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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회귀 후 기자왕으로 인생역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유담R
작품등록일 :
2023.11.06 13:06
최근연재일 :
2023.11.23 07: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611
추천수 :
14
글자수 :
78,919

작성
23.11.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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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화 내가 다시 신입?

DUMMY

3화


“너랑 내가 어떻게 똑같을 수가 있냐고? 그건 말이 안 되잖아!”


거울은 없지만, 지금 내가 소리치는 박악대를 요상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는 건 확실했다.


“너 신분제 속에서 사냐? 너랑 나랑 뭐가 그렇게 다른데?”


가까이 다가가니 키가 달랐다.

내가 더 컸다.


“......너 원래 이렇게 작았어?”

“야!”

“아 미안.”


고등학생 까지는 박악대가 나보다 더 키가 컸다. 그런데 지금 보니 나보다 한 뼘은 더 작아져 있어서 내가 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박악대는 세월 속에 변한 나와의 관계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 때 옆에서 우리 둘의 만남을 지켜보고만 있던 이호진이 말했다.


“정도운, 더 상대하지 말고 집에 가서 쉬어.”


이호진은 나와 박악대의 대화를 쭉 듣다가 더는 참을 수 없는지 말을 얹은 것이었다. 이호진은 박악대를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말했다.


“듣다 듣다 보니 아주 개판이구만? KSK 수준이 이 정도인가?”

“KSK 수준은 너네 BBE보다 확연히 뛰어난 수준이지.”


박악대도 지지 않고 말했다.


“아닌 거 같은데?”

“쟤가 가만히 있는데 너야 말로 왜 지랄이야?”

“뭐? 지랄? 지금 나한테 비속어 쓴 거야?”

“비속어는 무슨. 기자라고 언어도 국어표준어 쓰려고 하는 건가, 오글거리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10년이나 지났는데 저 표정 말투는 똑같은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박악대가 놓친 거라면, 박악대와 정도운은 이제 방송국이 다르다는 것.


아무리 박악대가 날고 기는 언론 집안이고, 아버지가 KSK 보도국장이라도.

할아버지가 KSK 재단이라고 해서,

방송국이 다른 이상 정도운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박악대 아무튼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다.”

“뭐, 뭐?”

“당분간 계속 볼 거잖아 우리. 적당히 하자. 주위에 보는 눈도 많은데.”


내 말에 박악대는 주위를 힐끔거렸다. 경찰들이 슬쩍 이쪽을 보고 왔다갔다 했다.

박악대는 그제야 자세를 바로 하고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러게 왜 기자가 되가지고는. 또 내 눈앞에 나타나?”

“찔리는 거 있냐?”

“뭐? 내가 뭘?!”


내 질문에 박악대는 펄쩍 뛰었다.


“찔리는 거 없으면 그냥 살면 되지 왜 계속 시비를 못 걸어서 안달이야? 이런다고 네가 나를 쫓아낼 수 있을 리도 없잖아. 어차피 방송국도 다른데.”

“......”

“아니면 왜? 내가 고등학교 때 있던 일을 이제 와서 말하고 다닐까봐 걱정이라도 돼?”

“!”


내 질문에 그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나는 그의 행동에 내 말이 정답임을 깨달았다.


누가 들을까 두렵기라도 한 듯, 박악대가 이를 악물고 목소리를 낮추며 씹어뱉듯 말했다.


“......닥쳐.”

“그 때 이야기 할 생각 없어. 설사 내가 말하고 다닌다 하더라도 보도국장 아들이 방송국에서 잘리기라도 하겠어? 왜 무서워 해?”

“뭐? 하! 내가 왜 널 무서워 해?”

“역시 그렇지? 부들부들 떨길래 착각했네.”


나는 박악대를 두고 이호진에게 손을 흔들었다. 박악대 이 놈에겐 인사도 사치니까.


“이호진 그럼 난 갈게. 수고하고, 시비 거는 애는 상대하지 마. 괜히 문제 생길라.”

“알았어. 가라~”


등 뒤로 무시를 받아 부들부들 떠는 박악대가 보였지만 무시했다.


‘뭘 부들부들 떠는 게 아니야? 떨고 있구만.’


방송국도 다르니 어차피 저놈 얼굴 보는 건 수습 기자 시절이면 끝난다. 그 이후로는 얼마나 마주칠까 싶다.


“그래도 같은 방송국이 아니라서 다행이지.”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정확히는 20년 전에 살던 집으로 돌아왔다.


“나 20년 전엔 그래도 멀쩡한 곳에서 살았네?”


원래 내가 살던 곳은 허름하고 곰팡이가 있는 반지하였다.


그에 비해 눈앞에 보이는 건 깔끔한 집.


‘대체 20년 간 내 인생은 얼마나 꼬라박았던 것일까.’


새삼 이렇게 보니 망한 게 더 마음에 와닿았다.


여긴 원래 내 집처럼 더럽지도 어둡지도 않았다.


해가 잘 들어왔고 깔끔했고, 냉장고엔 냉동 식품이 아니라 진짜 반찬이 들어 있었다.


나는 돌아온 것이다.

내 인생이 아직 망가지지 않았던,


아니 모든 것을 어쩌면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과거로.


‘말도 안돼.’


그 와중에도 말도 안된다는 생각은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지만.



***



“강제 휴가 일주일 동안 뭘 할까?”


고민하다가 나는 우선 건강부터 챙기기로 했다. 지금은 경찰서 생활로 몸이 허약해져 있었다.


“뭐든 체력이 받쳐줘야 하는 거야.”


내가 어쩌다가 죽었는지 아직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힘이 조금 남아 있어서 산에서 달리기만 잘했다면, 혹은 싸움을 잘해서 단 한 번의 빈틈을 가졌다면. 결말은 달라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


“자고로 다른 건 다 몰라도 운동은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는 거라 했다. 취미로 운동도 더 해야겠다.”


생각보다 더 거칠고 안하무인으로 나오니 나도 대책을 세워야 했다.


‘하지만 어떤 걸?’


고민하던 나는 그들에게 단 한 번의 일격을 가했던 것을 회상했다.


“역시 가장 잘하는 게 좋겠지?”


나는 곧바로 체육관으로 향했다.


어느 상가의 체육관. 올려다 본 건물이 낯설고도 그리웠다.


“수습만 끝나면 지금보다는 시간이 나니까 주짓수라도 배워야 겠어.”


하지만 지금은. 나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렸다.


주짓수 학원 옆에 있는 펜싱 학원.

배우는 사람은 별로 없어서 파리만 날리지만, 가르치는 선생의 실력은 꽤나 뛰어나다.


내가 죽기 전 그 놈에게 일격을 가했던 게 그 증거다.


“안녕하세요. 학원 등록하러 왔는데요~”


딸랑이는 벨소리와 함께 나는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다.


파리만 날리던 체육관 안.

사무실 안에서 선풍기를 돌리며 티비나 보고 있던, 펜싱 선생이 내 목소리에 뛰어나왔다.


“엉? 젊은 청년이 왔네?”


눈이 마주치자 밤새도록 축구 보면서 과자 많이 먹었을 것 같은 남자가 나에게 인사했다.


‘신기원. 펜싱 국가대표... 코치.’


펜싱 선수 시절엔 딱히 메달이 많지 않았지만, 대신 많은 제자들을 금메달로 만들었던 그다.

코치로서는 스페셜리스트의 실력을 갖고 있다 하겠다.


‘그러니까 일반인인 나도 극한의 순간에 칼이라도 한 번 휘둘러 본 거 아니겠어?’


그러나 그 사건 이후 그는 현재 국대 펜싱 협회에서 나와 이곳에서 동네 관장이나 하고 있었다.


파문당한 이력으로 체육관 홍보도 잘 못하고, 그나마 온 학생들도 그의 정체를 알면 떠나버리니. 체육관이 잘 돌아갈 리 만무했다.


‘그나마 건물세는 꼬박꼬박 내고 있으니 신기하지.’


나는 먼지가 쌓이고 전등도 다 꺼져있는 체육관을 쭈욱 돌아보면서 물었다.


“......운영 하시는 거 맞죠?”

“어, 어, 당연하지!”


그가 단번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오랜만에 온 학생이 도망을 갈까 다급하게 전등 스위치를 키면서.


‘예전엔 나도 이 사람을 좋게 보지 않았는데...’


그러나 먼 미래에 나는 그가 정말 누명을 쓰고 그 업계에서 쫓겨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나도 그런 경험이 있으니 이젠 왠지 동질감까지 들기 시작했다.


“등록할거야?”

“네, 등록하겠습니다. 신기원 선생님.”

“!”


그러자 내가 자신의 정체를 안지 몰랐던지 신기원의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나를 알고 있어? 그런데 왜-.”

“예전부터 팬이었습니다. 그리고 신기원 선생님이 자기 선수에게 약을 먹이고 경기하도록 종용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애초에 약 없어도 충분히 이길 상대였으니까요. 선생님의 담당선수들 경기 많이 돌려봐서 알고 있습니다.”


그러자 내 말에 신기원은 정말 의외라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코를 쓱하고 손가락으로 문지르더니 약간 감동한 듯 눈물을 글썽였다.


“오늘부터. 지금 당장 시작하겠습니다! 선생님!”

“!”


그러자 신기원은 비치되어 있던 펜싱 검을 잡아들고 눈을 반짝였다.

오랜만의 펜싱이라 신난 건지, 학생이 들어와서 이번달 월세에 보탬이 되어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 그렇다면 시작해 볼까~?!”


우중충한 커튼을 걷자 환한 빛이 체육관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운동을 하나 했었다.


부모님이 나에게 운동 하나는 해야 한다며 하나 골라 꾸준히 배우길 제의했었기 때문이다.


‘기자에서 짤리고 나서는 머리가 복잡해서, 거의 매일 운동하고 훈련했었지.’


기본 운동은 여러가지를 했지만 사실 특기는 펜싱이었다.


‘상대의 약점만 정확하게 칼로 쑤시는 게 마음에 들어서.’


펜싱엔 한 방이 있었다.


‘아무리 덩치 큰 놈이라도 단 한번의 일격으로 골로 보낼 한 방.’


참 낭만 있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칼끝은 녹술지 않는 법.

오른쪽 무릎은 굽히고 왼쪽 무릎은 쭉 핀 채로, 칼을 든 오른쪽 팔을 일직선으로 쭉 내뻗는다.

단 한순간의 일격. 빠른 속도와 면적이 작은 칼을 상대의 몸에 닿게 하는 게 핵심이다.


그리고 내 칼끝을 보며 신기원은 묘한 기분을 느꼈다.


‘왜 저 놈 칼끝에서 내 느낌이 나지?’


신기원이 물었다.


“정도운 학생, 오늘 처음이라고 하지 않았어? 왜 잘하는 거지?”

“다른 곳에서도 배웠습니다.”

“어디서?”


‘당신한테 배웠어요.’


하지만 사실대로 말할 순 없으니.


“이사 가서 기억이 안 납니다.”

“한 이십 년만 더 젊었으면 운동 선수로 키워봤을 텐데 참 탐나네.”


원래도 신기원은 나에게 넌 검길을 잘 읽는 것 같다고 말하곤 했었다.


“펜싱 아마추어 대회도 있는데 생각해 봐요. 한 일 년 죽었다고 생각하고 하면 될 것 같은데.”

“바빠서요. 죽으면 안될 것 같아요.”

“아쉽네요.”


하지만 펜싱 대회라면 한번 방문 해 볼만 했다.


‘애초에 나의 첫번째 기자상이 되어준 사건이 바로 그 아마추어 대회에서였거든?’


그건 애초에 내 단독이었으니, 아무도 안 챙기면 내가 챙겨야지.


“자, 칼끝이 흐트러졌다! 다시!”

“넵!”


나는 하루 이틀 펜싱장에 출근하며 나는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몸이 고생하니 머리가 차분해졌다.


나는 죽기 직전의 기억을 회상했다.


나를 향해 달려오는 자동차. 나를 보자 오히려 더 속도를 높였던 그 운전자.

사고 직후 목숨이 잠깐 붙어있던 때, 오히려 내가 죽길 기다렸던 누군가.


사람은 사람으로서 존중 받을 권리가 있다.

누군가에 의해 철저하게 부정당한 나는 굴욕감을 느꼈다.


심지어 나를 도와주려다 배 선배까지 해를 당했었다.


나를 도와주던 사람들은 결국 다 손해를 보고 세상에서 지워지는 것 같다.

배 선배도 그리고 그 시절 나를 도와줬었던 다른 사람들도.


나는 주먹을 쥐었다.

회귀한 지금, 단 하나는 분명하게 확신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을 거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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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잘익은 김치 23.11.14 42 1 12쪽
6 6화 잘익은 김치 23.11.13 42 2 12쪽
5 5화 역전의 시작 23.11.12 49 1 12쪽
4 4화 역전의 시작 23.11.11 52 1 11쪽
» 3화 내가 다시 신입? 23.11.10 53 1 11쪽
2 2화 내가 다시 신입? 23.11.08 57 2 12쪽
1 1화 내가 다시 신입? 23.11.08 6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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