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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天
작품등록일 :
2011.02.18 23:24
최근연재일 :
2011.02.1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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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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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14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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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9)

DUMMY

아르티네스 대륙력 7252년. 아센 왕국의 한 해가 시작하는 건국 기념일의 축포는 여느 때와는 달리 핏빛으로 하늘을 수놓았다. 후세의 역사서에 '얼어붙은 달밤'으로 기록된 이 사건은 아센 왕국의 공작 아비스 크라티에 델로아에 의해 이루어졌다.

델로아 공작은 수도 펠하임에서 관측되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 병력을 주둔, 건국 기념일이 시작되는 2월 14일에 펠하임으로 진격했고, 온통 축제 분위기였던 펠하임은 단숨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거리는 뛰어놀던 아이들의 피로 얼룩졌고, 축포를 쏘아 올리던 마당은 불로 가득 찼다. 역대 아센 왕국 최고의 군사전문가로 손꼽히는 태희 피카치아 전-그는 해령왕국 싱의 주류를 이루는 종족인 한족을 아버지로 둔 혼혈인이었다.-는 얼어붙은 달밤 계획을 이렇게 평가하였다. "대륙 역사상 가장 완벽한 기습. 하지만 실패한 기습."

아침 6시부터 시작된 기습은 그 견고하다는 펠하임 성을 1시간 만에 무너트려 버렸다. 그것도 펠하임이 왕국의 수도다운 크기를 자랑했기에 델로아 군이 모두 들어가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었다. 실제 전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델로아 공작은 그의 최정예인 엔젤 기사단을 이끌고 곧장 궁전으로 향했으나, 왕을 위시한 아센 왕국의 수뇌 인물들은 모두 마법 스크롤을 이용하여 빠져나간 뒤였다. 델로아 공작은 왕비 리아 로아 아빌로 아센과 제1공주 잔-밀라 아빌로 아센, 제2공주 키나 아빌로 아센을 위시한 다수의 중하급 귀족들의 신병을 확보했다.

14일 오후 2시. 델로아 공작은 델로아 왕국이 세워졌음을 선포, 도망친 아센 왕국의 왕 존 로아 아빌로 아센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을 반역자들로 간주해버렸다. 존 로아 아빌로 아센은 12년 전 무너진 크로아 고성을 제 2의 아센 왕국의 수도로 삼고 그를 따르는 귀족들을 모아 반격에 들어갔다. 아센 왕국 각지의 귀족들은 저마다 원하는 쪽에 줄을 섰고, 아센 왕국은 둘로 갈라져버렸다.

내전의 장이 되어버린 아센 왕국에서는 이미 잊혀져버린 크로아 공작가의 존재가 크게 부각되었다. 델로아 공작 쪽에서 왕을 친 명분이 왕이 크로아 공작가에 반역죄를 뒤집어 씌었다는 것이었기에, 크로아 공작가의 존재는 다시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비록 멸문한 가문이었지만 300년에 걸쳐 내려온 역사는 왕국 곳곳에 크로아 공작가를 따르는 세력을 많이 만들어두었다. 또한 누명을 쓰고 죽은 전대 크로아 공작이 매우 자애로운 성격이었기에, 살아생전 그를 기억하는 귀족들이 아직도 많았다. 그렇기에 이번 내전에서 크로아 공작이라는 이름은 아센 왕국을 하나로 묶는 열쇠가 되었다. 하지만 크로아 공작가에는 그들을 하나로 묶을 존재가 없었기에, 그 이름은 양쪽에서 대의명분적 이름으로 선전하는 것에만 사용되었다.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건만 구심점이 없었기에 사분오열된 것이다.

전장의 판도는 오랜 세월을 준비해왔던 델로아 공작에게 유리하게 진행되어갔다. 왕의 유명한 옛 친구이자 용병왕이라 불리는 제이시스 카텐이 왕을 지지하면서 많은 용병들이 아센 쪽으로 가담했지만, 여전히 전장은 교착 중이었다. 아센 왕국의 내전은 7년이 넘도록 계속되었고, 오랜 내전으로 왕국은 피폐해져갔다.


아센 왕국의 모든 귀족에게 존경받는 귀족인 라다냐 변경백 아키디아 나안 라다냐는 요사이 중요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의 왕국은 내전 중이었고 그는 왕국에 내전이 일어나기 전에도 손에 꼽히는 군사력의 소유자였다. 그런 그에게 내전 세력-전쟁이 일어난 후로 사람들에게서 쓰이기 시작한 말로, 왕가의 세력을 일컫는 잿빛 늑대 세력과 델로아 공작가의 세력을 일컫는 천사 세력을 통칭하는 말이다.-이 손을 뻗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라다냐 변경백은 '국경을 비울 수 없다'라는 핑계로 두 세력을 모두 물러나게 했다. 하지만 벌써 내전은 7년째로 접어들었고, 라다냐 변경백은 자신이 개입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을 시작했다.

라다냐 변경백이 전장에 뛰어들면 전장의 판도는 크게 변할 것이다. 현재 내전 세력은 왕의 길을 기점으로 남북으로 갈라져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당연히 최고의 접전이 이루어지는 곳은 왕의 길의 끝에 위치한 수도 펠하임이었다.

라다냐 지방은 아센 왕국령의 카나 대평원, 즉 아센 왕국의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라다냐 지방 가운데에 우뚝 솟아 있는 영주의 도시 라다냐는, 왕의 길이 시작되는 도시였다. 라다냐 변경백은 국경을 수호하는 자리였기에 국경 제 2군사지휘권-제 1군사지휘권은 왕만이 가질 수 있었다. 제1군사지휘권과 제 2군사지휘권과의 차이점은 왕의 고유 재량을 포함하는가 포함하지 않는가에 따라 갈렸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제 2군사지휘권은 모든 군사적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을 가지고 있었고,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기에 가장 이상적인 자리였다.

지금 만약 아키디아 변경백이 군사를 일으킨다면 그는 잘 정비된 왕의 길을 따라 단숨에 펠하임까지 진격할 수 있었고, 그가 왕의 길을 장악한다면 내전 세력을 모두 아우를 수 있었다. 다만 아키디아 변경백은 어깨 위가 허전해서 둥근 것을 올려놓고 다니는 자는 아니었던지라, 그가 군사를 이끌고 자리를 비우면 당장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티스 공화국에서 밀고 올라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지만, 자신의 조국이 겪고 있는 아픔을 그대로 방치할 정도로 자기중심적이지는 않았다.

이럴 때 크로아 공작이 있었다면…

그는 이 내전의 반발 원인이자 최대 피해자라고 평가받는 크로아 공작을 떠올렸다. 그와 만났을 때 그는 아직 젊은이었지만, 그 당당함과 젊은이다운 패기, 다른 이들을 감싸 안는 부드러운 포용력은 단숨에 아키디아 변경백을 사로잡았었다. 그와 300년에 걸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크로아 공작가가 아직 건재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아니, 있더라도 그가 수습해냈을 것이다.

아키디아 변경백은 아까부터 기억해내려고 애쓰던 갈피를 잡아냈다. 옛날 크로아 공작가가 멸문당한 이후 한동안 떠돌았었던, 결국 헛소문이라고 밝혀졌던 라이네시아 소동. 크로아 고성 낙성 시 전사한 크로아 공작에게는 크로아 공작의 상징인 목걸이 라이네시아가 없었기에 새로운 크로아 공작이 아직 남아 있다는 소문이었다. 이 소문은 그 후 크로아 공작가의 잔존 세력이자 크로아 공작가를 재건하기 위해 이루어진 조직 '리림 크로아'에서 퍼트린 소문임이 밝혀졌다.

하지만 아키디아 변경백은 그 소문이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내전이 벌어진 지금, 홀로 외로이 변경을 지켜 온 노회한 변경백은 그 소문이 사실이길 바라며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었다.

창밖에서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가만히 있던 변경백은 사르르 눈을 떴다. 7년이 지난 지금에도 내전 세력은 줄기차게 그에게 답을 요구해오고 있었고, 이제 그도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되었다.

"이반"

아키디아 변경백에게 한 사내가 다가왔다. 그는 아키디아 변경백에게 고개를 숙였다.

"내전 세력들에게 전해라. 우리 라다냐는 오직 국경을 수호할 뿐이다, 라고."

"중립 선언이군요."

"그대로 전하거라."

이반은 두어 걸음 뒷걸음치며 문을 열었다. 그는 방을 나서기 전 문득 생각났다는 듯 몸을 돌려 변경백을 바라보았다.

"변경백님. 만약 말입니다, 크로아 공작이 있었다면 어떤 선택을 하셨겠습니까?"

듣기에 따라 굉장히 무례하게 들릴 수도 있는 질문이었지만, 변경백 역시 그 점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기에 굳이 이반을 책하진 않았다.

"크로아 공작이 살아있었다면이라…글쌔, 아마 그랬다면 나는 그를 따랐을 것 같군. 그는 정말 다른 이의 존경을 받을만한 인물이었으니깐."

"그렇다면…다른 크로아 공작이 있다면 어떠셨을 것 같습니까?"

"자네, 설마 예전 떠돌았던 그 말도 안 되는 소문을 말하려는 것인가?"

변경백은 이반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이반은 다만 고개를 숙인 체 무언으로 대답을 강요하고 있었다. 오래 살아온 자 특유의 시선답게, 노회한 변경백은 그런 이반의 고집스런 모습을 젊은 혈기로 생각하고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왠지 저 젊음이 부러워졌다.

"만약 그렇다면, 그 새로운 공작을 시험해봐야겠지. 그가 전대 공작만큼의 역량을 지니고 있는지, 아니면 그저 운이 좋은 건지를."

변경백은 그의 시종들이 가져다 둔 잔을 들었다. 잔 안에서는 진홍빛 액체가 찰랑이고 있었다.

"그가 내가 제시하는 기준을 통과한다면 그는 라다냐 지방의 모든 무력을 손에 넣을 것이다. 통과하지 못한다면, 그는 이 노회한 변경백이 나라를 어떻게 지켜왔는지를 몸소 경험하겠지."

변경백은 잔의 손잡이 쪽으로 문을 가리켰다. 그 우아한 퇴거 요청에 이반은 목례하고는 방을 나갔다.

여전히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

분위기는 여전히 우울하네요. 4화정도부터는 주인공도 공작으로 만들고 분위기를 확확 띄울 생각입니다. 다만 저도 요즘 공부를(...<퍼억!!)하는지라 잘 못쓰고 있어요..ㅠㅠ 지금으로서는 4화 초입부분을 쓰고 있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ps. 이런 부탁 염치없지만..제발 태클이라도 좋으니 댓글 좀 부탁드립니다..(너무 염치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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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Personacon ANU
    작성일
    10.06.15 01:24
    No. 1

    감사히 읽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4 Stellar별
    작성일
    10.06.15 03:15
    No. 2

    씌었다->씌웠다
    델로아 공작 완전 뻔뻔하네요ㅜㅜㅜㅜㅜ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꿈꾸기
    작성일
    10.06.15 23:13
    No. 3

    ANU님 댓글 감사하고요, Stellar님 언제나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ㅠ.ㅠ 앞으로 더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감동의 쓰나미...훌쩍)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54 溜水
    작성일
    10.10.24 12:22
    No. 4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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