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겨울비 님의 서재입니다.

공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玄天
작품등록일 :
2011.02.18 23:24
최근연재일 :
2011.02.18 23:24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41,238
추천수 :
464
글자수 :
295,994

작성
10.05.18 00:05
조회
2,447
추천
7
글자
10쪽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6)

DUMMY

"남작, 후의에 감사드리오."

"아이고, 아닙니다.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는걸요."

델로아 공작은 마지막으로 기사단을 인솔하여 떠나며 남작을 바라보았다. 그는 궁정귀족답게 완벽하게 웃는 표정이었으나 눈빛만은 경멸의 빛을 띠고 있었다. 물론 라이크 남작은 그의 웃는 얼굴을 보며 황금빛 미래를 꿈꾸고 있었을 뿐이다.

라이크의 다리는 영주의 특별 명령으로 열렸고 그 길을 따라 델로아 공작과 엔젤 기사단은 미끄러지듯 빠져나왔다. 그들은 모두 말발굽을 헝겊으로 싸 두고 갑주 위에 검은 망토를 둘렀기에 어둠 속에 쉽게 녹아들었다.

"꼭 이렇게 할 필요가 있습니까, 공작 전하?"

엔젤 기사단의 단장인 델릭이 델로아 공작에게 물었다. 그는 왕국 최강의 기사단이라 평가받는 자신들이 이렇게 남의 이목을 피해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 매우 못마땅했다.

확실히 이번 움직임에서는 많은 점이 이상했다. 보통 기사단이 움직이게 된다면 기사 한 명당 그를 따르는 종자 서너명이 붙기 마련이다. 물론 엔젤 기사단은 종자를 두지 않기로 유명한 기사단인지라 기사 개개인당 종자는 한 명 정도밖에 없었다. 이는 종자들이 하는 많은 일들을 기사들이 처리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종자가 없기로 소문난 기사단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종자 하나 없이 오직 기사들로만 어딘가를 간다는 것은 매우 이상했다. 보편적인 상식으로도, 그들을 이끌고 있는 공작에 대해 생각해 봐도 이번 작전은 상당히 이상한 것이었다.

"우리가 쫓는 상대가 누군지 몰라서 그러는가? 아디아스 케림과 그의 일당이야. 지난 13년간 끊임없이 우리를 공격했고, 그 카디스 전투에서도 도망친 무서운 놈이지. 난 아직도 크로아 공성전에서 보여주었던 그 마법을 잊지 못하겠어. 물론 그가 이곳을 지나 간 것은 4년전 일이고 그는 여기에 없을 확률이 크지. 하지만 난 이곳에 크로아의 잔당이 남아있을 거라 생각하네. 그것도 매우 큰 규모로."

델릭은 자신의 주군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의 전력이라면 아마 한 도시의 영주군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겠지. 그것은 단장인 자네가 더욱 잘 알거야. 거기에 기습이 가지는 전략적 이점도 있으니깐. 내가 이렇게 주의를 기울이는 이유는 자네들을 잃고 싶지 않아서일세."

델릭은 감동을 받았는지 말이 없었다. 뒷말은 아마 듣지 않는 쪽이 나에겐 더 이득이겠지. 공작은 너무 빠르지 않게 말을 몰았다.

"라이크 남작은 왜 상대해 주신 겁니까? 사실상 그런 시골 촌놈 따위, 무시해도 상관없는 것 아닙니까."

"자넨 그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군."

"그는…귀족다운 품격이 없습니다."

이 사내는 정말 뼛속까지 기사인 것이다, 라는 생각에 공작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뼛속까지 기사인 자네보단 궁정에서 구르고 구른 내가 더 잘 알고 있겠지. 나도 알고 있네. 시종도 아닌 하인을 부리면서 우쭐대는 모습이나, 그 직설적이고 천박한 말투 어디하나 귀족다운 품격이 보이지 않는 자이지. 그래도 손해될 것은 없지 않는가. 나는 그에게 잠깐 웃어주는 대가로 훌륭한 식사를 대접받았지."

델릭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절래 절래 저었다. 공작은 그런 그를 보며 말했다.

"자넨 그저 날 따라오면 되네. 그러려고 이 기사단에 들어온 것이 아닌가."

델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목적지인 산 속의 외딴 집이 보였다. 너무도 허름한 그 모습에 공작과 기사들은 잘못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에 휩싸였다. 공작은 보고를 했던 기사를 불렀다. 그는 아디아스의 흔적을 찾는 역할을 담당하던 기사들 중 하나였다. 너무도 일을 정확하게 하는 습관 때문에 주변 동료들로부터 빈축을 사던 그는, 4년전의 기록까지 뒤져보다가 우연히 하루 정도 아디아스 케림의 흔적이 끊겼음을 발견했다. 그 보고는 단숨에 이루어져 공작에게까지 올라갔다. 보고를 들은 공작은 그 즉시 기사단을 움직여 이 곳으로 왔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너무 허름한 집이 한 채 덩그러니 서 있자, 뭔가 의심이 가 보고를 했던 기사를 부른 것이다.

"저기가 반역자 아디아스의 흔적이 끊겼던 곳입니다. 그는 저기에서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공작은 그 보고에 이상하다는 듯 반문했다. 여태껏 그가 부하에게서 들은 보고 중에서 '추정되다'란 말은 없었던 것이다.

"추정되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예, 아디아스의 흔적이 노라크 산맥을 따라 이어지다가 이 부근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에 그렇게 추정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 집에 사는 사람이 크로아 공작과 무슨 연관이 있는 모양이로군."

공작은 말에서 내려 검을 빼어들었다. 엔젤 기사단이 공작의 앞으로 나서 문을 둘러싼 방어진을 형성했다. 기사들이 대열을 정비하고 나자, 보고를 했던 기사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똑똑

"저스틴이냐?"

안에서 늙수그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들은 공작은 잘못 짚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잘못 짚은 것이라면 공작은 이번 일로 정치적 타격을 받을 것이다. 물론 그가 쌓아 온 명성은 그 정도의 타격을 무리없이 소화해 낼 수 있지만 사람 일이란 것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것이었다. 작은 돌 하나가 큰 댐을 무너트린다 하지 않았던가.

문이 열리며 지팡이를 짚은 채 등불을 들고 나타난 사람을 본 공작은 그런 생각을 단숨에 지울 수 있었다.

"아, 아니, 당신들은 누구..."

케이는 눈앞에 나타난 사람들, 정확히 말해 그에게 적의를 품고 있는 기사들을 보고 당황했다. 5~60명 정도 되는 기사들이 뿜어내는 투기가 그를 더욱 질리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오렛만이군, 케이 경. 11년 만이었던가?"

델로아 공작이 이죽거리며 나섰다. 케이는 그 꿈에도 잊지 못할 저주스런 얼굴에 뒷걸음질을 쳤다. 저놈이 어떻게?

"어, 어떻게…네놈들이…여기에."

"반역자 크로아의 집사장이다! 쳐라!"

케이가 당황한 틈을 타 공작이 소리쳤다. 그의 외침에 앞의 열을 이루고 있던 10명의 기사들이 케이를 향해 뛰어들었다. 케이는 짚고 있던 지팡이를 들어 기사들의 검을 막아내었다. 타당! 하는 소리와 함께 기사들의 검이 튕겨나갔다.

보통 나무로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기사들의 의문은 케이의 지팡이를 자세히 보고 나서 해결됬다. 그의 지팡이에서는 희미한 푸른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검기다! 모두 조심하라!"

한 기사가 케이의 검에 서린 빛을 알아보고는 외쳤다. 검 주변에 일렁이는 기운. 그 기운은 사람의 심성에 따라 색이 변한다. 이렇게 검기를 뿜어 낼 수 있는 자들을 사람들은 경의를 담아 더 소드(the sword)라고 불렀다. 이 더 소드들은 한 왕국에 4~5명 정도였다. 그런 경지에 올라서있는 케이였으니 기사들이 당황한 것은 당연했다. 케이의 검이 기묘한 나선을 그리며 델로아 공작을 향해 쏘아져나갔다. 이미 늙어버린 그의 몸에서 낼 수 있는 최대의 힘이었고 최대의 공격이었다.

기사들은 델로아의 최정예답게 움직였다. 그들은 서로의 검에 힘을 더해 케이의 검을 막았다. 콰앙! 소리와 함께 몇몇 기사들이 허공을 날랐으나 그들은 케이의 공격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델로아 공작을 향해 돌진하려다 저지당한 케이는 분노에 차 외쳤다.

"아비스 크라티에 델로아!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이러는 거냐! 크로아 공작가에 누명을 씌워 멸문시킨 것도 모자라, 이제 더 이상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까지 이렇게 죽이려 드는 것이냐!"

델로아 공작은 비릿하게 미소 지었다.

"난 그저 국왕 폐하의 어명에 따라 반역자들을 처단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누명이라니, 폐하의 지엄하신 어명을 정면으로 부정하려는 거냐. 쳐라! 살려 둘 이유가 없다!"

케이는 델로아 공작이 지켜보는 가운데 50명에 달하는 엔젤 기사들과 처절하게 싸웠다. 그는 검기를 일으키며 검으로 기묘한 나선을 그리며 가운데에서 빙빙 돌았다. 그를 중심으로 하나의 보이지 않는 선이 만들어졌고 그 선을 넘어서는 자들은 어김없이 나선의 검날을 선사받아야 했다. 케이의 맹렬하게 분전하는 모습에 델로아 공작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과연, 과거 크로아 최고의 검객이라 불렸을 만하다. 이런 곳에서 죽이기엔 아깝구나."

그 명성에 걸맞게 케이는 싸웠다. 그러나 그 어떠한 자도 세월을 이기지 못함일까, 케이의 몸놀림은 점차로 느려져갔고 그의 검기 또한 사그라졌다. 그리고,

푸욱

케이가 그리던 선이 사라졌다.

한 기사의 검이 케이의 허벅지를 파고들었다. 케이는 잠시 주춤했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엔젤 기사단의 기사들은 케이의 몸에 수없이 칼을 찔러 넣었다.

"이놈, 아비스…"

케이는 눈을 뜬 채로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쓰러지는 그의 시체를 뒤로하며 칼을 거둔 기사들을 향해 공작은 명령을 내렸다.

"불을 질러라. 반역자는 처단되었다."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케이는 이것이 꿈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다만 꿈일 뿐이고, 내일 아침이 되면 자신은 평소와 같이 눈을 떠 저스틴과 즐거운 오후를 보낼 것이다, 라고.

저스틴은 안전하다는 데에 생각이 미친 케이는 꿈도 때론 잔혹하다고 생각하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별이 밝게 빛나는 밤이었다. 별빛 사이로 지는 큰 별빛은 꿈을 태우는 불빛을 반사해서인지 더욱 아름답게 빛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공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2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15) +1 10.07.14 1,392 5 8쪽
41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14) +6 10.07.07 1,424 6 12쪽
40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13) +3 10.06.30 1,431 4 10쪽
39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12) +4 10.06.23 1,472 5 11쪽
38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11) +2 10.06.21 1,488 4 13쪽
37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10) +3 10.06.17 1,494 5 11쪽
36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9) +4 10.06.14 1,538 5 10쪽
35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8) +2 10.06.10 1,513 4 7쪽
34 공작 3화- 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7) +2 10.06.07 1,576 5 10쪽
33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6) +1 10.06.03 1,638 4 10쪽
32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5) +2 10.05.31 1,695 5 9쪽
31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4) +2 10.05.27 1,700 6 9쪽
30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3) +3 10.05.24 1,767 6 10쪽
29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2) 10.05.20 1,791 5 9쪽
28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1) 10.05.18 1,906 5 9쪽
27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7) +2 10.05.18 2,504 8 9쪽
»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6) +1 10.05.18 2,448 7 10쪽
25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5) +2 10.05.14 2,637 7 9쪽
24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4) +2 10.05.10 2,874 7 10쪽
23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3) +2 10.05.06 3,260 7 9쪽
22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2) +6 10.05.03 3,668 7 12쪽
21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1) +6 10.05.03 5,039 10 12쪽
20 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19) +3 10.04.29 1,980 5 6쪽
19 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18) +2 10.04.29 1,736 9 7쪽
18 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17) +1 10.04.29 1,794 7 7쪽
17 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16) +5 10.04.26 1,905 6 9쪽
16 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15) +4 10.04.22 1,973 6 10쪽
15 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14) +4 10.04.19 2,037 8 8쪽
14 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13) +4 10.04.15 2,139 7 8쪽
13 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12) +7 10.04.12 2,172 8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