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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님의 서재입니다.

모두가 사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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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작품등록일 :
2022.05.03 17:42
최근연재일 :
2023.09.25 11:5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2,757
추천수 :
22
글자수 :
41,972

작성
22.05.0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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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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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실시간 맞선 중계

DUMMY

그때 백도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창 밖을 보니 그의 차가 내가 탄 버스와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따라오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다가도 집이 같은 방향이라 이 길을 독차지 하겠다고 우길 수도 없었다.


골치 아픈 상황에 귀찮아진 난 그냥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 이번 정류장은 골든 타운 입구입니다. 차가 정차한 다음에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


그렇게 한참을 가다 드디어 버스가 내가 내려야 할 정류장에 멈춰 섰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내가 골드 타운 주민인 줄 알겠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그냥 부자 동네 사이에 낑긴 누추한 시골쥐 신세랄까.


빵빵.


한숨을 내쉬며 버스에서 내렸는데 옆에서 시끄러운 클락션 소리가 들렸다. 옆을 돌아보니 백도훈이 운전석에서 내려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웃사촌도 아닌데도 이웃사촌의 무서움을 몸소 깨닫게 됐다.


간신히 피해 왔는데 또 여기서 만나냐?


" 버스가 많이 늦네요. 그러게 내 차 타고 같이 오자니까. "


" 절 보신 줄은 몰랐네요. "


난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나가며 대답했다.


" 나 본 거 아는데. 아까 내 전화도 씹더만. "


" 글쎄요. 제가 워낙 피곤해서 자느라 몰랐네요. "


" 잠깐만 얘기 좀 하죠. "


내가 속도를 늦추지 않자 백도훈이 내 손목을 잡고 강제로 멈춰 세웠다.


이미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한 난 하염없이 땅만 내려다 봤다.


" 나한테 뭐 화난 거 있구나? "


" 그런 거 없는데요. 제가 뭐라고 부사장님한테 화가 나겠어요. "


" 표정 보니까 있는 거 맞는데. 뭔지 말해봐요. 내가 다 해결해줄게. "


또 저 소리였다. 저 말에 속아 허심탄회하게 내 고민을 털어놓은 것만 생각하면 화딱지가 올라와 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차라리 기대나 하게 하지 말지.


" 아니에요. 그냥 내가 좀 피곤해서 그래요. 저 먼저 가볼게요. "


" 설마 내가 하지연씨랑 선 본다고 해서 그래요? "


백도훈이 언제나처럼 싱글벙글한 얼굴로 물었다.


그걸 알면서도 나한테 이러신다?


나도 더 이상은 이 장난 같은 놀음에 장단을 맞춰줄 수가 없었다.


" 하지연씨랑 선 보고 결혼까지 하시면 그 복수를 저한테 하게 되겠네요. 무서워서라도 이제부터 몸 사리려고요. "


" 역시 그거 때문이었구나. 걱정 마요. "


또 뭔 소리를 하려고.


난 저 마수의 감언이설에 또 속아넘어가지 않기 위해 눈을 밝히고 잔뜩 경계했다.


" 기대해요. 내가 곧 아주 귀한 선물을 갖다 줄 테니까. 오늘은 우리 성하은씨 기분이 별로 인 거 같으니까 그냥 보내줄게요. 오늘은 푹 쉬고 내일 좋은 기분으로 봐요. "


" 허? "


헛웃음이 터져 나오는 순간 그는 나와 대화하길 포기한 듯 다시 차에 올라타서 가버렸다. 난 그것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 무슨 남자가 이렇게 포기가 빨라? '


대한민국에서 최소한 세 번은 권유해 보는 게 예의라고 배운 나에겐 그의 빠른 포기는 상당히 무례해 보였다. 싸가지 없는 것만 보면 하지연과 백도훈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천생연분이었다.


둘이 어디 한 번 잘 먹고 잘 살아봐라!


***


오늘은 드디어 하지연과 백도훈 부사장님의 맞선이 성사되는 날이었다. 둘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괜히 내가 집에서 가장 샤랄라한 옷을 입고 출근했다.


그렇게 벚꽃처럼 살랑이는 원피스를 입고 왔건만, 고가의 명품으로 전신 갑옷을 챙겨 입은 하지연이 자신만만한 얼굴에 난 기가 죽었다. 무과금은 과금을 절대로 이길 수 없었다.


" 어머, 하은씨 오늘 소개팅 하나 보다. 나도 오늘 맞선 보는데. "


" 아니요. 저 만나는 사람 있는데요. "


꿀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난 있지도 않은 남친을 만들어내는 기적을 선보였다.


" 그럼 데이트 하는 거야? 어쩐지 오늘 무리 좀 했나 했더니만. 어떤 남자 만나는지 모르겠지만 잘 놀다 와. "


그 말에는 내 남자여봤자 백도훈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거라는 오만함과 괄시가 깔려 있는 거 같았다. 다 맞는 말이라 대꾸할 거리도 없었다.


' 네가 백도훈이랑 선 본다고 벌써 사모님이 된 거 같지? 결혼식장에 들어가기 전까진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방심하지 마라. '


난 그들의 만남에 저주를 뿌리며 책상에 앉았다.


그때 휴대폰 진동이 울리고 문제의 맞선남에게 문자가 왔다.


< 나 오늘 하지연이랑 맞선 보러 가는데, 응원해줄래요? >


죽을 쓰라고 저주를 해도 모자랄 판에 응원은.


얘가 귀하게만 자라다 보니 공감 능력이라는 게 부족한 거 같았다. 이래서 오냐 오냐 자란 애들은 친구로 지내기 힘들었다. 근데 그 남자가 하지연의 남편 될 사람이라면, 더더욱 상종하고 싶지 않았다.


난 손을 푼 뒤에 전투적으로 휴대폰 자판을 눌렀다.


< 그대로 결혼까지 골인하시던가요. >


화이팅이고 나발이고 난 고생이라곤 모르고 자란 백도훈에게 하지연이라는 시련을 선사해주고 싶었다. 사이코패스적인 공감 능력을 소유하고 있는 백도훈의 실체를 알게 될 하지연의 반응 또한 기대됐다.


어쩌다 보니 난 둘의 만남을 열렬한 응원하는 그로테스크 마니아가 되어버렸다.


***


살랑살랑한 봄 원피스를 입고도 약속이 없었던 나는 집에 돌아와 홀로 라면을 끓여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 지금쯤 둘은 사이 좋게 스테이크를 썰며 찬란한 미래를 그리고 있겠지? 먹다 목에 걸려서 백도훈 얼굴에 스테이크나 뿜어라! '


그 주문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며 난 매콤한 라면 국물을 그대로 원샷해 버렸다. 그러다 내가 사례가 걸려 비참하게 바닥에 엎어져 기침을 해댔다.


" 나쁜 자식. 나한테 스테이크를 먹여줄 거처럼 듣기 좋은 말로 유혹할 땐 언제고 그걸 하지연 입에 넣어주냐! 둘 다 이거나 먹어라! "


그렇게 분노의 가운데 손가락을 발딱 치켜세웠는데 다시 한 번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 나 방금 하지연이랑 밥 먹고 나왔어요. 이제 좀 친밀해진 거 같아요. 하은씨는 밥 먹었어요? >


그의 실시간 보고 문자에 난 허공을 발로 차며 등에 바닥을 깔고 누웠다.


이거 지금 나한테 다른 여자랑 잘 되고 있다고 자랑하는 거 맞지? 이 새끼 진짜 사이코 아니야?!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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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모두가 사이코' 요약본으로 몰아보기 3] 23.09.25 9 0 8쪽
12 ['모두가 사이코' 요약본으로 몰아보기 2] 23.09.25 6 0 9쪽
11 ['모두가 사이코' 요약본으로 몰아보기 1] 23.09.25 16 0 11쪽
10 너의 결혼식 22.05.06 72 0 8쪽
9 역대급 민폐 하객 22.05.06 81 0 7쪽
8 내가 망가트려 줄게 22.05.06 79 0 7쪽
7 위험한 관계 22.05.06 89 1 6쪽
» 실시간 맞선 중계 22.05.06 95 1 7쪽
5 복수 대신 결혼 22.05.06 110 0 8쪽
4 저 남자만 갖는다면 22.05.06 132 2 7쪽
3 살인 예고 22.05.06 143 3 6쪽
2 안 죽일 거야 22.05.06 156 3 6쪽
1 최약체들의 집합소 22.05.06 255 3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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