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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작품등록일 :
2022.05.03 17:42
최근연재일 :
2023.09.25 11:5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2,761
추천수 :
22
글자수 :
41,972

작성
22.05.06 08:30
조회
143
추천
3
글자
6쪽

살인 예고

DUMMY

" 설마 백도한 회장님의 아들?! "


얼마 전 읽은 신문 기사에서 그 이름을 본 기억이 있었다.


백도한 회장 아들 백도훈 부사장 취임.


나랑은 상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얼굴은 확인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훈훈하게 잘 생겼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요즘 유행하는 예쁘장한 스타일이 아니라 남자답게 잘생긴 얼굴이라 더 눈이 갔다.


저렇게 돈 많을 거면 얼굴이라도 별로던가. 저렇게 생길 거면 돈이라도 없던가. 난 그를 보며 세상이 얼마나 불공평한가를 깨달았다.


" 그쪽은 성하은씨? "


그가 내 이름표를 보며 물었다. 순간 난 파란 목줄이 아닌 게 부끄러워졌다.


설마 이 남자, 내가 고작 계약직이라 실망했으려나?


" 네.. "


" 조만간에 또 봐요. "


그는 확인 도장을 찍듯 내 어깨에 손을 한 번 얹고 회사 안으로 사라졌다. 부사장이란 직함을 알게 돼서 그런가. 그 쿨함 마저도 멋지게 느껴졌다.


' 윗사람이란 응당 저렇게 유하고 자상해야지. 난 어쩌다 하지연 그딴 걸 상사로 만나... 아, 커피! '


난 따듯한 아메리카노가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되기 전에 서둘러 안으로 달려갔다. 역시나 뜨뜨미지근한 커피를 받고 하지연의 얼굴은 썩은 두부처럼 일그러졌다.


" 하은씨 지금 나보고 이거 마시라는 거야? 다 식어 빠졌잖아. 하은씨나 많이 마셔. "


그러한 핑계를 대며 하지연은 내게 스타킹 값만 내밀었다.


저 개싸가지, 설마 일부러 그런 건가. 나한테 커피값을 덤터기 씌우려고?


정직원인 저 여자에겐 어떨지 모르겠지만 중소기업 임금보다 더 짜게 받는 계약직인 나에겐 오천 원에 육박하는 커피값은 며칠 저녁을 굶어야 할 만큼 타격이 컸다. 내 돈 주고는 절대 안 사먹을 사치품을 저 여자 덕에 오늘 어거지로 마셔보게 생겼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안에다 감기약은 타지 말 걸. 어쩔 수 없이 난 커피를 들고 화장실로 가 변기에 부어버리고 돌아와야 했다. 오늘의 이 출혈은 내 데스 노트에 적어놓고 평생 잊지 않을 거다.


***


오늘도 어찌어찌 하루를 무사히 마치고 퇴근할 시간이 됐다. 난 동대문 시장에서 산 이미테이션 가방을 들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지금부터가 진짜 퇴근의 시작이었다. 여기서 버스를 타고 30분을 가서 다시 20분 넘게 걸어야 겨우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험난한 길이라도 난 집에 갈 수 있어 행복했다. 남들이 보기엔 허름하고 위험한 줘도 안 갖는 집이라고 해도 나에겐 이 세상에 유일하게 편히 쉴 수 있는 소중한 안식처였다.


빵!


그때 기다리던 버스 대신에 그에 몇 배로 비싸 보이는 비까뻔쩍한 차 한 대가 내 앞에 멈춰 섰다.


잠시 후, 창문이 내려가고 백도훈 부사장님의 잘생긴 얼굴이 나타났다. 이 얼굴을 오늘 2번이나 영접하다니. 집에 가는 길에 로또나 사봐야겠다.


" 타요. 내가 데려다 줄게요. "


" 저요? "


" 그럼 거기 성하은씨 말고 누가 있겠어요. 빨리 타요. "


" 아니 전 괜찮은데... "


주위를 둘러보니 정류장엔 나 말고도 다른 회사원들이 많았다. 이대로 부사장님의 차에 올라탔다간 어떤 오해를 살지 몰랐다.


" 안 타면 안 갈 건데. 그럼 더 주목 받지 않겠어요? "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그는 내게 치킨 게임을 걸어왔다. 이 게임에서는 더 겁이 많은 사람이 먼저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 타..탈게요! "


난 목격자가 더 늘어나기 전에 서둘러 그의 차에 올라탔다. 이번 판에서도 난 약자요 겁쟁이였다.


***


일단 차에 올라타긴 했는데 할 말도 없고 어색하기만 했다. 이래서 내가 꾸역꾸역 콩나물 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던 거다.


난 본래 다른 인간들과 어울리는 것보단 혼자 있는 게 좋은 독자적인 인간이었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과 도란도란 어울리는 것보단 그냥 혼자 사색에 빠지는 시간이 더 소중하고 값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은 무려 한국 그룹의 부사장이었다. 잘보여서 나쁠 거 없는 상황이었다.


" 그 커피요. 그래서 그 사람이 마셨어요? "


그가 꺼낸 첫 말은 하고 많은 말들 중에서 커피였다.


원래 커피 애호가인가?


" 아니요. 다 식었다고 저보고 마시래요. 그래서 그냥 화장실에서 버렸어요. "


그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난 진솔하게 아까 벌어진 일들을 설명했다.


" 거봐요. 약은 너무 복불복이야. 나 같으면 옥상으로 불러내서 확 밀어버렸을 거에요. cctv는 내가 지우면 되니까 말만 해요. "


그는 그 엄청난 말들을 장난감 고르는 어린 아이처럼 순진무구하면서고 신이 난 얼굴로 내뱉았다.


' 안 죽인다니까! 죽일 생각 없다고!! '


설마 내가 계약직인 걸 알고 인성 검사에 들어가서 확 잘라버리려는 수작인가 생각해 봤지만 한국 그룹 부사장씩이나 돼서 그런 치졸한 짓은 하지 않을 거 같았다. 그렇다면 이 말도 안 되는 살인 예고가 다 진심이란 소린데. 내가 이 사람의 차를 계속 타고 가도 되는 건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이 남자가 말했던 대로 어딘가에 끌려가서 옥상에서 밀쳐지면 어쩌지?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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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모두가 사이코' 요약본으로 몰아보기 1] 23.09.25 16 0 11쪽
10 너의 결혼식 22.05.06 73 0 8쪽
9 역대급 민폐 하객 22.05.06 81 0 7쪽
8 내가 망가트려 줄게 22.05.06 79 0 7쪽
7 위험한 관계 22.05.06 89 1 6쪽
6 실시간 맞선 중계 22.05.06 95 1 7쪽
5 복수 대신 결혼 22.05.06 110 0 8쪽
4 저 남자만 갖는다면 22.05.06 133 2 7쪽
» 살인 예고 22.05.06 144 3 6쪽
2 안 죽일 거야 22.05.06 156 3 6쪽
1 최약체들의 집합소 22.05.06 255 3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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