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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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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작품등록일 :
2022.05.03 17:42
최근연재일 :
2023.09.25 11:5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2,762
추천수 :
22
글자수 :
41,972

작성
22.05.0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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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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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역대급 민폐 하객

DUMMY

< 내일 9시에 우리 집으로 와요. >

< 그렇게 일찍요? >


안현수의 결혼식은 오후 1시였다. 그 커플의 결혼식에 가기 위해 새벽 같이 일어나서 준비할 이유도 의미도 없다고 생각했기에 백도훈의 제안이 다소 유별나게 느껴졌다.


< 원래 전 남자 결혼식에는 풀파워로 가야 하잖아요. 내가 다 준비했으니까 하은씨는 몸만 와요. >


나도 그 말을 들은 기억이 있었다. 샵에 가서 전 남친 결혼식에 간다고 하면 언니들이 그렇게 성심을 다해 꾸며준다고 했다. 헌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은지라 난 그냥 집에 있는 옷들 중 가장 예쁜 옷을 골라 입고 가려고 했다. 화장이야 너튜브 전 남친 결혼식 메이크업을 따라 하면 되는 거고.


그런데 백도훈이 개입하면서 갑자기 내 치장의 퀄리티가 천상계로 수직 상승했다.


매번 도움만 받는 건 염치 없지만 자기보다 열 수 위로 성장한 나를 보며 후회와 절망으로 무너지는 신랑의 모습을 꼭 보고 싶었다.


***


다음 날, 난 새벽같이 일어나 기초 메이크업과 안 꾸민 듯 잔뜩 신경 쓴 캐쥬얼룩을 입고 백도훈의 집으로 향했다.


사실 백도훈이 데리러 오겠다고 했지만 내 서식지의 암담한 현실을 들키고 싶지 않아 정중히 거절했다.


차라리 몸이 힘들고 말지. 쪽팔린 건 죽어도 싫었다.


띵동 띵동


난 어떤 환상적인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까 잔뜩 기대를 하며 초인종을 눌렀다.


" 들어와요. "


곧바로 차를 타고 이동할 줄 알았는데 들어오라는 듯 정문이 활짝 열렸다. 아직까지 준비를 마치지 못한 걸 보면 당사자인 백도훈이 더 들뜬 거 같았다.


또 얼마나 멋지게 꾸미고 가서 주인공 자리를 꿰차시려고. 난 피식 웃으며 정원에 난 길을 따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 언제 봐도 적응 안 되게 넓네. 이런 데서 신혼 생활하면 어떤 느낌일까. "


결혼은 안현수가 하는데 신혼 분위기는 왜 내가 느끼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집에서 신혼 생활을 만끽할 수만 있다면 전 썸남이야 몇 십 번을 결혼해도 얼씨구나 어깨춤을 출 수 있을 거 같았다.


지금 사랑이 중요하냐. 럭셔리 라이프가 중요하지.


난 고개를 저어 헛된 망상에서 빠져 나온 후에 진짜 그림의 떡인 백도훈을 만나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


" 왔어요? 다들 오셨으니까 얼른 시작하죠. "


내가 들어가자마자 그가 손목을 낚아채며 집안 깊숙한 곳으로 끌고 가려 했다.


난 질질 끌려가며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 시작하다뇨, 뭘요..? "


" 군인이 전투에 나가려면 무기를 장착하고 가야죠. 여자들한테 무기가 뭐겠어요. "


" 화장빨, 옷빨? "


그걸 몰라서 묻는 게 아니었다. 내 말은 그걸 준비하러 샵에 가야 할 시간에 왜 느긋하게 집에 처박혀 있어야 하냐는 거다. 성형 화장술을 받으려고 기초만 바르고 온 나에겐 청천벽력 같은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 똥손으로라도 너튜브 전 남친 결혼식 메이크업을 처바르고 왔지!


" 이거 맞아요? 저 믿어도 되는 거죠? "


난 불안한 얼굴로 그에게 재차 확인했다.


내가 우리 부사장님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가끔 튀어나오는 사이코 같은 성향이 걱정돼서 그러는 거다. 원래 사이코들은 네 편 내 편 상관 없이 팀킬도 서슴지 않는 다던데. 설마 이번 타깃은 내가 아닐까 싶어서.


" 믿어요. 각 분야 전문가들로 모셨어요. "


그 말과 동시에 그가 꼭 닫혀 있는 미지의 방문을 열어젖혔다.


그 순간 내 앞에는 TV에서만 보던 뷰티계의 전문가들이 찬란한 미소를 지으며 등장했다.


이렇게 귀하신 분들이 이 누추...하지 않지만 누추한 날 만나러 여길 어떻게!


" 내가 믿으라고 했죠. 오늘 신부보다 더 빛나게 만들어줄게요. 그 정도면 그 여자한테 한 방 먹일 수 있는 거 맞죠? "


" 완전요. "


결과물을 봐야 알겠지만 오늘 내가 받을 서비스의 질로만 봤을 때 난 이미 안현수의 신부를 넘어서고도 남았다. 제 아무리 금수저로 태어났다 해도 다이아 수저 앞에선 하염없이 초라해질 수밖에 없었던 거다.


그리고 절대 금수저가 될 수 없던 난 다이아 수저인 남자를 만나 단숨에 그 위에 올라섰다.


***


천상 군단의 천상계 서비스를 통해 난 성형 화장을 뛰어 넘어서 전신 개조술을 받고 여신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거기까지만 해도 감지덕지인데 그가 날 태워갈 차가 무려 20억짜리 랄스라이스였다. 이 정도면 오늘 내가 결혼하는 게 맞다고 봐도 무방했다.


" 타요. 얼른 결혼식에 깽판 치러 가자구요. "


" 네! "


난 그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황급히 다신 못 타볼지도 모를 랄스라이스 보조석에 올라탔다. 내 장담하건대 오늘 안현수가 타고 갈 신혼카는 랄스라이스 앞에서 기도 못 펴고 수치심을 느끼게 될 거다. 게다가 그 차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내리는 걸 보게 될 그의 표정이 궁금했다.


생각만으로도 이렇게 신나고 기분 째지는데 현실이 되면 얼마나 행복할까.


오늘 난 역대급 민폐 하객이 되어 그들의 결혼식에 꽃가루 대신 재를 뿌려주고 올 거다.


" 좋아하는 거 보니 내가 다 좋네. "


내가 제 자리에 앉아서 방방 뛰자 백도훈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렇게 로맨틱하고 다정한 사람이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와 살인 계획을 논의했다는 게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그 의아함을 참지 못하고 내가 물었다.


" 근데 왜 이렇게까지 도와주세요? "


단순한 관심에서 나한테 잘해주는 건 이해할 수 있었지만 오늘의 서비스는 내 기준에선 선을 심하게 넘은 처사였다. 이정도 친절이라면 상대가 날 열렬히 사모하고 있다고 오해해도 무죄였다.


이 남자 설마 나한테 첫눈에 반했나..?


" 그야 내가 즐거우니까요. "


" 내가 막 웃기고 그런 타입은 아닌데. "


" 난 말이에요. 과격하고 파괴적인 취향이었거든요. 그래서 쓸데없이 흘리고 뭘 묻혀 오는 게 많았는데 성하은씨 말을 들어보니까 티 나는 것보단 은밀하게 조져주는 게 더 좋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많이 배우고 있으니까 앞으로도 즐거운 가르침 부탁할게요. "


분명 한국말인데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난 그냥 하던 대로 악착같이 살아남고 있는 거뿐인데 그는 도대체 나에게서 무엇을 본 걸까.


나조차도 내 자신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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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모두가 사이코' 요약본으로 몰아보기 2] 23.09.25 6 0 9쪽
11 ['모두가 사이코' 요약본으로 몰아보기 1] 23.09.25 16 0 11쪽
10 너의 결혼식 22.05.06 73 0 8쪽
» 역대급 민폐 하객 22.05.06 82 0 7쪽
8 내가 망가트려 줄게 22.05.06 79 0 7쪽
7 위험한 관계 22.05.06 89 1 6쪽
6 실시간 맞선 중계 22.05.06 95 1 7쪽
5 복수 대신 결혼 22.05.06 110 0 8쪽
4 저 남자만 갖는다면 22.05.06 133 2 7쪽
3 살인 예고 22.05.06 144 3 6쪽
2 안 죽일 거야 22.05.06 156 3 6쪽
1 최약체들의 집합소 22.05.06 255 3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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