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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몽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도월씨
작품등록일 :
2023.05.19 13:49
최근연재일 :
2023.05.20 22:45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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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02
글자수 :
371,828

작성
23.05.1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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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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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47

DUMMY

무성의 죽음을 목격한 이들은 아무런 저항 없이 안과 일행을 도성에 들였다. 사냥꾼이라고 불리는 최강의 사람이 일개 무인에게 목숨을 잃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안이 지기의 힘을 이용해 그를 죽여 버렸으나, 그들에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또, 황궁에 있던 손오가 병력을 보내 안과 일행이 입성하기 쉽게 끔 상황을 만들어 준 것도 도움이 컸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소.”

“아, 뭔가를 얻고자 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소문의 주인을 만난 손오는 연신 손을 모아 안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도 그럴 것이 황후와 아슬아슬한 권력 다툼을 이어나가고 있었는데, 그것을 단번에 타파해줬으니 그에게는 충분한 보상과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야기를 듣자 하니, 그 말로만 듣던 기이한 노인과 비슷한 힘을 사용했다는데, 정체가 뭔지 말 해줄 수 있습니까?”

“아, 그건.”


안이 선뜻 입을 열려는 것을 본 은월이 그를 빠르게 잡아당기며 자신의 뜻을 전달했다. 손오를 믿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우연 이였습니다. 창이 제 몸을 꿰뚫는 순간, 저도 창을 사용할 수 있진 않을까 생각했죠.”

“그렇군요. 어찌됐든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손오는 그가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을 알고 조금은 아쉬운지 입맛을 다셨다.


“도련님, 그 수행자와 같은 이야기가 퍼지면, 이곳을 다스리는 천인이 도련님을 노릴지 몰라요.”

“이미 알고 있지 않을까?”

“알고 있었다면, 벌써 저희를 노렸겠죠. 아마, 원기 자체가 몸에서 사라지는 바람에 저희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은월과 안이 자신들만 들리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자, 그것을 지켜보던 웅의가 슬그머니 그들에게 다가갔다.


“크흠, 남녀가 둘이 붙어있는 것이 보기가 매우 좋은데,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할 거요?”

“음, 아마도 오로 떠날 것 같은데.”

“아니, 오는 왜 가는 것이오?”


웅의가 다급한 목소리로 안에게 묻자, 손오가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안될 것도 없지 않습니까. 이미 황후와 그녀를 따르던 이들은 처리됐고, 그가 더 남을 이유도 없다고 생각이 드는군요.”

“그, 그렇지만,”

“이미 저희는 저들에게서 과분한 도움을 받았습니다. 원래는 장군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들었는데요?”


손오가 완강한 표정을 짓자, 웅의가 하는 수 없다는 얼굴로 뒤로 물러났다. 그로서는 안이 남아있는 것이 황제가 되기에 큰 역할을 해줄 것이 분명했지만, 안이 거절을 하게 된다면 그 뜻을 꺾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한 행동이었다.


“그럼, 저희는 이만 이곳을 떠나도록 하지요.”

“아, 잠시만.”


안과 은월이 손오를 향해 고개를 숙이자, 그가 뒤에 서있던 내관 한명을 불렀다.


“이것을 받아 가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이게 무엇입니까?”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내관이 주머니를 건네자, 그것을 받아든 안의 얼굴의 화색이 돌았다.


“은화로군요.”

“의장군이 건넨 액수보다 곱절은 많이 넣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쓰도록 하지요.”


안이 속마음을 숨기며 주머니를 가슴 깊이 넣었다.


“자, 그럼 너무 오래 붙잡아 둬도 예의가 아니니 이제 가셔도 좋습니다. 훗날 또 만나게 될 일이 있겠지요.”

“다음에 만날 날을 기약하며 저희는 이만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대전을 빠져나오는 안과 은월을 향해 웅의가 손을 들어보이자, 그들 또한 가볍게 답을 하며 자리를 떠났다.


“이런, 이렇게 빨리 가게 될 줄을 몰랐는데.”


성을 빠져나오자 뜻밖에도 운광이 말과 함께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입궁하자마자 어디로 사라졌나 했는데, 이곳에 있던 건가?”

“하하, 사실을 오래 머물 것 같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미리 준비를 좀 했지.”

“그런데, 왜 말이 한필 뿐인 거요?”


안이 궁금 섞인 목소리로 묻자, 운광의 눈빛이 옆에 있던 은월을 쳐다보았다.


“자고로 부부란 붙어 있는 것이 좋은 법 아니겠소?”

“아!”


안이 이해했다는 감탄을 내뱉었다.


“어, 어서가요.”


은월이 부끄러운지 그의 손을 붙잡았다.


“그럼, 우리는 이만 가겠소. 말은 다시 돌아오게 되는 일이 있으면 그때 돌려드리지.”

“하하, 굳이 돌려줄 필요는 없다만,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시오. 아, 그러고 보니...”


운광이 말끝을 흐리며 이마를 부여잡았다.


“아직 말이 남은 게요?”


안이 말에 올라타며 그를 향해 묻자, 그제야 기억이 났는지 운광이 손바닥으로 이마를 쳤다.


“아, 중요한 말을 잊을 뻔했는데, 기억이 났네. 최근에 오에서 떠도는 소문이 있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 말이야.”

“그게 무엇이오?”


안이 운광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성국이 멸망함과 동시에 황제는 유배되고, 승상은 감쪽같이 사라졌는데, 최근에 오국 지하 감옥에서 옥살이를 하고 승상을 봤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더라고.”


운광의 말을 들은 안의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내게 이것을 말해주는 이유는, 내가 성국출신이라서 그런 거로군.”


안의 말을 들은 운광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 고맙소. 덕분에 먼저 해야 할 일을 정한 듯싶으니.”


안이 그를 향해 고개를 숙이자, 은월 또한 뒤에서 고개를 따라 숙였다.


“모쪼록 몸조심 하라고.”


운광의 말을 끝으로 그들의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


단단한 쇠창 슬이 지하 곳곳에 박혀 있는 것이 기괴하게 보였다.

금문(金門).

주변에 자란 덩굴들과 축축함이 느껴지는 습기는 이름과는 많이 달랐다. 이곳에 갇힌 자들은 오의 황제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순례였다.


“자, 식사 시간이다.”


계단을 내려온 병사 한명이 들고 있던 몽둥이로 종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반응하듯 주변곳곳에 숨어있던 이들이 허겁지겁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비켜!”

“미쳤군? 내가 먼저라고!”


끔직한 몰골을 한 이들이 눈앞에 보이는 그릇을 차지하기 위해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억? 쳤어?”

“그래, 쳤다.”


누구하나 죽어나갈 기세로 번져나가는 싸움 속에서 빈틈을 노린 작은 소년 하나가 주먹밥을 냉큼 집어 뒤로 달아났다.


“휴, 간신히 가져왔네. 승상님 이것 좀 드시지요.”


소년은 조용히 앉아 싸움을 지켜보던 노인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됐다. 이제 곧 죽을 노인이 그깟 밥 한번 먹어봤자 무슨 소용이겠느냐? 가져온 것은 네가 먹어라.”


승상이 됐다는 듯 손을 뻗어 거절하자, 소년이 입을 삐죽 내밀며 그의 앞에 놓았다.


“나라가 멸망했어도, 승상이셨던 분은 아직도 승상입니다. 폐하께서 돌아가신 이후에 남은 사람들을 이끌고 그나마 사람구실 하게 해주셨잖습니까. 비록 지금은 이곳에 갇혀 있지만, 승상께서 마음을 굽히시고 충성을 맹세한다면, 오의 황제도 승상을 받아 줄 겁니다.”

“신하된 자가 어찌 두 명의 주인을 섬기겠느냐, 스스로 목숨을 끊지 못하는 것이 한일뿐이다.”


승상은 지그시 눈을 감고 자신의 의견을 내뱉었다. 소년은 그것에 질렸는지, 귀를 막으며 자리를 떠났다.


‘백성들이 어찌 저리 변했을까, 모두 내 탓이로다.’


승상은 사냥꾼으로 인해 죽지 못하는 자신을 한탄하며 아무런 말없이 생각을 곱씹었다.


“다들 멈춰라. 더 소란을 피웠다가는 바로 목을 벨 것이다.”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는지, 낮잠을 자던 남유가 계단을 내려왔다.


“이크, 사냥꾼이다.”


계단을 내려온 이가 남유라는 것을 확인한 이들이 재빨리 자신이 있던 자리로 몸을 숨겼다.


“이렇게 근본이라는 것이 없으니 나라가 망하지. 하늘이 선택한 백성? 그런 네놈들의 모습을 잘 보거라.”


남유가 사람들을 향해 격앙된 목소리로 공격했으나, 누구하나 그에게 대답하는 이가 없었다.


“쯧쯧, 한심한 놈들.”


남유가 비웃듯 혀를 차며 금문을 빠져나가려고 몸을 움직였다.


“흥, 성국이 두려워 연합을 해놓고 이제 와서 잘난 척이란 잘난 척은 다하는군.”

“뭐라?”


남유가 오르던 발걸음을 멈췄다. 뒤를 돌아보는 그의 모습에 살짝 주눅 든 모습을 한 소년이 자신의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틀린 말이라도 했나? 결국에는 성국을 무너트려놓고 다른 국가들마저 배신했으면서.”


소년의 당찬 기색이 남유의 모습에는 죽음을 앞둔 비장함처럼 보였다.


“어린놈이 혀가 길구나. 지금껏 혀가 긴 자들은 모두 이 활로 목숨을 끊었는데.”

“해볼 테면 해봐라. 고작 그 활로 한다는 게 승상이 목숨 끊는 것을 막는 게 다인 놈이.”


남유가 말을 하면 할수록 소년의 고개가 더욱 치켜 올라갔다.


“그래, 죽음이 소원이라면 그렇게 해주마.”


남유가 손을 뻗자 활에서 이상한 문양과 함께 시위가 당겨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년의 몸이 움츠러들며 움찔거렸다.


“멈추시오.”


활이 당겨지기 직전 뒤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성국의 승상이 아닌가? 왜, 자신도 죽여 달라 청하는 건가?”


남유가 승상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보였다.


“그 아이를 살려주면, 내 기꺼이 자네를 따라가도록 하지.”


이제껏 죽음만을 기다리던 그가 남유에게 뜻밖의 제안을 건넸다.


“....나쁘지는 않군.”


남유가 들린 활의 시위를 내려놓자, 소년의 팔이 그의 목을 붙잡았다.


“차라리 날 죽여라, 승상께서는 이곳에 계셔야 한다.”

“저리 치워라.”


소년은 승상에게 해가 갈 것을 막기 위해 발버둥 쳤으나, 주위에 있던 병사들로 인해 금방 제지당했다.


“내가 직접 황제를 만나 이야기를 할 테니, 자네는 안내만 해주면 되네.”

“그것은 명령인가 부탁인가?”


신경이 거슬렸는지, 남유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도 그럴 것이 비록 한 나라의 승상의 직책에 있었다고는 하나, 포로의 신분으로는 너무 대담한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모시는 황제의 관심을 받고 있는 자였기에 불만은 금세 속으로 삼켜 넘겨버렸다.


“... 따라오시오.”


남유가 먼저 금문을 나서며 발을 옮기자, 승상 또한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 그 모습을 막기 위해 작은 소란이 뒤에서 들리는 것이 그의 귀에 들렸으나, 이제는 때가 됐다는 듯 힘없는 노인의 표정에서는 자신을 책망하는 모습만이 담겨 있었다.


“폐하, 성국 승상이 자신의 발로 찾아왔습니다.”

“승상이? 들여보내라.”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서책을 읽고 있던 주호원의 손이 멈췄다.


“지금껏 불렀을 때는 반응조차 없더니, 무슨 속셈이요?”


주위에 있던 자들을 물린 그가 승상을 향해 물었다. 그런 그를 보며 승상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말이 없는 게요?”


주호원이 의아해 하며 묻자, 그제야 승상이 입을 열었다.


“성국의 승상으로 지냈던 조국헌의 인생을 정리하는 중이였습니다.”

“정리를 한다? 무슨 의미인가.”

“앞으로 폐하가 원하는 대로 공백으로 있는 오의 승상이 되겠다는 말입니다.”


오랫동안 기다린 대답을 들었는지, 주호원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


“참으로 오래도 기다렸소. 성국을 부강하게 만든 자가 이 나라의 승상을 맡아주면 더할 나위 없지.”

“다만... 용건이 있습니다.”

“그래그래, 말하시오.”

“금문에 갇혀있는 성국출신 백성들을 모두 풀어주시지요.”


조국헌의 눈빛이 주호원을 바라보자, 그가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생각에 잠기는 것이 보였다.


주호원은 자신 앞에 있는 황제가 인재를 중요시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을 조건으로 내세운 지금의 상황이 주호원에게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좋소. 당신을 얻는다면 들어주지 못할 요구는 아니지.”

“감사합니다.”


주호원이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자, 주호원이 나서며 그를 부축했다.


“신하들에게 알리는 것을 내일 아침 일찍 할 것이니 그 전까지는 내어주는 방에서 머무시오.”

“알겠습니다.”


조국헌은 주호원에게 짧게 대답한 뒤 자리를 떠났다.


“폐하, 정말로 저자를 믿어도 되는 것 입니까?”


남유가 그가 떠난 것을 확인하고는 주호원에게 다가와 물었다.


“자네 같으면 충성심이 높은 자가 이렇게 한순간에 투항을 하겠는가? 그자가 나를 이용하고자 하면 나 또한 그를 이용하면 되는 것. 그의 충심이 거짓된 것이라고 해도 국익의 도움이 된다면 이용해야지.”


주호원은 멈췄던 손을 움직이며 서책을 읽기 시작했고, 남유는 그런 그를 보면서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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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외전 23.05.20 143 1 4쪽
64 완결 23.05.20 177 3 18쪽
63 63 23.05.20 153 2 16쪽
62 62 23.05.20 144 2 13쪽
61 61 23.05.20 142 2 12쪽
60 60 23.05.20 140 2 13쪽
59 59 23.05.20 142 2 10쪽
58 58 23.05.19 146 2 10쪽
57 57 23.05.19 147 3 10쪽
56 56 23.05.19 156 3 11쪽
55 55 23.05.19 156 3 11쪽
54 54 23.05.19 172 3 11쪽
53 53 23.05.19 171 3 11쪽
52 52 23.05.19 168 3 12쪽
51 51 23.05.19 168 3 10쪽
50 50 23.05.19 166 3 9쪽
49 49 23.05.19 168 3 12쪽
48 48 23.05.19 176 3 10쪽
» 47 23.05.19 185 3 13쪽
46 46 23.05.19 176 3 13쪽
45 45 23.05.19 176 3 17쪽
44 44 23.05.19 187 3 13쪽
43 43 23.05.19 185 3 13쪽
42 42 23.05.19 180 3 12쪽
41 41 23.05.19 191 2 16쪽
40 40 23.05.19 184 3 16쪽
39 39 23.05.19 187 3 15쪽
38 38 23.05.19 186 3 14쪽
37 37 23.05.19 191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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