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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하자

천몽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도월씨
작품등록일 :
2023.05.19 13:49
최근연재일 :
2023.05.20 22:45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17,324
추천수 :
202
글자수 :
371,828

작성
23.05.19 23:15
조회
162
추천
3
글자
9쪽

50

DUMMY

“지금껏 무례를 범한 것을 용서하지 마시지요.”


만월이 뜬 전각 아래에서 조국헌을 향해 남유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지요. 너무 마음에 담지만 마세요.”

“아닙니다. 제가 보인 행동은 용서 받지 못할 행동입니다.”

“하하, 이번에 운적을 꺾은 것이 꽤나 마음에 들었나 보군요.”


조국헌이 남유의 마음을 꿰뚫어 보자, 그가 고개를 확 들더니 머리를 긁적거렸다.


“맞습니다. 부끄럽게도, 도움을 주신 덕분에 제가 이길 수 있었지요.”

“저는 조언만 해드렸습니다, 실질적으로 행동하고 승리를 가져온 것은 장군의 노력덕분이지요.”


조국헌이 그를 부축하더니, 자신의 앞자리에 앉혔다.


“부상도 아직 아물지 않았을 터인데,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 이미 알고 계셨습니까?”


남유가 자신의 가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저, 장군과 같은 자들을 많이 상대하다보니 알고 있을 뿐이지요.”

“그렇군요. 그나저나 승상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조국헌이 차를 들이키려다가 이내 잠시 손을 멈칫거렸다.


“늙은 노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겠습니까. 성국출신 백성들이 무탈해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지요. 그들이 저를 향해 욕을 해도 저는 상관없습니다.”


씁쓸한 미소를 짓는 노인의 모습이 남유의 눈에 담겼다.


“안타깝군요. 그들은 승상이 자신을 구원해준 것을 모를 터이니, 다시 생각해 보니, 지금껏 저도 그들을 막대했었는데, 앞으로는 부하들에게 일러 행동을 주의하라 전하겠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요.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야 말로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겠군요.”


조국헌이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자, 남유가 재빨리 그를 막았다.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시간도 이미 늦었으니, 침소로 드시지요.”

“아, 저는 좀 더 달밤을 즐기다가 가겠습니다. 장군 먼저 돌아가시지요.”

“음.. 그렇다면, 병사들에게 일러 경계를 강화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남유가 인사를 올리자, 조국헌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달빛이 마치 내게 경고하듯 쏟아지는구나.’


조국헌이 찻잔에 담긴 달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툭.


“누구십니까.”

“이런 곳에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다니, 너무 안일한 것 아닙니까.”


복면을 쓴 사내가 전각 위에서 뛰어내리더니 조국헌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아무리도 황궁에서 지내는 사람은 아닌 것 같군요.”

“역시, 뭔가 알아차리는 것은 여전히 빠르시군요.”

“하하, 사람이 연륜이 쌓이면 다들 그렇지요. 그나저나... 나를 잘 아는 듯한 말투는 성국사람입니까?”

“...한번 알아 맞혀 보시지요.”


안이 얼굴을 감싸던 복면을 살짝 아래로 내렸다.


“... 처음 보는 젊은이인데, 이상하게도 익숙하군.”

“한 번에 알아맞히는 것은 어려운가 보군요.”


조국헌이 눈을 찌푸리며 안을 살펴봤으나, 도저히 누군지 감을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나름 한번 본 이들은 대체로 기억을 잘 하는 편이였으나, 안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저 달이 술잔에 담기니, 흩날리던 꽃밭이 연못을 이루네.]


“...설마?”


안이 갑작스럽게 시구를 읊자, 조국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연못에 사는 잉어는 달을 보지 못하지만, 그곳이 백지로 변한 것을 알고 있다네.]


“기억 하시는군요.”

“자네, 설마 낙원인가? 비슷한 느낌은 받았는데, 완전히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은가?”


주름 잡힌 얼굴에서 기쁨이 뒤섞인 미소가 번져나갔다.


“혹시나 싶었는데, 정말로 오국의 승상이 됐습니다.”

“이것은 다 사정이 있어서 그런 것이네.”


이미 사정을 다 알고 있는 안이었지만, 그를 떠보기 위해 말을 던졌다. 그리고 조국헌 또한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했는지, 최대한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었다.


“그나저나, 자네는 도대체 어디에 있다가 온 것인가?”

“이야기 하자면 길지요. 저도 묻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그래, 일단 자네가 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먼저 듣는 게 낫겠군.”


조국헌이 자리를 안내하자 안이 그곳에 앉았다.


“사실, 보장을 만났습니다. 제 부장으로 있던 보호의 아들이지요.”

“보장이 아직 살아 있었는가? 그것참 다행이로군.”

“그 보장이 승상을 찾아가면 제가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다 했지요.”

“그래서 날 찾아 온 것이로군? 그래, 원하는 답이 무엇인가?”


안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자신이 겪은 것을 그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과, 자신이 구안의 삶을 살게 된 이유, 그리고 지금 사라진 자신의 스승을 찾고 있다는 것 모두를 말했다.


“믿을 수 없군.”

“이미 천인이 존재하는 것을 알고 있는데, 믿을 수 없는 내용은 아니지요.”


조국헌은 안의 말을 다 듣고 나서 한동안 충격에 잠겨버렸다. 천인이 존재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던 것이 그를 흔들었다.


“자, 승상께서 알고 계시는 것을 제게 말해주시지요.”


안은 조국헌의 마음이 진정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듯 답을 요구했다.


“그, 그래. 사실 성국 도성이 함락 당한 이후. 짧게나마 부흥운동을 주도 했었던 적이 있었네.”

“부흥운동을 했었다고요? 그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데.”

“아마, 남은 이야기는 내게 들으라 했겠지, 폐하께서 승하 하신 후 성국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나는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그 중에 보장이 있던 걸세. 아직 그가 성국 땅에 남아있다면 내가 내린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거겠지.”


조국헌이 꺼내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었는지 잠시 말을 멈췄다.


“하지만, 제가 원하는 답은 그것이 아닙니다. 저는 제 스승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군요.”

“....그렇지, 이미 지나간 이야기를 해봤자, 도움 될 것이 없지. 사실, 이곳에 오기 전에 천인이 나를 찾아왔다네. 그리고 어떤 노인에 대한 정보를 내게 일러주었지.”

“설마?”


안의 표정을 본 조국헌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천인이 스승님의 존재를 알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스승님은 천인과 대립을 하는 중인건가? 왜 천주께서는 아무런 도움이 없는 거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에 안의 심정이 복잡해져만 갔다. 그리고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도우지 않는 천주에 대한 원망을 속으로 내뱉었다.


“상상을 뛰어넘는 존재 앞에서 인간은 흔한 벌레만도 못한 존재지. 자네의 스승이라는 자가 처음 이 땅을 밟은 노인보다 강하다 하여도, 천인을 이길 수 없겠지.”

“그 천인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습니까?”


안의 물음에 조국헌이 고개를 저었다.


“모른다네, 하지만, 천인이 내게 말했던 것이 하나 있지.”

“그게 무엇입니까?”

“사냥꾼들의 무기를 모으면, 큰 문이 하나가 생긴다. 그 문을 열면 자신이 있는 곳에 도달할 수가 있다. 그러니, 성국을 부활시키고 싶으면, 그 무기를 모두 모아 자신을 찾아와라. 이 말을 남겼지.”


조국헌이 말을 끝내자, 안의 미간이 좁혀졌다. 도저히 천인의 생각이 무엇이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시험을 통해 성국을 멸망시키더니, 다시 성국의 부활을 제안했다? 또한, 사냥꾼의 무기를 자신이 만들어 놓고, 그것을 다시 모으라는 이상한 요구를 했다는 것이 안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일단, 시간이 늦었으니, 저는 이만 돌아가 보지요. 빠른 시일 안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안이 공중으로 몸을 돌려 그곳에서 재빨리 사라지자, 아직 못 다한 말이 남았던 조국헌이 그곳을 바라봤다.


“가버린 것인가?”

“그렇군.”


조국헌이 허공에 대고 말을 던지자 이상한 모습의 남자가 그곳에 나타났다.


“왜 사실과 거짓을 중간에 섞어 낸 게지?”

“그야, 모든 것은 성국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지요.”

“하하, 천인인 나를 이용하여 이상한 계획을 꾸미는군.”

“어차피, 천인께서도 저를 이용하고 싶어 하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오국의 승상이 된 것도 오로지 성국의 백성을 위함일 뿐이지요.”

“그래도, 자네 덕분에 내가 찾던 인간을 찾았으니, 고마워해야겠군.”


천인이 겉으로 고마움을 표현했으나, 조국헌은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는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천인께서 찾던 이가 낙원이라면, 당장 죽이고 싶으실 텐데, 왜 그러지 못하는 겁니까?”

“그놈의 스승 놈 때문에, 지상에 내려온 것도 오래 있지 못한다네.”


조국헌의 물음이 천인의 심경을 건들렸는지, 그가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천인의 모습이 희미하게 변해갔다.


“이런, 시간이 다 됐군. 아무쪼록 자네의 계획이 성공하길 바라네.”


천인의 모습이 먼지처럼 사라지자, 조국헌이 그곳을 멍하니 바라봤다.


‘곧, 전쟁을 준비해야겠구나.’


생각에 잠긴 그가 달을 한번 바라보고는 고민을 모두 속으로 넘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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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완결 23.05.20 174 3 18쪽
63 63 23.05.20 151 2 16쪽
62 62 23.05.20 139 2 13쪽
61 61 23.05.20 138 2 12쪽
60 60 23.05.20 138 2 13쪽
59 59 23.05.20 140 2 10쪽
58 58 23.05.19 144 2 10쪽
57 57 23.05.19 144 3 10쪽
56 56 23.05.19 154 3 11쪽
55 55 23.05.19 152 3 11쪽
54 54 23.05.19 167 3 11쪽
53 53 23.05.19 165 3 11쪽
52 52 23.05.19 166 3 12쪽
51 51 23.05.19 163 3 10쪽
» 50 23.05.19 163 3 9쪽
49 49 23.05.19 166 3 12쪽
48 48 23.05.19 172 3 10쪽
47 47 23.05.19 179 3 13쪽
46 46 23.05.19 171 3 13쪽
45 45 23.05.19 172 3 17쪽
44 44 23.05.19 183 3 13쪽
43 43 23.05.19 179 3 13쪽
42 42 23.05.19 176 3 12쪽
41 41 23.05.19 186 2 16쪽
40 40 23.05.19 181 3 16쪽
39 39 23.05.19 184 3 15쪽
38 38 23.05.19 180 3 14쪽
37 37 23.05.19 183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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