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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몽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도월씨
작품등록일 :
2023.05.19 13:49
최근연재일 :
2023.05.20 22:45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17,554
추천수 :
202
글자수 :
371,828

작성
23.05.19 23:20
조회
166
추천
3
글자
10쪽

51

DUMMY

새벽녘의 이슬이 아직 메마르지 않은 시간. 안은 홀로 탁자에 앉아 턱을 괴고 고민에 빠져있었다.


“도련님?”


잠에서 깬 뒤, 옆구리가 허전한 것을 느낀 은월이 계단을 내려오다 안을 발견했다.


“아, 일어났어?”

“밤새 이곳에 계신건가요?”

“응, 생각할게 좀 있어서.”


비록 하루였지만, 옆에 있어 주지 않은 그를 보며 은월이 속상함을 표현했다, 그녀로서는 한시라도 그와 떨어져 있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한 투정이었다.


“어제 무슨 일이라도 겪으신 건가요?”

“아니, 아무 일도 없었어. 걱정하지 마.”

“그런데, 세상 가득 답답함을 가지고 있는 표정을 짓고 계세요?”


여전히 그녀의 말투에서는 투정이 묻어나 있었다.


“지금 보니깐, 살짝 삐졌나보네.”

“그런 거 아니에요.”

“아니긴.”

안은 은월을 보며 웃어보였다. 그러자 그의 행동에 마음이 풀렸는지 안에게 다가간 그녀가 손을 꼭 붙잡았다.


“말해 봐요. 숨기고 있어봤자 도움 되진 않잖아요.”

“사실, 숨기려고 한 것도 아니야. 그냥, 앞으로 어떤 방법을 써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거거든.”

“승상을 만나고 동주를 만날 방법을 찾은 건가요?”

“응. 찾았어. 그런데 문제가 좀..”


안이 말끝을 흐렸다.


“혹시, 동주에게 안 좋은 일이라도?”


은월 또한 갑자기 불안함을 느꼈는지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니, 그건 아직 몰라. 그런데, 이곳을 관장하는 천인이 스승님의 존재를 아는 듯싶어.”

“....그렇다면, 동주는 천인과 대립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네요.”

“맞아, 너라면 어떻게 생각해?”

“저라면...”


안의 말을 듣고 은월이 자신의 존재를 떠올렸다.


“저라면, 아무도 모르게 뒤에서 어떤 상황을 만들었겠죠. 하지만 동주는 그런 위인이 아니니 천인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것에 생각이 쏠리네요.”

“...그래? 그러면 만약 네가 스승님과 싸웠다면 어땠을 것 같아?”


안이 조심스럽게 그녀를 보며 물었다.


“어..저는.. 사실, 제가 최고의 경지에 있었다고 해도, 동주를 이기긴 어려웠을 거예요. 그래서 뒤에서 움직였던 것도 있고.”


그의 말이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은월이 최대한 침착하게 답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 아, 그리고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야.”

“천인의 정보 말고 더 심각한 게 있나요?”


은월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응, 천인의 존재는 그렇다고 쳐도. 그 천인이 승상에게 이상한 제안을 했어. 성국을 부활시키고 싶으면 사냥꾼의 무기를 가지고 오라고, 모든 무기를 모으면 문이 하나 열리게 되는데 그것이 자신이 있는 곳에 오는 방법이라고.”


안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최대한 정리하여 그녀에게 말했다.


“뭔가 이상한데요?”

“뭐가?”


은월은 안의 말에서 불편함을 느꼈는지 눈썹을 치켜세웠다.


“사냥꾼의 무기를 모아온다고 해서 진짜로 문이 열릴 리가 없잖아요? 천인의 힘이면 그냥 스스로 문을 만들어 주면 되는데 굳이 왜 그럴까요?”

“응? 이해를 못한 것 아니야? 시험으로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잖아. 문을 열수 있는지 없는지 능력을 확인 한다고 보면 되는데?”

“아니요, 그 문제가 아니에요. 성국을 부활 시켜준다는 약조가 이상해요. 승상이 생각이라는 것을 조금 할 줄 안다면, 무기를 모아서 문을 여는 것보다, 모아온 무기로 성국을 다시 일으키면 되는 거잖아요. 사냥꾼의 무기를 전부 가지고 있다면 다른 국가들이 싸울 의지를 잃어버릴 테고, 천인 입장에서도 강한 국가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니깐 요.”


은월의 말을 듣고 나서, 안은 자신의 등 뒤로 찌릿한 통증이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네 말이 맞아. 생각해보니깐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 천인이 정말로 성국을 벌하려고 했다면, 왜 다른 국가들은 그대로 내버려뒀을까? 왜 이 생각을 못했지?”

“제 생각이지만, 아무래도 승상이 무언가 속이고 있는 것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그 문이라는 게 진짜로 열린다면 그건 아마, 다른 세계로 가는 문이겠지요.”

“다른 세계.. 어?”

“엇?”


안과 은월이 대화를 나누다가 놓친 것이 떠올랐는지 동시에 외마디 말을 내뱉었다.


“전에 이곳에 오기 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왜 이제야 기억이 났지?”

“균형이 깨졌으니, 문이 열리는 것이 불규칙적으로 변했다고 했어요.”

“맞아, 원래세계로 돌아가는 방법일지도 몰라. 더불어 스승님이 천인과 대립하고 있다는 가정을 걸면 스승님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지.”


안의 표정이 밝아지자, 그를 보고 있던 은월의 표정에도 화색이 돌았다.


“이제 해야 할 것이 뭔지 제대로 정해졌네요! 무기를 모으는 것도 크게 어렵지도 않고요.”


은월의 말대로 이미 도움을 줬던 보국에서는 무기를 얻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자신들을 도와줬던 은혜를 갚으라고 요구를 한다면 보국에서도 흔쾌히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보국은 어렵지 않은데, 오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승상을 이용하면 무기를 얻을 수 있죠. 신분상 남유는 승상의 말을 들어야 할 테고, 다른 한명은 부상을 당해서 당분간은 무기를 들 수 없으니깐, 지금이 제일 좋은 조건이죠.”

“그렇다면 행방을 모르는 다른 무기들은 어떻게 찾지?”

“걱정 마세요. 소병제처럼 무기를 걸고 이기는 쪽이 다른 무기도 가져 갈 수 있다는 것을 조건으로 건다면 숨어 있던 이들이 찾아 올 거예요.”


은월이 자신의 생각을 술술 풀어내자, 안이 손바닥으로 맞장구를 치며 좋아했다.


“그럼, 일단은 승상을 만나 봐야겠네.”

“네, 그 다음은 다시 보국으로 돌아가죠.”


앞으로의 일을 정했는지 두근거리는 마음을 품고 안과 은월이 객잔을 빠져나갔다.


****


“후욱, 후욱, 갔나?”


누군가에게 쫒기고 있었는지, 담벼락 뒤로 간신히 몸을 숨긴 보장이 거친 숨을 내 뱉었다.


“대장, 드디어 성국을 부흥시킬 수 있는 건가요?”


거지 차림을 하고 있는 남자가 보장에게 물었다.


“그래, 운 좋게도 마지막 무기까지 손에 넣었어.”


보장이 품속에서 작은 철퇴를 꺼내보였다.


“오오, 드디어!”


거지차림의 남자는 가슴이 벅차올랐는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자자, 진정하고, 어서 거처로 돌아가자. 이제 승상에게 이 소식만 전해 놓으면 성국이 다시 일어날 수 있어.”

“알겠습니다. 대장.”


남자를 진정시킨 보장이 황급히 자리를 떠나 자신이 머무는 곳으로 돌아갔다.


“대장!”


보장이 돌아오자, 여러 명의 아이들이 그에게 메 달렸다.


“하하, 기다려라.”

그들의 행동이 익숙했는지, 보장이 품속에서 종이로 감싸진 만두를 꺼내놓았다.


“와아! 고마워요!”


만두를 받아 든 아이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끝냈는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오셨군요. 성공하셨나요?”

“물론.”


자신을 마중 나온 노인을 향해 짧은 대답을 남긴 보장이 작은 천막 안으로 그와 함께 들어갔다.


“자, 이제 철퇴까지 해서, 세 개의 무기를 얻었소.”


보장이 나무상자 안에 철퇴를 두자, 그 옆으로 봉과, 도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승상께서 두 개의 무기만 가지고 나오신다면 보국과 오국을 무너트릴 수 있습니다.”


놓여있는 무기들을 보고는 노인에게서 훌쩍거림이 느껴졌다.


“승상께서 오국에 계신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려서 망정이지. 그것이 아니었다면 이런 기회도 없었겠지요.”


자신의 소식을 알릴 방법이 없던 와중에, 오국의 새로운 승상으로 조국헌이 임명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었다. 처음에는 그 소식을 믿지 않으려고 한 자들과, 분노한 자들이 뒤섞여 있었으나, 조국헌이 성국에 헌신했던 것을 떠올리고는 분란은 쉽게 가라앉았다.


“이미, 승상에게 사람을 보내놨으니, 이 소식을 들으신다면 어떻게 해서든 무기를 가지고 나오시겠지. 우리는 그 때만 기다리세.”

“알겠습니다. 일단은 피곤 하실 텐데, 조금 쉬시지요.”


노인이 조심스럽게 인사를 하며 천막을 빠져나갔다.


‘모든 상황이 쉽게 흘러가는군. 정말 다행이야.’


보장이 손에 두르고 있던 끈을 풀어내며 생각을 정리했다.


“이보게, 젊은이.”

“누구..?”


갑작스럽게 들린 소리에 보장이 고개를 돌렸다.


“뭐야, 장난인가?”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그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장난이 아니라네.”

“뭐, 뭐야.”


사람을 편하게 하는 목소리였지만, 적잖이 당황했는지, 보장이 놓여있던 봉을 들어올렸다.


“사람이면 모습을 드러내고, 귀, 귀신이여도 모습을 드러내라.”


보장이 허공을 향해 외치자, 작은 인영이 그의 앞에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너무 그렇게 경계하지 말게. 내 오늘 중요한 이야기를 위해 왔으니.”

“당, 당신은 누구시오!”


날카롭게 경계하는 그의 표정에서 두려움이 묻어나자, 인영이 더욱 가까이 붙어 자신의 얼굴을 확인 시켜주었다.


“내가 누구냐고 말하면 알 것 같은가.”

“히익!”


보장이 자신도 모르게 봉을 크게 휘두르자, 공간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렸다.


“허허, 재밌군.”


그러나 그의 행동을 재롱으로 보듯 손가락을 튕긴 인영의 행동에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설마?”


보장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동주였다.


“깊은 말을 나눌 시간은 없고, 이리 가까이 와보게.”

“무, 무슨 짓을 하려고!”

“어른이 오라면 그냥 오게.”


격렬하게 거부하는 보장을 쉽게 진정시키기 어려워 보였다.


“힘이 넘치는군!”

“억!”


동주의 손가락에 이마를 맞은 보장이 짧은 신음을 내뱉고는 그대로 뒤로 풀썩 쓰러졌다.


“내가 이곳에서 얻은 정보를 자네에게 주었으니, 꿈에서라도 보고 스스로 판단해보게.”


동주는 쓰러진 보장을 보며 누군가를 떠올렸는지,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얼마 안가 시간이 다 됐는지, 그곳에서 모습을 감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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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 23.05.20 140 2 13쪽
59 59 23.05.20 142 2 10쪽
58 58 23.05.19 146 2 10쪽
57 57 23.05.19 146 3 10쪽
56 56 23.05.19 156 3 11쪽
55 55 23.05.19 15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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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3 23.05.19 170 3 11쪽
52 52 23.05.19 168 3 12쪽
» 51 23.05.19 167 3 10쪽
50 50 23.05.19 165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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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 23.05.19 182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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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 23.05.19 186 3 15쪽
38 38 23.05.19 183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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