지 않아?”]


다들 바빴다.

지금 시간 나는 기자가...


“있어요. 시간 나는 기자.”

[“누구?”]

“제가 갈게요.”


기세태는 직접 그 규격 외 신입을 만나러 가기로 결심했다.


“안 그래도 새로 온 수습, 정신 상태 괜찮은지 살펴야 할 것 같아요.”

[“아 이 사건이 그 경찰서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다던 그 수습이 물어온 사건이야?”]


사회부장도 그 기자에 대한 소문은 들은 참이었다.

자고로 소문에 익숙하고 심지어 그걸 다루는 집단의 소속장이 아니던가?


“누가 기자 바닥 아니랄까 봐 참~ 소문 빠르네요.”

[“그런데 왜 네가 거기까지 직접 가겠다는 거야? 차라리 어느 2진 기사를 네가 쓰고, 그 2진을 경찰서로 보내지.”]

“아니에요, 직접 갈게요. 안 그래도 궁금했거든요.”


그 말에 사회부장이 잠시 멈칫했다. 기세태가 재능있는 후배만 보면 어떻게든 일을 시키고 싶어 안달 난 변태 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부하직원이 궁금해졌다...? 기세태 너가?”]

“일주일 전엔 자살 소동을 벌이더니, 이젠 또 기사를 물어다 오네요. 정체가 뭘까요?”


기세태의 질문에 사회부장은 너털너털 웃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부장이 지금 부장실의 그 푹신한 의자에 눕듯이 앉아 있는 풍경을 눈에 훤히 그릴 수 있었다.

아마 한 손으로는 풍만한 배를 토닥이며 다른 손으론 커피를 마시고 있겠지.


[“재밌잖아. 잠수 탄 놈, 화내는 놈, 우는 놈, 부모님이 대신 전화하는 놈. 그런데 이젠 하다하다 자살소동 벌이는 놈도 생기다니.”]

“자살소동이 아니라 착각이었데요.”

[“그래 그렇다고 하자.”]

“어쨌든 이제 고소장만 받으면 될 것 같긴 하네요. 앞으론 수습한테 고소 당하는 선배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 말에 사회부장은 말도 안된다는 듯이 웃었다.


[“하하하! 우리가 고소 당할 일이 뭐가 있어?”]

“가령 주당 근무시간 안 지켰다고 그럴 수도 있죠.”

[“말도 안되는 소리. 어떻게 기자가 근로시간을 지키면서 일하냐?”]

“그런 말 하면 앞으로는 욕 먹을 걸요?”

[......]


사회부장은 잠시 기세태의 말에 생각하는 듯 하더니 그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무튼 요즘 젊은 것들은...”]


철이 없고 책임감이 없고 뭐 그렇단 소리였다.

사람 생각은 2000년대 초반도 다 똑같았다.


‘하지만 사회 부조리를 파헤치는 기자가 가장 먼저 법을 어기는 것도 좀 그렇지 않나?’


기세태는 생각했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다.


사회부장은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기세태는 마지막으로 그의 혼잣말을 분명히 들었다.


[“나도 늙었나? 세상 생각 따라가기 참 힘들다~ 이제 은퇴해야 하나?”]


은퇴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회부장에겐 고민이 하나 있었다.


[“에휴 그럼 이 자리는 누구한테 주나?”]



***



정도운은 형사 강오복의 요청에 따라 간단한 조사를 받았다.


어디서 뭐하다 신고를 하게 된 것인지 나는 대답했다. 기세태 선배에게 보고했던 것과 똑같았다.


경찰은 그게 말이 되냐는 표정임과 동시에 그럴 수도 있겠단 표정을 애매하게 지었다.


“그게 말이 돼요?”

“말이 안될 부분이 무엇인지 말씀해주시면 최대한 잘 설명해 보겠습니다.”

“......아니 또 말이 안 되진 않죠?”

“그러니까요.”

“그러네요?”

“그렇죠.”


별다른 증거가 없던 경찰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조사를 마저 작성했다.


조사 협조는 간단했다.



***



경찰서는 취재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관심을 뜨겁게 받고 있던 사건의 범인을 다른 곳이 아닌 이곳 범재 경찰서에서 잡았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터지는 플래쉬와 기자들이 몰려든 정문은 발 디딜 곳 하나 없었다.


계속되는 기자들의 질문에 경찰서장이 우쭐해서 답변했다.


“에이~ 강동 강서 강북 강남 다 못 잡은 골치아픈 강도를! 그렇게 흉악한 강도를! 저희 경찰서에서 잡았다니까요? 하하하!”


서장님은 기자들의 플래쉬 세레가 처음이었다.

떨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반대였다.


‘엄청 좋아하시는데?’


서장은 연예인 체질인지 위축되지도 않고 신나서 목소리가 커졌다.


뒤에 있는 다른 경찰들은 혹시나 내 상사가 말실수를 할까 봐 꽤나 초조해 보였지만.


기자들이 질문했다.


“왜 다른 곳은 다 범인을 못 잡고 여기서 잡죠? 다른 경찰서들이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빨리 범인을 검거하게 된 건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그러자 서장은 손사레를 치며 말했다.


“에이 무슨 말씀을~ 아 물론 저희 관할서가 잡긴 했습니다. 하지만 다 앞에서 닦아 두신 게 있으니 저희도 수월하게 범인 잡은 게 아니겠어요? 범인 잡는 게 하나도 안 어려웠어요! 하하하하하!”


뒤에 서있던 형사 과장님이 툭툭 그를 쳤다. 그제야 서장은 정신이 돌아온 듯 목을 가다듬으며 진지하게 인터뷰에 나섰다.


다행히 그 뒤부터는 티비에 나갈 수 있는 인터뷰가 이어졌다.


정도운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곳에 있는 기자와 형사들 중 안심한 사람 꽤나 있을 거라고.


기자회견이 끝난 후, 모두가 각자의 자리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나도 기자회견장에서 나가 다른 경찰서로 옮겨 가려던 때였다.


누군가 뒤에서 내 어깨를 툭툭 쳤다.


뒤를 돌아보자 다른 누구도 아닌 기세태 선배가 안경을 쓰고 서있었다.


나도 모르게 외쳐버렸다.


“아이 깜짝이야! ...죄송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서있어서 그만.”


화들짝 놀랐지만 다행히 금방 침착하게 답했다.


“경찰서 앞 카페로.”

“카페요?”


마와리 돌 땐 경찰서에서 벗어나지 말고 딴길로 세지 말라고 가르친 사람이 갑자기 카페?


정말 카페 가나? 그러나 곧 그가 말한 카페가 어디인지 나는 깨달았다.


‘이럴 줄 알았다.’


기세태가 말한 카페는 경찰서 앞 커피 자판기였다.


“음... 역시 이 향기는 잊을 수가 없지.”


‘마와리 시절을 추억하고 있는 건가?’


그럴 리가 없었다. 기세태가 씹어뱉듯 말했다.


“그 지옥 같던 ‘개’마와리 시절.”

“........”


한국인이 단어 앞에 ‘개’자 붙이면 정말 뭐 같았다는 거다.


“차라리 군대 다시 가라면 가지. ......아니야 군대도 개 같아.”

“........”


나는 그가 왜 나를 찾았는지 궁금했다.


“딱히 뭘 말하려고 온 건 아니고. 그냥 네 상태 보러 온 거야.”

“네.”


나는 원래 생에서 그를 봤던 것보다는 긴장을 풀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자 생활 하면서 익숙해진 선배이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처럼 신입인 시절, 기세태는 꽤나 힘있는 기자였지. 하지만 얼마 안가 서서히 입지가 약해지기 시작했어.’


그 때가 언제부터였더라? 나는 정확히 그 때를 기억했다.

기세태가 약해지고, 지방으로 유배당하듯 가버렸던 시점을.


‘그건 분명 기세태의 선배라 불리던 사회부장이 은퇴를 했던 때였다.’


지금의 사회부장이 은퇴한 후, 다음의 사회부장은 원래 기세태가 될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정치력에서 밀린 기세태는 결국 사회부장이 되지 못했고, 다른 사람이 사회부장이 되었다.


그리고 그 때부터 기세태의 내리막길은 시작됐었지.


‘끈 떨어진 나도 혼자 버티느라 힘들었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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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투자 23.11.22 2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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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마와리 끝 23.11.18 33 1 11쪽
10 10화 잘익은 김치 23.11.17 36 1 11쪽
9 9화 잘익은 김치 23.11.16 38 1 12쪽
8 8화 잘익은 김치 23.11.15 41 1 12쪽
» 7화 잘익은 김치 23.11.14 42 1 12쪽
6 6화 잘익은 김치 23.11.13 42 2 12쪽
5 5화 역전의 시작 23.11.12 48 1 12쪽
4 4화 역전의 시작 23.11.11 52 1 11쪽
3 3화 내가 다시 신입? 23.11.10 52 1 11쪽
2 2화 내가 다시 신입? 23.11.08 56 2 12쪽
1 1화 내가 다시 신입? 23.11.08 6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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