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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작품등록일 :
2022.05.03 17:42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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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13 회
조회수 :
2,756
추천수 :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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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72

작성
22.05.06 14:46
조회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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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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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위험한 관계

DUMMY

***


다음 날 출근해서 본 하지연의 얼굴에는 화사한 꽃이 피었다. 어제 백도훈과 아주 뜻 깊은 시간을 보내고 온 거 틀림없었다. 백도훈이 나한테 실시간으로 보냈던 문자는 그저 자랑이나 하려는 졸렬한 짓이었음이 들어난 순간이었다.


이 망할 부부 사기단의 행태를 도저히 봐줄 수가 없어 일을 하려는데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 이 자식아, 안 그래도 네 예비 신부가 얼마나 행복한지 보고 있으니까 자랑질 좀 그만해라! '


하고 휴대폰을 본 순간 난 손에 힘이 풀려버리고야 말았다. 그 화면 속에선 나와 얼마 전까지 썸을 탔다고 믿었던 안현수의 청첩장이 분홍빛 테두리 안에서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다. 결혼 준비를 한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그냥 소문이겠거니 했는데, 이렇게 청첩장을 받고 나니 이제야 현실이 실감됐다. 내가 성공해서 뜨겁게 사랑하고 싶었던 내 오랜 짝남은 날 기다려 주지 않고 세상 걱정 없는 금수저를 택해 결혼을 하려고 했다.


예비 신부에 대해 동기들한테 들어보니 아버지가 사업을 해서 취직도 안 하고 해외여행이나 다니며 팔자 좋게 사는 금수저라고 했다. 난 이번에도 내가 가장 가지고 싶던 걸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금수저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그들은 내가 성장할 시간도 주지 않고 내 소원들을 잽싸게 낚아채 자신의 것으로 만들아 갔다. 하지연도 짜증났지만 지금 나에겐 내 꿈을 앗아간 그 망할 계집이 더 미웠다. 난 매일 미소 짓고 있을 그 여자의 예쁜 얼굴을 흉측하게 망가트려주고 싶었다. 그래야 매일 슬픔에 잠겨 있는 나 같은 이들에게 세상이 공평하다고 주장할 수 있을 거다.


***


그 청첩장 하나로 기분이 잡쳐서 하루 종일 우울했던 터라 이대로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역 근처에 있는 작은 포차에 들어가 우동 한 그릇과 소주 한 병을 시켰다.


이런 내게 사람들은 말한다. 금수저들도 금수저들 나름의 고통이 있으니 너무 열 받아 말라고.


그건 금수저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분노를 막기 위해 퍼트린 거짓말 중 하나였다. 걔들이 고통스러워 봤자 우리가 당하는 고통에 비하면 재미있는 수준일 거다.


약자들의 편에 서겠다던 교회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우리의 폭동을 막기 위해 부자들의 논리에 협조하며 우릴 세뇌시켰다.


남의 축복을 탐내지 마라. 그래야 가난한 것들이 감히 있는 자들의 밥그릇을 노리려 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 선의라는 탈을 쓴 세뇌의 말의 진실을 알고 있었던 난 홀로 쓰디쓴 소주를 들이켰다.


안현수의 결혼식은 다음 주 토요일이었다. 오늘이 목요일이니까 약 10일 남짓 남은 시간이었다. 그 안에 두 사람이 전쟁 같은 사랑 싸움을 벌이지 않는 한 결혼식은 순조롭게 진행될 거다. 그 사실이 못 견디게 아파 와 멘탈을 와장창 붕괴시켰다.


" 이모, 여기 껍데기 하나랑 소주 한 병 더요! "


정신이라도 멀쩡하기 위해 난 간에 독약을 퍼붓는 어리석은 선택을 해야 했다. 그렇게 소주 2병을 비워내니 정신이 알딸딸하고 눈 앞이 흐려졌지만 감정은 더욱 격해지는 이상한 부작용이 일어났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분하고 억울해서 도저히 이대로 참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난 혈기에 취해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지금 이 시간에 전화하는 건 실례인 건 알지만 내 엿 같은 기분은 그에게도 책임이 있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자마자 놈이 전화를 받았다.


" 성하은씨가 어쩐 일로 먼저 전화를 했어요? 샤워 하다가 깜짝 놀라서 뒤로 넘어갈 뻔 했잖아요. "


역시나 같은 금수저 출신인 백도훈은 오늘도 인생이 참 즐거워 보였다.


" 백도훈씨는 인생이 게임 같아서 재미있죠? 아주 말만 하면 그대로 이루어지잖아. "


" 술 마셨어요? "


혀가 잔뜩 꼬인 그녀의 목소리에 머리에서 물기를 털던 백도훈이 멈칫 하며 물었다.


" 내가 술을 마셨건 말건 그쪽은 상관 마시고요. "


" 알았어요. 상관은 안 할 건데 거기 어디에요? 마침 나도 술이 고팠는데. "


그는 전화를 계속 이어나가며 빨래 바구니에 수건을 던져 놓고 방으로 들어가 나갈 채비에 나섰다.


" 우리 부사장님께서 이런 누추한 곳에 오시려고요?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나..? 미안하지만요, 망할 금수저들은 이런 데 절대 안 와요. 그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비싸고 좋은 곳에서 즐기고 있거든요... "


" 내가 못 갈 곳이 이 대한민국 안에 과연 있을까요. 나랑 내기할래요? 내가 거기 못 가면 한 달 간 술친구 해줄게요. 소원 하나는 덤으로 들어주고. "


" 콜! 못 온다에 내 인생을 건다! 여기가 어디냐면.... 회사 역 근처 작은 포장마찬데.... "


" 10분만 기다려요. "


그는 전화를 끊고 차 키를 챙겨 거실로 나왔다.


그때,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나타나 그를 막아 섰다.


" 이 밤에 어딜 가려고요? "


" 비켜. 중요한 일이야. "


백도훈은 귀찮은 듯 한 손으로 남자의 어깨를 옆으로 밀었다. 하지만 남자는 굳건하게 버티며 계속 시간을 잡아먹었다.


" 그 여자 때문이죠? 지난 번 이 집에 왔던 윗동네 사는 여자. "


남자가 성하은에 대해 알고 있자 그를 무시했던 백도훈의 시선이 그에게로 날아가 꽂혔다.


" 그래서 뭐. 그 여자 건들면 너도 재미없을 줄 알아. "


" 알았어요. 뭘 무섭게 이까지 악물고 그래요. 난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그럼 다녀와요. 어제 밤새 작업 했더니 피곤해서 이만 자야겠어요. "


남자는 색깔 없는 그림자마냥 무미건조한 얼굴로 지하로 걸어 내려갔다.


그가 완전히 사라진 걸 보고야 백도훈은 다시 자신의 가려던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놈은 위험천만한 종자였지만 날 하늘처럼 섬기고 있으니 함부로 성하은을 다치게 하진 못할 거다.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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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모두가 사이코' 요약본으로 몰아보기 1] 23.09.25 16 0 11쪽
10 너의 결혼식 22.05.06 72 0 8쪽
9 역대급 민폐 하객 22.05.06 81 0 7쪽
8 내가 망가트려 줄게 22.05.06 79 0 7쪽
» 위험한 관계 22.05.06 89 1 6쪽
6 실시간 맞선 중계 22.05.06 94 1 7쪽
5 복수 대신 결혼 22.05.06 110 0 8쪽
4 저 남자만 갖는다면 22.05.06 132 2 7쪽
3 살인 예고 22.05.06 143 3 6쪽
2 안 죽일 거야 22.05.06 156 3 6쪽
1 최약체들의 집합소 22.05.06 255 3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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