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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메의 불쏘시개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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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냐메
작품등록일 :
2021.05.12 15:35
최근연재일 :
2021.05.16 06:0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8,774
추천수 :
667
글자수 :
88,485

작성
21.05.12 15:39
조회
863
추천
56
글자
20쪽

Brave New World(2)

DUMMY

2.

레이드의 진행 상황 자체는 꽤나 안정적으로 보였다.

잡몹들은 각개격파 당해서 전선을 뚫고 들어오지 못했고, 오히려 헌터들에게 압도당해 포위망이 좁혀지고 있었다.

사냥은 순조롭다.

이렇게보면 축제 행사처럼 여겨지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는 갔다.

누구도 긴장하는 기색이나 두려움에 떠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

눈치를 보니 항상 이런 식으로 물 흐르듯 싸움이 진행되었던 모양이다.

평소에도 이 세계의 헌터들은 레이드에 큰 피해 없이 렙업이나 파밍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을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상한 공기가 흘렀다.

분명 무언가 일어나고 있었다.


“아, 아아··· 공대장이, 남친이 귓말을 안 받아요!”

“싸우느라 바쁜 거 아냐?”

“보스 공략팀이지? 그럼 귓 좀 씹을 수 있잖아.”

“그럴 리 없어요! 그 오빠는 해신 레이드만 13번째인 베테랑이란 말이에요! 레벨도 100을 넘었고··· 자기 말론 눈감고도 클리어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냥 허세충이잖아? 뭘 그런 소릴 곧이곧대로···.”

“아니라니까요! 여태 이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요!”


일부 몇몇 사람은 이상 현상을 감지한 듯 보였다.

나는 포위망의 중심을, 보스 공략팀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파티들이 늘어선 쪽을 바라보았다.

인원은 대충 200명 정도 될까?

통찰의 눈으로 보니 그래도 다들 100레벨은 넘겨보였다.


‘레이드 보스를 전담할 정도면 꽤 실력자라는 이야기인데. 그럼 저 레벨이 이 세계 기준에선 강한 편에 속하는 건가?’


하기야 헬기의 아나운서가 소개한 것처럼, 대한민국 랭킹 40위 안에 드는 유명인들이 불과 150 정도인 걸 생각하면 얼추 예상은 간다.

랭커는 되지 못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 있는 헌터들, 평균 이상의 전사들이겠지.

그들이 있기에 다른 레벨 100 이하의 헌터들이 안심하고 잡몹 웨이브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역할 분담은 나의 세계에서도 어느 정도 유효했었다.


‘하지만 방금 전의 비명은 대체···.’


단순한 사고인가, 안정적인 레이드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실수였나?

하긴, 긴장을 풀어서 결정타를 맞아 죽는 헌터의 이야기가 그렇게 드문 것은 아니다.

충분히 있을 법하다.


‘그래··· 별 것 아닐 거다.’


나는 이것이 단순한 기우이길 바랐다.

사실 처음에는 기괴하다고 느꼈지만, 솔직히 말해서 여유가 있는 이 세계가 거북하진 않았다.

중압감 없이 레이드를 다루는 모습, 사람들이 사냥을 즐기고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하는게 나쁠 리 없다.

반대로··· 나의 세계에선 그게 지옥이었으니까.

준비를 철저히 해도 항상 변수가 생기고, 제아무리 정예팀이 투입되고 항상 사망자는 속출했다.

거기서 살아남기 위해, 나는 얼마나 많은 사선을 넘어왔던가?

그래, 그런 의미에서 이 세계는 낙원에 가깝다.

헌터들이 전반적으로 낮은 레벨대여도 안정적으로 세계가 유지되고 있어 보인다.

그 정도의 평화는 허락된 세상인 것이다.

나는 정말로 내 생각이 쓸데없는 걱정이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세계는 결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툭.”


번쩍이는 뭔가가 날아왔다.

꽤나 높은 각도의 포물선을 그리더니 모래 사장 아래로 떨어졌다.


“뭐야?”

“뭐 뜬 거 같은데?”

“야, 누가 루팅 좀 해봐.”


그 소리에 이끌려 사냥을 멈춘 몇 명인가가 몰려들었다.

혹여 아이템일까?

고가치의 장비가 드랍된 것인지도 모른다고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멀리서 보면 얼추 금색으로 반짝이는 장식처럼도 보였다.

그러나, 그 물체가 무엇인지 확인한 순간 이어진 반응은···.


“···으, 으아아아악!”


가장 가까이에서 물체를 본 남자는 뒤로 나자빠졌고, 동행한 쪽은 기겁을 했다.

그것은 아이템 따위가 아니었다.

반쯤 모래에 묻혀있긴 했지만 명백하게 인체의 일부였다.

피와 모래가 덕지덕지 뭍은 금발의 긴 머리카락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건 아래턱이 사라진 여자의 머리였다.


“뭐, 뭐뭐뭐야! 이게 뭐냐고!”

“사망자가 나왔잖아! 선발대는 뭘 하고 있는 거야!?”

“자, 잠깐만. 이 여자,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건 또 무슨 헛소리야?”

“아니, 잘 봐. 이 머리색 말이야, 조금 전에···.”


나는 그 금발의 머리카락이 누구였는지 기억해내고 말았다.

분명 그녀는 레이드가 시작된 시점에서 방송국 헬기에서 소개했던 랭커···.

대한민국 랭킹 39위의 <배틀 디바> 클래스를 가진 여성 헌터였다.


‘이럴 수가, 저 여자는 그래도 여기 모인 사람들 중에선 레벨이 높은 측이었는데?’


통찰의 눈으로 본 그녀의 레벨은 분명 150이었다.

그래도 랭킹에 들 정도의 헌터라면 보통 내기일 리가 없었다.

대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긴 거지?



“제기랄···.”


그 의문은 곧 풀렸다.

직후,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높이 치는 파도와 함께 해변에 수많은 시체가 밀려오기 시작했으니까.

그리고 그 방향에는 당연히 지금까지 레이드 보스를 전담하던 정예 멤버들이 있었다.


“선발대가 죽었어!”

“래, 랭커들까지?!”


패닉이 시작되었다.

잡몹들의 웨이브를 막던 헌터들이 포위망을 풀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갑자기 가슴이 초조해졌다.

겨우 지옥과도 같은 세계에서 해방되었나 했더니···.

이래선 과거의 아비규환이랑 다를 게 없지 않은가?


“저 놈인가?”


나는 랭커와 대규모 파티들을 학살한 레이드 보스를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딱 보아도 흉물스럽게 생긴 머리를 들이밀고 해수욕장을 향해 기어오는 거대한 뭔가가 보였다.

두상은 웨이브에서 나오던 문어 몬스터를 닮았지만, 눈알이 8개를 넘기고 촉수에는 빨판이 아닌 날카로운 가시를 가지고 있었다.

크기는 대략 200미터 정도 될까? 촉수들의 길이까지 합치면 더 길지도 모르겠다.

과연, 보스 몬스터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대형 사이즈다.

물론 그만큼 느려터지게 보여서 상대하기가 그렇게 까다로워 보이진 않는데··· 역시 겉만 봐선 알 수 없다는 이야기군.


“<통찰의 눈>!”


이름 - [심연의 왕, 해신]

레벨 - [250]

속성 - [야수, 수속성, 암속성, 독속성, 초재생.]

약점 - [머리, 8개의 신경 촉각, 뢰속성, 광속성]


솔직히 말해서 시덥잖다.

스케일이 큰 이름에 비해서 레벨이 우스울 정도의 수준이다.

레이드 보스의 레벨은 250.

확실히··· 레벨 100대의 헌터들이 몰살당한 것도 이제 납득이 간다.

수십만 단위라면 조금 능력치가 차이 쯤은 어떻게든 커버가 되지만, 낮은 레벨대에선 사소한 수치만으로도 치명적일 수 있다.

반면, 단순 계산으로도 놈의 레벨은 죽은 헌터들보다 두 배는 많다.

이 보스는 이 세계의 헌터들에게 충분히 위협적일 것이다.

결국 내가 나서야 하는 걸까?

이 세계에선 일개 이방인에 불과한 내가?


‘게다가 지금은 무기도 없는데.’


뭔가 해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지금으로선 조금 망설여진다.

내 클래스가 스나이퍼였던 것은 다루는 무기가 저격총이었기 때문이다.

경험상, 내 모든 스킬들은 화기를 장비해야만 발동된다.

극단적으로, 맨몸으로 스텟만 찍어서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한다··· 가까운 총포상이라도 찾아서 아무 화기라도 꺼내 와야 하는 걸까?

하지만 내가 망설일수록 사태는 악화되고 있었다.


“시, 시청자 여러분! 뭔가 이상합니다. 매달 있었던 해신 레이드에서 이런 일이?”

“보스의 패턴이 뭔가 달라졌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데미지를 입어도 계속 재생을 한다고 합니다! 세상에, 투입된 랭커들도 상대가 되지 않는단 이야기까지 나왔···.”

“앗! 저기!”


해신의 촉수 하다가 하늘도 뻗어나가더니, 방송국 헬기의 후려갈겼다.

헬리콥터는 그대로 균형을 잃고 바닥에 낙하, 프로펠러부터 떨어져서 산산조각이 났다.


“···젠장, 나는 등X이냐?”


앞뒤 재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스텟을 힘에라도 몰빵해서 튀어 들었어야 했다.

내가 망설이지 않고 나섰다면 저 사람들이 죽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뭐가 신중을 가린다는 거냐?

대체 뭐가 무서워서 움직이지 못한 건데?

죽었다 살아났으면서도 뭐가 그렇게도 겁을 먹은 거지?


‘스킬··· 총 따위가 없어도 쓸 수 있는 게 분명 있을 텐데.’


나는 급히 스킬창을 열고 목록을 뒤졌다.

패시브는 필요 없다.

반드시 공격이 가능한 엑티브 스킬이여야 한다.

아래쪽에서 총기와 연관되지 않은 이름을 찾으려고 했다.

혹시나 최종 트리에서 쓸 만한 스킬이 있지 않을까, 하고.

그러나 역시 대부분이 사격과 관련된 트리다.


‘<반동 제어>, <충격 흡수>, <사정거리 증가>··· 죄다 이딴 것뿐이냐?’


하지만 그것이 실수였다.

나는 처음부터 맨 아래가 아니라 맨 위부터를 찾아봤어야 했다.

스킬창의 스크롤을 올리자, 찍지 않았는데도 활성화된 스킬이 딱 세 가지 있었다.

하나는 역시 <통찰의 눈>.

그리고 또 하나는 <마탄 장전>이라는 이름의 알기 쉬운 엑티브 스킬.

이어서 마지막은···.


“영총, 소피아···?”


무심코 스킬의 이름을 읊조리자, 눈앞에서 푸른빛이 일렁였다.

불투명한 청색의 입자가 주변을 맴돌더니 점점 형체를 가진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건··· 사람의 실루엣이었다.


“···드디어 불러줬네. 마스터.”


기다리느라 지루해서 죽을 뻔 했어, 라고 덧붙이는 목소리···.

빛 속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푸른 머리칼···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검은 옷을 입은 여자애였다.

신장은 160센티를 조금 넘긴 정도일까? 몸집도 그에 맞게 작은 편이다.

상대는 단아한 외모를 가졌지만, 묘하게 여유가 넘친다.

전반적으로 어려보이는 인상···.

나이대는 기껏해야 열다섯에서 많아봐야 열일곱 정도로 보인다.

묘한 기분이었다.

상대는 이미 나를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아주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꼬맹이를 모른다.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너는 누구지?”

“짐작하고 있지 않아? 마스터가 날 불렀잖아?”

“설마, 너는 내 스킬로 만들어진···.”

“으응.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지만, 엄밀히 말하면 조금 달라.”

“뭐?”

“내 의지는 예전부터 존재했었어. 지금의 나는 겨우 마스터가 자격을 갖추었기 때문에 볼 수 있게 된 거지.”


자세한 내용은 스킬 설명을 꼼꼼하게 읽어 보라고, 라고 장난스럽게 웃더니.


“···얼마나 기대했는지 몰라. 보고 싶었어. 아주··· 아주 오랫동안.”


남색 머리칼의 소녀는 자신의 긴 머리를 쓸어 넘겼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왠지 모르게 그윽한 눈빛···.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듯 했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어.”

“잠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잖아?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뭘 어떻게 할 생각인데?”

“모른다. 알기 쉽게 설명해 줘.”

“뭐? 첫 만남인데 최악이야!”


하지만 곧 소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대충 짐작했겠지만, 나는 마스터의 총이야.”

“그래.”

“반응이 그게 뭐야? 좀 더 놀라야지.”

“···이미 충분히 놀라고 있어.”


오히려 놀랄 일이 지나치게 많아서 문제일 정도다.


“무신경해. 이렇게 아름다운 아가씨가 당신의 무기랍니다, 하고 말하고 있는데···.”


예상 밖이다.

상상 이상으로 상대는 경박한 성격인 모양이었다.

허나 나는 지금 장난을 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자세한 건 나중에 해. 지금 너를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름도 안 밝힌 숙녀를 함부로 다룰 셈이야? 진짜 너무하네.”

“이름은 알고 있다. 어차피 소피아겠지.”


여자는 토라진 표정으로 고개를 획 돌렸지만 틀렸을 리가 없다.

애초에 스킬 이름에 그렇게 적혀 있었으니까.


“칫, 이런 등장이 어디 있어?”

“미안하다. 하지만 부탁해. 힘을 빌려줘.”

“도와주면 뭐 해줄 건데?”

“···.”


태도가 엉망이다.

조건을 단다고?

이 녀석, 진짜 내 스킬이 맞긴 한 건가?

빌어먹을, 이럴 거면 차라리 지금이라도 스킬 설명을 읽는 게 났겠다.


“흥, 재미없어. 그냥 빨리 끝내는 게 났겠네.”


그러나 정작 내가 스킬창을 켜자 이 ‘소피아’라는 녀석은 변덕을 부렸다.


“마스터, 지금부터 내 말을 따라해.”


나는 소피아의 지시대로 그대로 실행했다.


“<영총 : 소피아 - 스나이프 모드>.”


그러자 눈앞에 있던 여자의 모습은 다시 빛으로 돌아갔다.

동시에 그녀를 이루던 입자는 점점 내 손아귀 주위로 모여들었다.

잠시 뒤, 어느새 내 손에는 과거엔 본 적이 없는 묵직하고 거대한 구경의 뭔가가 쥐여져 있었다.

조준 스코프를 닮은 무언가와 견착을 위한 개머리판이 달린 것을 보아, 저격총의 일종이라고만 짐작할 뿐이다.


“이제 날 들어올려.”

“···그 상태에서도 말을 할 수 있는 건가?”

“시끄러. 그냥 말 들어. 스킬 설명 읽기도 싫고, 나랑 제대로 소개도 하기 싫다며? 그럼 하다못해 시키는 거라도 제대로 해.”


총 주제에 다루기 힘든 성격이다.

나는 당장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자, 이젠 <마탄 장전>이야. 뭐부터 해야 하는 진 알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나는 장전 손잡이로 추정되는 부분을 잡고 뒤로 당겼다.

그러자 소피아는 큰 소리로 뭔가를 알렸다.


“로드(Load)!”


빛과 함께 뭔가가 약실로 빨려 들어갔다.

신기하군.

물질적인 탄환이 없어도 이렇게 장전할 수 있다니?


“지금은 이 정도면 충분할거야.”


나머지는 마스터가 알아서 해, 라는 말을 끝으로 소피아는 입을 닫았다.

달리 이야기하면··· 더 이상 말을 할 필요가 없단 의미겠지.

나는 평소처럼 총구를 적에게 들어 올리려 했다.

하지만 무리였다.


‘무거워.’


들어 올리는 건 고사하고 손에 잡고 있는 것도 버겁다.

식은땀이 흐른다.

자꾸만 시간이 지체되자 조바심이 든다.

이 와중에도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어, 서둘러야만 했다.

그러나 저격수가 냉정을 잃으면··· 될 일도 풀리지 않는다.

나는 순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우선은 스텟이다.

사용 가능한 2,499,995포인트 전부를 때려 박는다.

처음엔 근접 데미지는 체력과 방어, 그리고 착용가능한 장비 무게를 올려주는 근력(STR)부터.

다음은 내 주스텟인 재주(DEX)다.

이건 회피와 원거리 무기 데미지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니까 무엇보다 중요하지.

마지막은 마나의 총량이나 마법 데미지에 모든 스텟을 배분한다.


[근력(STR) – 500,000]

[재주(DEX) – 1,500,045]

[지력(INT) – 500,000]


···너무 지나친가?

그러나 낭비는 없다.

나는 이미 경험 상 최적의 배분 비율을 이미 알고 있으니까.

확인을 누른 순간, 갑자기 팔이 가벼워졌다.

놀랍게도 손에 아무 것도 들리지 않은 게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제, 이걸로 겨우 나는 적을 조준할 수 있게 되었다.


‘가능하면 스킬도 전부 찍어놓고 싶지만··· 당장은 느긋하게 읽고 있을 여유가 없다.’


주변은 고요하다.

아직 몇 명이 상대하고 있긴 했지만, 보스 전담 파티가 죽어 나갈 때 비명을 지르던 헌터들은 이미 대부분이 저 멀리까지 도망친 뒤였다.

다행히 아직 해신의 어그로는 나에게 향하지 않았다.

따라서··· 지금 나를 방해할 자는 더 이상 없다.


‘제길··· 머리가 아파.’


이상하게 스텟을 다 찍음과 동시에 급격한 두통이 몰려온다.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뭔가 힘에 겹다.

이건 중압감 때문인가?

아니면 지금까지의 피로가 한 번에 터진 것일까?

정신 차려라, 나···.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다.

총을 들어,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


“후우···.”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곤 반만 내뱉고 호흡을 참았다.

폐에 남은 산소만을 이용해서 사격시 조준 오차를 최대한 줄이는 것··· 이것은 유독 저격만이 아니라 가장 기초적인 사격술이었다.

‘통찰의 눈’으로 본 레이스 보스의 약점은 분명 머리였지.

그렇다면 항상 그렇듯 그저 쏴 맞출 뿐이다.

다루는 도구가 조금 달라졌을 뿐, 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나는 그대로 해신의 눈깔들이 밀집된 정중앙을 노리고 소피아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크···헉!”


콰아아아앙, 하는 폭발음과 함께 나는 뒤로 날아갔다.

바닥을 몇 번이나 구르고 나서야 내 몸은 겨우 멈춰 섰다.


“미친, 무슨 위력이···?”


어이가 없었다.

분명히 제대로 견착을 하고 있었는데도 어깨가 그대로 튕겨져 나가다니?

견갑골 관절부에 통증이 느껴져, 이건 탈구된 것이 틀림없었다.


“왜 이렇게 될 거라고 말해주지 않았지?”

“언제 물어는 보셨어? 꼴좋네. 바보 마스터.”

“···.”


반박을 하려해도 할 말이 없다.

어떻게 보면 이건 내가 스스로 자처한 일이니까.

하지만 그래도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이 세계로 넘어와서 처음 발사한 나의 탄환은 정확히 해신의 머리를 꿰뚫고, 저 바다 너머까지 피 보라를 일으켰다.


그 증거로, 레이드의 종료를 알리는 알림이 울려 퍼졌다.


[미션 클리어, 보스 몬스터의 소멸로 레이드가 종료됩니다.]


“이걸로 끝이군.”


그다지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진이 빠졌다.

그 짧은 몇 십분 사이 나는 두 번의 보스에게 저격을 했으니까.

허나 아직 안심하기는 일렀다.


[특수 패시브 스킬 발동!]


“특수 패시브? 이게 뭐지?”

“그건 곧 알게 될 거야.”


[해금! 권능기를 사용한 초월자에게 제공되는 특전!]

[오버 킬(Over kill)]

-몬스터의 최대 HP를 넘어선 데미지로 죽일 시, 초과한 데미지만큼 제곱에 해당되는 경험치를 추가로 얻습니다.

-이 효과는 쓰러뜨린 몬스터의 레벨에 비례해 더욱 증가합니다.


‘오버킬? 최대 HP를 넘어? 추가 경험치를 받···.’


스킬 설명을 전부 읽기도 전에, 나는 강제로 그것을 경험해야 했다.

그리고 직후에 극심한 편두통이 몰려왔다.

서있을 수가 없어, 나는 그만 모래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순간, 레벨 업을 했다는 메시지가··· 몇 겹이나, 수십 배로 증폭되어서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거의 1분 내내 지속되었다.


“헉··· 허억!”


대체 레벨 업을 얼마나 하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나는 바들거리면서도 상태창을 켜고 내용을 확인했다.


<강탄>

[클래스 – 스나이퍼]

[레벨 – 288]

(누적 레벨 500,287)


“어라, 꽤 많이 업 했네? 첫 사격 치곤 제법이셔. 빗나가서 고전할 줄 알았더니?”

“너, 임마··· 계속 비꼴 거면 사라져.”

“흥이네요!”


내가 화를 내자 총의 모습을 한 소피아는 다시금 빛의 가루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내 의지에 따라서 없애는 게 가능한 것 같군.


“288인가···.”


이 수치가 얼마나 높은 건지 아직 파악이 잘 안되지만, 적어도 이번 레이드의 보스는 물론··· 참여한 랭커들의 레벨 정도는 훨씬 초월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겠다.

나는 아직도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륙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어느덧 사태는 진정되어 사람들이 하나 둘씩 다시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레이드가 끝났어?”

“그런 거 같은데.”

“뭐 나온 거 있나? 레어나 유니크 먹은 사람 있어?”

“아니, 사람이 죽었는데 지금 득템이 문제냐?”

“그보다 해신은 누가 잡은 거지? 이봐, 보스 쓰러뜨리는 거 본 사람 없어?”


레이드를 마무리한 헌터를 찾는 눈치였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딱히 나서는 걸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거니와, 지금은 조금이라도 쉬고 싶었다.

나는 탈골된 팔을 부여잡고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 순간···.


“내, 내다!”


사투리, 어딘가 들떴으면서도 특유의 소란스럽고 감정이 넘치는 날카로운 음성···.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이어서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내가 해치웠다!”


고개를 돌리자 그 자리에는 죽은 해신의 시체 위에 올라선 한 명의 여자가 있었다.


“내가 보스를 잡았다 안카나!”


웨이브 단발에 뺨에 흉터가 있는 여자아이···.

그녀는 바로 레벨 73짜리 <베노믹 어쌔씬> 클래스의 ‘유안나’였다.


작가의말

스텟 투자에 대한 묘사 파트를 수정했습니다.


이제 잔여 스텟은 없습니다.


전장의 베테랑, 죽다 살아난 놈이 빠릿하지 못하면 이상한 게 맞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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