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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몽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도월씨
작품등록일 :
2023.05.19 13:49
최근연재일 :
2023.05.20 22:45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17,344
추천수 :
202
글자수 :
371,828

작성
23.05.19 23:30
조회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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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53

DUMMY

코가 썩는 냄새를 맡았는지, 하늘 위로 까마귀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천으로 둘러싸인 깃대들은 잘게 조각나 땅에 널브러져 있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의 갑옷이던 것들은 땅을 파고 들었다. 사람의 형체를 찾기 어려운 곳에서 안과 은월이 조심스럽게 발을 옮기고 있었다.


“앗.”

“괜찮아?”


튀어나온 돌부리에 발이 걸렸는지 은월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안은 그녀가 다칠세라 재빠르게 팔을 뻗어 붙잡아 주었다. 몸을 감싸고 있는 원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지 은월의 얼굴에서 생기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맥없이 비틀거리는 그녀를 잡은 팔에서 안의 자책감이 느껴졌다.


“더 이상은 무리일 것 같아. 조금만 쉬자. 응?”

“괜찮아요. 조금만 더 가면 화원공주가 저희를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좋은 표정만 짓고 싶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는지 은월이 결국 피를 토했다.


“도움이 문제야? 그 전에 네가 사라진다고!”


안은 자신의 심정을 몰라주는 그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은월은 안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지금도 자신을 걱정하며 소리를 내뱉는 그의 얼굴을 보고 있는 것조차도 자신에게는 따뜻하게 다가왔다.


“소멸한다면, 지금껏 제가 해왔던 죗값을 받는다고 생각해야죠.”


무덤덤한 그녀의 말이 안의 몸을 떨게 만들었다. 또 한명의 사람이 사라진다. 그것도 자신이 죽을 만큼 사랑하는 여인이 자신의 죽음을 알리는 말을 하고 있었다.


“아?”


이상한 장면이 빠르게 사라지고, 잠에서 막 깬 안의 얼굴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도련님 왜 그러세요?”

“아, 꿈이었나.”


안이 갑작스럽게 눈물을 보이자, 놀란 은월이 달려와 물었다.


“갑자기 눈물을 보여서 놀랬잖아요.”


은월은 자신을 놀랜 안을 향해 투정 섞인 목소리를 내 밀었다.


“잠깐, 잠깐만 안아도 돼?”

“...네?”


안은 자신의 감정을 달래려는 듯 은월을 꼭 껴안았다. 은월 또한 그런 그를 달래주듯 안의 등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무슨 일인데 그래요?”

“내가 겪고 싶지 않은 가장 무서운 꿈을 꾼 것 같아서.”

“최근에 일이 바빠져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러게 제가 조금 쉬면서 준비하시라고 했잖아요.”

“그래, 이제부터라도 네 말대로 휴식을 좀 가져야겠어.”


안과 조국헌이 계획을 세운 이후. 그들의 움직임은 생각보다 빠르게 이루어졌다. 조국헌이 부탁을 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오의 황제는 그의 계획을 쉽게 승낙했다. 물론, 반발하는 대신들과 운적이 불만을 표출했었으나, 황명을 거역할 수는 없었기에 금방 사그라졌다. 보 또한 안에게 은혜를 입은 입장인터라 그의 요구를 빠르게 받아주었다.


“이제 앞으로 얼마나 남았죠?”

“앞으로 열흘 뒤?”

“얼마 안 남았네요.”

“응, 그 동안 빨리 원기를 되찾아야겠어.”

“그래도 보에서 은혜를 제대로 갚아서 다행이네요. 이렇게 무기를 빌려준 덕분에 원기의 흐름을 찾기 시작했잖아요. 아, 혹시 도련님이 갑자기 꿈을 꾸신 것도 원기를 되찾으면서 생기는 부작용이 아닐까요?”

“왜 그렇게 생각해?”

“전에, 이곳의 기억도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 찾게 됐잖아요. 아마, 이번에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은월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자, 안이 조심스럽게 눈동자를 위로 올렸다. 그녀의 말대로 세화서고에서 꿈을 꾸다가 낙원의 기억을 되찾았다. 더불어 당시에는 몰랐었지만, 은월이 천녀의 딸이라는 것도 꿈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려줬었다. 만약, 이번에도 같은 현상을 겪는 거라면, 방금 전 봤던 장면도 일종의 미래와 같을 수도 있었다.


“오히려 같은 현상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왜요?”


혼잣말로 내뱉은 말을 들었는지, 은월이 안을 보며 되물었다.


“...그냥. 그랬으면 좋겠어서.”

“치, 재미없게. 이제 좀 정신이 드셨으면 어서 준비하세요. 웅의와 만나기로 했잖아요.”

“응, 먼저 나가있어. 뒤 따라 나갈게.”


안이 그녀를 놓아주자, 은월이 품속에서 빠져나와 방을 나섰다.


‘...만약, 정말로 앞일을 보여준 것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은월이 나가 나간 이후로도 아직 생각이 복잡했는지, 안의 입술이 부르르 떨렸다.


‘아니야, 별일 아닐 거야. 공주마마의 이름이 언급이 됐다는 건 다른 세계의 장소라는 이야기인데. 이미 마벽도 사라진 마당에 그런 끔직한 짓을 벌일 사람은 남아 있지 않아.’


안은 다시 한 번 자신이 본 것을 부정했다.


“도련님 아직 멀었어요?”

“아, 금방 나갈게.”


자신을 기다리는 은월의 목소리에 안이 황급히 준비를 마쳤다.


“많이 기다렸지?”

“기다리느라 힘들었네요.”

“미안, 어서가자.”


은월의 어깨를 붙잡은 손이 오늘 따라 유난히 강하게 느껴졌다.

“웅의한테 한 소리 들을까봐 긴장 하셨나 봐요.”

“왜?”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셨는걸요.”

“아, 미안. 나도 모르게.”


은월은 그가 아직 생각을 정리 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 차렸는지, 안의 불필요한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농담을 던졌다. 안은 그녀의 말이 도움이 됐는지 그제야 손에서 힘을 풀었다.


“자, 가자.”


은월의 손을 꼭 잡은 안이 발걸음을 옮겼다. 은월 또한 그런 그의 감촉을 느끼며 미소를 짓고는 몸을 움직였다.


****


“어서 오게. 방패는 잘 챙겨왔는가?”

“여기 있습니다.”


배가 고팠는지 먼저 식사를 시작한 웅의가 손을 뻗어 자리를 안내하다가, 안이 건네는 방패를 그대로 받아들었다.


“그런데, 운광은 준비를 잘 하고 있답니까?”

“콜록, 말도 말게. 자네가 말한 계획 때문에 이를 갈고 수련중이야.”

“하긴, 운광은 사냥꾼의 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어색 할 테니. 단단히 준비를 해야겠지요.”


닭다리를 붙잡고 물어뜯는 웅의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표정이 보였다. 은월은 그런 그의 표정을 보면서 호걸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지저분함을 느꼈는지 표정을 살짝 찡그렸다.


“그나저나, 자네들 식사는 했는가. 물론 아직 안했겠지. 자 어서 그릇들 들게.”

“고맙습니다. 자, 여기.”

“아, 고마워요.”


늦은 저녁을 해결하듯 안과 은월이 놓여있는 음식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네가 말한 것이 효과를 보았는가?”

“아, 아직 효과가 없습니다.”

“으음, 아쉽군.”


호형호제하기로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시점에 안은 자신과 은월에 대한 정보를 그에게 알려주었다. 웅의는 안의 말을 듣고는 반쯤 의심을 하다가도 금방 수긍했다. 안이 저번 전투에서 보인 능력이 자신이 알고 있는 노인의 정보와 같았기 때문이었다. 웅의는 다른 이에게 발설하지 않는 다는 조건으로 자신도 수행자가 되는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여서인지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수행자가 될 수 없었다.


“자네가 그 능력을 사용 할 수 있게 된다면, 나 또한 나중에는 가능하겠지?”

“물론이지요.”


해맑은 눈동자를 보이는 그의 표정에서 간절함이 나타났으나, 안은 그에게 거짓을 말해줬다.


‘언제까지 속이실건가요?’

‘어쩔 수 없잖아. 잘못된 방법을 알려줄 수는 없으니.’


은월이 먹고 있던 국수를 내려놓고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안 또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럽게 그녀의 말의 답했다.


“후, 배부르군. 식사도 마쳤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대화를 하는 게 어떤가?”

“좋습니다.”


장소를 옮긴 그들이 작은 연못이 있는 곳에서 걸음을 멈췄다.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하나의 무기가 오에게 넘어가면 보는 멸망한다네.”

“이미 여러 번 말하지 않았습니까. 형님께서도 모든 것을 염두하고 참여의사를 나타냈지요.”

“그래, 그렇지.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

“....무엇을?”

“천하통일이라는 대업을 남기는 것이 대장부로서 꿈만 같은 것이지. 그런데, 그렇게 업적을 이뤄내도 결국에 남는 게 무엇일까 고민했다네. 인간들끼리 서로의 이익을 위해 싸운다 한들, 저 위에 있는 천인에게는 그저 유희거리가 아닌가? 만약, 천인의 마음이 변하여 성국과 같은 벌을 내리면 어떻게 하나? 갖가지 생각이 들더군.”

“...그렇군요.”


안은 생각에 잠긴 그의 표정을 보고는 보호를 떠올렸다. 만약, 하늘의 존재를 믿지 않았던 그가 지금까지 살아있었다고 하면 웅의가 보이는 모습과 같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이미 정해진 것은 어쩔 수 없으니, 그냥 한 소리라고 생각하게. 그나저나, 장소는 정했는가?”

“아직 정하지는 않았지만, 생각해 놓은 곳이 있기는 합니다.”

“오, 그곳이 어딘가?”

“성국이요.”


은월이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며 말을 꺼냈다.


“성국? 옛 성국의 땅을 말하는 건가?”

“맞습니다. 그곳 중에서도 가장 하늘의 기운이 짙다는 천산이지요.”

“하필 왜 그곳을 생각했는가? 성국의 날씨는 유독 변덕스러운 탓에 생명이 살기 힘들 정도로 변했다고 하던데.”

“맞습니다. 저희도 그곳에서 날씨 때문에 애 좀 먹었죠. 그런데 너무 걱정하지마시죠. 저희가 떠나온 곳에서 천산이 멀기는 했지만, 날씨가 좋게 변했었거든요. 아마 천산이 있는 도성 근처도 변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안과 은월의 말을 들은 웅의가 잠시 머뭇거렸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대결은커녕, 시도도 하지 못할게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었다.


“음, 준비는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겠네. 일단 폐하께는 말씀드려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헌데, 교지가 내려오는 대로 바로 떠날 건가?”

“...맞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 아닐세. 그 전까지 운광의 수련을 도와줘야 할 것 같아서.”

“아, 그렇군요. 저희는 늘 머물던 곳에서 기다릴 테니. 준비되시면 알려주시지요.”


안과 은월이 웅의에게 인사를 하자, 그제야 웅의가 자리를 떠났다.


“휴, 들키지는 않았나 보네요.”

“응, 그런 것 같아.”

“그래도 언젠가는 알게 되지 않을까요?”

“...우리는 일단 문이 열리는 것만 생각하자. 그리고 웅 형님과 운광이 그리 쉽게 패배할 사람들도 아니고.”

“그렇죠? 그래도 정이 들어서 그런지 걱정이 되기는 하네요.”

“승상이 그 자리에서 이상한 짓만 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거야.”

“흐음, 그렇다면 다행인데. 도련님은 정말 성국이 다시 세워 진다해도 신경 쓰지 않을 건가요?”


갑작스러운 은월의 질문에 안의 눈썹이 떨렸다.


“응. 이미 낙원의 삶은 끝났잖아. 이제는 안의 삶을 살아야지. 한번 멸망한 성국은 이제 미련이 없어.”

“좋아요, 저희는 동주와 함께 돌아가는 것만 생각하자고요.”


저녁 바람이 불어오자 그들이 서로를 껴안았다. 쌀쌀한 것도 있었지만, 서로의 의지를 확인함도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고요한 연못이 다가올 미래를 암시하듯 불안한 느낌을 주었으나,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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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 23.05.20 139 2 13쪽
61 61 23.05.20 138 2 12쪽
60 60 23.05.20 138 2 13쪽
59 59 23.05.20 140 2 10쪽
58 58 23.05.19 144 2 10쪽
57 57 23.05.19 144 3 10쪽
56 56 23.05.19 154 3 11쪽
55 55 23.05.19 152 3 11쪽
54 54 23.05.19 167 3 11쪽
» 53 23.05.19 166 3 11쪽
52 52 23.05.19 166 3 12쪽
51 51 23.05.19 163 3 10쪽
50 50 23.05.19 163 3 9쪽
49 49 23.05.19 166 3 12쪽
48 48 23.05.19 172 3 10쪽
47 47 23.05.19 179 3 13쪽
46 46 23.05.19 171 3 13쪽
45 45 23.05.19 172 3 17쪽
44 44 23.05.19 183 3 13쪽
43 43 23.05.19 179 3 13쪽
42 42 23.05.19 176 3 12쪽
41 41 23.05.19 186 2 16쪽
40 40 23.05.19 181 3 16쪽
39 39 23.05.19 184 3 15쪽
38 38 23.05.19 180 3 14쪽
37 37 23.05.19 183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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