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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메의 불쏘시개 공방

원샷오버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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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메
작품등록일 :
2021.05.12 15:35
최근연재일 :
2021.05.16 06:0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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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41
추천수 :
668
글자수 :
88,485

작성
21.05.1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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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글자
13쪽

Prologue

DUMMY

0.

도시.

문명의 성.

그것은 인류가 과학으로 쌓아올린 보금자리.

무수히 많은 빌딩 사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찾아내는 것은 의외로 간단했다.

시내의 중심가에 우뚝 솟은 200미터 높이의 마천루가 딱 하나 있었으니까.

그것은 30층은 가볍게 넘기는 고층 빌딩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높이였다.


“···슬슬 이쯤에서 준비할까?”


나는 자세를 낮추어 무릎을 꿇었다. 그리곤 내 성가신 파트너를 호출했다.


“소피아.”


잠시 뒤, 허공에서 대답이 들려온다.


“아까부터 대기 중이야.”


단호한 목소리···.

발음은 깔끔하고 음색도 예쁘지만 어쩐지 툴툴거리는 말투다.

이미 준비됐다고, 라고 덧붙이지만 지금 당장 이 주변에 파트너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대충 1킬로미터 안에는 있을 거라는 느낌만이 들뿐이다.

하지만 그녀와 나 사이에는 거리 따윈 의미가 없다.

나는 그대로 오른팔을 뻗었다.


[영총 : 소피아 – 스나이프 모드]


이어서 푸른빛의 입자가 내 팔 주변을 감싼다.

머지않아 그것은 형상을 갖추어, 이윽고 어떤 무기의 모습으로 변했다.

뭐라 표현하면 좋을까?

저격총?

아니, 그런 것 치곤 형태가 너무나 이질적이다.

어찌 보면 기묘하다.

이형(異形)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겠다.

현대 병기에 있어야할 기능미가 거의 없이 화려하기 짝이 없는데다 주로 곡선이 많다.

실물 화기랑 비교해서 공통점은 검은색이라는 정도일까?

좋게 말하자면 세련되고 미래적인, 나쁘게 말하면 약간 부담스러운 디자인이다.

게다가 이건···.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내 고유 무장스킬인 이 ‘소피아’의 전투 형태는 단순한 저격총이라 말하기엔.


“···지나치게 크군.”

“마스터, 설마 방금 그거 나한테 한 소리? 숙녀인 이 몸에게?”


그럼 너 말고 달리 있겠냐?

···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이럴 때 괜히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 위험하다.

우리는 이제 곧 적이랑 싸워야 하니까.


“아무 것도 아니다.”

“아니,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데?”

“그냥 달 이야기야.”

“그렇게 말하면 내가 좋다고 넘어갈 것 같··· 어, 정말이네?”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 조금이라도 하늘에 가까워졌기 때문일까?

오늘의 만월은 평소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그래도 지금은 멍하니 보름달 구경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옳으신 말씀.

나는 이어서 앉아 쏴 자세로 견착했다.

고배율 스코프를 통해 바라보는 시야는 생각보다 선명하다.

막 9시를 넘긴 저녁, 구름 없이 밝은 달빛은 정말이지 다행스럽다.

강풍 때문에 코트 끝자락이 펄럭거리는 것만 해결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흥, 괜히 폼 잡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지금 내 총구의 끝은 하늘을 향하고 있다.

노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적이다.

그래, 조금 뒤 리젠이 될 몬스터를 이야기하는 거다.


“···마스터, 온다!”


소피아가 목소리를 높인 그 순간, 머릿속에 뭔가가 직접적으로 흘러들어왔다.


[레이드 시작, 제 1 웨이브까지 30초 남았습니다.]


그리고 29초, 28초···.

초 단위로 알려주는 이 알람은 이 도시에 존재하는 모든 헌터들에게 전달되고 있을 것이다.

카운트다운이 끝나면, 이제 이 도시는 두 시간 동안 전쟁터가 된다.

약해빠진 일반 몬스터들의 리젠은 잠깐 멈추지만, 그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잡몹들과 보스가 출현하겠지.

레이드란, 수많은 사람들의 희비를 교차하게끔 만든다.

누군가는 공포에 질리고, 또 누군가는 환영할 것이다.

사냥할 능력이 없는 이들은 달아난다.

반면 사냥할 수 있는 자는 이것을 기회로 잡는다.

그리고 나는···.


[20초 남았습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사냥하는 쪽이다.


“소피아, 스코프 배율 최대로.”

“줌 인(Zoom In)!”


조준경의 렌즈가 나선형의 기하학구조로 변하자, 내 눈은 성층권을 넘어 해발고도 50km를 비추고 있었다.

이곳은 나의 영역··· 이 별에서 나보다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헌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기에, 나만이 해야 하는···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10초 남았습니다.]


하늘의 경계가 일그러졌다.

그리고 빛나는 문양이 창공에 새겨졌다.

이건 내 부족한 어휘력으론 마법진이라고 밖에 묘사할 수밖에 없다.

이윽고 공간은 더욱 왜곡되고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하늘을 찢어발기고··· 거대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게 보스는 리젠되었고, 레이드가 시작되었다.


“와, 이거 거물이네? 저거 레벨 50,000을 넘겼어. 마스터도 통찰의 눈으로 확인해볼래?”

“됐어.”

“왜? 그래도 사냥할 놈인데 면상 정도는 봐야지?”

“필요 없다니까.”


그럴 여유도 부족하다.

이대로 방치하면 보스는 그대로 지면에 낙하해서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겠지.

하지만 마냥 순순히 내버려두진 않을 것이다.

철컥, 나는 장전 손잡이를 뒤로 당겼다.


“소피아, 장전해.”

“로드(Load)!”


약실에서 강렬한 빛이 번뜩였다.

잠시 뒤, 탄환의 형태를 가진 힘의 결정체가 그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네 번 더 그것을 반복했다.


[마탄 장전]

-최대 마력의 20%를 불태워 탄환 한 발을 장전 합니다.

-불태워진 마력은 탄환을 소비하고 24시간이 지난 뒤에 회복됩니다.

-불태워진 마력은 24시간이 동안 어떠한 수단으로도 회복되지 않습니다.

-장전 가능한 탄환의 수는 다섯 발을 넘지 못합니다.

-장전된 탄환의 수가 적을수록 데미지 증가 효과를 받습니다. 탄이 한 발 소모될 때마다 제곱의 배수만큼 증가합니다.


“탄창 다 찼어.”


소피아가 말하지 않아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

스코프 오른쪽 아래에 내 마력이 0이라고 표시가 되고 있으니까.

이걸로 다섯 발, 하지만 전부 쏘진 않을 것이다.

나에겐 딱 한 발이면 충분하다.


“또 독식할거야?”

“당연하지.”

“우리 마스터는 욕심쟁이라니까.”


그래.

보스는 물론 잡몹 한 마리까지···.

나는 단 한 놈도 놓칠 생각이 없었다.


“<탄 속성부여>!”


스킬을 시전하자 왼손이 빛난다. 나는 탄환에 버프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탄 속성부여]

-탄환에 특수한 속성을 부여합니다.

-속성을 부여할 때마다 장전된 탄환 한 발을 소모합니다.

-최대 속성부여 수는 네 번까지 가능합니다.

-속성이 부여될 때마다 남은 탄환에 추가 데미지 효과가 발동됩니다.

-추가 데미지는 레벨과 소모된 탄환 수에 곱연산 됩니다.


나는 이어서 추가 스킬을 사용했다.


“<관통>, <방어무시>, <사정거리 강화>, <작열탄>!”


[관통탄]

-대상을 관통합니다.

-관통 가능한 최대 수는 레벨의 1/5에 비례합니다.


[방어무시]

-대상의 방어력을 무시합니다.

-무시할 수 있는 방어력 수치는 레벨의 1/5에 비례합니다.


[사정거리 강화]

-탄환의 최대 사정거리를 증가시킵니다.

-이 스킬로 강화된 사정거리는 패시브 ‘사정거리 증가’와 중첩됩니다.


[작열탄]

-이 탄환에 명중한 적은 화속성 폭발 데미지를 추가로 받습니다.


각자 다른 색의 번쩍임이 네 번 일어났다.

그때마다 총의 형태는 점점 변하기 시작한다.

이질적으로, 더욱 더 기괴하게···.

탄환을 멀리까지 날려 보내기 위해 총신이 길어진다.

위력을 더욱 강화시키기 위해서 총구가 확장된다.

반동을 한계까지 흡수하고, 더욱 정확하게 명중시키기 위해 총기 받침인 양각대가 땅에 뿌리를 내리는 구조로 변한다.

덧붙여 흘러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총 주변에서 열기와 스파크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제 소피아는 내 키보다도 거대한 형태로 변했다.

이것은 더 이상 저격총이라고 부를 수 없다.

오직 철저하게 적을 관통시킨다는 극단적인 목적만을 가진 대포나 마찬가지였다.

근력 스텟을 충분히 투자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것을 들어 올리지도 못했을 것이다.


“후우우우, 이걸로 풀 버프!”


소피아가 들뜬 목소리로 다시 말을 이었다.

이렇게 된 그녀는 살짝 흥분상태가 된다.


“마스터, 언제든 쏠 수 있어!”


정밀 조준은 아까부터 하고 있었다.

내 목표는 마법진의 중심··· 몬스터들을 리젠 시키는 원흉 그 자체다.


[1초 남았습니다.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지금이야!”


소피아가 외치자마자, 나는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크윽!”


팔이 뜯겨져 날아갈 것만 같은 충격에 어깨가 거칠게 들썩였다.

공이의 끝이 강화된 탄환에 닿자 일순간 거대한 힘의 흐름이 총신을 통해 뿜어져 나왔다.

콰아아아앙, 거의 폭발이나 다름없는 소리가 내 귓속을 파고들었다.

섬광, 일순간 지상이 찬란하게 빛났다.

푸른 번개가 하늘을 꿰뚫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내가 있는 자리를 중심으로 바닥이 원형으로 움푹 패였다.

옥상이 가라앉아, 나는 바닥에서 서넛 층 정도를 더 쳐 박힐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만하면 다행이었다.

이 정도 충격이 있었는데도 빌딩이 무너지지 않은 것이 기적처럼 느껴질 정도다.

조금 뒤, 건물 잔해를 파헤치고 올라온 나에게 소피아는 얄미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그러게 ‘충격 흡수’ 좀 찍으라고 했지?”

“···아, 그래.”

“하여간 쫄보 아니랄까봐, 스킬 포인트 아껴서 뭐 하려고?”


인정하긴 싫지만 이번은 소피아가 옳았다.

확실히··· 이전에는 총의 반동이 너무 강해서 팔이 탈골된 적도 있었지.

반동 제어 패시브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오늘도 같은 꼴을 당했을 지도 모른다.

아, 그리고 여담이지만 나는 쫄보 같은 게 아니다.

단지 신중할 뿐이지.


“그보다 좋은 소식이야.”

“말 안 해도 알아.”

“에이, 또 그런다.”

“어차피 명중이겠지.”

“뭐, 우리는 백발백중이니까.”


나는 발사 직후, 스코프를 통해 탄환이 마법진을 관통하고 보스로 추정되는 그림자가 폭발하는 것을 확인했다.

풀 버프가 걸린 탄환은 대류권, 성층권을 지나서 오존층 인근에 열린 마법진에서 리젠 되는 몬스터들을 요격했다.

다시 말해서, 레이드에서 출현할 모든 몬스터들을 한 번에 쓸어 담았다는 이야기다.

데미지 수치까지 보진 못했지만, 결과는 뻔했다.


[미션 클리어, 보스 몬스터의 소멸로 레이드가 종료됩니다.]


“···끝났군.”


역시나다.

하지만 아직 내가 견뎌내야 할 고비가 하나 더 남아있다.

바로 이 레이드의 보상이지···.


[특수 패시브 스킬 발동!]

[오버 킬(Over kill)]

-몬스터의 최대 HP를 넘어선 데미지로 죽일 시, 초과한 데미지만큼 제곱에 해당되는 경험치를 추가로 얻습니다.

-이 효과는 쓰러뜨린 몬스터의 레벨에 비례해 더욱 증가합니다.


나는 곧 일어날 부작용을 각오했다.


[레, 레, 레, 레, 레··· 레레레레레레레레레레레레레레레레벨이 올랐습니다!]


“···아윽!”


나는 이마를 부여잡았다.

바로 옆에서 들은 총성보다도 머릿속을 파고드는 알림음이 더 괴로울 지경이었다.


“마스터, 괜찮아?”

“아니, 죽을 거 같다.”

“웃기셔. 들어온 데미지도 없는데 그럴 리 없잖아? 마스터는 가끔 바보 같은 소릴 하네?”

“멍청아, 이거 농담이거든?”

“숙녀한테 그런 소린 실례거든?”

“숙녀는 무슨··· 정신연령은 아직 꼬맹이인 주제에.”

“하? 그렇게 나오기야? 내가 삐지면 재미없을 텐데?”

“아, 예. 그러시던가.”


이미 상황은 끝났으니 더 기분 맞춰줄 필요 없단 말씀이시다.

나는 투덜거리는 소피아를 무시하고 상태 창을 열었다.

레벨은 내가 기억하던 수치보다 21이 올라 있었다.


“어? 이번엔 많이 안 올랐네?”


어느새 소피아는 평소의 저격총 형태로 돌아와 있었다.

그녀는 내 상태 창을 보고는 이상하다는 듯 끼어들었다.


“이번엔 몇 마리나 잡았어?”

“업적 창에 나오는 몬스터 킬 수는··· 대충 78,300정도 늘었네.”

“뭐야? 그만큼이나 독식해서 잡았는데 고작 21업?”

“불평하지 마. 슬슬 안 오를 때도 됐고.”

“그래도··· 평소엔 시원하게 100업씩 했는데 뭔가 답답하잖아?”

“할 수 없지. 이젠 쪼렙이 아니니까.”


나는 상태창 맨 위의 측면에 표기된 레벨을 확인하고 피식 웃었다.


<강탄>

[클래스 – 스나이퍼]

[레벨 – 51,003,789]

(누적 레벨 51,503,788)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직접 눈으로 보아도 믿겨지지 않는 수치···.

스스로 생각해도 터무니없다.

아마 다른 사람에게 말해준다고 해도 못 믿는 건 마찬가지겠지.

왜냐하면···.


“마스터, 그러고 보니 최근 잡지에 실린 세계 랭킹 말이야. 가장 높은 레벨이 300대 였던 거 알아?”


그 말 그대로다.

나는 이미 세계 최강의 랭커와 비교가 우스울 정도로 지나치리만큼 강해져 있었던 것이다.

방금과도 같이, 나는 만 명 단위로 투입해야만 공략이 가능한 레이드를 혼자서··· 그것도 단 한 발의 총알만으로 클리어할 정도가 되었다.

터무니없다.

어이가 없을 정도의 오버 밸런스다.

어째서 나는 이런 분에 넘치는 상태가 되었는가?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로 내가 이 세계에 흘러들어온 그 순간으로···.


작가의말

써둔 것이 아까워서 이런 식으로라도 공개합니다.


제가 쓴 것치곤 평범한 헌터물입니다.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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