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흑전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망나니는 천재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흑전
작품등록일 :
2024.03.04 16:22
최근연재일 :
2024.03.31 16:1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73,744
추천수 :
3,908
글자수 :
154,558

작성
24.03.23 16:05
조회
5,255
추천
133
글자
12쪽

충성

DUMMY

데스 나이트.

기사의 시체로 만든 상급 스켈레톤.


죽기 이전의 무위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알려졌으며, 리치의 실력에 따라 오러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들었다.


항상 말로만 들었던 녀석을 이렇게 상대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실비아는 이를 꽉 물며 검을 휘둘렀다.


챙!

챙!


데스 나이트의 무지막지한 일격을 막아내는 것이 버거웠다. 신성 마도구가 없었다면 진즉에 뻗었을 것이다.


싸우면 싸울수록 밀리는 것이 느껴졌다.


힘, 속도, 검술, 판단력.


이 모든 것 중에 단 하나도 데스 나이트를 뛰어넘는 게 없었다.


‘내 실력이 고작 이 정도라고?’


그동안 놀면서 지낸 게 아니었다.


북벽 너머의 혹독한 환경에서 지내며 열심히 임무를 수행했다. 엄청난 발전은 아니지만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고작 버티는 게 전부라니.


“젠장.”

“고작 이 정도인가? 더 가지고 놀...음. 슬슬 마무리 지어야겠군.”


데스 나이트의 기세가 달라졌다.

빠르게 뻗는 검의 검로가 보이질 않았다.


촥!


데스 나이트의 정교한 검술에 살이 베였다. 눈으로 보지도 감각으로 느끼지도 못했다.


너무나도 압도적인 실력차이였다.


‘가지고 놀고 있었네.’


이런 적을 상대해 본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나마 기억나는 건. 기초 훈련소 때 교관들과 대련했던 기억정도.


막상 이런 위기에 닥치니 차분해졌다.


좀 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달 까.


‘수련이 부족했어.’


임무를 수행하느라 개인적인 수련을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핑계를 대며 수련을 넘겼다.


스스로에게 너무 관대했다.


거기다 북벽 너머에서 만나게 되는 적은 항상 수준이 비슷했다. 강한 녀석일 법 싶으면 항상 단장님이 상대했다.


‘하얀 까마귀 부대라는 작은 새장에 갇혀있었구나.’


서걱!


잡념에 빠진 대가는 컸다.

허벅지가 깊게 베이며 피가 흘렀다.


엄청난 고통에 이가 갈렸다.


“크윽.”


정신이 번쩍 들며 눈앞에 있는 데스나이트가 보였다. 마무리를 위한 일격을 위해 검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검은 사신이 거대한 낫을 목에 들이 밀고 있었다. 이제 조금만 움직이면 낫에 목이 베일 것이다.


‘...후회되네.’


딱 지금 기회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해볼텐데. 그런 의미 없는 생각에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야.’


그때 소년이 나타났다.

은발 머리에 잘생긴 소년.


‘리본 돼지. 포기하지 마.’


그 소년이 웃으며 사신의 낫을 밀어냈다. 실비아는 그 소년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이안.”

“크허허헉!”


그 순간 데스나이트가 손에 들린 검을 떨어트렸다. 고장 난 것처럼 몸이 삐걱거렸다. 실비아는 검을 들어 올렸다.


오러를 담은 일격이 데드 나이트의 목을 베었다.


서걱!


바닥을 구르는 데스 나이트의 머리를 보며 숨을 헐떡였다.


“허억...허억...”


긴장감이 풀리며 다리에 힘이 풀렸다.

풀썩 주저앉아 숨을 고르며 주변 상황을 살폈다.


스켈레톤이 전부 무너져 내렸다.


마물들은 살아남아 있었지만, 스켈레톤이 줄면서 간수들에게 여유가 생겼다. 빠르게 정리되었다.


“실비아. 괜찮앙?”


루나가 다가와 상처에 포션을 부었다.

계속해서 흘러나오던 피가 멈추고,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었다.


따끔한 고통은 남아있지만 참을 만했다.


“이안은?”

“몰라. 바하몬트랑 같이 안보영.”

“둘 아무나 본 사람이 있나 확인해줘.”

“자 집중! 혹시 이안이나 바하몬트 본 사람!”


루나가 크게 소리치며 목격자를 찾자, 몇몇 간수들이 손을 들었다.


“아까 이안과 저쪽으로 움직였습니다.”

“예. 저도 봤습니다. 바하몬트가 이안을 쫓아가고 있었습니다.”

“이안을 쫓아갔다고?”


이안이 위험하다.

지금 당장 구하러 가야한다.


실비아는 절뚝거리며 일어섰다.

그때 누군가 이쪽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실비아!”


녹색 머리카락을 가진, 하얀 가죽 갑옷을 입은 남자가 실비아의 어깨를 잡았다. 잔뜩 걱정하는 것이 표정에 드러났다.


“괜찮나?”

“알폰소 단장님. 전 괜찮습니다.”

“다행이군.”


실비아가 뒤로 슬쩍 움직이며 알폰소의 손을 떨쳐냈다.


“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바하몬트가 이안을 따라갔습니다. 구하러 가야 합니다.”

“루나. 신관을 불러라.”

“단장님. 이안이 위험합니다.”

“내겐 네가 더 중요하다.”

“전 이안이 중요합니다.”

“이미 죽었을 거야.”


알폰소는 단호하게 말했다.

실비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스켈레톤이 갑자기 무너진 이유. 데스 나이트가 힘을 잃은 이유. 그건 바하몬트가 수용소 너머로 도망쳤기 때문이라네. 이안도 죽었을 거야.”

“...그럼 시체라도 찾아야겠습니다.”

“일단 치료부터. 명령이다.”

“이럴 시간 없습니다.”


실비아가 알폰소를 지나쳐 움직이려고 하자, 알폰소가 검집으로 실비아의 상처 부위를 툭 쳤다.


다리에 힘이 풀린 실비아가 바닥에 쓰러졌다.


“끄읍.”

“쉬고 있게. 루나. 실비아가 어디 가지 못하게 지키고 있게.”

“넹.”


알폰소는 복잡한 현장부터 정리했다.


뒤늦게 도착한 하얀 까마귀 부대에게 지시를 내렸다. 부상자를 한쪽으로 모으고, 비교적 몸이 멀쩡한 이들을 따로 모았다.


때마침 도착한 신관이 부상자들을 돌봤다.


알폰소는 멀쩡한 이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우린 지금부터 바하몬트의 흔적과 이안의 시체를 찾는다.”

“이안의 시체?”


무리 중에 누군가가 들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안 그 새끼가 뒤졌다고?”

“자넨 누구지?”

“반 로아첸. 선별 죄수이올시다. 그나저나 그 새끼 진짜 뒤진 거 맞습니까?”

“바하몬트가 노렸다면 살아있을 리가 없다.”

“씨발! 노예 탈출이다!”


그때.


무언가가 날아와 반 로아첸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끄악!”


뒤통수를 때리고 떨어진 두개골.

그와 함께 이안이 동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노예 탈출은 새끼야. 넌 평생 노예야.”

“이런 씨발! 이건 또 뭐야!”

“바하몬트 대가리.”


씨익.


이안이 웃으며 소리 질렀다.


“우리가 이겼다!”

“와아아아아아! 우리가 이겼다!”

“우리가 해냈다!”


동시에 터져 나오는 함성.

간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서로 껴안고 살아남았음을 즐겼다.


그걸 바라보던 간수 조장 한 명이 힘차게 소리쳤다.


“전부 차렷! 이안 도련님께 경례.”


그러자 주변에 있는 간수들이 손을 들어 올렸다. 뒤에 있던 부상자들 또한 경건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올렸다.


““충성!””

“이안 도련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이안은 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들어 올렸다.


“앞으로도 북부를 위해 수고해라.”


* * *


북부 수용소 식당에서 장례를 치렀다.


핸즈 폴리슨이 죽은 이들을 위해 추도사를 읊었고, 간수들이 하얀 꽃을 올리며 그들을 추억했다.


악령에 쓰인 마르크가 죽인 간수들.


나도 꽃을 들고 관에 하나씩 올리면서 명복을 빌어줬다.


그렇게 입구 쪽으로 가자 핸즈 폴리슨 소장이 다가왔다.


“고맙네.”

“뭘 말입니까.”

“자네가 아니었다면 하얀 까마귀 부대는 물론, 간수들까지 전부 몰살당했을 걸세.”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자네 덕분에 간수들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더군.”

“애들이 잔뜩 쫄아 있길래 한마디 해준 겁니다.”

“확실히 달라졌군.”


핸즈 폴리슨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자네의 공을 전부 적어 본가로 보냈네.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본가에서 자네를 부를 거야.”

“고맙습니다.”

“고마울 게 뭐 있나. 자네가 한 걸 적었을 뿐인데.”

“소장님이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진 못 했을 겁니다.”

“가문에서 부를 때까지 푹 쉬다 가게. 난 남은 일이 있어서 이곳을 더 지켜야 하네.”


핸즈 소장이 사망자의 가족을 향해 움직였다. 그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나가려는 순간.


하얀 까마귀 부대원들이 식당으로 들어섰다.


처음 보는 낯선 이들 사이에서 익숙한 이들이 몇몇 보였다.


실비아, 루나, 렉스.


그들이 나를 보며 가볍게 눈인사하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들의 가장 끝에 서 있는 한 명을 바라보며 혀를 굴렸다.


‘빅 포든.’


까마귀 몰살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전생에서 나를 도와줬던 선별 죄수.


내가 은혜를 갚아야 하는 사람 중에 하나다.


저벅.

저벅.


빅 포든이 꽃을 들고 관에 올려놓았다.

두 눈을 감고 중얼거리며 그들의 죽음을 기렸다.


다른 선별 죄수들과는 다른 모습.


‘...여전하네.’


빅 포든은 진짜 죄를 지어서 이곳에 들어온 녀석이 아니었다. 이곳에 올 수 밖에 없던 사연이 있었다.


저번 생엔 대가를 받았지만.

이번 생엔 그냥 해결해줄 생각이다.


‘행복하게 살아라.’


몸을 돌려 장례식장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숙소로 돌아가려는 데 빅먼이 찾아왔다.


“야. 면회왔다.”

“면회? 2황자?”

“아니. 네 유모 시라던데?”


* * *


내가 북부를 떠나던 날.

내 옆에 있어 주었던 유일한 사람.


유모.


유모는 내겐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


어머니를 죽이고 태어났단 소문이 퍼지고, 아버지에게 버림을 받았을 때.


유일하게 나를 따듯함으로 보듬어주었던 사람이랄까.


내가 보검을 팔아먹었을 때도 화내지 않던 유모.


가문이 멸문하고 나를 먹여 살리기 위해 고생만 하다가 떠난 불쌍한 사람이었다.


‘유모가 아니었다면...’


난 제대로 된 길을 잡지 못한 채, 길거리에서 방황하다 죽었을지도 모른다.


내겐 가족만큼이나 소중한 사람이다.


“도련님?”


단아한 외모의 여인이 나를 바라보며 포근한 미소를 지었다.


내 기억 속보다 훨씬 젊은 유모의 모습에 만감이 교차했다.


매일 일하느라 거칠었던 손도.

이마에 가득했던 주름도 보이지 않았다.


이때의 유모는 이랬구나.


그대로 유모에게 걸어가 꼭 끌어안았다.


“유모. 보고 싶었어.”

“제게 이러셔도 전 도련님을 빼드릴 수 없어요.”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이곳에 있으니까. 유모 생각이 많이 났어. 그동안 나 때문에 고생 많았지?”

“어머. 도련님답지 않은 솔직함인데요?”


유모가 나를 끌어안아 주며 말없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잠시 그렇게 있다가.


“배고프시죠? 도시락 싸 왔으니까 드세요.”


요리 솜씨가 좋던 유모의 음식들이 탁자 위에 쫙 깔렸다.


“와...진짜 먹고 싶었던 건데.”

“많이드세요.”

“고마워. 잘 먹을게.”


유모가 해준 음식은 역시나 맛있었고,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형은 어떻게 지내는지.

누나는 뭐 하고 지내는지.


주로 가족에 대한 것을 물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나저나 도련님 이야기 좀 해보세요. 들어보니까 북부 수용소를 구했다던데. 그게 뭐예요?”

“별거 아니야. 그냥 나쁜 놈 하나 잡았어.”

“도련님이요?”

“응.”


팔을 들어 올리며 근육을 보여줬다.


“어때. 좀 강해진 것 같지?”

“많이 달라지셨네요.”


유모가 흐뭇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에 나도 웃음이 절로 나왔다.


열심히 밥을 해치우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면회 시간이 끝났다.


“도련님. 그럼 가문에 오면 다시 봬요. 그땐 더 맛있게 요리해드릴게요.”

“유모. 잠깐만 기다려줄 수 있어?”

“네. 왜요?”


바깥으로 나가서 빅먼에게 종이와 펜을 빌렸다. 간단한 편지 하나를 써서 면회실로 돌아왔다.


“이것 좀 아버지에게 전해줘.”

“네?”


전생에서 유모가 내게 알려줬다.


-사실 가주님과 계속 연락을 하면서 지냈어요. 도련님과 공녀님, 소가주님에 대한 소식을 전했죠.


가문에서 유일하게 아버지와 연락이 닿는 사람.


“가문을 위한 일이야. 부탁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한 망나니는 천재 소드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따듯함 +10 24.03.31 2,622 112 12쪽
29 특무대 +3 24.03.30 2,756 102 12쪽
28 시궁창의 왕 +6 24.03.29 3,178 113 11쪽
27 너 나 좋아하냐? +8 24.03.28 3,725 108 11쪽
26 오다 주웠다 +5 24.03.27 4,088 115 12쪽
25 균형을 맞추려하네 +10 24.03.26 4,596 125 14쪽
24 북부에 있는 모든 이에게 알려라 +5 24.03.25 4,799 139 11쪽
23 어머니가 살아있습니다 +8 24.03.24 5,019 132 12쪽
» 충성 +5 24.03.23 5,256 133 12쪽
21 두 번째 조각 +5 24.03.22 5,396 119 12쪽
20 먼저 먹는 새끼가 임자지 +5 24.03.21 5,368 117 10쪽
19 북부 대공 막내아들인데? +6 24.03.20 5,440 115 11쪽
18 잘 버텼어 +4 24.03.19 5,541 113 11쪽
17 악령 +4 24.03.18 5,715 109 11쪽
16 일단 좀 맞자 +4 24.03.17 5,986 118 12쪽
15 개처럼 짖으라면 짖고 +5 24.03.16 6,141 127 11쪽
14 드래곤 피어 +4 24.03.15 6,332 130 10쪽
13 사령술사 바하몬트 +4 24.03.14 6,321 139 11쪽
12 저기 니 남친 지나간당 +6 24.03.13 6,504 140 11쪽
11 북벽 심법 +5 24.03.12 6,646 143 10쪽
10 드래곤 하트 +4 24.03.11 6,627 151 11쪽
9 이상한 목소리 +6 24.03.10 6,546 145 12쪽
8 그럼 내가 건드리지 뭐. +4 24.03.09 6,660 127 13쪽
7 선빵 +4 24.03.09 6,723 130 10쪽
6 2황자 +7 24.03.08 6,837 139 13쪽
5 깨달음 +5 24.03.08 6,905 145 11쪽
4 또 다시 독방 +4 24.03.07 6,932 152 12쪽
3 또 보자. 씹새야 +6 24.03.06 7,106 148 11쪽
2 북부 수용소 +6 24.03.05 7,695 156 12쪽
1 후레자식이 회귀함 +13 24.03.04 10,249 16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