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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메의 불쏘시개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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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냐메
작품등록일 :
2021.05.12 15:35
최근연재일 :
2021.05.16 06:0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8,770
추천수 :
667
글자수 :
88,485

작성
21.05.15 06:00
조회
367
추천
41
글자
20쪽

Unwelcome Guest(1)

DUMMY

1.

백광.

정신을 차렸다고 생각하자마자 눈꺼풀 너머에서 빛이 아른거린다.

조명이 달린 회백색 타일 천장이 보였다.


‘여긴···?’


고개를 돌려보니 장식 하나 없는 살풍경한 모습이 보였다.

아, 딱 하나 있긴 하군.

내 왼팔 피부를 뚫고 이어져있는 포도당 수액과 링겔대가···.

주변은 대략 20평 남짓의 작은 공간.

내가 누워있는 곳은 그 방에 덩그러니 놓인 침대 위.

심지어 나는 하늘색 체크 무늬가 들어간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

병원인가?


‘나는 얼마나 잠들어 있었던 거지?’


아직 머리가 멍하고 몸이 뻐근하다.

어쩌다 이렇게 됐지?

마지막 기억은 눈을 감기 전이다.

분명히 상태이상이 두 개 정도 걸린 걸 확인했었지.

나는 그 직후에 정신을 잃었던 건가?


“···소피아, 깨어 있냐?”

“어라, 마스터. 일어났네?”


소피아는 아침 인사라도 분위기로 답했다.

이 녀석은 주인인 내가 여태 정신을 잃은 상태였는데도 별 신경을 안 쓴 눈치다.


“얼마나 지났지?”

“반나절, 정확히는 대충 11시간 정도.”


숙면이군.

그렇다면 현재 시각은 대충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인가?


“그 사이에 무슨 일은 없었나?”

“음, 별로?”

“그동안 나는 잠만 자고 있었단 건가?”

“아마 그럴 걸.”


대답이 건성이다.

이 녀석은 사소한 것 하나하나 묻지 않으면 상세하게 말해줄 생각이 없는 건가?

하기야 소피아 상대로 작전 브리핑 수준의 설명을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이었다.


“좀 자세히 말해줄 수 없나?”

“귀찮은데.”

“아무 도움이 안 되는군. 역시 그냥 대화를 차단해 버리···.”

“앗? 자, 장난이야!”

“실없는 짓 하지 마라.”

“마스터는 성격이 꽉 막혔어!”


역시 일부러 그랬던 거군.

내가 눈치를 주자 소피아는 이야기를 술술 털어냈다.


“음, 어··· 사실은 몇 명이서 마스터를 보러 왔어. 주로 경찰이랑 의사들이.”


고작 잠이 부족해서 쓰러진 것 가지고 요란 떠는 것 같다.


“마스터한테 힐이니 큐어니, 회복스킬만 엄청 쓰더라.”

“힐이라···.”


나는 내 팔뚝과 연결된 링거를 바라봤다.

역시 이 세계도 현대 의학이랑 회복 스킬 시스템을 합친 식으로 병원이 발전한 건가?

혹시나 의료보험이 적용되긴 할까?

···의문이 떠올랐지만 곧 생각을 지웠다.

나는 아예 헌터등록도 되어있지 않을 테니 해당 사항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다들 식겁하면서 놀라더라?”

“···왜지? 기절한 환자가 그렇게 신기한가?”

“아니, 그거 말구. 여기 실려 왔을 적에 마스터 HP가 얼마나 남았는지 알아?”

“나야 모르지.”


엄청 낮았어, 하고 소피아는 과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마스터가 피로를 느끼기 시작한 게 언제였는지는 기억해?”

“그건 아마···.”


해신 레이드가 끝난 직후였나?


“얼추 맞았어. 사실은 그보다 아주 조금 전이었지만.” “그럼?”

“정확히는 마스터가 저격총 상태였던 나를 들어 올릴 수 있게 된 직후야.”


설마하니···.


“스텟을 누른 시점에서?”

“응, 정확해.”

“그게 피로랑 무슨 상관이지?”

“모르겠어? 그럼 지금 스텟에 힘만 좀 찍어봐. 레이드 보스를 잡고 남은 포인트가 좀 있었지?”

“음.”

“너무 많이 투자하면 안 돼. 잘못하면 다시 기절하게 될 걸?”


소피아가 지시한 대로, 나는 상태창을 열고 힘(STR)에 스킬 포인트를 다섯 개만 투자했다.

조금만 하라고 했으니 5정도면 충분하겠지.


[근력(STR) – 500,005]

[재주(DEX) – 1,500,045]

[지력(INT) – 500,000]


승인을 누르자 소피아가 호들갑스럽게 말을 이었다.


“이제 HP를 확인해봐.”


상태창에 별개의 탭이 늘었다.

인터페이스마저도 은근히 달라.

이건 적응하는데 좀 시간이 걸릴 것 같군.

드러난 UI를 누르자···.

나는 곧 소피아가 설명하려던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HP – 2,500,000 / 2,500,025]


···딱 최대 HP가 25만큼 상승해 있었다.

힘을 하나 찍을 때마다 HP가 5씩 오르는 시스템인 것은 대충 파악했다.

하지만 찍은 수치만큼 자연 회복은 되지 않는군.

왜 <피로> 디버프가 걸렸는지의 수수께끼도 풀렸다.


“마스터가 힘을 50만이나 투자했으니까.”

“내 최대 HP가 갑자기 미친 듯이 뻥튀기 되어버렸단 소리군.”

“바로 그거야.”


이제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


‘50 / 2,500,000···.’


아마 당시의 HP의 잔량은 이랬겠지.

이렇게 보면 무슨 빈사상태같이 느껴진다.

비율만 따지면 체력이 전체의 0.0002%만 남은 셈이니까.


“그렇다면 나는 왜 스텟을 찍자마자 기절하지 않은 거지?”

“그건 마스터의 지능 스텟 때문에 상태이상 저항력도 올라가서 그래.”

“음, 디버프 내성 때문에 효과가 지연된 거였나?”

“대충 그렇지 않을까?”

“대충이면 곤란해. 나는 정확한 시스템 파악이 필요하다.”


소피아는 딴청을 피운다.

아니, 자기도 자세히 모르는 눈치다.


“아무튼! 그래서 힐러들이 놀란 거야. 여럿이서 미친 듯이 힐을 했는데도 마스터가 일어나질 않으니까. 다들 몇 시간씩 교대까지 해가면서 스킬을 쓰더라? 근데 한 번 힐 쓸 때마다 많아봐야 500정도 차던 걸.”


확실히··· 이쪽 세계의 헌터들 수준을 생각하면 딜량 만큼이나 힐량도 기대하긴 힘들겠지.

그래도 지금 내 HP가 꽉 찬 것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짐작이···.

···아니, 잠깐.

그래도 뭔가 이상하다.

최대 500씩 들어오는 힐로 체력 250만을 무슨 수로 채운단 말인가?


“그렇지? 그거 참 신기하지?”

“짓궂게 굴지 말고 설명이나 해라.”

“의사 중에서 퍼센트로 힐을 채워주던 사람이 있더라?”


소피아는 도트 힐의 존재를 언급했다.

아, 그런 거라면 납득이 간다.

아무튼 꽤나 소란이 있었던 모양이군.

혹시나 해서 상태창을 구석구석 살펴보니, <피로>나 <수면 부족>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제 몸 상태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정작 소피아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날 병원에 데려온 건?”


예상가는 바는 있지만 혹시나 싶어서 물었다.

소피아는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토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흥, 뭔 배짱이야? 날 앞에 두고 다른 여자 이야기를 하시겠다?”

“대답이나 해라.”

“뻔하잖아? 달리 누가 있어? 가연인가 뭔가 하는 그 가슴만 큰 여자야.”


가슴이···.

아니, 이 말투에는 뭔가 악의가 있는 것 같다.


“그녀는 지금 어디 있지?”

“몰라. 퀘나 하러 갔겠지.”

“어? 뭐라고?”

“퀘스트 말이야. 자기 입으로 일일 퀘스트 어쩌고 하던데?”


일일 퀘스트?

뭐지, 그 10년 전에 유행하던 모바일 게임에서나 나올 법한 단어는?


“왜 그래, 마스터? 혹시 퀘스트를 몰라?”

“아니···.”

“그럼 내가 가르쳐줄게. 잘 들어, 퀘스트란···.”

“됐어. 무슨 튜토리얼 설명하는 것 같은 말투는 집어치워. 단어의 뜻 자체는 알고 있으니까.”


의미는 잘 알고 있지.

10년전··· 아직 리젠 현상이 일어나기 이전부터 그건 온라인 게임에서 존재하던 개념이었으니까.

하지만 다르다.

그건 어디까지나 게임에나 있는 것, 적어도 내가 알던 세계에선 이런 시스템 따위 적용되지 않았으니까.

레벨에 클래스까진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는데···.

이젠 그걸 넘어서 스킬에 퀘스트까지.


“완전히 게임이나 다름없군, 하긴, 이 세계에선 뭐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지.”


퀘스트라는 시스템이 존재한다면, 조금 전에 본 확장 상태창처럼 별도의 UI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마음속으로 명령어를 호출해보니 실제로 그것이 눈앞에 나타났다.


[일일 퀘스트 – 아무 몬스터나 사냥 0 / 15]


시덥잖군.

하지만 당장 내가 수행할 수 있는 퀘스트는 이것뿐이다.

그렇다면 보상은 어떨까?


[보상]

-골드 포인트 150

-식량 교환권 X 5

-경험치 550exp


화폐와 음식, 그리고 경험치인가?

직관적이고 알기 쉬운 대가였다.

하지만 이건 굉장한 발견이었다.


“뭐야, 마스터? 퀘스트 창이 그렇게 신기해?”

“어이가 없어서. 이거 보상이 지나치게 좋은 거 아닌가?”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이건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야.”


소피아는 딱히 의문을 가지지 않았지만, 내가 보기에 이것은 꽤나 파격적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류가 지구에 출현한 이후 끝없이 시달려왔던 문제 하나가 그대로 해결해 버리기 때문에.

식량.

매일 일일 퀘스트만 깬다 해도 먹고 사는 걱정이 사라진다.

먹거리 문제에서 해방된다는 이야기였다.


“확실히 내가 살던 세계와는 전혀 달라.”


그랬다.

이곳과는 반대로 저쪽 세계는 고작 그 식량 때문에 인간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사태까지 벌어졌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일일 퀘스트라는 시스템은 이상적이었다.

덧붙여 일일 퀘스트의 보상에는 골드도 있다.

그게 얼마나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제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잠깐 물어본 담뱃값이 50 포인트라고 하던 걸 보면···.


‘이 세계는 경계 체계도 완전히 다를지도 모르겠군.’


그래도 누구나 음식을 구할 수 있고 돈을 벌 수단이 있다는 것은 마음에 든다.

비록 내가 모르는 사회의 빈부격차가 있을지라도, 이 정도라면 살아남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죽지만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으니까.

나쁘지 않다.

오히려 바라던 바다.

이 세계에서 리젠되는 몬스터들 수준이라면 큰 위협은 되지 않는다.

이대로 정체를 숨기고 매일 일일 퀘스트나 깨고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있을까?


‘···아니야. 정신 차려라, 강탄. 몇 번이나 겪었잖아.’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방심해선 곤란하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게 좋다.

이 세계도 사람이 살아가는 이상··· 온갖 복합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게 당연하다.

아무리 풍족한 환경이라도 타인의 것을 탐하는 쓰레기가 있기 마련이다.

멀리 갈 것도 없어, 바로 어제의 양아치처럼 말이지.


“마스터, 지금 눈 뜬 채로 자는 거 아니지? 왜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가 됐어?”


다시 소피아가 말을 걸어왔다.

내가 생각에 빠져있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다.


“어디 몸에 다른 문제라도 있는 건?”

“···앞으로 어떻게 할지 좀 고민한 것뿐이야.”

“흥, 보나마나 쓸데없는 걱정이겠지.”


미래 따위 아무도 모르는데 말이야, 하고 덧붙인다.

아무렇게나 지껄인 말이겠지만··· 부정은 못하겠다.

어떻게 보면 소피아의 말이 옳다.

당장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는 건 어리석다.

애초에 선택지도 없지 않은가?

이미 여기로 건너와 버린 이상, 나도 얼른 이 시스템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다음 할 일은 정해졌다.’


앞으로 내 처지가 어떻게 돌아갈 진 모르지만, 일단 퇴원을 하면 퀘스트부터 깨도록 하자.

모처럼의 새 인생.

나의 진면목은 거기서 부터가 시작이다.

찬찬히 이 세계의 법칙에 순응하는 거야.

이전 세계는 단지 길고 긴 악몽이었다고, 지나간 과거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자.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여유가 생기자, 새삼스럽게 묘한 기분이 들었다.


“···후, 그러고 보니까 이렇게 느긋하게 누워있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군.”

“응? 그 동안 제대로 못 쉬었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였지.”


예전 생각을 하면 기분이 가라앉는다.

거의 항상 긴장을 유지하던 것이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난 이런 게 어색하거든.”

“누워있는 게 어색한 사람도 있어?”

“아니, 그런 말이 아니다.”

“그럼 뭔데?”


설명하자면 길어진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길드원들과 단체로 합숙을 했었다.

식사와 단련.

몬스터들이 리젠되는 구역을 순찰하고 레이드가 시작되면 역할을 부여받아 임무를 수행해왔다.

명목상 휴가는 있지만, 대부분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지.

리젠 현상은 언제나 벌어질 수 있는 재앙이기에 항상 대비를 해야 했으니까.

마치 군대처럼 정해진 일과를 따르기만 했지.

그런 생활이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홀로 이런 여유를 만끽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아니, 쉬니까 좋다고.”


나는 적당히 에둘러 말했다.


“잘 됐네. 기왕이면 제대로 회복해 둬. 마스터가 쌩쌩해야 나도 편하거든.”


나쁘진 않다.

마침 새로운 스킬들도 좀 체크해야하니까.


“뭐, 정 심심하면 나한테 놀아달라고 부탁해보던가? 그럼 상대해줄게.”


침대에서 뒹굴거리면서 네 말 상대나 하라는 건가?

안타깝지만 사양이다.

그건 내 쪽에서 더 빨리 지친다.


“사양하지.”

“이씨?!”

“그보다 지금은 너에 대해 아는 게 먼저다.”

“앗?! 그, 그건 무슨 의미야? 마스터, 설마 나한테 관심있다고 추파 던지는 거?”

“멍청아, 스킬 설명을 읽어보겠다고.”

“···.”


나는 떠벌이는 소피아를 무시하고 바로 스킬창을 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맨 먼저 나온 스킬명은 다름 아닌 그 소피아에 대해서였다.


‘그래. 일단 <영총 : 소피아> 항목부터···.’


[영총 : 소피아]

-자아를 가진 영총을 소환합니다.

-영총은 아이템을 소모하여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영총의 성장 수치는 소모된 아이템의 등급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영총과의 친밀도가 높을수록 특수 효과가 발현됩니다.

-영총은 모드에 따라 구현되는 형상이 변합니다.

-<스나이프 모드>에서는 장거리 저격에 특화된 병기로 구현화됩니다.

-<오토마타 모드>에서는 자율구동이 가능한 인간형의 육체로 구현화됩니다.

-영총을 구현화하지 않았을 때에는 자동으로 <대기 모드>로 전환됩니다.

-<대기 모드>에서 영총의 자아는 사용자와 싱크로 되어 감각을 공유합니다.

-???

-???

-???


“···.”


전혀 도움이 안 되는군.

대부분은 이미 소피아 녀석과 실랑이를 통해서 알게 된 내용뿐이다.

게다가 아래에 ‘???’로 표기된 부분은 또 뭐지?

수수께끼투성이다.

성장을 시켜야만 얻을 수 있는 정보인건가?

정독을 하라고 그렇게 노래를 부르더니··· 결국 이 모양이군.


‘하아, 다음은···.’


다른 스킬을 체크해본다.

트리가 많이 변하긴 했지만··· 이전 세계부터 내가 가지고 있던 스킬의 흔적도 많이 남아있었다.

대표적으로 화기의 명중률과 회피율에 영향을 주는 집중력 증가 스킬인 <컨센트레이션> 패시브나, 적과 빠르게 거리를 벌릴 수 있는 <쉐도우 워크> 같은 이동기처럼 말이다.

이 둘은 경험상 투자하면 반드시 도움이 된다.


[컨센트레이션]

-집중력을 향상시킵니다.

-사격 명중률, 회피 확률을 증가시킵니다.


역시 이건 효과가 그대로군.

예전처럼 일단 적당히 마스터까지 찍어둘까?

나는 남아도는 스킬 포인트를 신나게 써보기로 했다.


‘<컨센트레이션>에 100,000··· 아니, 잠깐?’


뭔가 이상했다.

어제는 반동을 제어하는 스킬의 한계치가 존재했다.

더 올리고 싶어도 10만 포인트 이상 올라가지 않았었는데?

그런데 이번엔 스킬에 더 투자를 할 수 있다니?

이거 끝까지 찍는데 스포가 얼마나 소모 되는 거지?

나는 계속해서 ‘+’ 버튼을 눌렀다.


‘<컨센트레이션> 100,005?’


···애매한 수치다.

얼마나 효과가 증가했을 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여기까지가 한계.

나는 이쯤에서 스킬에 투자하는 걸 멈추었다.


“소피아, 스킬을 올릴 수 있는 최대치가 몇이지?”

“몰라.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


내가 상대해주지 않자 제대로 삐진 모양이군.


“못 알려주겠단 거냐? 아니면 정말 모르는 거냐?”

“···흥, 정말로 몰라. 하지만 왜 스킬 포인트를 더 찍을 수 있는지는 알지.”

“어째서지?”

“내가 성장했으니까.”

“음?”

“어제 먹은 매직아이템 때문에 나도 레벨이 올랐거든.”


녀석은 설명은 이러했다.

장비를 갈아 섭취하는 걸로, 현재 소피아의 레벨은 5가 되었다.

1레벨 마다 최대 스킬 레벨이 올라가는 구조인가보군.

···소피아의 성장이 나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단 말인가?

확인해야할 것이 많아졌다.


‘환장하겠네. 스킬 트리를 좀 더 신중하게 찍어야 했나?’


둘러보니 기술의 종류는 생각보다 많았다.

설명을 읽어보면 다 나름대로 상황에 쓰기 적절한 스킬들이었다.

전부 마스터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언젠가 써먹을 데가 있겠지.


‘패시브에 엑티브, 선행스킬에 강화 스킬··· 젠장, 복잡하잖아.’


이것저것 스킬 성능을 체크하다보니, 나는 어느새 어떤 법칙을 발견했다.


‘내 스킬 트리는 크게 세 가지 특성으로 나눠지는군.’


하나는 사격계···.

주로 사정거리를 늘리거나 반동을 흡수하는 효과를 가진 패시브계 스킬.

이어서 두 번째는 탄환계, 총알에 온갖 속성을 부여하는 엑티브 스킬들이 분포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육체를 강화시키는 복합 능력이었다.

<통찰의 눈>이나 <쉐도우 워크>같은 이동기도 여기에 속했다.


‘좋아, 일단 조금씩만 투자해두고 상황에 맞춰서 더 찍던가 해야겠어.’


대충 종류 별로 10,000개씩 찍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나는 충분히 스킬 포인트를 올린 다음 확인을 눌렀다.

그런데 그 직후···.


‘···뭐지?’


갑자기 묘한 기척이 느껴졌다.


“마스터, 복도에···.”


소피아도 알아차린 건가?

아, 그렇지.

대기 모드일 땐 이 녀석의 감각을 나와 공유한다고 했었지?

그런데 이 이상한 느낌은···.


[악의 감지]

-적대적인 의도를 가진 상대가 반경 300미터 내에 출현 시 감지합니다.


역시, 내가 방금 찍은 스킬의 패시브가 발동된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이 병실 문 너머에는 ‘적대적인 의도’를 가진 녀석이 있다는 말인데.


“제대로 쉴 틈도 안 주는군.”

“분위기가 뭔가 심상치 않아. 그럼 마스터, 난 무음 모드로 대기하고 있을게.”

“뭐?”


무음 모드라니?

무슨 핸드폰이냐?

내가 의문을 가지자, 소피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단, 그것은 주변에서 들리는 게 아니라 귓가에 속삭이는 것 같은 울림이었다.


‘이렇게 내 목소리가 안 들리게 하는 거지. 마스터도 혼잣말하는 이상한 사람처럼 취급받긴 싫지?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마음속으로 말해. 그럼 바로 대답해줄게.’

‘아하, 이렇게 하는 건가?’

‘응! 바로 그거··· 어? 발걸음 소리가 멈췄어.’


나는 서둘러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타이밍이 너무 나빴다.

오른손으로 링거를 뜯어낸 그 순간, 누군가가 문을 열고 병실로 들어왔다.


“···한 놈뿐인가?”


위압감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커다란 덩치···.

정장에 선글라스를 낀 남자였다.


“당신은 누구지?”


내가 묻자 남자는 앞으로 다가오더니 무뚝뚝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너는 알 거 없다. 질문은 내가 한다.”

“뭐?”

“여자가 한 명 더 있었다고 들었는데, 왜 혼자 있지?”


초면에 태도가 강압적이다.

나에게 주도권을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보아하니 가연의 지인이나 경찰은 아닌 모양이다.

“···뭐, 됐다. 어차피 한 놈만 족치면 금방이니.”


놈은 그렇게 말하며 선글라스를 벗었다.


“솔직하게 답하는 게 좋을 거다. 나는 시간을 낭비하는 걸 가장 싫어하니까.”


얼굴은 험상 굳고 눈빛이 살벌하다.

그냥 시덥잖은 깡패나 양아치의 눈이 아니었다.


‘이놈, 위험한 자식이군.’


그것은 전장에서 몇 번인가 봤던···.

사람을 죽이는데 일말의 거리낌도 없는 살인자의 시선이었다.

아마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류겠지.


“그럼 묻겠다.”


덩치는 잠깐 내 반응을 살피더니 질문을 시작했다.


“최상기, 그 망할 놈은 어디에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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