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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메의 불쏘시개 공방

원샷오버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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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메
작품등록일 :
2021.05.12 15:35
최근연재일 :
2021.05.16 06:0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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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8
글자수 :
88,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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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4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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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Oppression(3)

DUMMY

3.

클래스 각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론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하나 있지.

개성.

바로 헌터 개인이 가진 성격에 영향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접근하면 내가 <스나이퍼>인 이유도 간단히 설명된다.


‘나처럼 쓸데없이 신중하고 혼잡한 걸 즐기지 않는 놈은 주로 후방 지원 클래스가 되지.’


반면 활발하고 날뛰는 걸 좋아하는 놈들은 주로 근접 계통의 딜러가 된다.

이 세계에서도 크게 다를 건 없겠지.

아마 지식을 쌓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마법사로 각성하던지 할 것이다.


‘이 여자의 클래스는 의외였지만.’


예상과는 달리 가연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아가씨는 탱커를 자처했다.

하기야 연약하게만 보이는 외모만으론 판단할 순 없지.

내적으로는 강단 있고 고집스러운 모양이다.

탱커 클래스는 대체로 남을 생각하는 이타적인 성격에, 누군가를 지키려는 정의감을 가지고 있단 특징이 있으니까.


‘자기 입으로도 극단적인 스킬셋을 가졌다고 했었지? 그만큼 외골수란 소리구만.’


대게 도덕을 중시하고 자신만의 신념을 믿는 타입···.

아군이 되면 우직하고 든든한 부류지.


‘···반대로 저 놈은 얼굴만 봐도 알기 쉽군.’


나는 건물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거기엔 첫인상만으로도 편견이 생길 정도로 비열한 외모의 사내가 있었다.

탱크톱 사이로 드러나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마른 몸은 볼품없다.

또 정작 좁은 어깨에서 상박까지 내려오는 해골 타투 문신은 멋있다기 보다는 기괴하고 지저분하게 느껴졌다.


‘아예 자기가 양아치라고 광고하는 건가?’


초면에 색안경을 쓰고 싶진 않지만···.

이런 꼴을 한 놈이 제대로 된 인간일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방금 아가씨가 그랬지. 저 녀석이 <트리키 밴디트> 인지 뭔지 라고···.’


애초에 클래스부터가 속임수와 노상강도를 의미하는 단어가 붙은 이름이다.

재수 없는 말투까지 정말 완벽한 매치군.

잘 어울린다.

그야말로 보이는 그대로다.

남을 해코지하기 위해서 살아간다는 분위기가 그대로 딱 들어맞는다.

이걸로 성격을 통한 클래스 선택설은 한층 더 설득력을 가지게 되었다.


“근데 아까부터 넌 뭔데 꼴아 보냐? 너도 뒈지고 싶냐?”


아예 작정하고 가오를 부리는 건가?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놈은 좀 더 인상을 찌푸렸다.


“귀 먹었냐? 뭐하는 새끼냐고 묻잖아?”


그러자 가연이 끼어들었다.


“아, 아니에요! 이 사람은 우리랑 아무 상관도 없어요!”

“하! 뻔하지. 또 뉴비 구제한답시고 약해빠진 쓰레기를 데려왔냐?”


노골적으로 얕보고 있군.

인간의 본성은 자기가 우세한 상황이거나 약한 자를 대할 때 드러나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놈은 그저 흔해빠진 동네 양아치다.

사실 기세가 등등한 것에 비해 별로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통찰의 눈으로 본 놈의 레벨은 방금 가연이 알려준 정보와 일치하고 있으니까.


“킥, 그딴 건 아무래도 좋아. 어차피 지금 내가 볼일이 있는 건 네년뿐이거든? 그러니까 허접 새끼 걱정보단 네 걱정부터 해야할 걸?”


하지만 놈은 자신만만해보였다.

역시나 새로 얻은 아이템 덕분에 기가 산 모양이다.


“내가 이걸로 참 교육해줄 테니까.”


그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최상기란 놈은 손을 들어 올리며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쩔지? 여기 오기 전에 좀 시험해봤는데 개사기템이더만! 역시 난 될 놈이었단 말이야!”

“당신··· 대체 시내에서 뭘 한 거죠?”

“뭘 하긴? 그거야 뻔하잖아, 이 멍청한 년아!”


놈은 혀를 길게 내밀면서 역한 목소리를 이었다.


“이걸로 평소에 맘에 안 들던 새끼들 발라줬다고.”

“뭐라···고요?”

“킥킥, 역시 다굴빵엔 장사 없지.”


설마, 하고 가연은 깜짝 놀라더니 급히 누군가에게 귓말을 보내는 듯 했다.


“수연 언니··· 진성이 오빠?”

“헛짓거리 하네. 이미 뒤진 놈들이 귓말 받을 리가 있냐?”

“말도 안 돼···.”


하지만 답이 돌아오지 않아, 그녀의 표정은 급속도로 굳어졌다.


“놀랄 거 없어. 어차피 다음은 네 년 차례거든. 캬하하하!”


이런 놈들이 있다.

힘이 조금만 생기면 날뛰는 자식들이···.

기회랍시고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자기보다 약한 이들에겐 한 없이 잔인해진다.

그 자체로는 열등감만 폭발시키는 흔해빠진 찌질이일 뿐이지.


‘하지만 내 경험상··· 저런 놈은 활개 치도록 내버려두면 더 골치 아프지.’


무엇보다 마음에 걸리는 건, 방금 놈이 자랑하듯 꺼내든 저 반지···.

분명 해신 어쩌고 하는 설명이 붙어있었다.

설마···.


‘내가 잡은 레이드 보스 아이템을 저놈이 루팅했다?’


···기분이 나쁘군.

살짝 열이 받는다.

유니크의 성능이 좋은 것인지는 둘째치더라도···.

본래라면 내 인벤토리에 들어왔어야 할 아이템을, 그것도 하필이면 저런 놈이 먹었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야, 멀대 새끼. 근데 넌 아까부터 표정이 애꼽다? 노려보면 어쩔 건데?”


놈은 내 표정이 굳은 걸 눈치 채고 입을 털었다.

꽤 떨어진 거리에 있는데도 눈이 좋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놈은 화를 시비를 걸 상대를 잘못 잡았다.

나는 앞으로 한 걸음을 더 옮겼다.


“허접 새끼 같아서 봐줄랬더니, 이 X발놈이? 눈 안 깔아?”


그리고 그대로 총을 소환해 놈의 허벅지를 쏴버리려고 했다.


“영총···.”

“잠시만요.”


하지만 그 때··· 앞에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강탄 씨, 물러나 계세요.”


가연이 손을 뻗어 나를 저지했다.

그녀는 어느새 클래스 체인지를 했는지, 일전에 봤던 그 화려한 갑옷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저 쓰레기의 상대는 저에요.”


이 아가씨··· 등 뒤로 보이는 포스가 생각보다 장난이 아니다.

가연은 나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굉장히 화가 난 눈치였다.

그렇겠지.

분위기를 보아, 저 놈은 아마 가연의 가장 중요한 것을 건드린 것 같다.

나는 한걸음 물러서기로 했다.


“···고마워요.”


가연은 가능한 고운 목소리를 유지하려 했다.

하지만 말끝이 떨리고 있어, 감정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는 것이 보였다.

성가신 일이 생기기 전에 끝내버리고 싶었지만··· 역시 이런 상태라면 내가 개입하는 건 지나친 참견일지도 모른다.


“작별인사는 다 했냐? 그럼 이제 길드원들 따라서 뒈질 준비나 해라!”


하지만 이런 와중에서도 최상기란 놈은 조롱을 늘어놓았다.

녀석은 갑자기 반지를 앞에 꺼내들고 스킬을 발동시켰다.


“<무리의 주인>!”


포장된 아스팔트 바닥에 검고 찐득한 액체의 거품이 끓어올랐다.

이어서 그 사이로 곧 낮에 레이드에서 보았던 잡몹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 수는 거의 서른 마리에 가까웠다.


보이드 옥토퍼스···.

생긴 것은 단순히 시커먼 광택을 가진 문어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크기는 징그러울 정도로, 거의 사람 키의 절반은 되어 보였다.


“가라, 문어 대가리들아!”


손가락으로 나와 가연이 선 곳을 지시하자, 모든 문어들이 일제히 날아 올랐다.


‘아뿔싸, 뒤는 막혀있는데!’


젠장, 실수였다.

역시 내가 놈이 행동하기 전에 쏴버렸어야 했어.

유일한 탈출구인 전면은 덮쳐오는 보이드 옥토퍼스들로 가득하다.

이렇게 되면 물러날 길이 없다.


“<실드 포트리스>!”


그때였다.

가연은 스킬을 외치며 자신의 양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녀의 팔이 가른 허공에 빠르게 입자들이 모이더니, 이윽고 큼지막한 구조물이 만들어냈다.


“쿵, 쿠구구궁!”


습격해오는 보이드 옥토퍼스들은 눈앞에 생겨난 장애물에 부딪혀 그대로 튕겨나갔다.


“아, 놀라셨죠? 하지만 괜찮아요. 방어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으니까요.”


그것은 방패··· 하지만 보통 방패가 아니었다.

눈부신 은빛의 광채에 한눈에도 무지막지해 보이는 두께는 그렇다 쳐도, 전방 180도를 완전히 막아낼 정도로 크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높이는 거의 5미터, 너비는 그보다도 훨씬 길어 보이는군.’


생각났다.

이건 아주 오래 전에 중세 시대 관련 책에서 봤던 공성용 방패와 닮아있었다.


“건물주인 아저씨에겐 나중에 사과해야겠네요.”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웃자고 하는 농담일까?

그 말 그대로, 폭발로 엉망이 된 외벽과 건물은 이제 방패 때문에 완전히 박살나버렸다.


‘하지만 이래선 옴짝달싹도 못하잖아?’


어떤 때든 언제나 도망칠 퇴로를 확보할 것.

나는 야전에서 항상 그 원칙을 지켜왔다.

하지만 이렇게 사방이 막혀버리면 덫에 걸린 것만 못하다.


“쾅! 콰광! 콰과광!”


걱정하던 일이 벌어졌다.

연달아 뭔가가 충돌하는 소리가 들린다.

방패 너머의 잡몹들이 몸통 박치기로 연달아 공격하는 모양이었다.


‘골치 아프게 됐어.’


스킬이라곤 하지만 이것도 구조물··· 오히려 리젠 현상의 시스템을 따른다면 분명 내구도가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슬슬 방패가 크게 요동치고 가장자리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


“캬하하하! 이 X신 같은 게! 내가 모를 거 같냐? 너, 그 더럽게 큰 방패 쓰고 나면 다른 방어스킬들 쿨타임 겁나 길어지잖아? 해제해도 거의 2분은 아무 것도 못하는 잉여 년이 되지!”


그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은 꽤 심각한 위기라는 말이 된다.


“저 놈이 하는 말이 진짭니까?”

“네. 부끄럽지만···.”


어쩐다.

지금이라도 소피아를 꺼낼까?

미리 스텟을 찍어서 싸울 걸 대비하는 게 좋지 않을까?

곧 방패스킬이 해제될 건 눈에 보듯 뻔하고···.


‘설마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방패만 친 건 아니겠지?’


설마하니 길드원··· 동료들이 최상기에게 죽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냉정을 잃은 걸까?

당황해서 그냥 시전부터 한 건가?

아니, 그건 다행히 아닌 모양이었다.

이를 악무는 걸로 봐서 격분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그래도 가연은 판단력을 잃진 않았다.


“후우···.”


그 증거로 그녀는 다음 스킬을 준비하고 있었다.


“<실드 카운터>!”


파앗, 가연은 거대한 방패에 손을 올려놓고 뭔가 힘을 주입 했다.

손바닥에서 금이 간 균열로, 이어서 방패 전체로 빛이 퍼졌다.

그리고···.


“퍼어어엉!”


폭발.

방패가 쪼개지고 전방으로 파편들이 날아갔다.

상당히 범위가 넓은 스킬이다.

허공에 뜬 놈들은 물론 아래에서 뛸 준비를 하던 잡몹까지 가시 같은 방패조각에 꿰뚫렸다.

거의 모든 보이드 옥토퍼스는 그것만으로도 행동불능이 되었다.


‘이건 거의 클레이모어 M18A1급이잖아.’


과연!

일부러 방패가 거의 깨질 때까지 공격을 받아낸 이유가 이거였나?


“···이게 제 유일한 공격 스킬이에요. 바로 적에게 받은 데미지의 150%만큼 돌려주고 스턴을 거는 범위 반격기죠.”


얼마나 성실한 성격인지···.

위기의 순간임에도 꽤나 상세하게 설명해주는군.

그 말을 끝으로 가연은 인벤토리에서 직사격형의 큰 방패와 단순한 장식의 칼 한 자루를 꺼내들었다.

그렇게 좋아 보이는 장비는 아니었다.


“그래도 다음 쿨타임이 돌아오기 전까진 버틸 수 있어요.”


이제 한 명만 남았으니까, 하고 가연은 눈을 부릅떴다.


“녀석도 제 스킬에 무사하진 않을 거예요.”


그러나···.


“와나, 끝까지 이 X같은 년이 발악하네?”


몇 마리의 보이드 옥토퍼스가 뭉쳐진 형상이 보였다.


“근데 미안해서 어쩌나? 아직 안 끝났거든. 난 아직 이렇게 쌩쌩한데?”


방패 파편이 박혀서 바들거리지만, 몹들이 감싼 대상은 상처하나 없이 무사했다.


“캬! 봐라, 이 충성스런 문어 새끼들을! 이거 개 쩔지 않냐? 반지 옵션엔 따로 안 쓰여 있지만 소환된 놈들은 주인이 위험하면 자동으로 보호한다고!”


설명처럼 최상기는 남은 보이드 옥토퍼스를 자신을 지키기 위해 살아있는 벽으로 쓴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 몸이 2분씩이나 기다리게 해줄 거 같냐?”


그러더니 놈은 인벤을 열었다.


“킥킥, 아까 시내에서 이것저것 실험해봤거든? 이걸 제대로 써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말이야!”


말을 하다 말고 단검 몇 자루와 화염병을 날린다.


“<쓰로잉>!”


뻔하군.

대화에 집중시키고 허점을 노리는 수법이었다.


“어딜!”


가연이 서둘러 방패를 올린 덕분에 다행히 단검과 화염병의 폭발은 전부 튕겨냈지만, 이것도 시간을 끌기위한 수작이었다.

어느새 최상기는 고개를 들고 뭔가를 벌컥벌컥 마시고 있었다.

녀석의 왼손에 쥐여진 것은 파란색의 액체가 담긴 커다란 유리병···.


“마나 포션?”

“···꺼억, 보면 모르냐?”


이어서 다른 한손으론 또 다시 반지를 들어올린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안 알려준 게 있는데.”


최상기는 특유의 밉살스런 표정을 더욱 일그러뜨리면서 웃었다.


“이거 마나만 있으면 계속 소환할 수 있거든? 케케케케!”


놈은 또 다시 <무리의 주인>을 발동시켰다.

이번에는 수가 좀 적었지만, 역시 그래도 열 마리는 넘어가고 있었다.

가연은 분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진짜 사기템이네요···.”


동감이다.

쿨타임의 리스크 없이 마나만 채울 수 있다면 계속 몹을 늘릴 수 있다니.

이건 조금만 지혜를 끌어내면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는 잠재성이 보이는 아이템이었다.

부조리하다.

밸런스가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아, 이건 내가 할 소리는 아닌가?


‘더 일이 악화되기 전에 손을 써야겠어.’


나는 스킬창을 열고 서둘러 손가락을 움직였다.

낮에 레이드 보스를 저격했을 때 뒤로 나자빠졌던 것을 생각하면 할 일은 정해져있었다.

망설일 필요도 없다.

나는 빠르게 <반동 제어>와 <충격 흡수>를 번갈아 찍었다.


<반동 제어 : 100, 000>

<충격 흡수 : 100, 000>


이게 최대 레벨인가?

더 누르려고 해도 버튼이 활성화가 되지 않는다.

···마음 같아선 다른 스킬도 바로 최고 레벨까지 투자하고 싶지만,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자칫 스킬을 잘못 찍으면 나중에 포인트를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나는 실제로 예전에 그런 경험이 있었다.

찍을 땐 좋아보여서 왕창 투자했는데 알고 보니 쓸 일이 없는 기술이었지.


‘얼마만큼 찍어야 효과가 있을 진 모르겠지만, 나머지는 대충 1,000씩만 투자해두면 되겠지.’


이런 상황에서 마냥 고민만 할 수는 없다.

일단 승인을 눌렀다.


‘다음은 보스를 잡고 얻은 스텟을···.’


능력치 투자를 하려는 찰나.

가연이 고개를 푹 숙이며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강탄 씨. 틈을 봐서 먼저 도망치게 해드렸어야 했는데···.”


가연의 얼굴이 창백하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크게 동요한 것 같다.

뭐, 무리도 아니겠지만···.


“강탄 씨,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뿐이에요.”

“예?”

“제가 저 문어들 사이로 뛰어들어서 잠깐이라도 어그로를 끌게요. 강탄 씨는 그 사이에 바로 달아나세요.”


하지만 이 와중에도 자신보다 나를 더 걱정하다니.

역시 이 여자는 천상 탱커구나 싶었다.

이렇게까지 우직하다면, 지켜지는 입장에서 뭔가 묘한 기분이 든다.

그것은 부담스러우면서도 뭔가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는···.

일종의 신뢰감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가연이라는 여자는 과거에 내가 만났던 어느 누구보다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일 지도 모른다고.


‘후, 이제 솔직하게 정체를 밝힐 때가 된 건가?’


잠깐 한숨을 쉬고 나는 입을 열었다.


“가연 씨,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저는···.”

“뒤는 부탁할 게요!”


아, 아니 말을 좀 들으라고!

젠장!

가연은 내 설명을 제대로 듣기도 전에 건물 아래로 뛰어내려 버렸다.

착지하면서 그녀는 뭔가 자신에게 스킬을 걸었다.


“<어텐션 오오라>!”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 그건 몬스터들의 주목을 끄는 기술이었다.

효과는 바로 즉발인지, 동시에 문어들이 가연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아아앗!”


방패로 쳐내고 검으로 베면서 가연은 거기를 달렸다.

그 의도는 명백해, 아마 놈들을 내가 있는 곳에서 떼어놓을 셈이다.


“아··· 진짜!”


사람이 하는 말을 좀 들으라고!

정말 남의 사정은 아랑곳 하지 않는 여자다.

노숙하는 사람을 끌고 와선 선심 쓰듯 길드에 가입시키겠다고 하질 않나, 쓸모도 없는 아이템을 막 주질 않나?

···처음에는 의심스러웠다.

보통 사람은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으면 남에게 이 정도의 친절은 베풀지 않으니까.

하지만 뭔가 계산이 된 행동 치곤 너무나 황당하고 뜬금없는 것들뿐···.


“···거기다 이젠 아예 날 지켜주다 목숨까지 잃겠다고?”


웃기지 마라.

네 자기만족이랑 같잖은 정의감에 날 끼워 넣지 말란 말이다.

그딴 건 질색이다.

기분 나쁘다고.

후방에서 아군이 죽는 꼴을 보는 건,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단 말이다.

···그렇다.

아군이다.

젠장, 거의 억지로 휘말려버렸지만··· 이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저 가연이라는 여자를 같은 편이라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오른팔을 뻗었다.


“<영총, 소피아>!”


그리고 오늘로 벌써 두 번째··· 나의 전용 무기를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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