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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天
작품등록일 :
2011.02.18 23:24
최근연재일 :
2011.02.18 23:24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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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
글자수 :
295,994

작성
10.04.15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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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13)

DUMMY

저녁, 저스틴은 식사를 했다. 사람의 살이 타는 냄새를 맡아가며, 구역질을 해가면서도 입 속에 음식을 밀어 넣었다. 무었이 그를 그렇게까지 채찍질하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다만 그 모습에서 왠지 모를 슬픈 느낌을 느꼈을 뿐이다.

저스틴이 안정이 되기까지는 사흘이 더 걸렸다. 그 동안 상단은 얼어붙은 강에 다다랐다. 그들은 강을 건너기 전에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강 부근의 마을인 데노에 짐을 풀었다. 여관을 잡으며, 저스틴은 운이 좋았는지 혼자서 방을 배정받았다. 저스틴은 방 안에서 짐을 풀고는 침상에 걸터앉았다.

"하아…"

저스틴은 케이베인을 끌어당겼다. 처음 다임 마을을 내려온 이후, 몸에서 한시도 때어 놓은 적이 없었던 검이었다. 케이베인은 그 세월의 풍상을 대변하듯 손잡이에 감긴 가죽은 너무나 낡아 너덜거릴 정도였지만, 검의 몸에 새겨진 드래곤은 특유의 환한 빛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었다. 시릴 정도로 환한 하얀 빛은 보고 있는 사람마저 끌어들일 정도였다.

저스틴은 검을 살며시 문지르다가 하얀 용에 손이 닿았다. 그의 가문의 상징인 하얀 용. 흰빛에서 느껴지는 피는 그가 짊어져야 할 짐이었다. 그자의 공허한 눈도, 할아버지의 감긴 눈도, 이 검이 먹은 피도, 그 옛날 크로아 고성에 뼈를 묻은 자들의 피도. 모두 자신이 짊어지고 가야 할 짐. 그렇기에 멈출 수 없어.

똑똑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저스틴은 문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이반이 먹을 것을 들고 서 있었다.

"배고프지요? 이것 좀 드세요."

저스틴은 멍하니 음식을 바라봤다. 이반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사람을 이렇게 세워 둘 건가요?"

저스틴은 그제서야 그를 방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는 침상에 음식을 담은 쟁반을 내려놓고 앉았다. 그러다 우연히 저스틴이 꺼내 둔 케이베인에 눈이 멎었다. 검의 몸에 새겨진 하얀 용은 역동적인 하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건…"

저스틴은 그의 시선이 케이베인에 멎어 있는 것을 보고는 재빨리 케이베인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되돌리기엔 늦었다.

"하얀 용은 잘 쓰지 않는 문장일 텐데요? 제가 알기론 하얀 용의 문장을 쓰는 가문은…"

거기까지 말한 이반은 가늘게 웃었다. 저스틴은 잔뜩 긴장했고 이반은 쟁반에 있던 음식 중 빵을 하나 집어들어 저스틴에게 권했다. 저스틴은 빵을 받아들고 가만히 있었다.

"당신은 크로아 공작가와 무슨 관계죠?"

저스틴은 그의 직설적인 물음어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웃고 있었지만 그의 눈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그게 당신과 무슨 관계죠?"

저스틴의 질문에 이반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전에 말했었죠. 난 그 가문과 연관이 있다고. 당신의 나이로 미루어 보아 예전의 전쟁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겠지만 그 검을 가지고 있는 이상 그 가문과 관련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겠죠. 아마 당신에게 그 검을 준 사람은 두 가지였을 겁니다. 크로아 공작가의 기사였다던가, 혹은 그들을 죽인 살인자라던가."

"내게 이 검을 준 사람이 그 살인자라면 어떻게 할 거죠?"

"죽일 겁니다."

그의 눈에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 저스틴은 그 눈빛을 보며 심정이 복잡했다. 15년이 흐른 지금도 저토록 자신의 가문에 충성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기뻤고, 인간이 저런 살기를 가질 수 있게 한 그 한에 섬칫했다.

"웃자고 한 소리에요. 설마 내가 아무런 죄 없는 당신을 누군가와 연관이 있다고 죽이겠습니까?"

이반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저스틴은 괜히 케이베인을 만지작거렸다.

"이 검은…"

한참 후 저스틴이 말을 때었다. 그의 목소리에 묻어나는 아련한 그리움을 이반은 읽을 수 있었다.

"할아버지의 유품입니다. 아마 살아 생전에 쓰셨을 것으로 짐작되지요."

"할아버님의 검이라고요?"

이반은 의아한 듯이 되물었다. 저 검은 분명 크로아의 기사단이었던 화이트 드래곤 기사단에게 지급되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알기론 저 검을 지닌 사람 중 할아버지라 불리울 연배의 사람은 몇 안됬다. 그리고 옛날 전투에서 그들은…모두 전사하였다.

이반의 손이 허리춤으로 다가갔다.

저스틴은 그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케이베인을 반쯤 빼며, 검날을 살피는 척 하며 이반을 살폈다. 이반은 그가 갑자기 검을 빼자 긴장하는 듯 보였다.

"할아버지께선 얼마 전, 살해당하셨지요. 온 몸이 검에 찔린 채, 집 안에서 불타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그 원수를 갚으려고 용병이 된 것이고요."

이반은 그의 할아버지가 살햐당했다는 소리에 움찔했다. 하지만 곳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저스틴을 위로하려 했다. 그러나 그의 손은 허리춤에서 멀어지지 않았다.

"저런, 상심이 크시겠네요. 혹시 그 원수가 어디 있는지 아나요?"

저스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그 때에 다른 마을에 있어서 누가 원수인지 모릅니다. 아마 거기에 있었다면 저 또한 죽었겠죠. 다만…"

그는 잠시 말을 끌었다.

"그 일이 일어나던 날, 델로아 공작과 엔젤 기사단이 마을에 왔더군요. 다른 이는 모르겠습니다."

"할아버님의 성함이…?"

이반의 손이 멈추었다. 그의 얼굴은 상당히 혼란스러워 보였다.

"케이…성은 모르겠습니다. 제 성인 린카스터는 할아버지께서 이 성을 쓰라고 하셨을 뿐이지 당신의 성은 알려주시지 않으셨지요."

"케이? 케이…"

너무 애매한 이름이다. 자신이 아는 사람만 해도 케이란 이름은 열이 넘을 것이다. 더구나 그가 알기론 예전 화이트 드래곤 기사단 중에는 케이란 이름이 없었다. 그 때문에 이반은 더욱 혼란스러워했다.

저스틴은 혼란스러워하는 이반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그가 가져온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이제 긴장감 같은 것은 없었다. 예전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들은 말, 그리고 지금 들은 말 덕분에 이반을 어느 정도 믿게 된 것이다. 물론 이반은 자신이 어느 쪽인지를 놓고 상당히 고민하겠지만.

저스틴은 왠지 재미있다는 생각에 킥 웃었다. 정말 오랫만에 그의 얼굴에 그 나이에 걸맞은 표정이 떠올랐다. 짖꿎은 악동같은 그의 웃음에 이반은 무안한지 얼굴을 살짝 붉히고 도망치듯 나가려 했다. 저스틴의 질문이 그를 붙잡지만 않았다면 도망치는데 성공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반 씨."

"예?"

"저는 나이도 어린 데, 왜 계속 존대를 쓰시나요? 신분으로 보아도 이반 씨가 존대를 하는 것은…"

이반은 상인이었지만 왠만한 규모의 상단을 가지고 있었고 여러 나라의 지배층과의 친분도 꽤나 있었다. 일반 사람이었다면 저스틴에게 하대를 할지라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반은 그에게 꼬박꼬박 공대를 해 주었던 것이다. 이반은 빙긋 웃었다. 그의 웃음에는 일말의 자부심마저 깃들어 있었다.

"아티스께서는 만인이 평등하다고 하셨습니다."

"아티스? 아티스라면…신성왕국에서 믿는 유일신이 아닌가요?"

"예. 저는 그분을 믿는 신도입니다. 그분께서는 모든 것을 창조하셨으며, 우리 모두를 보살피고 다스리시지요."

저스틴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잘 이해할 수는 없었다. 이반은 그에게 아티스에 대해 알려준 것이 기쁜 듯 환하게 미소지으며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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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13) +4 10.04.15 2,140 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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