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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작품등록일 :
2022.05.03 17:42
최근연재일 :
2023.09.25 11:5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2,763
추천수 :
22
글자수 :
41,972

작성
22.05.06 10:04
조회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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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복수 대신 결혼

DUMMY

" 역시 성하은씨는 그럴 줄 알았어요. 그런 의미에서 우린 천생연분이네요. 난 파격적인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뒤처리가 살짝 아쉬웠는데, 그건 성하은씨가 도와주면 되겠어. "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여기서 밉보이면 파격적으로 망치로 후드려 맞는 결말을 맞이할 것만 같았다.


" 예. 뭐... 자신 있습니다. "


이렇게 불리한 상황에서 난 날 한국 그룹 면접에서 합격시켜줬던 패기로 맞대응 했다. 나같이 내세울 거 없는 사람은 자신감이라도 있어야 잘난 사람들 무리에 발이라도 들이밀 수 있었다.


" 아주 좋아요. 그럼 내가 선물 하나 줄게요. 성하은씨 괴롭히는 그 여자 말이에요. 내가 죽여줄게요. "


자꾸 누굴 죽인대!


짜증나는 하지연을 죽여준다면 감사할 일이지만 그게 살인이라는 범죄 행각과 관련된 일이라면 선뜻 반가워할 수만은 없었다. 그리고 이 남자가 진짜로 살의를 가지고 한 말인지 아니면 농담으로만 던진 말인지도 아직 분간할 수 없었다.


이 남자가 진짜 날 위해서 내 인생의 독버섯 같은 하지연을 죽여줄까? 도대체 뭘 위해서?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난 혼란스럽기만 했다.


***


날 굳이 데려다 준다는 백도훈의 제안을 간신히 거절하고 난 낡아빠진 녹색 대문이 트레이드 마크인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백도훈이 겉으로는 내 편인 척했지만 아직 나의 본 모습을 보여줄 만큼 가까운 관계는 아니었다. 친밀했던 사람들마저 내 처지를 알고 거리를 두는 마당에 안 지 얼마 안 된 부잣집 도련님께서 상상해본 적도 없는 궁색함을 보면 지레 겁을 먹고 도망치려 들지도 몰랐다. 그의 마음에 나란 사람이 확실히 각인될 때까지 당분간은 비밀로 해야 할 거 같다.


***


다음 날 난 기대감을 잔뜩 품은 채로 출근했다.


백도훈이 하지연을 처리해준다고 호언장담을 했으니까 혹시 오늘 결근하지는 않았을까.


그 여자만 없다면 앞으로 펼쳐질 나의 미래는 따스한 햇볕이 비추는 고속도로나 다름없었다. 돌아보지 말고 앞으만 쌩쌩 달리자!


" 어머, 하은씨 오늘 뭐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나 봐? 혼자 싱글벙글이네? 왜 로또라도 당첨됐어? "


역시 오늘도 내 기대는 헌신짝처럼 바닥으로 내팽겨져쳤다. 오랜만에 함박 웃음을 지으며 출근한 내 앞에 하지연이 똥 씹은 얼굴을 들이밀며 기분을 잡쳤다. 단 하루 만에 세상이 뒤바뀔 거라 생각했던 내가 너무 무모했던 거 같다.


" 예. 어제 로또를 좀 긁었거든요. "


하지만 난 내 인생에 다가온 백도훈이라는 로또를 믿기로 했다. 비록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아주 멀지 않은 미래에 그가 나의 모든 숙원을 이루어줄 거라 확신했다.


그렇게 믿기로 했는데, 나의 믿음을 시험하듯 하늘은 절대로 마주치기 싫은 상황을 내 인생에 들이밀었다.


점심을 먹고 잠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데 밖에서 하지연과 옆 부서 김도은의 목소리가 들렸다. 또 마주치면 한 소리 들을 거 같아 난 가만히 변기 위에 앉아 기다렸다.


" 나 내일 선보기로 했어. "


고작 선을 보기로 한 거뿐인데, 하지연이 벌써 결혼식장에 들어가기라도 한 거처럼 들떠 있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내일 하지연과 선 볼 남자가 불쌍했다. 대게 소개팅이나 맞선은 잘 꾸며진 가식적인 모습으로 연기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그 남자 역시 좋은 조건에 감춰진 하지연의 본성을 모르고 미친 결혼에 뛰어들고 말 거다.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두 사람은 연극을 멈추고 진짜 자신의 본성으로 돌아올 거다. 그때 하지연이 얼마나 최악인지 알게 될 텐데. 혼인을 무르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렸으니 어떻게 하겠나. 그냥 참고 살아야지.


난 조만간 파탄에 이를 그들의 결혼 생활에 깊은 조의를 표하며 방긋 미소 지었다.


" 어떤 사람인데? "


마침 내가 궁금했던 질문을 김도은이 해줘서 난 귀를 문에 바짝 가져다 댔다.


" 너도 아는 사람이야. 백도훈이라고. "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심장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 이 자식이 복수를 해준다더니 하지연이랑 맞선을 봐?! 그럴 거면 차라리 나한테 복수를 해라! '


역시 국민들의 임금을 후려쳐 자기 배를 불리는 대기업 놈들은 믿어선 안 되는 거였다. 괜한 기대를 한 덕에 안 그래도 쓰린 속이 아프다며 심장을 향해 발길질을 해왔다.


그래. 이건 믿어선 안 될 놈을 너무 쉽게 믿은 내 탓이었다.


" 백도훈 부사장님이랑?! 뭐야. 지연씨 이러다가 한국 그룹 사모님 되는 거 아니야?! "


" 이번에 잘만 되면 그렇게 될지도 모르지. "


" 잘 되면 나 가지 쳐주는 거 알지? "


" 당연하지. 내가 여기 안주인만 되면 그 꼴 보기 싫은 성하은부터 쫓아내버릴 거야. 계약직 주제에 건방져서는. "


선도 안 본 주제에 꼴값을 떨던 하지연이 또 나를 걸고 넘어졌다.


' 안 그래도 계약직이라서 하루 하루가 위태로운데 왜 날 쫓아내냐, 이 악랄한 것아! '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 뛰쳐나가서 머리끄덩이를 잡고 싶었지만 불확신한 미래를 생각해 이를 악물고 간신히 참아냈다.


하지연 말대로 저 여자가 부사장님과 결혼이라도 하는 날엔 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절벽에서도 내몰리고 말 거다.


원래 이 사회는 약한 자가 무조건 참아야 하는 약육강식의 세계였다. 그러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자가 되려고 이렇게 발버둥치고 있는 거다.


난 상황이 뒤바뀔 다음을 기약하며 마음 속 응어리를 꾹꾹 눌러 담아 눌렀다.


***


그렇게 하루 종일 우울에 빠져 있다가 그나마 웃어볼 수 있는 퇴근 시간을 맞이했다. 하지만 내가 돌아가야 하는 우리 집은 그리 웃을 수만은 없기에 난 여전히 침울한 상태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고단한 나의 인생에 생명줄이 되어줄 것만 같았던 백도훈이 허무하게 사라졌다. 그렇다면 난 다음 상대로 누굴 골라야 하는 걸까. 백도훈에게 동생이 하나 있다고 들었는데 그 남자를 노려볼까.


' 그게 가능하겠냐! '


백도훈은 그마나 취향이 특이해서 나에게 관심이라도 보였지 다른 재벌들을 얄짤 없었다. 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백도훈을 잡았어야 했던 거다.


하여간 하지연 그 여자는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 1234번 버스가 잠시 후에 도착합니다. >


더 열 받기 전에 다행히 버스가 도착해 생각을 환기시켜줬다. 난 기계음의 안내에 따라 도로에 가까운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막 버스에 올라타려는 순간, 이쪽으로 다가오는 백도훈의 외제차가 보였다.


' 하지연 미래의 남편 씨부레. '


난 망설일 것도 없이 버스에 올라탔다.


가능성 없는 관계에 시간을 허비할 만큼 내 상황은 그리 여유롭지 않았다. 다른 여자의 남자가 될 사람이라면, 게다가 그 여자가 내 인생의 주적이라면, 더는 백도훈과 상대할 가치도 없었다.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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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너의 결혼식 22.05.06 73 0 8쪽
9 역대급 민폐 하객 22.05.06 82 0 7쪽
8 내가 망가트려 줄게 22.05.06 79 0 7쪽
7 위험한 관계 22.05.06 89 1 6쪽
6 실시간 맞선 중계 22.05.06 95 1 7쪽
» 복수 대신 결혼 22.05.06 111 0 8쪽
4 저 남자만 갖는다면 22.05.06 133 2 7쪽
3 살인 예고 22.05.06 144 3 6쪽
2 안 죽일 거야 22.05.06 156 3 6쪽
1 최약체들의 집합소 22.05.06 255 3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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