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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작품등록일 :
2022.05.03 17:42
최근연재일 :
2023.09.25 11:5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2,760
추천수 :
22
글자수 :
41,972

작성
22.05.06 09:10
조회
132
추천
2
글자
7쪽

저 남자만 갖는다면

DUMMY

# 아래 동네 가장 큰 집


백도훈 부사장님의 차가 멈춰선 곳은 내가 매일 밤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보면 가장 크고 호화로운 집이었다. 이런 집엔 도대체 어떤 사람이 사나 궁금했었는데. 역시 대기업 부사장 쯤은 돼야 살 수 있는 곳이었다. 난 아마 평생을 가도 여기선 못 살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 거대한 집이 자꾸만 눈에 밟혀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 들어가서 와인 한 잔 하고 갈래요? "


그가 그 집으로 날 초대했다. 그것은 버스킹 하고 있는 무명의 밴드에게 대형 기획사 캐스팅팀이 명함을 건네주는 격의 행운이었다. 이 기횔 놓치면 똥 멍청이 바보 해삼 말미잘이었다.


하지만 쉽사리 오케이를 외칠 수 없었던 건 오늘 나눈 대화 주제 때문이었다. 만약 날 저 집으로 끌고 가 죽이려는 속셈이라면 외부인의 침입을 완벽히 차단한 이 집은 좋은 범죄 현장이 되어줄 거다. 난 아직 그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파악하지 못 했다.


" 처음에 너무 부담스럽나? 싫으면 뭐... "


" 아니요! 갈게요. "


하지만 이건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였다. 나 같이 언덕 위에 사는 사람들은 평생 죽었다 깨어나도 못 올 집에, 것도 초대를 받아서 들어갈 기회는 흔치 않았다. 그나마 안심인 건 나쁜 짓을 하기엔 부사장님이 잃을 거 너무도 많은 사람이라는 거다. 은행이 그 사람의 신분과 직위를 보고 돈을 빌려주듯 나 역시도 그의 조건을 보고 신뢰해보기로 했다.


" 그럴 줄 알았어요. 들어와요. 나 혼자 사는 집이라 조금 썰렁하지만 마음 편히 대화를 할 있을 거에요. 걱정 말고 들어와요. "


우리 집보다 100배 넓은 집에서 혼자 살다니. 세상 참 불공평했다.


하지만 난 이 상황을 내게 유리한 방향으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백도훈이 이 넓은 집에 혼자 산다는 건 그를 얻기만 하면 이 집이 전부 내 것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이 남자를 갖기만 한다면.


약간 취향이 별나고 성격이 괴상하긴 하지만 대충 맞춰주다 보면 나에게도 떨어지는 콩고물이 그리 적지는 않을 거다. 무엇보다도 지금 난 찬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


집에 들어가자 인간의 온기란 느껴지지 않은 싸한 공기가 허파를 타고 들어왔다. 딱히 실내 온도가 낮은 건 아니었지만 인간이라는 존재의 공백이 만든 차가운 고독 같았다. 남들이라면 춥다고 벌벌 떨었을 테지만 나에겐 그리 춥게 느껴지지 않은 건 난방비를 아낀다고 보일러를 꺼둔 우리 집 온도가 이 집보다 적어도 3도는 더 낮기 때문일 거다. 난 어쩔 수 없이 후천적으로 냉기에 적응한 냉혹 인간이었다.


" 잠깐 여기 앉아 있어요. 먹을 것 좀 가지고 올게요. "


그는 날 거실 소파에 앉혀 두고 부엌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 사이에 나는 실내 인테리어와 가구를 구경했다.


전체적으로 심플하고 단조로운 인테리어였지만 보이는 것마다 엄청난 가격을 자랑할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포스를 풍겼다. 어쩌면 이 가전 제품 하나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판자촌 꼭대기 집의 매매가와 맞먹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부당함은 이제 익숙해졌다 생각했는데 다시금 씁쓸해져 왔다.


백도훈과 나 사이엔 절대로 극복할 수 없는 신분의 격차라는 게 있었다. 내가 아무리 뼈 빠지게 노력한다 해도 그 격차를 줄이기는 아예 불가능할 거다.


하지만 이 남자를 갖는다면. 난 세상이 만들어낸 유리 천장을 뚫고 그가 사는 세계의 일원이 될 수 있을 거다. 그것만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 특별한 손님이 오셨으니까 특별한 와인으로 골라 봤어요. 좋아했으면 좋겠네요. "


내가 한눈을 파는 사이 백도훈이 손에 처음 보는 와인과 치즈를 들고 와 내 옆자리에 앉았다. 와인을 한 번도 마셔보지 못한 나는 비싸 보이는 병에 담긴 액체의 가격대를 가늠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원샷을 때려도 되는 건지, 아니면 집에 고이 모셔둔 산삼주처럼 찔끔찔끔 마셔야 하는 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냥 이런 거 말고 나에게 소맥을 줘라! 그럼 이 자리에서 원샷 하고 사고 제대로 쳐줄 테니까!


하지만 여긴 죄다 불편하고 어색한 것들 천지라 취하려다가도 정신이 번쩍 들 것만 같았다.


" 그럼 지금부터 재미있는 얘기 시작할까요? "


그가 와인이 코딱지 만큼 든 잔을 건네며 신이 난 얼굴로 말했다. 그다지 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는 없었지만 왠지 지어내서라도 맞장구를 쳐줘야 할 거 같았다.


" 성하은씨는 사람 죽은 거 본 적 있어요? "


역시나 첫 대화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이게 우리의 첫 데이트라고 친다면 앞으로 내게 주어질 달콤한 시간이 두려움으로 바뀔 거 같았다.


' 사람 죽는 얘기 말고 취미는 뭔지, 좋은 하는 음식은 뭔지 이런 얘기나 좀 하자고요! 내가 아무리 윗동네 살아도 좋아하는 건 있다고! '


하지만 난 안전이라곤 보장돼 있지 않은 윗동네에 사는 사람이었다. 사람이 죽는 건 본 적도 없다고 약한 척하고 싶었지만 이미 보고 들어 온 사건이 많았다.


" 네. 여럿 봤죠. "


" 역시 그랬구나..! 가장 최근에 본 사람은 어떻게 죽었는데요? "


난 그런 무서운 질문을 해맑게 하는 네가 더 무서웠다.


백도훈은 경영이 아니라 과학계로 갔어야 했다. 그럼 겁 없는 호기심으로 세상에 많은 업적을 남겼을 텐데, 타고난 집안 때문에 진가를 발휘할 기회를 잃은 거 같아 안타까웠다.


" 망치로 맞아 죽었어요. 머리를 집중적으로요. "


멀리 갈 것도 없이 난 바로 어제 일어난 사건을 말했다.


" 망치라... 근데 그건 살짝 무식하지 않나? 어떻게 생각해요? "


어떻게 생각하긴. 그런 짓은 절대 하면 안 되지.


하지만 백도훈은 다른 대답을 기대하는 거 같아 그 동안 영화에서 보고 배운 것들을 짜깁기 해서 가까스로 정답을 생각해냈다.


" 전 티 나는 수단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증거가 남을 위험도 높고요. 그것보단 은밀하게 파고 드는 게 제 적성에 더 맞달까요. "


라고 영화에 나온 사이코패스가 말했다. 이렇듯 사람들이 음침하고 폭력적이라고 항의하던 범죄 영화들도 살다 보면 다 쓸모가 있었다.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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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모두가 사이코' 요약본으로 몰아보기 1] 23.09.25 16 0 11쪽
10 너의 결혼식 22.05.06 73 0 8쪽
9 역대급 민폐 하객 22.05.06 81 0 7쪽
8 내가 망가트려 줄게 22.05.06 79 0 7쪽
7 위험한 관계 22.05.06 89 1 6쪽
6 실시간 맞선 중계 22.05.06 95 1 7쪽
5 복수 대신 결혼 22.05.06 110 0 8쪽
» 저 남자만 갖는다면 22.05.06 133 2 7쪽
3 살인 예고 22.05.06 143 3 6쪽
2 안 죽일 거야 22.05.06 156 3 6쪽
1 최약체들의 집합소 22.05.06 255 3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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