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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메의 불쏘시개 공방

원샷오버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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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메
작품등록일 :
2021.05.12 15:35
최근연재일 :
2021.05.16 06:0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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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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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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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485

작성
21.05.1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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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Doomsday(1)

DUMMY

1.

나는 언제나 약자였지.

떠올려보면 항상 그랬다.

후방 지원이라는 마이너한 직업 특성 때문에,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언제나 다른 사람들이 사실은 날 무시하고 있다는 걸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다.

능력도, 레벨도··· 다른 녀석들에 비해서 특출 나지 못했으니까.

항상 부조리하다고 느꼈다.

나는 어째서 이 지옥 같은 세상에 태어나서 핍박받으면 살아야 하는 거냐고 반문하면서.

그러면서도 동경했다.

최강, 지존, 초월자, 랭커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렇다면··· 강함의 척도는 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가?

내가 사는 세계에서 그것은 레벨(Level)로 정의되며, 세부적으로는 클래스(Class)나

직업이라고 불리는 능력에 의해 계급이 나눠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선택받지 못했다.

굳이 따지면 잘 나가지 못하는 부류였지.

양민, 허접···.

나 같은 놈을 부르는 멸칭은 얼마든지 많았다.

그게 나였다.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흔해빠진 대한민국 지부소속의 헌터, 강탄은 딱 그 정도의 인물이다.

서포트 전용 직업인 ‘스나이퍼’ 클래스···.

엿이나 먹어라.

웃기지 말라고 그래.

누군 좋아서 이딴 걸 달고 태어났냐고.

···뭐, 결국 아무리 하소연 해봐도 무의미하겠지.

애초부터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기에 나 같은 놈에게도 동경이라는 감정은 있었다.

모든 면에서 잘나신 랭커들은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어떤 무시무시한 레이드에서도 모두를 이끌고 승리를 쟁취하는 인류의 희망이니까.

운 좋게 파티 멤버에 상위 100위권의 사람이 딱 한 명만 있어도 그 미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든든한 걸 넘어서 아주 안심이 되지.

그게 심지어 월드 클래스 넘버원의 헌터라면 말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조나단 스위프트···.’


북미 헌터 지부 출신에 10년 전의 ‘리젠 현상’이 시작된 이후로 200번 이상의 대규모 레이드와 10만 마리 이상의 몬스터 킬 기록을 가진 전무후무한 최강의 헌터···.

공개된 정보에 그의 레벨은 499,981이며 자세히는 모르지만 직업은 히든 클래스 ‘텍티컬 커멘더’라고 했다.

뭐··· 거대 로봇을 전장에 소환하거나, 우주 전함 같은 것으로 지상에 궤도 폭격 스킬을 쓴다거나하는 뜬구름 잡는 소문만 무성했지만.

여하간 세계에서 잘 나간다는 헌터들도 평균 레벨 30만대에 머문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이지 웃음이 나올 만큼 황당한 수치였다.

나조차도 겨우 며칠 전에 20만을 조금 넘겼는데 말이다.

즉, 그 당시 최강자의 레벨은 나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그렇다면 그의 강함은 의심할 여지가 없겠지.


“리더, 저 이번 레이드에서 빠지면 안 됩니까?”


나는 무전기를 들고 부대장에게 말을 걸었다.


“뭐? 강탄, 이 중요한 시기에 무슨 헛소리냐?”

“랭커님께서 몸소 나섰다면서요? 그 유명한 조나단 스위프트가요.”

“그래서?”

“저 따위가 뭔 도움이 되겠습니까? 이번엔 딱히 후방 지원도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무전기 너머에서 다른 사람들이 폭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노골적으로 비웃는 눈치였다.

대충 쓰레기 직업이라고 놀리면서 씹고 있겠지.

하지만 부대장은 곧 기침으로 얼버무리며 말을 이었다.


“···뭐, 네 말대로 조나단에 비하면 너는 물론, 나도 아무 것도 아니겠지. 하지만 임무는 중대 사항이다. 좀 더 책임감을 가지도록.”


웃음기가 빠졌다.

진지해진 부대장에게 더 이상 장난은 통하지 않는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말이다. 마침 같은 팀이 된 김에 그 전설의 낯짝이라도 제대로 봐야하지 않겠나? 도망치면 그조차도 볼 수 없다. 그걸 놓치고 싶나?”

“하하, 그건 좀 아쉬운데요.”


나이도 스물 네 살인 내가 어린애처럼 대놓고 열광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 끌리는 제안이었다.

조나단의 활약성은 헌터들 사이에선 이름 그대로 전설 그 자체니까 말이다. 당연히 나에게도 영웅이다.

그래서 이번 미션에서 그 랭킹 1위가 우리 부대에 합류한단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굉장히 마음을 놓았다.


‘후, 살아남는 건 확정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렇다고 쳐도··· 아이템 분배 같은 건 기대도 안 하지만, 아쉬운 대로 경험치 라도 좀 얻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다행히 이번 레이드에는 특전이 있다.

최근 레이드마다 어떤 특수한 이벤트가 벌어지는데, ‘경험치의 대폭 증가’ 라던지, ‘아이템 드랍 확률 증가’ 같은 대박 버프가 레이드에 참여하는 모든 헌터들에게 걸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주어진 기회는 ‘생존자 특별 우대’라는 버프였다.


[생존자 특별 우대]

-레이드가 진행되는 동안, 생존자들은 사망자들이 획득한 경험치를 전달 받습니다.

-사망자와 파티를 맺은 경우, 생전의 레벨을 포함한 모든 경험치를 생존자들이 나눠서 물려받습니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 생각했다.

즉, 살아만 있다면 어떻게든 기회는 있다는 이야기였다.

잘하면 내 랭킹도 꽤 오를 수도 있겠지.

···그래도 역시 아군의 죽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특전이라는 게 영 마음에 안 들지만 말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막연히 그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랭킹 1위 조나단 스위프트가 나랑 같은 파티에 있으니, 사망자가 나올 리 없으니까.

쓸데없는 기대를 걸 필요는 없었다.

나는 곧 잡생각을 머리에서 지웠다.


‘하, 그게 다 뭔 소용이야? 내가 맡은 임무나 제대로 하자.’


그때, 나는 동료들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풀 랭크까지 찍은 위장 스킬을 쓰고 방파제가 있는 해변 주변에서 총을 거치하고 있는 상태였다.

반면 파티원들은 저 너머에, 약 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레이드 시작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지.

함께 어울릴 필요는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내 직업은 후방을 지원하는 쪽이 효율적이고 오히려 모습을 드러내는 게 문제가 되는 ‘스나이퍼’ 클래스 였으니까.

···사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지만, 사실 나는 혼자인 것이 싫었다.

아군과 떨어져서 고정된 자세로 저격만을 하다보면 고독감을 실감한다.

어디에도 나를 지켜줄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임무를 맡을 때마다 나는 알게 모르게 시달려야만 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좀 다르다고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아군이 최전선에 있어준다니, 이만큼 다행이 어디 있을까?

이번에도 무사히 돌아갈 수 있어, 딱히 기다려주는 사람도 없지만 죽는 것 보다야 훨씬 나았다.


‘그래, 일단은 언제나 그랬듯이 살아남는 데만 주력하자. 그래야 뭐라도 할 수 있으니까.’


물론 나에게 특별한 목표 같은 건 없었다.

그렇지 않은가?

매일같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일상에서 미래의 계획을 짜두라는 것 자체가 넌센스니까.

10년 전의 재앙···.

그러니까 ‘리젠 현상’이 세계를 좀 먹기 시작할 무렵, 나는 아직 14살에 불과했다.

가족이 죽고, 일상은 붕괴되고··· 모든 상식이 무너져 내렸지.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참고 견디는 나날들이 내가 가진 유일한 성장기의 기억들이었다.

몬스터를 잡기 시작한 것도 오직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지금처럼 생각할 여유를 가지기 시작한 것도 극히 최근의 일이다.

다행히 10년 이란 세월이 지나면서 인류도 새로운 싸움에 익숙해졌다.

재앙에 대처하는 방법도 확립되었고, 지금에 이르러선 꽤 안정적인 흐름으로 전선이 유지되고 있었다.

몬스터가 끝없이 리젠되는 지역에는 전담 파티가··· 이처럼 대규모 레이드에서는 정예 요원들이 세계 각지에서 투입된다.

길드도 그런 시스템 중에 하나였다.

인원을 효과적으로 다루기 시작하면서 인류의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

나도 그 일원이 되면서부터 많이 편해졌지.

고정 파티가 생기니 안정적인 역할 분담으로 상처도 많이 줄었다.

그러자 겨우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할 시간도 생겼지.

아마 모두들 비슷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최근 몬스터들의 레벨이 조금씩 오른 채로 리젠 된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인류도 만만치 않았다.

당분간은 이런 교착 상태를 유지하겠지.

아마 오늘도··· 내일도.

하지만 나는 곧 자신의 안일한 생각을 철회해야만 했다.


“···이 무전을 듣고 있는 모든 제군들에게 전한다.”


치직, 하고 무전기에서 또 다시 소리가 들렸다.

이 신호는··· 부대장이 아니다.

세계 정부에서 높으신 분이 직속 명령을 내릴 때 쓰는 회선이었다.


“나는 동아시아 헌터 지부의 사령관··· 아니, 아니지. 이제 그따위는 아무래도 좋아. 그보다 잘 들어라.”


이어서 터무니없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의 희망이, 랭킹 1위··· 조나단 스위프트가 죽었다. 그 휘하의 정예 팀들도 전멸했다. 우리에겐 더 이상···.”


회선 너머의 상대는 떨리는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갔다.

허나, 그 내용은 전부 음울하고 무거운 것들뿐이었다.

희망이 사라졌다.

미래가 없다.

10년간이나 멸망과 싸워온 인류의 싸움은 무의미했다고.


“인류는··· 패배 했다.”


처음에는 질 나쁜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세계 정부와 헌터 기관이 자랑하는 그 상위 랭커 10인 전원이 아시아에 집결해서 임무를 맡았는데?

아니, 그들이 실패하는 건 둘째 치더라고 ‘인류의 패배’ 운운 하는 건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냐고.

농담이라고 하기엔 질이 나쁘고, 장난이라고 하기엔 너무 선을 넘은 것이 아닌가?

나는 너무도 어이가 없어서 파티 멤버 중 한 명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답신은 없었다.

돌아온 것은 지금 막 부대장이 막 보내온, 우주 정거장이 찍은 영상이었다.


“···아.”


그리고 나는 보았다.

푸른 지구의 대기권 아래, 지각이 드러낸 채 빨갛게 달아오른 지구의 일부를···.

대륙이 도려 나가져 있었다.

그것은 마치 지구 표면을 거대한 스푼으로 퍼낸 것만 같은 균열이었다.

한눈에 보아도 알 수 있어, 북아메리카가 있어야 하는 장소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물론 북반구가 말 그대로 지도에서 사라진 상태였다.

그것은 이번 미션의 적이··· 레이드 보스가 단 일격에 만들어낸 결과라고 했다.

당연히 나는 질색했을 것이다.

겁에 질려서 비명을 지른다던지 의미 없이 도망치거나 했을 지도 모른다.

그 직후에 그럴 여유가 있었다면 분명 그랬겠지.

왜냐하면 내가 공포에 떨 틈도 없이, 세상이 흔들리기 시작했으니까.

마치 지구 전체가 뭉개지는 것만 같은 진동···.

태어나서 처음 겪는 터무니없는 강도의 대지진에 나는 그만 발을 헛디뎠다.

그 다음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 그때 바닥에 뒤통수를 박고 무너지는 파편에 온몸이 난타당해서 기절한 것이겠지.

얼마나 지났을까?

십 분? 한 시간? 아니면 그 보다 오래?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모든 상황이 끝난 다음이었다.

깨진 시계가 가리키는 시각은 낮 2시 45분 경··· 하지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맑았던 하늘이 어둡다 못해서 기이한 빛깔을 하고 있었다.

이어서 아직 연결된 무전을 통해 폭음과 지진.

무엇 하나 유쾌할 게 없는 불협화음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비명 소리조차 들려오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그럴 수밖에 없지.

왜냐하면··· 이제 이 주변에 인간이라곤 나만이 남았고, 나머지는 전부 이 세상 사람이 아닐 테니까.


‘인류는 패배했다.’


사령관의 목소리를 불현 듯 다시 떠올랐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까?

종말.

최종 미션.

마지막 레이드.

이것이 세계가 모조리 파괴되던 날.

나는 결코 잊지 못한다.

하늘이 기이한 청록 빛으로 문드러지던 그 광경을···.

바다는 증발하고, 대지는 산산조각으로 찢겨지고 있었다.

그렇게··· 멸망은 불현 듯 찾아왔다.


“말도 안 돼. 이건··· 제기랄!”


문득 위를 보니, 거대한 공동이 보였다.

창공이 찢겨져, 3분의 1이 갈라진 채 붉은 상처를 드러낸 상태였다.

그리고 그 사이로 유성우가 떨어지고 있었다.


“별똥별? 아니, 저건···.”


그랬다.

그것들은 별이 아닌 위성의 잔해들이었다.

본래 달의 일부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무수한 파편들이 계속해서 바다에 처박히고 있었다.

적나라한 종말의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무의식중에 어떤 단어를 떠올렸다.


‘지옥.’


진부한 표현이었지만, 내 부족한 어휘로는 그 이상의 표현은 불가능했다.

동료들은 모두 죽었다.

파티창이나 길드원 목록에 뜨는 이름 옆에는 하나같이 ‘사망’ 이라는 글자가 떠있었다.

지시를 내려주어야 할 본부에서도 그 어떤 무전조차 없다.

어쩌면 이 한국에서 살아남은 헌터는··· 오직 나 혼자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최악인 건 따로 있었다.


“뭐야··· 저건?”


나는 바다 건너편, 저 멀리에서 다가오고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거대 괴수를 향해 시선을 향했다.

이곳, 부산 앞바다에 위치한 동해의 평균 수심은 약 1500미터 정도이다.

그걸 감안하고서 놈의 무릎이 수면보다 위에 있는 것을 생각하면··· 단순계산으로도 이미 상식을 초월하고 있었다.

온몸이 가시투성이인 적갈색의 생체 갑주··· 입으로 추정되는 부위와 팔이라고 밖엔 말할 수 없는 여섯 개의 촉수가 보인다.

인간은 물론, 이 지구상의 그 어떤 생물과도 공통점이 전혀 보이지 않는 외형이다.

나는 몸서리를 쳤다.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재앙이나 다름없는 마물이··· 기괴한 형상의 괴수가 느리지만 확실하게 이쪽으로 향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틀림없다. 저 놈이 이번 레이드의 보스겠지.


[통찰의 눈]

-대상의 이름과 레벨을 간파합니다.

-대상과 레벨이 크게 차이 날 경우, 제대로 된 정보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


나는 스킬을 발동시킨다.

뭔가 있어 보이는 명칭과는 달리 그 효과는 고작해야 상대의 강함을 어설프게 가늠하는 정도다.

하지만 당장 내 무력감을 실감하기에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짐작한 대로, 절망이 보다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났다.


이름 [???]

레벨 [???,???,???]


보이지 않는다.

스킬의 숙련도가 부족한 것은 둘째 치더라도, 지나치게 수준이 차이가 나서 그런지 이름조차 알 수 없다.

허나 더욱 경악스러운 사실은 놈의 레벨이었다.

아홉 자리 수···?

최소 레벨이 1억대라고?

입술이 말라붙었다. 나는 이제 웃음조차 나지 않았다.

우리 세계에서 가장 강한 헌터의 레벨이 50만을 조금 넘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건 터무니없다. 그저 악몽일 뿐이었다.

싸우기는커녕, 일말의 희망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이미 이 시점에서 나는 지금까지 죽어간 동료들도, 지금까지의 필사적인 싸움들 전부가 허망하게만 느껴졌다.

저항은 무의미하겠지.

나는 보스가 뿜어내는 무시무시한 광역 공격을 기억한다.

단 일격에 방어선은 물론, 본대가 있던 북미 대륙이 통째로 지도에서 사라졌다.

두 번째 공격이 지나간 시점에선 하늘에 떠있던 달이 사라졌다.

그리고 현재··· 나만이 살아남았다.

레이드 보스는 다행히 내가 있는 방향을 노리고 있지 않았다.

놈의 관심사는 보다 내륙 쪽··· 살아남은 민간인들이 모인 장소이겠지.

생체 레이더 같은 것이라도 있나?

그래, 놈은 틀림없이 인구 밀집 지역으로 항상 향하고 있었다.

어쩌면 보스가 생존자들을 다 처리하기 전까진··· 내 목숨이 조금 더 연장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이걸··· 이런 걸 운이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살아남은 것은 단순한 우연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직업 특성 때문에 다른 헌터들과 멀리 떨어져 있었던 것뿐···.

즉, 당장 저 괴물에게 나란 존재는··· 길가에 나뒹구는 돌멩이 따위보다 못하다는 의미였다.


“···나 같은 건 벌레 목숨이라는 건가?”


그러나 분한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나와 놈과의 차이는 확연했으니까.

차원이 달라, 레벨이 절망적일 정도로 차이가 났다.


“잠깐··· 레벨?”


순간,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분명, 이번 레이드의 터무니없는 특전이···.


‘사망자의 경험치를 생존자가 물려받는 이벤트 버프!’


랭킹 1위가 나와 같은 파티였다.

그리고 그는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고렙이었던 다른 멤버들도 마찬 가지였다.

그렇다는 것은···.


“역시···!”


나는 상태창을 열고 내 레벨을 체크해보았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말문을 잃었다.


<강탄>

[클래스 – 스나이퍼]

[레벨 – 500,000]


그것은 세계 최강자였던 조나단의 레벨을 능가하는 꿈에서나 그리던 수치였다.

20만 레벨 초반이었던 내가 순식간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레벨을 달성한 것이다.

왜 지금껏 눈치 채지 못했을까?

아마 레벨 업 알림이 내가 기절해있을 때 울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째서 숫자가 깔끔하게 50만으로 맞아 떨어지는 거지?

어쩌면 인류가 달성하는 수 있는 최대 레벨 수치는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하지만, 그것도 지금 이 시점에선 큰 의미가 없었다.


“장난 치냐고···.”


겨우 찾아낸 희망의 빛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부족했다.

턱없이 모자랐다.

이번 레이드 보스의 추정 레벨은 최소가 1억대이다.

이제 와서 제아무리 50만 레벨이라고 해도··· 이대는로 상대가 될 턱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절망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뭐?”


상태창 아래에 이변이 있다.

미확인 메시지다.

보통 가지고 있는 스킬 랭크업을 하거나 배울 수 있는 새로운 스킬이 있을 때 나오는 알림이었다.

나는 곧장 그것을 눌렀다.


[레벨 500,000 달성! 축하드립니다! 신규 스킬 ‘권능기’가 추가 되었습니다!‘


“권능···기?”


이번에는 스킬창을 연다.

그리고 최상단에 올라온 아이콘을 누른다.

본적 없는 스킬이다.

화려한 금빛 문양으로 빛나는 테두리 안에 날개가 달린 총알의 형상을 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어서 아래의 설명을 읽은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X랄하지 마!”


나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것은 최강이자, 동시에 최악의 스킬이었기 때문에.


[권능기 : 페이탈 불렛]

(해금조건 - 레벨 500,000 달성)

-전 인류의 목숨을 대가로 권능이 담긴 탄환 한 발을 장전합니다.

-장전이 된 직후 30초 간 이 탄환은 <절대 명중> <절대 관통> <인과율 무시> <모든 속성방어 무효> 효과를 가집니다.

-탄환에 적중한 적은 즉사합니다.

-<권능> 속성을 가진 적에게는 즉사가 확률로 변환되고 소모된 인류의 목숨의 수만큼의 치명타 추가 배율에 따른 데미지를 입힙니다.

-탄환이 발사된 직후, 사용자는 결과를 막론하고 목숨을 잃습니다.

-권능기의 효과는 탄환이 장전된 시점으로부터 1분간 지속됩니다.

-권능기의 효과가 끝이 나면 사용자는 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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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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