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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몽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도월씨
작품등록일 :
2023.05.19 13:49
최근연재일 :
2023.05.20 22:45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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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55
추천수 :
202
글자수 :
37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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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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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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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62

DUMMY

안과 일행이 북남국에 도착하자, 순식간에 분위기가 변해버렸다.


“나를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안이 자신을 노리는 병사들을 향해 차갑게 말을 꺼내자, 그들이 잔뜩 움츠러든 모습을 보였다.


“하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싸우고 싶은 모양은 아니로군요.”


병사들 뒤로 도품이 나타나자 그들이 길을 터주었다.


“당신은..”

“도품이라고 해요.”


안이 도품을 알아보지 못하자, 옆에 있던 은월이 대신 답해주었다.


“이미, 이곳을 직접 왔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듣고 오신 거겠지요?”


도품이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묻자, 안과 은월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제가 폐하께 직접 안내해 드리지요.”

“그거, 좋군.”


서로간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는지, 안과 은월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도품을 따라나섰다.


“폐하, 전에 이곳을 방문했던 구씨가의 셋째 공자가 왔습니다.”


황궁에 들어서자, 전 보다 야위어 보이는 조상이 눈에 들어왔다.


“아, 그 유명한 천관의 후계자로군. 자네 덕은 제대로 봤지. 그래, 북남국에는 어찌 왔는가? 보상 문제로 온 것인가?”


조상이 비꼬는 듯 한 말투로 그들을 맞이하자, 아래에 서 있던 도품이 안절부절못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말투가 심히 거슬리지만, 뭐, 한나라의 군주이기도 하니, 그냥 넘어가 주지.”

“뭐라? 감히 수행자에 불가한 놈이 이리도 오만하게 굴다니!”

“불만인가?”


조상은 얼굴을 붉히며 역정을 냈으나, 안의 짧고 강한 어조에 멈칫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폐하, 도품조차 저리 가만히 있는 것을 보면, 이미 자신보다 높은 경지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저자는 홀로 마벽을 상대했던 것을 잊으셨습니까? 자칫 저자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지금 당장 나라가 멸망할 수도 있습니다.”


옆에 있던 내관 한명이 서둘러 그를 진정시키자, 머리가 차가워진 조상이 흥분을 가라앉혔다.


“미안하군, 전쟁에서 패했다는 사실을 아직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서 말이야.”

“뭐, 그냥 넘어가주지.”

“그래, 이곳에 온 이유가 무엇인가?”


본격적으로 대화가 이어지자, 안이 자신이 방문한 이유를 밝혔다.


“음, 그 말이 맞네. 태자를 황국의 볼모로 보내기로 했지.”

“그것은 다시 우호를 다지기 위함인가, 아니며 당장에 닥친 위협을 막기 위함인가?”


안이 애매한 그의 태도를 보며 진정성 있는 답을 유도했다.


“둘 다 해당되지.”

“둘 다?”

“생각해보게, 지금 당장 소연국은 멸망을 앞두고 있어. 그렇다면 이제 남는 나라라고는 북남국과 황국일세. 이미 두 국가는 전쟁을 치른 후 상처를 회복해 나가는 중이기 때문에, 예전만큼의 국력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그 상황에서 저돌적인 군대를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그렇군, 나름 일리가 있는 말이야.”


안이 그의 대답을 듣고는 확신했다. 적어도, 황국에 대한 음모를 또 다시 꾸미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폐, 폐하!”


안과 황제가 있는 곳으로 장군으로 보이는 한사람이 급하게 달려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소, 소연국이.”

“소연국이 왜? 설마 무너졌느냐?”

“그렇습니다. 또한 소연국 뿐만 아니라, 세화서고도 무너졌으며, 그 과정에서 붉은 군대를 이끌고 있는 자와 견목대사의 결투가 있었고, 견목대사께서 목숨을 잃으셨습니다.”


장군이 말을 마치자, 조상은 손바닥으로 이마를 내리쳤고, 안은 어떨ᄄᅠᆯ한 표정을 보였다.


“방금, 뭐라 했습니까?”

“소연국이 멸,”

“아니, 그 다음에 말입니다.”

“견목 대사가 목숨을 잃었다고..”


안은 그의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멀뚱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 오기 전 느꼈던 묘한 이질감이 마주 하고 싶지 않은 상황으로 돌아왔다.


“아, 아.”

“도련님!”


안이 갑자기 초점을 흐리며 정신을 잃자, 은월이 놀라며 그의 상태를 바라봤다.


“이건...”


은월이 안의 몸을 살펴보자, 한동안 잠잠했던 꿈이 다시 시작됐음을 알아차렸다.


“무슨 일이지?”


조상이 약간 웃음을 띠며 묻자, 은월이 매섭게 바라봤다.


“잠시 충격을 받은 듯싶으니, 저희에게 머물 곳을 내어주시지요.”

“하, 기가 차는군. 시종조차 저렇게 오만하게 굴다니.”


조상이 어이없다는 듯 은월을 내려 봤다. 안이면 몰라도 시종으로 보이는 그녀가 황제인 자신에게 명령 하는 것이 탐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 곧바로 자신에게 다가온 도품에게 간단한 설명을 들은 조상이 태도를 바꿨다.


“자, 자네도 수행자인 것을 몰랐군. 내가 따로 사람을 시켜 머물 곳을 내어 줄 터이니, 잠시 밖에서 기다리게.”


조상의 말을 들은 은월이 자리를 떠나자, 조상이 참았던 한숨을 크게 내뱉는 것이 보였다.


“후우, 우리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기에 저런 괴물들을 만났단 말인가? 도품, 자네 말대로 저 시종조차 동천의 경지를 앞두고 있는 게 맞는가?”

“맞습니다. 겉으로는 일반인인척 모습을 감추고 있으나, 실은 그렇지 않지요. 오히려 지금 더 강한 자를 뽑으라고 한다면, 저는 시종 쪽을 선택할 것 같군요.”

“으으, 전쟁에서 패했을 때 보다, 지금이 더 치욕스럽군. 어찌됐든 최대한 심기를 건들이지 않는 선에서 그들을 대접하게나.”

“예 폐하.”


도품이 짧게 답하며 자리를 떠났다.


****


“뭐지, 이 위화감은.”


백색의 공간 아래로 작은 탁자와 다과가 놓여 있었다.


“이제야 이곳에 왔구나. 오래 기다렸단다.”

“누구..십니까?”


익숙한 듯 보이는 얼굴의 사내가 안의 곁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건장하게 자란 모습을 보니 내가 다 뿌듯하구나.”


기품이 흘러 보이는 얼굴에서 인자함이 가득 묻어나오자, 안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혹시, 어디서 만난 적이 있습니까?”

“그럼, 만났지.”


그의 대답을 들은 안은 머리를 굴려봤으나, 도저히 생각나는 인물이 없었는지 미간을 좁혔다.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누구십니까?”

“하하, 역시 기억을 하지 못하는구나, 원아.”


자신을 낙원이라고 칭하는 남자의 말에 안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저를 낙원이라고 부르시는군요.”

“물론, 자네의 이름은 내가 지어줬으니.”

“제 이름을요?”

“하하, 정말 기억이 나지 않나 보구나. 이거 이렇게 직접 말을 하려고 하니 쑥스럽지만, 그래, 성국의 태조라고 하면 알아듣겠느냐?”

“성국의 태조!”


하늘의 문을 열어 스스로 성국을 세웠다고 하는 전설적인 인물이 안의 눈앞에 당당히 서 있었다.


“이해가 되질 않는군요. 태조께서는 제가 대장군의 직위에 오르기전, 아니 그전에 승하하신 걸로 기억하는데.”

“그래, 나는 이미 죽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제 앞에 이렇게 계실 수 있는 것 입니까?”

“궁금한 것이 많구나, 해줄 말이 많으니 일단 이곳에 앉아보거라.”


태조는 안을 탁자로 안내하더니, 눈앞에 있는 차를 따라주었다.


“자, 이것이 무엇인지 알겠느냐?”

“이것은... 토수초로군요.”

“그래, 초국에서만 자라는 귀한 재료지. 자네는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이 향을 맡았고.”

“그것을 어찌..”


안이 다시 한 번 놀라자, 태조가 흐뭇하게 웃어보였다.


“자, 떠오르는 것이 있느냐?”

“아직은...아!”


안이 모르겠다는 듯 말을 꺼내다가, 문득 무엇이 떠올랐는지 끝말에 감탄을 내뱉었다.


“지금껏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다가 왜 이제 와서.”

“기억이 조금 났나 보구나.”

“저를 골목에서 찾아내셨던 것이 태조셨군요.”

“그래, 맞다. 그때 너를 처음 만났었지.”

“하지만, 그 이후에 저는 태조를 뵌 기억이 없습니다.”

“그것도 맞다. 네가 나와 만났을 때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하느냐?”

“.....하늘의 아들?”


자신도 몰랐던 대화의 한 단면이 떨어져 나왔다.


“하늘의 아들이라니 그게 무슨.”


안이 복잡해져가는 머리를 부여잡자, 태조가 그의 손을 붙잡아주었다.


“어린나이에 네가 전장에서 무공을 세우고, 대장군의 직위에 오르게끔 만들었지. 물론 나는 그전에 목숨을 잃었지만 말이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네가 그런 출중한 능력을 보인 것이 의심스럽지는 않더냐?”


태조의 말 따라, 최근까지는 자신의 무력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은월에게서 이야기를 들었기에 지금은 알 수 있었다.


“천인이 장난을 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저는 천인의 자식이라는 말입니까?”


안이 부정하려는 표정을 보이며 묻자, 태조는 안심하라는 듯 그의 어깨를 다독였다.


“그들은 진정한 하늘이 아니란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이제 진실을 말해줄때가 왔구나.”

“듣고 싶습니다.”

“이미 너는 아버지를 만난 적이 있단다. 마벽과의 싸움이후에 말이지.”

“그 말씀은..”


안이 천주와 다른 존재와 만났던 것을 떠올렸다.


“내가 하늘의 문을 스스로 열었다고 착각했을 때. 삼계를 모두 관장하는 진정한 하늘의 존재가 나를 찾아오셨단다. 그분께서는 이미 자신의 자식들이 약조를 어길 것을 알고 내게 역할을 부여했지.”


태조가 잠시 말을 멈춘 뒤 차를 마셨다.


“그래서 어찌 됐습니까?”

“나는 그분이 내린 역할에 충실했단다. 나라를 세우고, 언젠가 나타날 자신의 숨겨진 아들을 찾아내라는 말을 들었지.”

“뭔가 이상합니다. 저를 찾아내라니요?”


아직까지도 자신의 존재가 믿기지 않는지 안이 고개를 저었다.


“천인의 눈을 피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이유였다고 본단다. 그 분이라고 해도 결국에는 천인이 관장하는 세계에 의도적으로 관여를 하지는 못했던 것 같단다.”

“그렇군요. 제가 그들과 같은 존재였다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어쩌면 빨리 알아챌 수도 있었을 거다. 이상하게 느끼지 않았느냐? 천기와 지기 심지어 마영적의 기운마저 흡수 할 수 있었으며, 뛰어난 전투력을 갖춘 무장이 되기까지. 끝을 알 수 없는 방대한 그릇의 원천이 어디서 나왔겠느냐?”


태조의 말을 들은 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지금껏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제가 누군지, 무엇을 해야 좋을지 고민을 해왔습니다. 헌데, 지금 태조께서 말씀하신 것을 들으니 도저히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군요.”

“무엇이 고민인 게냐?”

“제가 낙원의 삶을 살았을 적에는 순전히 성국을 위해 일했습니다. 안의 삶을 살았을 적에는 제 가문을 위해 일을 할뿐이었죠. 그리고 마벽이 황국을 공격하고, 형님의 목숨을 빼앗자, 그를 처단하는 것이 목표였고, 그 다음에는 갑작스럽게 사라진 스승님을 찾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래, 잘 알고 있구나.”


태조가 안의 말을 경청했다.


“하지만, 결국 스승님께서는 천인의 손에 돌아가셨고, 믿었던 승상은 제가 지키려던 성국의 사람들을 이용하여, 저의 또 다른 고향인 황국을 공격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제 목표는 황국과 제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 되었지요.”

“그렇다면 목표가 명확한 것이 아니더냐?”


태조가 물었으나, 안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랬었지만, 지금은 혼란스럽습니다. 모든 것이 순리대로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했건만, 결국에는 제 아버지라는 사람의 약조를 어긴 형제들의 싸움의 희생양이 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제가 황국을 지켜봤자, 결국 그들의 싸움에서 천주가 이기는 것을 돕는 것이 되는 모양이지요.”


안이 대답을 마치며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인생이 결국 장기짝처럼 이용된 것이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원아, 네가 이용당한 기분이 드느냐?”

“맞습니다.”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단다.”

“어찌하여 그렇습니까?”

“그들이 너를 정말로 장기짝처럼 여겼다고 한들, 네가 가지고 있는 추억들이 모두 거짓이 되느냐?”

“....그 말씀은?”

“네가 보호와 전장을 누빌 때. 구씨가 에서 소산과 형제들과 지냈을 때, 세화서고에서 인연을 만나고, 천관의 사람들과 같이 지냈던 것이 모두 거짓이라고 생각하느냐 이 말이다.”


안은 태조의 말을 듣고 머리가 띵한 것을 느꼈다. 자신의 인생이 장기짝이라고 생각했다고 쳐도, 그들과 만나 인연을 꾸린 것은 엄연히 자신이 개척해 나간 것이었다.


“제가 어리석었군요.”


안이 정신을 차렸는지 흐르던 눈물을 닦아냈다.


“다행이구나, 네가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어서. 그러고 보니, 슬슬 나도 떠날 시간이 됐구나.”


태조가 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모습이 점점 흐릿하게 변해갔다.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안이 당황하며 묻자, 태조가 그를 바라봤다.


“나는 하늘의 존재의 도움을 받아 네 마음속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었을 뿐이란다. 이제 사라진다면 나의 존재는 영영 없어지겠지.”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것입니까?”

“하하, 그래, 다시는 만나지 못한단다. 하지만...”


태조가 말끝을 흐리자, 그의 모습이 더욱 안개처럼 보였다.


“나의 소망이 있다면, 삼계가 아닌 죽은 자들을 위한 세계가 있으면 좋겠구나. 그곳에서는 죽음 이후에 다시는 만나지 못할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죽은 자들의 세계...? 그것이 무슨..”


안은 태조에게 되묻고 싶었으나, 이미 그의 존재는 사라진 상태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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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외전 23.05.20 142 1 4쪽
64 완결 23.05.20 177 3 18쪽
63 63 23.05.20 153 2 16쪽
» 62 23.05.20 143 2 13쪽
61 61 23.05.20 141 2 12쪽
60 60 23.05.20 140 2 13쪽
59 59 23.05.20 142 2 10쪽
58 58 23.05.19 146 2 10쪽
57 57 23.05.19 146 3 10쪽
56 56 23.05.19 156 3 11쪽
55 55 23.05.19 155 3 11쪽
54 54 23.05.19 170 3 11쪽
53 53 23.05.19 170 3 11쪽
52 52 23.05.19 168 3 12쪽
51 51 23.05.19 167 3 10쪽
50 50 23.05.19 165 3 9쪽
49 49 23.05.19 168 3 12쪽
48 48 23.05.19 174 3 10쪽
47 47 23.05.19 182 3 13쪽
46 46 23.05.19 173 3 13쪽
45 45 23.05.19 174 3 17쪽
44 44 23.05.19 186 3 13쪽
43 43 23.05.19 182 3 13쪽
42 42 23.05.19 178 3 12쪽
41 41 23.05.19 188 2 16쪽
40 40 23.05.19 183 3 16쪽
39 39 23.05.19 186 3 15쪽
38 38 23.05.19 183 3 14쪽
37 37 23.05.19 188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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