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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메의 불쏘시개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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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원샷오버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냐메
작품등록일 :
2021.05.12 15:35
최근연재일 :
2021.05.16 06:0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8,771
추천수 :
667
글자수 :
88,485

작성
21.05.14 03:39
조회
594
추천
46
글자
19쪽

Oppression(4)

DUMMY

4.

푸른 광채는 순식간에 여성의 형상으로 변했다.

뾰로통한 표정의 청발의 여성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소피아는 형상을 갖추자마자 불평을 쏟아냈다.


“···뭐야, 완전 밤이잖아? 그것도 비까지 내리고 있네? 아주 태풍이잖아! 완전 최악이야!”


날씨에 대해선 나도 유쾌하지 않다.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했어, 심지어 드문드문 번개마저 친다.


“마스터, 아무리 내가 무기라도 말이야. 너무 함부로 다루는 거 아냐? 나한테도 휴식권이랑 프라이버시라는 게 있거든?”


투덜거리는 것은 여전하다.

하지만 이래선 곤란해,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왜 총의 모습이 아닌 거냐?”


소피아는 잠깐 눈살을 찌푸리더니.


“지금 나랑 장난쳐? 처음부터 저격총을 쓰고 싶었으면 <스나이프 모드>로 부르란 말이야!”


아, 그런 시스템인가?

인간형으로 불러내지 않고 바로 무기로 꺼내들 수 있단 거군.


“설마 아직도 설명을 안 읽어본 거야? 날 그냥 단순한 스킬이라고 생각하는 거냐고!”

“그럴 경황이 없었다.”

“뭐가 그렇게 당당해? 그게 잘 한 짓이야?”

“···.”


난 지금 왜 내가 불러낸 스킬에게 혼이 나고 있는거지?

아니, 대체 이 녀석의 성격은 왜 이 모양이고?

내버려두면 계속해서 말을 늘어놓을 거 같아, 나는 일단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꼭 정독하마. 지금은 힘을 빌려 줘.”

“또 이러기야? 통성명도 제대로 안하고 부려먹기만 할 셈? 거기다 나 아직 화 덜 풀렸거든?”

“미안하다. 사정이 있어.”

“마스터는 저질이야! 여자의 적이야!”

“불평은 나중에 해. 지금은 그럴 때가 아냐. 그보다, 상황은···”

“흥! 그 정도는 나도 알아! 안에서 시끄럽게 다 들렸으니까!”

“그건 잘됐군.”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어느새 가연 씨는 막다른 길에서 멈춰 있었다.

검은 문어들의 무리가 포위망을 좁혀오고, 그 뒤에서 최상기는 뭐가 그리고 좋은 지 비열하게 쿡쿡 웃고 있었다.

망할 자식이, 나는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다행일지도 몰랐다.


“소피아!”

“아, 네. 또 누군가를 구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시다 그거죠?”

“긴급 상황이다. 비꼬지 마.”

“흥이네. 그렇게 급하면 어서 모드 전환이나 하시던가?”


끝까지 한 마디를 안 지는군.

정말이지 나와는 극상성인 성격이다.


“에휴, 마스터 잘못 만나서 이게 뭔 고생이야.”


그건 내가 할 말이다.

하지만 차마 그렇게 털어놓진 못하고, 나는 마지못해서 발동어를 외쳤다.


“<영총 : 소피아 – 스나이프 모드>!”


낮에 보았던 그 모습의 저격총이 내 손아귀에 쥐여졌다.


“버프는?”

“필요 없어.”


한시가 급해, 나는 장전 손잡이를 당기고 바로 <마탄 장전> 스킬을 사용했다.


“철컥!”


이어서 당장 스코프로 건물 아래를 겨냥한다.

그러나 나는 바로 방아쇠를 누르지 못했다.

순간 이상한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는 보여야할 것이 보이지 않았다.


“···뭐지?”

“왜 그래, 마스터?”

“놈이 사라졌다.”


나는 깜짝 놀라서 스코프를 눈에서 땠다.

그러자 이번엔 최상기의 모습이 드러났다.

여전히 문어들 뒤에서 손짓을 하며 조종을 하고 있었다.

스코프의 시야에서 사라졌었던 놈이 육안으로는 보이는 기현상···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소피아, 혹시 네 조준경엔 디텍트 기능도 있는 건가?”

“디텍트? 그게 뭔데?”

“은신을 감지하거나 숨겨진 흔적을 찾는 능력 말이다.”

“아하, 그거라면 있어. <진실을 꿰뚫어보는 시선>말이지?”

“맞는 거 같네.”


소피아에겐 생각보다 많은 기능이 있는 모양이었다.

···정말 언제 시간을 들여서 소피아의 스킬 설명을 꼼꼼히 읽어 봐야겠다.

하지만 당장은 이 한밤중의 소동을 끝내는 게 우선이겠지.


“이제 알겠다.”


나는 이쯤에서 감을 잡았다.

분명 놈의 클래스의 이름엔 교묘한 사기를 뜻하는 트리키(Tricky)란 단어가 붙어있었지.

양아치의 생각 없이 경박한 모습도 어쩌면 위장일 수도 있다.

놈의 진가는 사람을 속이는 것에 있을지 모른다.


“속임수··· 미끼를 만드는 스킬이군.”

“진짜는 따로 있단 말이네.”

“그렇겠지.”


놈의 정확한 능력은 모르지만, 아마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고 바꿔치기 하는 스킬일 것이다.

나는 다시 총을 들어 올려 스코프에 눈을 가져갔다.

이번엔 허상이 아니라 본체를 찾는다.


“마스터, 찾았어.”

“어디?”

“저기, 저기 말이야.”


소피아 나름대로는 나에게 뭔가 알려주려는 듯 했지만, 손가락도 없으면서 저기라고만 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 듣나?


“저기 방패든 여자 앞에! 우물쭈물하는 놈 하나 있잖아?”


정말이었다.

앞뒤 가리지 않고 가연 씨에게 달려드는 문어들 사이에 수상한 거동을 옮기는 놈이 하나 있었다.

혼자만 몸을 사리는 묘한 움직임···.

그래, 놈의 진짜 몸뚱이는 가연과 가까운 곳에 있었던 것이다.

스코프는 비춰보자 진짜 최상기의 모습이 보였다.

놈은 한 손에 단검을 들고 조심스럽게 가연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겉보기랑 다르게 조심스러운 놈이네?”

“그래, 동감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쳐들어온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용의주도한 놈이었다.

생각해보면 이런 타입의 양아치는 자기가 100퍼센트 이길 수 있음을 확신할 때만 움직이지.

소피아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급한 마음에 발사부터 했다면 자칫 총알만 낭비할 뻔 했다.


“마스터, 슬슬 위험하지 않아?”


소피아가 나를 닦달한다.

위기 상황, 가연이 궁지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방패 내구도가 다 된 것인지 튕겨나가고···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은 짧은 길이의 칼 한 자루 뿐이었다.


“지금!”

“알고 있어.”


물론, 나도 더 이상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노려야할 타겟이 보인다면··· 다음은 쏴서 맞추기만 하면 되니까.


“어?! 잠깐만, 마스터! 설마 지금 머리를 겨냥하고 있···!”


타아아아앙!

소피아의 총구가 불을 뿜고, 내 어깨에 묵직한 들썩임이 일었다.


“···크으윽!”


나는 목표물을 바로 확인하진 못했다.

이 망할 놈의 반동···!

충격 때문에 발이 뒤로 밀려나서 놈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이럴 수가?

또 뭐가 부족하다는 말이지?

나는 틀림없이 반동 패시브를 전부 찍었을 터···.

최대 레벨의 충격 흡수 스킬로도 경감해내지 못했다고?

여전히 후폭풍이 장난이 아니야.

한 발을 쐈을 뿐인데도 일직선 거리가 충격파에 엉망이 되고 말았다.

건물이 무너지지 않은 것만도 기적이다.

이건 실내에선 절대 쏘면 안 되겠군.

···그나마 다행인 건 이번엔 팔이 멀쩡하단 점이었다.

탈구되었던 것 때문인지 약간의 통증은 있었지만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표적은···.


“X발!”


실패했다.

초탄에 죽이지 못했어.

격발과 동시에 총구가 빗나갔나?

나는 최상기의 머리 바로 위에 있던 건물 외벽을 쏴서 떨어뜨렸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히도···.

결과는 내가 의도한 대로 되었다.

탄환에 깨진 자그마한 파면이 최상기의 머리에 그대로 직격했다.

아래를 확인해보니 실이 풀린 인형처럼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빗나가서 다행이네. 하마터면 사람을 죽일 뻔 했잖아?”


소피아가 안도한다.

이 녀석, 저격총 주제에 표적에서 빗나간 걸 다행이라고 말하는 건가?


“마스터,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이것도 감안해서 쏜 거··· 맞지?”

“아니.”

“뭐어?!”

“당연히 죽이려고 한 거다.”

“···.”


멀리서 머리통을 날려버린다.

그것이야말로 내 클래스의 정체성이니까.

당연히 처음부터 그걸 노리고 쐈다.

끝내 빗나가고 말았지만···.

···뭐, 모로 가나 도로 가나 어떻게든 상황이 끝났으니 상관없나?

표적은 침묵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그대로 즉사했을 지도 모르지만, 클래스를 가진 헌터니까 그 정도 데미지 경감은 될 것이다.

기절은 했어도 죽진 않았겠지.


“볼일은 끝났다. 소피아라고 했지? 너는 이제 푹 쉬어라.”

“자, 잠깐만!”


또 뭔가 할 말이 남은 건가?

나는 한숨을 쉬며 답했다.


“뭐지?”

“확실히 저 놈은 범죄자야! 좋은 놈으로는 안 보이고···.”

“그래서 처리하려는 거다. 위험인자니까.”

“나, 나도 처음에 허튼 짓하기 전에 없애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죽일 필요까진 있을까 해서.”

“···.”

“수틀린다고 죽이면 마스터가 저 놈이랑 다를 게 뭐야?”


사람을 죽이기 위한 병기이면서 사고방식이 무르다.

허술하기 짝이 없군.

내가 눈살을 찌푸리는 것도 모른 채, 소피아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범죄자 처리는 우리 권한이 아니야! 아까 저 여자가 하는 말 못 들었어? 이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댔잖아? 그러니 경찰도 있을 거 아니냐고?”


···그래.

어쩌면 그것도 맞는 말일 수도.

이쪽 세계는 치안이 그래도 어느 정도 작동을 하고 있다.

내가 살인을 저지르면 더 골치 아픈 일이 더 생길지도 모르지.

일단 목격자도 있고.


“뭣보다 자경단 임무를 맡고 있는 사람 눈앞에서 살인을 하는 건 경솔하지 않아?”


맞는 말이다.

꼭 죽이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지.

조금만 생각하면 소란을 만들지 않고 끝낼 수 있는 일이다.

···따지고 보면 나는 양아치 놈에게 원한이 없다.

일단은 친한 사람들이 놈에게 당하기도 했으니··· 역시 선택은 가연의 몫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닥쳐.”

“뭐?”

“기껏해야 무기주제에 내 말에 토 달지 마라.”

“마스터···.”

“죽기 전에 죽인다. 그게 전장의 상식. 기회가 있을 때 망설이는 놈은 저격수로서 실격이다.”

“그, 그래도 여긴 전쟁터가 아니잖아??”

“그건 세상 어디든 마찬가지다. 계속 징징거릴 생각이라면 꺼져.”

“···.”


내가 화를 내자 겨우 녀석이 입을 닫았다.

시끄러운 녀석은 질색이다.

젠장, 차라리 이럴 거면 말을 못하는 예전의 쇳덩어리가 훨씬 났겠군.


‘강탄 씨!’


그때였다.

귓가에 나지막한 속삭임이 울렸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저 멀리서 가연이 손을 높이 들고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순간 소피아를 등 뒤로 숨겼다.


‘운이 좋았어요! 이 사람 갑자기 쓰러져버렸어요!’


순간 멀리 떨어져있는데도 목소리가 들려와서 놀랐지만, 나는 그게 곧 귓말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저 여자, 힘이 넘치네? 멀쩡해 보이는 걸.”


반지 착용자가 기절해서 그런가?

주변에 북적이던 문어들은 어느새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그녀는 어느새 인벤토리에서 밧줄을 꺼내 쓰러진 최상기를 묶고 있었다.


‘헤헤, 아무래도 유니크 아이템 부작용인가봐요! 하긴, 이렇게 강력한 장비를 계속 쓰는 게 이상하긴 했어요!’


사실과는 다르지만, 그녀 입장에선 썩 그럴싸한 해석이었다.

이어서 가연은 천벌을 입에 올렸다.

아, 천둥소리 때문에 총성을 듣지 못한 건가?

방아쇠를 당겼을 때 잠깐 하늘이 번쩍하긴 했었지.

···불행인지 다행인지, 가연은 아직 내가 저격을 한 것도 보지 못한 모양이다.


“···이젠 어쩔 거야, 마스터?”

“뭘?”

“나랑 마스터의 정체를 밝힐 거야?”


사실 정체랄 것도 없지만.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저 양아치를 기절 시킨 게, 자아를 가진 내 총이라고?


“별로 숨길 이유는 없지. 하지만 굳이 말할 필요도 없어.”

“혹시 마스터는 쫄보인 거야?”

“뭐, 임마?”

“그렇잖아? 괜히 겁먹고 있는 거 같은데? 보통 힘이 있다면 그걸 드러내고 싶지 않아?”

“그럴 생각은 없다.”

“아하, 그럼 힘을 숨기고 기만하는 쪽이 좋은 거구나?”

“아니, 난 그저···.”


나는 말주변이 좋지 않은 편이다.

정보를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설명할 자신이 없다.

다짜고짜 내가 다른 세계에서 왔고 수십억의 인류를 완전히 쓸어버렸으며, 눈을 떠보니 누적 레벨이 499,999이었다고 하면 누가 쉽게 믿겠는가?

심지어 이미 뉴스로는 어쌔신 어쩌고 하는 계집애가 해신을 잡은 걸로 되어있다.

이제 와서 사실은 내가 잡았습니다, 라고 해봐야 괜한 의심만 받을 뿐이다.

나조차도 이 상황이 골치 아픈데 남에게 하나하나 설명하고 싶진 않았다.


“···성가신 게 싫을 뿐이야.”

“흥, 맘대로 하셔.”

“그보다, 이제 슬슬 돌아가 주지 않겠나?”

“왜?”

“저 아가씨한테 널 보여주면 또 설명할 일이 늘어나니까.”

“아, 이제 내가 쓸모없다 그거지?”


말투에 가시가 있다.

아주 못마땅한 눈치다.



“불만이라도 있냐?”

“설마! 마스터는 그쪽인데요. 스킬이자 무기에 불과한 나 따위가 뭘 어쩌겠어? 사람을 죽이든, 살리든! 방아쇠를 당기는 건 어차피 당신의 뜻이니까!”

“난 그렇게 까진 말하지 않았는데.”

“아니면 뭐야? 나랑 말하기 싫으면 당장 소환 해제나 해버리던가!”

“아니, 난 그 방법을 몰라.”

“낮에 했던 것처럼 해. 그러면 사라져줄게. 아니면 꺼지라고 하던가.”



아무래도 삐진 모양이군.

오늘 만나서 몇 마디 대화를 나눠본 게 전부였지만, 나와는 반대로 저돌적이고 으스대는 타입인 모양이었다.

게다가 뒤끝도 상당하고···.

앞날을 생각하니 이마가 지끈 거렸다.

이제부터는 총을 소환할 때마다 이 녀석과 실랑이를 해야 한단 말인가?

그건 곤란하다.


“심한 말을 한 건 미안했다. 네가 인격체라는 걸 세삼 느끼고 있어.”


나는 한발자국 물러나주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초면부터 내가 너무 매몰차게 대했는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배려가 부족했지?”

“···그래.”

“앞으론 날 제대로 존중하도록 해.”

“알겠다.”

“공주님처럼 모시라고!”


아, 아니··· 그건 좀.

내가 당황하자 소피아는 만족한 모양인지.


“됐어. 용서할게. 이걸로 마스터가 나쁜 사람이 아니란 건 알았으니까.”

“뭐?”

“쫄보인 건 답답하지만.”

“···야.”

“후후, 그래도 잘못을 바로 인정하는 건 맘에 들었어.”


그렇다고 딱히 내가 좋은 놈이라곤 생각하진 않지만 말이다.


“하지만 보상은 제대로 받아야겠는데.”

“보상?”

“그래, 보상. 그것만 약속하면 순순히 사라져줄게.”


순간 기분이 싸해졌다.

설마하니 영총이라는 이름처럼 영혼의 일부라도 필요한 건가?

전혀 말이 안되는 것도 아니야, 이 녀석의 위력이랑 사기적인 스킬셋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할 지도 모른다.

다른 건 몰라도··· 거대한 힘에는 그만한 대가가 필요하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니까.


“그거 줘, 그거.”

“뭘 말하는 거냐?”


하지만 나는 또 다시 헛짚었다.

나의 생각은 지나친 걱정에 불과했던 것이다.


“마스터가 가진 게 따로 있어? 인벤토리에 장비 하나 있잖아. 매직등급 아이템.”

“아, 아가씨한테 받은 활을 말하는 거냐?”

“응.”

“그걸 어디다 쓰려고?”

“먹을 거야.”


엥, 하고 나는 말문을 잃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나는 되묻지도 못했다.


“마스터, 표정이 왜 그래?”

“아, 아니? 먹는다고? 어떻···게?”

“당연한 걸 왜 물어? 입으로야 먹지. 나도 먹고는 살아야할 거 아니야?”


소피아는 답답하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나는 성장한단 말이야.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먹을수록 더 강해져. 그건 다시 말해서 마스터의 공격력도 증가한다는 이야기지.”

“아··· 그런 이야기였냐?”

“흥, 나도 잊고 있었어. 우리 둔팅이 마스터는 아직 자기 스킬 설명도 제대로 못 읽었다고 했지?”

“···.”


반성한다.

정말 소피아에겐 내가 파악하지 못한 기능이 많은 모양이다.

한숨 자고나서 해가 밝으면 전부 읽어봐야겠군.


“알겠다. 그 아이템은 네가 가져. 어떻게 주면 되지?”

“인벤토리에 넣어놓기만 해. 내가 알아서 냠냠할 테니까.”


소피아는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는지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럼 난 식사하러 갈게. 오늘은 더 부르지 마.”

“···그래. 이젠 나도 좀 쉬고 싶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저격총의 모습을 한 소피아가 푸른빛으로 분해되기 시작했다.

소피아가 사라지자, 타이밍 좋게 가연 씨에게 귓속말이 왔다.


『강탄 씨,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방금 PK 전담 강력반을 불렀거든요! 인계만하고 곧 거기로 올라갈게요!』


아래를 보니 최상기를 완전히 포박한 모양이었다.

양아치는 밧줄로 견고하게 팔다리를 묶고, 입에는 테이프까지 붙여놓아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

놈은 뒤늦게 눈을 떴는지 밧줄에 감긴 자신의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이제 나머지는 경찰이나 자경단의 몫이겠군.


『어, 어라··· 잠깐, 뭔가 이상해요. 이건···.』


하지만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건 아니었다.

또 다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읍, 으으읍!”


그것은 최상기 본인도 깨닫지 못한 이변이었다.

분명히 팔이 묶여서 아이템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일 텐데도··· 주변에서 검은 기포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보이드 옥토퍼스의 역겨운 촉수 여러 개가 그 틈에서 뻗어 나왔다.


“꺄아악!”


가연 씨의 비명소리가 울렸다.

허나 다행스럽게도, 촉수가 향한 방향은 그쪽이 아니었다.


“으으으읍! 읍!”


입이 막힌 채, 최상기는 경련하고 있었다.

어째서일까? 검은 문어들은 자신들의 무방비한 주인인 최상기를 공격하고 있었다.

순식간이었다.

끔찍한 소리와 함께 선혈이 하늘로 튀고, 최상기의 몸은 그대로 촉수에 휘감겼다.

그는 그대로 검은 물속으로 끌어당겨져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렸다.


‘···비참한 말로로군.’


짐작하건데, 이것은 유니크 아이템의 숨겨진 옵션···.

아마 더 이상 소환수들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 술자 본인이 먹이가 되는 시스템이겠지.

저 사기적인 아이템 옵션을 생각하면 그 정도 리스크는 당연히 있을 것이다.

흔한 이야기다.

분에 넘치는 힘을 가리지 않고 사용하다 몰락하는 사례는 한 둘이 아니니까.

시내에서 소동을 일으키고 건물을 하나 날려버린 양아치의 최후는 그걸로 끝이 났다.

어떤 의미로 놈은 스스로 대가를 치룬 셈이 되는군.


“하아···.”


상황 종료··· 나는 순식간에 긴장이 풀려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러자 두통과 현기증이 동시에 찾아왔다.


‘젠장, 머리가··· 피곤해서 죽을 거 같아.’


오늘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 정말 엉망진창이었던 하루였다.

하지만··· 이건 뭔가 이상하다.

지금까진 멀쩡하다가 갑자기 이렇게까지 몸이 무거워질 수도 있는 건가?

아니나 다를까, 나는 상태창을 열어보고서 어이를 상실했다.


[상태이상]

<피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컨디션이 지속적으로 감소합니다.

-컨디션이 통상 30% 미만이 되면 A모든 스텟이 감소하고 지속적으로 스테미너가 줄어듭니다.

-컨디션이 30% 이하 상태일 때 전투를 해제하면 <무력감>이 찾아옵니다.

-무력감은 일정 시간동안 신체의 자유를 빼앗습니다.


<수면부족>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시야가 흐려지고 두통에 시달립니다.

-최대 HP와 최대 MP가 감소하며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증상이 악화 됩니다.

-<피로> 상태이상과 증상이 겹칠 경우, 예기치 못한 <기절>과 <강제 수면>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어이가 없군.

이 세계는 몸에 생기는 이상마저도 디버프로 취급한다는 건가?

상태이상의 설명을 조금 읽은 것만으로도 머리가 띵해졌다.

뭔가 가연 씨가 귓속말을 더 보낸 거 같았지만,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시야가 기울어진다.

의식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대화의 일부분을 수정했습니다.


소피아는 설득에 실패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4

  • 작성자
    Lv.43 김체리
    작성일
    21.05.14 07:20
    No. 1

    윽 찡찡대는 무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gstdyf
    작성일
    21.05.14 08:45
    No. 2

    설명할거 느는 건 중대사항이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1 f5946_mj..
    작성일
    21.05.14 10:57
    No. 3

    힘들어죽겠다면서 스탯도 마저 안찍고 마냥 질질 끌려자니기만하네

    찬성: 7 | 반대: 0

  • 작성자
    Lv.47 kaioga23
    작성일
    21.05.14 11:40
    No. 4

    찡찡대는 무기는 감점이지만
    작가님이니 버텨본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해달수달
    작성일
    21.05.14 11:57
    No. 5

    찡찡대는 무기는 좀 ..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3 소설판독기
    작성일
    21.05.14 14:29
    No. 6

    경향이없었다 > 경황이없었다가 더 자연스러운거 같아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냐메
    작성일
    21.05.14 18:04
    No. 7

    아이고 이런 멍청한 오타를... 수정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bluedawn
    작성일
    21.05.14 17:13
    No. 8

    스탯 찍기에 진지해지는 건 있을 수 있겠지만
    한번 죽어봄+눈 앞에서 사람 모가지 뎅겅이란 경험을 겪고도
    하나뿐인 목숨에 대한 안전패를 갖추는 것보다 스탯설정 효율 저하를 걱정하는 건 좀 공감하기가...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白雨
    작성일
    21.05.14 17:33
    No. 9

    잘 보고 갑니다아
    뭐 레벨 끽해야 150~200인 곳에서 50만이면 안전이고 뭐고...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43 양볼락
    작성일
    21.05.15 02:09
    No. 10

    근데 힘이랑 민첩 스탯 저정도로 찍으면 맨손으로도 쎄지 않나요 직업 무기에만 적용되는 건가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60 자아류
    작성일
    21.05.15 04:35
    No. 11

    정말 캐릭터들 자기주장이 너무 확고하네요.
    주인공은 힘숨찐 컨셉하는 답답한 고구마이고
    처음 만난 캐릭터는 남의 말 들을 줄 모르고 혼자 닥돌하는 고구마에
    무기는 길거리에서 사람 죽이고 다니는 살인자도 죽이기를 꺼려하는 머리가 꽃밭인 사춘기 온 무기라니.....
    셋 다 아무튼 내가 정답임!! 이러는 모습을 보니 현기증이 날 것 같네요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35 Perear
    작성일
    21.05.15 13:24
    No. 12

    차라리 총 쪽이 주인공인게 더 매력적인 소설 아니었을까?
    모르겠다... 먼치킨물은 내 취향이 아닌가뱌..
    작가님 화이팅 하시구 다들 좋은 하루 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6 에움
    작성일
    21.05.16 01:28
    No. 13

    무기 때문에 볼까말까 고민하는 소설은 이게 첨이네 무기가 저 상황에 태연하게 자기주장하면서 대화지면 차지하고있는게 너무 작위적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Eradiate
    작성일
    21.05.16 07:49
    No. 14

    고작 레벨업 메세지에 편두통이 와서 쓰러지는 주인공이지만 사실 하이파워 세계관에서 온 힘을 숨긴 찐따라고!
    너무 답답해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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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Brave New World(1) +3 21.05.12 914 6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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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Doomsday(1) +8 21.05.12 1,147 7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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