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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하자

천몽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도월씨
작품등록일 :
2023.05.19 13:49
최근연재일 :
2023.05.20 22:45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17,346
추천수 :
202
글자수 :
371,828

작성
23.05.20 11:00
조회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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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61

DUMMY

“왔군.”

“기다리고 있었나?”


주호원을 마주친 견목이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가볍게 넘겼다.


“잠시 앉아 차라도 하실 텐가?”

“괜찮군.”


주호원이 미리 마련해둔 바위 위로 견목을 안내했다.


“나에 대한 경계심은 없는 건가?”


주호원이 차를 내주면서 견목에게 물었다.


“하하, 수행의 경지가 높은 자들은 이런 차를 두려워하지 않지. 음독을 두려워해서 쓰겠나.”

“재미있군.”


소매를 붙잡은 둘의 손에서 차를 음미하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당신의 목적은 뭔가?”

“그게 궁금한가?”


잔을 비운 견목이 대뜸 그에게 물었다.


“내가 있던 세계에서 나의 나라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강력함을 가졌었지. 그러다가 대뜸 나타난 기이한 노인에게서 막대한 피해를 입은 후 그대로 멸망의 길을 걷게 됐다네.”

“그래서, 당신네 나라가 멸망한 것이 이곳과는 무슨 연관이 있어서 이리 나오는 거지?”


견목이 주호원의 눈빛을 신경 쓰며 자극적인 질문을 던졌다.


“당연히 연관이 있지. 그 노인은 이곳 세계 사람 이였으니깐. 무엇보다도, 나의 나라가 최고로만 알고 있었는데,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어떻겠는가?”

“이해가 되질 않는군.”


견목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무엇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거지?”


주호원 또한 그의 말에 답했다.


“그 노인에 대한 복수심으로 이 세계를 공격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될 만하지. 그런데, 당신의 나라가 최고였던 것과 상관이 있는가. 해서 말이야.”


견목의 말 따라, 성국이 강한 것과 이곳을 침략한 것은 별다른 연관성이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견목의 시선으로 봤을 때만 해당되는 것일 뿐, 주호원에게는 자부심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내가 말을 하지 않았군. 내가 있던 세계에서 나의 나라는 하늘의 선택을 받은 나라였지. 그런데 멸망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질 않았어. 결국, 하늘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업보라고 생각했지. 그러나 천인을 실제로 만나보고 알았다네. 천인께서 성국을 멸망한 게 뒀던 것은 오늘의 일을 염두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야.”


주호원이 광기어린 눈빛으로 핏줄을 세워가며 입을 열었다.


“지나친 집착은 오히려 독이 되는 법일세.”


견목은 그런 그를 보며 안타깝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뭐, 당신에게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한 것은 끝이 보이기 때문이지.”

“하하, 마치 당신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확신하는군.”


자리에서 일어난 견목이 주호원을 내려다 봤다.


“뭐, 그래도 이런 장소를 구해놓은 것은 좋지 않은가.”


주호원이 무릎을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그럼, 시작할까.”


황량한 초원을 가로지르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은 주호원의 옷깃을 스쳤고, 그대로 돌아 견목의 수염을 간지럽혔다.


쾅.


바람이 돌아감과 동시에 큰 충격음이 바위를 쪼겠다. 주호원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흐름을 타며 견목을 향해 손을 뻗음과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하!”


그러나 견목은 그의 공격을 대수롭지 않게 피하며 몸을 돌려 뒤로 날아갔다.


“호오, 역시 저번에 그대로 공격을 했으면 위험할 뻔했군.”


방과의 대결 이후 견목을 봤던 때를 떠올리며 주호원이 말을 꺼냈다.


“지금 보아하니, 차라리 그때 내가 먼저 공격을 할 것을 그랬군.”

“뭐라?”


견목이 자극적인 어조로 주호원의 신경을 건드렸고, 의도 했던 대로 주호원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됐다.’


견목의 말에 평정심이 흔들린 주호원의 기운이 일렁거렸고, 견목은 그것을 눈치 채고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그 자만심의 끝이 어찌 될지 이 두 눈으로 봐주지.”


주호원은 멀뚱히 서있는 견목을 향해 양손을 뻗었다.


“천기를 이정도로 다스릴 줄 알다니.”


견목은 강하게 응집되어가는 그의 기운을 보며 작게 감탄했다. 평범한 사람이 수행능력을 얻고나 서 보이는 능력이라고 보기에는 훌륭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


주호원이 기합을 터트렸다. 동시에 작은 기둥의 모양이 견목의 머리위로 나타나며 그대로 그를 강타했다.


콰앙.


뿌연 먼지와 함께 사방으로 모래들이 휘날렸다.


“끝났나?”


휘릭.


승리를 예상한 주호원의 발목으로 식물의 줄기들이 뻗어 나오며 그의 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으윽.”


목을 강하게 감싸오는 줄기들은 점점 그 굵기가 거대해지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주호원의 몸을 완벽히 감쌌다.


“그 줄기는 나의 기운을 넣은 것이라, 쉽게 헤어 나올 수 없을걸.”


견목이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성큼 걸어 나갔다.


딱.


“뭣?”


식물에 가까워 졌을 때 손가락이 튕기는 소리가 들리면서 줄기가 모두 가루처럼 변해 버렸다. 그 덕분에 마음을 놓고 있던 견목은 무방비 상태가 되었고, 그 틈을 놓치기 싫었던 주호원이 미리 만들어놓은 검을 그대로 견목에 목을 향해 겨눴다.


팡!


그러나 그의 공격이 무색하게도 갑자기 솟아오른 지면이 검을 부숴버렸다.


“쳇, 저번에도 그렇고 이상한 기술들을 사용하는군.”


주호원이 입맛을 다시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이상하군. 저 정도의 기운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연을 이용한 공격은 한 번도 해오지 않는다..설마?’


견목 또한 뒤로 물러서며 생각을 정리했다. 수행의 경지가 높아질수록 보통의 수행자들은 자연을 이용한 공격을 하기 마련인데, 주호원은 지금ᄁᅠᆺ 그런 공격을 제대로 선보인 적이 없었다.


‘만약 내 생각이 맞는다면, 이 자리에서 먼저 끝을 볼 수 있겠군.’


견목이 그를 시험해보기 위해 아직 공기 중을 떠도는 먼지들을 한데 뭉치기 시작했다.


“저것은...”


주호원이 주춤 거리며 견목의 주위로 떠오르는 모래 먼지들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자, 어디 이것을 어떻게 막아낼 생각인지 봐야겠군.’


모래알 들이 단단하게 뭉쳤는지, 그대로 빠른 속도를 내보이며 주호원을 겨냥했다.


타다닥.


“크윽.”


일반적인 돌덩이와는 다르게 꽤나 묵직함이 느껴지는 모래알들이 그의 손바닥을 타고 강하게 울렸다.


“고작 그 정도였구나.”


견목은 자신이 극도로 경계했던 것을 허무하게 생각하며 쉬지 않고 공격을 퍼부었다.


“으윽, 이따위 잔재주로!”


주호원이 뻗어 보인 작은 문양들이 점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하앗!”


견목의 기합과 동시에 문양이 조각나며 사라졌고, 결국 모래알들은 그대로 주호원의 몸을 타격했다.


“커헉.”


입에서 한모금의 피를 내뱉은 주호원이 매서운 눈빛으로 견목을 바라봤다.


‘노인도 그렇고, 앞에 있는 자들도 그렇고, 모두 이상한 공격을 해오고 있다. 설마..’


주호원이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이상함을 눈치 챘는지,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이제 끝을 봐야겠군. 이곳에서 내가 당신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얼마나 천운인가.”


견목이 손가락을 들어 올리자, 주호원의 몸을 파고들은 모래알들이 그의 피부를 뚫고 혈관을 찢어놓기 시작했다.


“이대로.. 끝을.. 보기는...아쉽지.”

“무슨?”


주호원이 터져나가는 고통을 참으며, 하늘을 향해 손을 뻗자, 순식간에 먹구름이 사방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네놈들은 지금껏 이런 씩으로 싸워 왔구나.”


주호원이 견목을 보며 희미하게 웃어보이자, 견목이 조금 당황한 듯 눈썹을 치켜 올렸다.


‘이런, 기운을 운용하는 법을 익혔구나. 머리가 제법 비상한 자야. 이대로 가면 위험하겠어.’


견목이 위험을 감지하고는 빨리 끝을 내기 위해서였는지, 주호원의 몸을 타고 흐르는 모래알들에게 기운을 불어넣었다.


“으윽, 이대로 갈수는 없지.”


주호원이 바닥을 향해 손을 내리자, 큰 빗줄기가 초원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상황은 별로 좋지 못하군.”


견목이 주먹을 꽉 쥐며 주호원을 바라봤으나, 빗물 때문이었는지, 모래알들에게서 더 이상의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커억, 설마?”


옷이 젖은 견목에게서 주호원이 보인 반응과 같은 모습이 보였다.


“당신이 한 것과 같이 비에다가 내 기운을 불어 넣었지.”


주호원의 대답을 들은 견목은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원기의 기운을 빠르게 습득하는 것을 넘어서서, 처음 맞이하는 상황을 빠른 판단으로 돌파해 나가고 있었다. 만약, 이자가 더 높은 경지로 올라서게 된다면 안 또한 이를 당해 낼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럴 때 갑자기 동주가 말한 것이 떠오르는군.”

“죽기 전 신세한탄인가?”

“피차 서로 몸이 망가졌을 텐데. 이정도야.”


주호원과 견목이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자리에 멈춰서 있었다.


“동주가 만약을 대비해서 알려준 비기를 네놈에게 사용하는 것을 영광으로 알아라.”


견목이 하늘을 향해 손을 뻗자, 갈색의 문양이 손바닥 위로 나타났다.


“마지막 까지 발악을 하려는 군!”


주호원이 끝장을 보기 위해 내리치는 비를 더욱 거세게 만들었다.


‘아직 제자 놈들에게 못해준 것이 많은데 어쩔 수 없군. 어쩌면 동주도 이런 마음 이였을까.’


견목이 얇은 미소를 보이며 몸을 타고 흐르는 기운을 역류시켰다. 그러자, 그의 손을 빛내던 갈색의 색이, 청량함을 내뿜는 청색으로 변했다.


“기운이..변했다?”


주호원이 당황했는지, 손에 힘을 더욱 밀어 넣었다.


“천법과 완벽하게 같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이정도로 만족해야겠지.”


순식간의 지기를 천기로 맞바꾼 견목의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떻게 갑자기 저런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주호원의 동공이 흔들리며 멀뚱히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본래 천기와 지기는 그 운용법이 다를 뿐, 본래의 성질을 같았다. 이를 모르고 있는 주호원이 이렇게 당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몰랐다.


“자, 끝이다!”


견목은 주호원을 향해 양팔을 내리쳤고, 먹구름의 작은 틈 사이로, 강한 빛과 함께 천뇌가 내리쳤다.


“크아악!”


타는 듯 한 고통이 온몸을 타고 흐르며 저릿함이 배로 울리기 시작했다.


“끝이로군.”

견목 또한 모든 힘을 발산했는지, 시커멓게 변한 몸뚱이가 그대로 추락했다.


“으윽.”


짧은 신음과 함께 주변을 채운 매캐한 연기가 코를 찔렀다.


“어떻게 된 거지?”


수준 높은 수행자들의 대결은 흔치 않았다. 방은 구석에서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다가 끝이 난 것을 보고는 견목을 찾기 위해 다가왔다.


“여기 있었군.”


방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견목의 몸을 단번에 알아차리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뭐, 살 방법은 없어 보이는군.”


방이 차가운 어조로 견목에게 말하자, 희미하게 떨리는 목소리가 방에 귓가에 전달됐다.


“어...서...흡..수를..위...험.”

“뭐라는..?”


방은 목소리를 알아듣기 어려웠는지, 그의 입술에 귀를 가져다 댔다. 그러나 곧 뒤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기운에 곧바로 몸이 얼어붙고 말았다.


“저게 무슨 일이지?”


방은 자신의 눈을 믿기 어려웠는지, 허탈한 표정으로 뒤를 바라봤다. 동천의 경지. 견목의 공격을 받은 주호원이 오히려 승급을 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어...서...”


견목은 그런 방을 도우려는 듯 더 이상 버티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방이 이곳을 빨리 벗어나게 하기 위함이었다.


“어쩔 수 없군.”


다행이도, 주호원은 빈사 상태로 보였다. 그가 깨어나기 전이라면 충분히 도망칠 기회는 있었기 때문에, 방은 견목의 기운을 빠르게 흡수했다.


“당신의 부탁은....”

방은 견목을 잠시 바라보고는 장소를 떠났다.


“어?”

“왜 그러세요?”

“아니, 갑자기 눈물이 나서.”


안은 갑자기 흐르는 눈물을 이상하게 여기며 하늘을 바라봤다. 푸른 하늘을 가로지르는 새들이 유달리 많이 보이는 날. 새들의 지저귐이 오늘따라, 구슬프게 울리는 하루를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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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외전 23.05.20 140 1 4쪽
64 완결 23.05.20 174 3 18쪽
63 63 23.05.20 151 2 16쪽
62 62 23.05.20 139 2 13쪽
» 61 23.05.20 139 2 12쪽
60 60 23.05.20 138 2 13쪽
59 59 23.05.20 140 2 10쪽
58 58 23.05.19 144 2 10쪽
57 57 23.05.19 144 3 10쪽
56 56 23.05.19 154 3 11쪽
55 55 23.05.19 152 3 11쪽
54 54 23.05.19 167 3 11쪽
53 53 23.05.19 166 3 11쪽
52 52 23.05.19 166 3 12쪽
51 51 23.05.19 163 3 10쪽
50 50 23.05.19 163 3 9쪽
49 49 23.05.19 166 3 12쪽
48 48 23.05.19 172 3 10쪽
47 47 23.05.19 179 3 13쪽
46 46 23.05.19 171 3 13쪽
45 45 23.05.19 172 3 17쪽
44 44 23.05.19 183 3 13쪽
43 43 23.05.19 179 3 13쪽
42 42 23.05.19 176 3 12쪽
41 41 23.05.19 186 2 16쪽
40 40 23.05.19 181 3 16쪽
39 39 23.05.19 184 3 15쪽
38 38 23.05.19 180 3 14쪽
37 37 23.05.19 184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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