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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몽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도월씨
작품등록일 :
2023.05.19 13:49
최근연재일 :
2023.05.20 22:45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17,706
추천수 :
202
글자수 :
371,828

작성
23.05.19 23:10
조회
168
추천
3
글자
12쪽

49

DUMMY

“도련님 여기가 좋겠네요.”


안과 은월이 연무장에 마련된 작은 자리에 앉았다.


“오늘 소병제에 오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우리 오국의 자랑스러운 사냥꾼들께서 화려한 볼거리를 준비하셨습니다.”


연무장 가운데로 들어선 남자가 그곳에 모인 이들에게 설명하며 인사했다.


“이번에도 원기의 반응이 나타날까요?”

“물론, 지금껏 그래왔으니깐, 이번에도 원기를 느낄 수 있을 거야.”

“처음은 천기고, 두 번째는 지기였으니, 이번에는 마영적일까요?”

“글쎄, 다른 건 몰라도 마영적은 수행의 방법이 다르니..”


분주해지는 연무장을 보며 안과 은월이 짧은 대화를 나눴다.


“폐하께서 오십니다!”


설명을 하던 남자가 한곳을 바라보더니 그곳을 향해 꾸벅 허리를 숙였다.


“폐하.”


모여 있던 관중들도 삽시간에 허리를 숙이며 황제에게 예를 올렸다.


“저렇게 많은 백성들이 둘의 대련을 궁금해 하니, 충분한 보답을 해야겠지요?”

“예, 폐하.”


자리에 들어선 주호원의 뒤로 남유와 운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은 우리 오국의 자랑스러운 사냥꾼들의 대결이 있는 소병제입니다. 백성들은 이 나라를 지탱하는 힘이 얼마나 강한지, 이번 기회를 통해 자부심을 갖길 바랍니다.”


“저자가 황제인가 보네요.”

“그래, 오국도 황제가 바뀌었네.”


젊은 주호원의 얼굴을 보며 둘이 속닥거렸다.


“자, 그럼 사냥꾼들은 서로를 향해 예를 갖추시길 바랍니다.”


남자의 말에 남유와 운적이 손을 올리며 인사를 나눴다.


“오늘은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호오, 하루사이에 무슨 변화라도 찾았나보군.”


서로의 눈이 공중에서 충돌하기가 무섭게 남유의 손이 먼저 활을 꺼내들었다.


‘첫 발은..’


남유의 움직임을 읽었는지, 운적이 몸을 최대한 낮췄다.


“흥, 제 공격이 아무리 그래도 무시당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남유는 그의 모습을 보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도 그럴 것이 운적은 몸을 낮추고 있었을 뿐 검집에 손을 가져다 대진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오늘의 결과는 어제 보았지 않았는가?”


“그 자신감이 언제까지 가는지 똑똑히 지켜보지요.”


남유가 말을 끝내며 시위를 당겼다.


쐐액!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시위를 떠난 활이 운적의 목을 정확히 노렸다.


“읏?”


예상보다 빠른 공격에 놀랐는지 그의 손에 검이 들렸다.


“대단하군. 첫발은 그저 그런 수준인걸로 알고 있었는데.”

“기대해도 좋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자네의 그 자신감이 어디서 오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는 같다네!”


운적이 대화의 빈틈을 찾아내며 남유를 기습적으로 공격했다.


“무슨!”


크게 휘둘러진 검이 운적의 심리를 나타내듯 크게 흔들렸다. 자신이 알고 있는 남유라면 다음 공격은 활을 바닥에 세워놓는 동작이 분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의 손에 활이 들려있었다.


“제가 활을 세워 놓을 것이라고 예상하셨군요.”


활을 쳐낼 생각으로 검을 휘둘렀던 탓에 중심이 무너진 운적의 눈으로 화살이 내리 꽂아졌다.


“크윽!”


가까스로 몸을 뒤로 돌린 그의 얼굴에서 작은 실금과 함께 피가 흘러내렸다.


“누군가 도움을 준 게로군.”

“마음대로 생각하시지요.”


피를 닦아낸 운적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남유를 봐라봤다. 남유는 그런 모습을 보며 자신이 승리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도취감에 빠지기 시작했다.


“도련님이 보시기에는 누가 이길 것 같아요?”

“아마...활을 든 자가 이길 것 같은데.”

“음... 지금 상황만 봐서는 그렇겠지만, 너무 자만해지는 느낌이 있네요.”

“그걸 어떻게 알아?”

“감이라고 해두죠.”


은월의 말대로 남유는 조금씩 자만하기 시작했다. 천기의 기운을 느낀 이후에 되돌아 온 감이 예전의 그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계속 하시지요.”


남유가 도발하듯 운적을 향해 손을 치켜 올렸다.


“원한다면!”


그런 그의 도발을 받아주듯 운적이 든 검으로 강한 기운이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앗!”

괴성이 짧게 터져나감과 동시에 주홍빛의 검이 작게 떨리기 시작했다.


“위험하군!”


남유가 위험을 느끼고는 통에 들어있던 화살을 전부 바닥에 쏟아냈다.


“오오!”


쏟아진 화들이 남유의 기운을 타며 춤추듯 공중을 맴돌기 시작하자, 구경꾼들에게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잠시 뒤, 일정의 대형을 갖춘 화살과 거대한 검의 기운이 서로를 향해 충돌했다.


쾅!


머리를 울리는 강한 충격과 함께 모래먼지가 연무장을 덮쳤다.


“콜록, 콜록. 괜찮아?”

“콜록, 네, 괜찮아요.”


안이 은월을 감싸며 그녀의 안전을 확인한 뒤에야 고개를 들어올렸다.


“누가 이겼지?”


조금씩 걷혀가는 먼지 속에서 음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와와!!”


연무장에 서 있는 자와 쓰러진 자를 확인한 이들이 소리를 내질렀다.


“남유가 이겼군.”


주호원이 결과를 확인하고는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에 제 심장을 노리다니, 비겁하시군요.”


흥건히 젖은 가슴이 남유의 상태를 나타내 주었다.


“뭐, 그래도 소병제의 승리는 제가 가져가니 이번 건은 그냥 넘어가드리지요.”


남유가 정신을 잃은 운적을 깔보며 주호원을 향해 섰다.

“이번 소병제는 남유가 승리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결을 통해 사냥꾼들의 힘을 여러분께 보여드렸다는 것에 저는 만족합니다. 패자가 존재하지 않은 소병제는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주호원은 짧은 감사 평을 남긴 뒤 자리에서 빠르게 모습을 감췄다.


“어?”

“왜 그러세요?”


주호원 뒤로 지나가는 누군가를 보고는 안이 놀라자, 은월이 궁금해 하며 물었다.


“아, 아니. 방금 승상을 닮은 자를 본 것 같아서.”

“설마요, 한 나라의 승상을 지낸 자가 어떻게 조국을 멸망시킨 나라에 있겠어요.”

“그렇겠지? 하긴, 승상은 워낙 성국의 충심이 강했으니깐. 그렇다고 해도 황제의 옆에 있던 사람은 너무 닮았던 것 같은데..”

“너무 복잡한 생각은 하지 말아요. 그나저나, 이번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네요.”


은월이 아쉬운 표정으로 단전에 손을 가져다 댔다.


“아마, 거리가 멀어서 기운이 닿질 않아서 그런 것 같아.”


안은 그런 그녀를 위로하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다음 계획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일단은 숙소로 돌아간 뒤 씻고 나서 생각해보자.”


안이 몸에 묻은 먼지를 털며 말했다.


“그게 좋겠네요.”


은월 또한 자신의 몸을 킁킁 거리다가 그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


“아이 참! 승상께서는 저희를 위해 희생하신 거라니깐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가 풀어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어찌 성국의 자존심을 버리고 오국 따위에 개가 되냐는 말이야!”

“쉿! 조용히 좀 해요! 병사들이 들으면 어쩌시려고 그래요?”


객잔에서 작은 소란이 들려왔다. 성국의 포로들이 연무장에 나가 소병제를 구경하다가 조국헌을 본 뒤 흥분을 한 것이 이유였다.

“차라리 우리가 다시 옥살이를 하겠네.”

“그럼 승상께서 난처해지신다고요!”


안절부절 하던 연금이 사람들 틈에서 그들을 간신히 말리고 있었다.


“네놈은 승상과 가까이 지내서 그런 건지 몰라도, 우리 성국은 천인이 선택하신 나라야. 그런 나라가..”

“그래서요! 천인이 선택한 나라? 그 자만심이 결국에 멸망을 이끈 거잖아요. 그리고 그때 천인이 모습을 나타냈을 때 어땠어요? 자신이 선택한 나라를 구원해주지도 않았잖아요. 결국에 우리는 그냥 버림받은 거라고요!”


계속 된 이야기에 지쳤는지, 연금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 이놈이 어른이 말하는데!”


탁!


남자가 연유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자, 안이 나타나 그의 팔을 붙잡았다.


“제가 이 아이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그러는데, 잠시 자리를 비켜주시지요.”

“하, 젊은 것들이? 내가 이래봬도 백정 장군의 밑에서 복무했던 군인 출신이야!”


남자가 팔을 빼내려고 하자 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백정장군? 백정장군은 당신 같은 병사를 둔 적이 없을 텐데.”

“으...윽. 네놈이 백정장군에 대해 뭘 안다고!”


남자가 발버둥 치려하자, 안이 그의 팔을 뒤로 꺾어버렸다.


“백정장군의 병사들은 백성을 향해 주먹은 휘두르지 않았거든.”

“으윽, 가, 가자.”


안의 눈빛이 매섭게 변하자, 팔이 꺾인 남자를 부축하며 사람들이 자리를 빠져나갔다.


“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상황을 지켜보던 연금이 안에게 감사를 표했다.


“뭐, 이정도야. 그나저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아, 네? 저에게 무엇을..”

“듣고 싶어서 들은 것은 아닌데, 승상이 오국의 승상이 됐다는 이야기가 사실이야?”

“아...네. 맞아요. 그, 그렇지만, 승상은 저희를 꺼내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신 거예요.”


연금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안에게 말했다.


“도련님이 잘못 보신 게 아니었네요.”

“그래, 내가 잘못 봤을 리가 없지.”


은월에 말에 안이 답했다.


“혹, 혹시 성국 출신이신가요?”


연금이 궁금해 하며 묻자, 안이 작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 성국출신이야.”

“만나서 반가워요! 형님은 저희처럼 포로로 잡혀온 것이 아니었나보네요?”

“형, 형님? 아, 숨어있던 덕분에 포로로 잡혀 오지는 않았어. 나중에서야 이곳에 왔지.”

“대단하네요. 대부분은 포로로 끌려왔었는데...아 참. 그런데 형님은 승상의 이야기가 왜 궁금하신 건가요?”


연금이 즐거워하는 표정 뒤로 약간의 걱정스러움을 나타냈다.


“별건 아니야, 만나서 이야기 하고 싶은 게 있거든.”

“그런가요, 하지만 이제는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어요.”


연금의 말대로 조국헌은 이미 승상의 지위를 받아 마음대로 만나기는 어려웠다.


“흠.. 방법이라..”


안이 잠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도련님, 방법이 없지는 않아요.”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안이 의아해 하자, 은월의 손이 그의 귓가로 다가갔다.


“도련님의 몸은 이미 예전과 같으니깐, 자객으로 위장해서 찾아가면 되잖아요.”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사냥꾼들을 마주치지 않는 이상은 괜찮을 거예요. 제가 말리지 않잖아요.”


지금껏 위험한 일을 말리던 은월의 모습을 떠올렸는지, 이번 제안에 안의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좋아, 오늘 밤에 가야겠어.”

“무엇을요?”


안이 당당하게 말하자, 연금이 조심스럽게 그들에게 물었다.


“승상을 만나야지.”

“불가능하다니까요?”


연금이 고개를 저으며 안을 말렸다.


“승상이 있을법한 곳만 말해줘, 어차피 너에게는 해가 되는 일이 아니잖아.”

“그래도... 알겠어요. 승상께서는 주로 남유가 머무는 방 정면에 있는 전각에 간다고 해요.”

“그래? 고마워, 그런데, 이름이 뭐야?”

“아, 저는 연금이라고 해요. 형님은요?”

“낙..아니 구안이라고 해.”

“구안형님! 혹시라도 위험한 행동은 하지마세요.”


연금이 걱정하며 말하자, 안이 그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아까 그 자들이 다시 찾아 올 수 있으니, 당분간은 내가 내어주는 방에 머무는 게 좋겠다.”

“그, 그렇게 까지 안 해주셔도 되는데.”


연금은 한사코 손을 흔들며 거절했으나, 안이 내어준 은화를 그대로 받아드렸다.


“그럼, 나중에 내가 찾아갈게. 아직 씻지를 못해서.”

“아, 네! 알겠습니다.”


안이 대화를 끝내자, 은월이 그의 뒤를 따르며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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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3 23.05.20 153 2 16쪽
62 62 23.05.20 144 2 13쪽
61 61 23.05.20 142 2 12쪽
60 60 23.05.20 140 2 13쪽
59 59 23.05.20 142 2 10쪽
58 58 23.05.19 146 2 10쪽
57 57 23.05.19 147 3 10쪽
56 56 23.05.19 156 3 11쪽
55 55 23.05.19 156 3 11쪽
54 54 23.05.19 172 3 11쪽
53 53 23.05.19 171 3 11쪽
52 52 23.05.19 168 3 12쪽
51 51 23.05.19 168 3 10쪽
50 50 23.05.19 166 3 9쪽
» 49 23.05.19 169 3 12쪽
48 48 23.05.19 176 3 10쪽
47 47 23.05.19 185 3 13쪽
46 46 23.05.19 176 3 13쪽
45 45 23.05.19 176 3 17쪽
44 44 23.05.19 187 3 13쪽
43 43 23.05.19 185 3 13쪽
42 42 23.05.19 180 3 12쪽
41 41 23.05.19 191 2 16쪽
40 40 23.05.19 185 3 16쪽
39 39 23.05.19 187 3 15쪽
38 38 23.05.19 186 3 14쪽
37 37 23.05.19 191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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