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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메의 불쏘시개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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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원샷오버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냐메
작품등록일 :
2021.05.12 15:35
최근연재일 :
2021.05.16 06:0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8,772
추천수 :
667
글자수 :
88,485

작성
21.05.13 02:15
조회
734
추천
59
글자
16쪽

Oppression(1)

DUMMY

1.

“새로운 랭커 클래스의 등장입니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서 또 다시 인재를 배출했습니다!”

“자, 지금부터 숨겨진 고수의 진면목을 취재해보도록 합시다!”

“새로운 랭킹 28위, 최후에 남아 레이드 보스를 격퇴한 영웅입니다! <베노믹 어쌔씬>, 유안나 님을 현장에서 모셨습니다!


거리, 커다란 전광판에서 나오는 뉴스 보도가 떠들썩했다.

화재의 인물에게로 보도 기자의 마이크가 내밀어졌다.


“이번 레이드는 평소와는 달랐단 이야기가 있는데요. 직접 현장을 경험하신 ‘유안나’ 헌터님은 어떻게 느끼셨는지?”


그랬다.

텔레비전에서 질문을 받고 있는 쪽은, 해신을 쓰러뜨리고 레이드를 끝낸 것으로 세간에 알려진 바로 그 소녀였다.

화면 속에서 소녀는 베시시 웃으면서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쬐끔 다르긴 했데이. 우선 광역기 패턴부터 이상했다. 어지간하면 탱커들이 앞에서 막아주는디, 어쩐지 즉사기급 데미지가 들어간 모양이데이.”

“그··· 그랬습니까?”

“뭐, 내는 안 맞아봐서 모르지만.”


기자는 소녀가 대뜸 반말로 답하는 것에 당황한 눈치였다.


“이번 레이드 참사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는 말씀인가요?”

“내가 느끼기엔 그랬데이. 정예 파티가 극딜을 넣어도 금방 재생해버리는 것도 그렇고, 어딘지 모르게 보스의 레벨도 엄청 올라간 느낌 아이었나?”

“세상에,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나요?”

“잘 모르겠다. 원래 그랬던 건지도 몰라. 내도 해신을 제대로 잡아본 건 처음이거든. 원래 보스는 잡던 사람들만 잡았으니까.”

“일각에선 이 현상을 불길하게 여기는 모양이던데, 거기에 대해 최전선에서 싸우시는 헌터로서 의견이 궁금···.”

“···하튼간에, 이게 다 독식하던 놈들이 계속 정보를 통제하니까!”

“엥?”

“듣고 있냐? 다비드 길드 새끼들아! 애초에 따지고 보면 다 너희 때문아이가?”

“조, 조금만 진정하시고.”

“아, 생각하니까 더 빡치네! 희소 클래스 유저들 차별하면서 사냥터 자리 가지고 유세 떨더니! 지금은 어쩌고 있는데? 보스가 모르는 패턴으로 나오니까 겁먹고 도망쳐? 하, 꼴좋데이!”

“어··· 음. 그,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새로운 한국 랭커가 되신 것을 축하드리며, 한마디 소감을···.”

“소감? 좋제. 평소부터 하고 싶던 말이 있었다 아이가.”


소녀가 방송에서 계속 은어와 욕설을 쏟아내자 질겁한 기자는 서둘러 사태를 수습했다.

여담이지만 소녀가 소감이랍시고 내뱉은 말들도 충격 그 자체였다.


“엣헴, 지금 내 레벨은 187이데이.”


소녀는 으스대듯 가슴을 앞으로 내밀더니.


“이제 내가 부산에서 제일 쌔거든?”

“예?”

“꼬우면 피케 뜨러 와보던가?”


지직, 하고 화면이 스튜디오로 전환되었다.


“···이상 대한민국 랭킹 28위에 새로 올라가신 ‘유안나’ 헌터님의 이야기였습니다.”

“다음은 금주의 일기예보와 추천 사냥터 소식입니다!”


명백한 방송 사고에도 불구하고, 아나운서들은 프로답게 대처했다.

뭔가 시덥잖은 꽁트를 본 것 같다.

허탈한 기분에 뉴스의 다음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건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라, 잠깐 멈춰 서서 전광판을 보던 행인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정보들은 전부 시시한 이야기들···.

더 들을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서, 나도 걸음을 옮겼다.


‘그나저나, 그 여자애···.’


그 기집애가 보스를 잡았다고 자처한 걸 듣고 처음엔 황당하기만 했다.

하지만 곧 그 이유를 찾아낼 수 있었다.


‘원인은 아마 나와 파티를 했기 때문이겠지.’


권능기를 쓴 사람이 얻는 특전이랬나?

분명 <오버킬>이라는 스킬 이름이었다.

나는 스킬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읽어보았다.

거기엔 죽인 몬스터의 등급에 따른 경험치 배율과 더불어서··· 파티 경험치 분배에 대해서도 적혀 있었다.


-인근 5킬로미터 내에 같은 파티원이 있다면 일부 경험치가 나누어집니다.


과연, 나에게 전부 들어 왔어야할 경험치가 나눠졌단 이야기로군.

그렇다면 그 여자애가 착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아마 보스가 죽는 그 순간까지 싸우고 있었겠지.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보스가 죽고 대량의 경험치가 들어온 걸 보고서 그만 자기가 잡은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잠깐··· 그럼 원래 내 레벨이 이것보다 훨씬 높아졌을 수도 있단 건가?’


내 레벨을 200이상 올려버린 이 경험치 조차도 전부가 아니다?

밸런스가 엉망진창이다 싶었다.

이것이 게임이었다면 플레이어들이 거품을 물지도 모를 정도다.

당장 상세한 경험치 공식이나, 애초에 내가 몬스터에게 입히는 데미지 수치도 알 수 없는 상태라 뭐라 말할 순 없지만···.


‘일단 파티는 끊어두도록 할까?’


나는 파티창을 호출하고 그대로 탈퇴를 눌렀다.


‘뭐, 사정도 모르고 지나치게 의기양양한 태도가 좀 거슬리긴 하지만···.’


사실 소녀가 새 랭커로 등극했던 말던, 보스를 자기 혼자 막타 쳤다고 자랑하던 말던은 상관없었다.


‘그건 아무래도 좋아. 그보다···.’


그 이상으로 괴한 것은··· 이런 뉴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태도였다.

해신 레이드 때에도 느꼈지만 이들은 역시 랭킹에 든 헌터를 아이돌이나 텔런트처럼 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게 일상인건가? 지극히 당연한 거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거군.’


해신 레이드가 끝난 지 5시간···.

나는 아직 다른 세계의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어딜 봐도 평화롭다.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아. 모두가 위기감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같아.’


마치 꿈속을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너무 비현실적이라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그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혼돈과 절망으로 매일을 두려움에 사는 것 보다는··· 이쪽이 훨씬 멋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장 나에겐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쳇, 알면 알수록 내가 이방인이란 사실만 더 크게 느껴지는군.’


몇 시간 정도 여기저기를 기웃거렸지만 아직도 얼떨떨했다.

현재, 나는 강변 다리 아래에서 등을 기댄 채 처량한 한숨을 쉬는 중이었다.

주변은 어둑하고, 낮의 열기는 가라앉고 있었다.

해가 저문다.

굴다리 밑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어느덧 황혼을 넘어 군청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기분이 묘했다.

굳이 표현하자면 우울한 쪽에 가깝다.


‘결국 노숙을 해야 하나?’


끝내 마땅한 숙소를 찾아내지 못했다.

심지어는 음식조차 구할 수 없었지.

이유는 슬플 정도로 간단했다.


‘돈이 없으니까.’


이 세계··· 그러니까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대한민국에선 전혀 다른 화폐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포인트’, ‘골드’ 랬던가···.

가게에 들어갈 때마다 대충 그런 이름으로 지불을 요구받았다.


‘어이가 없군. 보스를 잡은 건 난데, 정작 경험치 외엔 얻어내지 못했으니···.’


뒤늦게 알았지만, 아무래도 이 세계는 직접 몬스터의 시체에 다가가서 루팅을 해야 하는 시스템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런 걸 알 리가 있나?

해신을 쓰러뜨린 직후에는 경황이 없어서 어떨 결에 그만 자리를 피해버렸다.

그 덕에 레벨 업은 잔뜩 했으면서 정작 장비나 화폐는 구경조차 못했지.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머물면서 상황을 지켜볼걸 그랬어.’


나에겐 성가신 버릇이 하나 있었다.

한 발을 쏘면 곧바로 모습을 감추는 것이다.

전투가 끝나서도 긴장을 풀지 않도록 그렇게 교육을 받았다.


‘왜냐하면 방아쇠를 당긴 직후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니까.’


레이드가 끝났다고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방심하다 다른 몬스터나 무법자에게 죽는 꼴을 몇 번이고 봐왔다.

만에 하나라도 다른 복병이 있을지 모르니··· 나는 스스로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룰···.

야전에서 저격수로 키워지며 항상 지켜온 철칙 중 하나였다.

하지만···.


‘···전부 쓸데없는 걱정이었던 거 같군.’


보스를 저격하고 나서 해변가를 떠나 시가지에 들어선 나를 맞이한 것은, 사람으로 넘치는 거리와 화려한 가게들이었다.

놀랍게도 도시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믿기지 않았다.

생소한 광경이었다.

내가 살던 세계의 부산은 리젠 현상의 영향으로 폐허나 다름없었는데 말이다.

심지어 과거의 향수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내가 어린 시절 보았던 10년 전의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리젠 현상은 분명 일어났을 텐데···.’


그 증거로 나는 레이드를 경험했다.

게다가 사방에 레이드 존 특산품이라는 간판이 적혀있는 상가에··· 아예 헌터들 전용 숙박시설이라는 곳까지 있다.

리젠 현상 자체는 이곳에서도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단 의미였다.


‘그러면 어째서지? 왜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는 걸까?’


새로운 정보를 알아갈수록 더 혼란이 깊어진다.

겉보기엔 비슷하면서도 너무나 다르다.

어쩌면 나는 기본 상식을 모두 버리고 처음부터 적응해야 할지도 몰랐다.


‘정리해보자. 우선 본래 내가 살던 세계와 같은 점을···.’


지난 몇 시간 사이, 나는 이상한 사람 취급 받는 걸 감수해야만 했다.

마주치는 사람들이나 가게에서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그걸로 작게나마 이 세상의 전반적인 모습을 파악할 수 있었지.


‘세계 지도는 일치하고 있군.’


일단 지명 자체는 같았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대한민국이었고, 부산은 부산이었다.

세계, 국가에 대해서는 공통된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당연히 동아시아권의 이웃나라에는 일본과 중국이 존재하며, 미국은 아직도 세계의 열강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역사도 10년 전까지는 같아, 지난 근현대사가 모두 일치했다.


‘아무래도 리젠 현상이 일어난 이후부터 갈라진 모양이야.’


그러나 문제는 다음이었다.

차이점이··· 이질적일 정도로 다른 분위기가 위화감을 주었다.

지옥을 경험해본 사람이 보기에, 그것은 기도 안찰 정도로 밝고 쾌활한 거리의 풍경이었다.

클래스들의 컨셉부터 스킬이나 장비의 시스템···.

검과 마법의 판타지 기획인가?

더욱 게임 같아져서 어린애들 장난같이 느껴진다.


‘레벨의 차이도 이상하다. 고작 150대가 한 국가가 자랑하는 랭커로 우대 받을 정도라니.’


처음에는 단지 내 착각이길 바랐다.

어쩌면 표기 계수가 다를 뿐, 본질적으로 같을 지도 모른다고 기대했지.

내 세계의 레벨 10,000이, 이쪽에선 10정도로 표기되는 건 아닐까하고 의심했다.

그러나 내가 쓰러뜨린 해신이라는 놈이 나오는 레이드를 짐작해볼 때··· 정말 보이는 그대로의 수준이었다.


‘약한 몬스터를 잡기 때문에, 당연히 헌터들의 성장도 느린 걸까?’


가설은 썩 그럴싸하게 맞아떨어진다.

그렇다면 리젠 현상을 대하는 이 특유의 가벼운 분위기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그러나 동시에 못마땅한 의문도 든다.

그러면··· 왜 나의 세계는 다르지?

우리는 필사적으로 맞섰는데도 멸망을 막지 못했는데, 왜 이 세계는 무사하다 못해 안락하기까지 한 거야?

분명 리젠 현상과 인류가 싸워온 지 10년···.

그리고 그것은 이세계도 같았을 터인데?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이런 결정적 차이를 만들어 낸 걸까?

아니, 사실은 더 근원적인 의문이 있다.


‘애초에 나는 왜 이 세계로 온 거지?’


권능기를 쓰고서 새하얀 빛의 세계로 빨려 들어간 것까지는 기억한다.

하지만 그 뒤에 어떻게해서 건너오게 된 건지는 알 수 없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해변이었고, 나는 일사병으로 쓰러져 있었던 것으로 되어있었으니까.

이세계의 전이, 차원이동··· 뭐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것이 권능기의 설명 맨 아래에 있던 ‘???’로 표기된 또 다른 효과인가?

나는 뒤늦게 스킬창을 열어보았다.

하지만 찾을 수 없다.


‘목록에 권능기라는 것 자체가 사라져있군.’


이래선 스킬의 숨겨진 능력 같은 건 짐작조차 불가능하다.

···결국 수수께끼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납득할 만한 답은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앞으로 평생 이런 평화에 찌든 멍청이들이 사는 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건가?


‘···진정해. 마음을 추스르자.’


아뿔싸, 나는 어느새 사정이 안정적이란 이유로 두 세계를 비교하며 열등감을 터뜨리고 있었다.


‘이제와선 의미 없는 짓이야. 애초에 내 세계는 사라진 거나 다름없는데···.’


그랬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것은 이 두 번째 목숨··· 그리고 또 다른 세상에서 살아남는 것뿐이었다.


“후··· 돌겠군.”


고민을 멈추자 이번엔 탈구된 어깨가 욱신거린다.

레이드가 끝난 직후에는 그럭저럭 근성으로 참아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더 심해져간다.

시내 쪽에 병원 간판이 눈에 띠였고, ‘힐러가 직접 운영하는 치유소’ 같은 것도 있었지만··· 역시 이용하려면 그 망할 돈을 요구하겠지.

더 이상 상식 없는 놈이나 거지 취급받아가며 홀대 당하고 싶진 않다.

나는 할 수 없이 왼손으로 오른팔을 부여잡고 고정했다.

그리고 바로 앞의 돌 벽에다 다가가 온 체중을 실어 어깨를 부딪쳤다.


“큭!”


빠각, 소리와 함께 아픔이 신경을 타고 전신으로 퍼졌다.

예전에 야전에서 배운 엉터리 접골법이었다.

무모하긴 했지만, 다행히 효과는 있었다.

아직 뻐근하긴 해도 어깨가 돌아간다.

통증도 조금이지만 가라앉았다.

이어서 극심한 피로가 몰려왔다.

나는 그대로 벽에 등을 지고 축 늘어졌다.


‘일단은 좀 쉬어야겠군. 나머지는 자고 일어난 다음···.’


···돌이켜보면 다사다난한 하루였다.

일어난 일을 나열하기만 해도 장난이 아니다.


‘우선 전 인류를 내 선택으로 죽게 만들었지.’


이어서 나 스스로도 목숨을 포기해가며 보스를 쓰러뜨렸다.


‘그리고 본래 내가 살던 곳과 비슷하지만 엄밀히는 전혀 다른 세상에 떨어졌고···.’


따지고 보면 그것은 하나하나가 믿겨지지 않는 큰 스케일의 사건이다.

그게 반해, 나는 한낱 인간에 불과하다.

하루 만에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일 정도로 정신력이 강인하진 않았다.

왜 하필 살아남은 게 나란 말인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조나단 스위프트였더라면···.


‘젠장, 잠을 자려고 해도 잡생각만 자꾸 들잖아.’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혼자 남으면 괜한 자괴감과 열등감으로 세상을 탓하는 것도 나의 나쁜 버릇 중 하나였다.


‘바다에 가까워서 그런가? 여름인데도 밤공기도 생각보다 차갑다. 하다못해 어디 모포라도 있었으면···.’


그때였다.

바람을 막고자 코트로 얼굴을 가리려는 그 순간.


“···어라?”


나는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어떤 시선과 눈이 마주쳤다.


“어쩜, 이 주변에 수상한 사람이 있다고 신고가 들어와서··· 혹시나 해서 와봤는데.”


수상한 사람?

부정은 할 수 없다.

하기야 찌는 날씨에 검은 코트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내가 정상으로 보일 리 없지.


“저기, 저 못 알아보시겠어요?”


누구시더라?

반사적으로 그렇게 말할 뻔 했지만 나는 곧 상대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롱 스트레이트의 헤어 스타일, 그리고 다정다감한 인상의 미녀.

순간 상대를 알아보지 못했던 이유는 복장이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지금 낮과는 다르게 밝은 색 계통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분명 해변에서 본 초록 비키니···.”

“앗, 음흉하셔라. 저를 그렇게 기억하고 계신 거예요?”


바로 이 세계에 처음 온 직후 대화를 했던 그 여성이었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더니 살가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우리 자주 뵙네요? 그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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