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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월 님의 서재입니다.

1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건보
작품등록일 :
2020.11.24 15:24
최근연재일 :
2022.09.20 19:45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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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5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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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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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화

DUMMY

3.


금발의 머리카락에 붉은색과 하얀색이 어우러진 나비 모양의 머리핀이 꽂혔다.

마리아의 눈길이 안나에게로 향했다.


“이건 언니가 저번 생일 때 못 줬던 선물.”


그녀는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리아는 품에서 내려와 배꼽에 손을 모으고는 인사를 했다.


“안나 언니, 감사합니다.”


안나는 눈높이를 맞추고선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데 안나, 이거 비싼 거 아니야?”

“음?”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고개가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돌아갔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유리의 눈과 마주칠 수밖에 없는 각도였다.


“아···.”


그 순간 자신을 당황케 했던 말이 머릿속을 채웠다.

붉어진 얼굴과 함께 그의 눈을 피하고 일어나면서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하필 튀어나와 있는 작은 돌부리를 밟아버렸다.


“안나, 괜찮아?”


넘어지려던 그녀의 손을 유리가 잡아주었다.


“그, 3, 3기사단도 내가 보, 볼 테니까 유리는 먼저 귀가해.”


그 말만 남기고서는 안나가 빠른 속도로 자리를 벗어났다.

그녀의 뒷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던 유리가 딸을 불렀다.


“마리아.”

“왜, 아빠?”

“아빠가 아직 일이 안 끝나서 그런데 잠시 어디 좀 갔다가 집에 가자.”

“응!”


활기찬 대답에 유리는 딸의 손을 잡고 자신의 기사단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다 보니 여기사 하나가 다가와 경례를 했다.


“오셨습니까, 부단장님.”

“라이라, 단원들은 다 모여있지?”

“예.”


유리는 몸을 숙여 딸과 눈높이를 맞췄다.


“마리아, 라이라랑 조금만 같이 있어 줄래?”

“얼마나?”

“음···. 한 30분 정도?”

“알겠어.”


유리는 숙였던 몸을 일으켰다.


“그럼 잠시 부탁할게.”

“알겠습니다.”


단원들이 모인 곳으로 걸어갔다.

도착하니 기사들은 훈련이나 대련을 하는 중이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총원 주목!”


상관의 목소리에 단원들은 일제히 하던 것을 멈추고 대열을 맞춘 뒤 열중쉬어 자세를 취했다.


“현재 단장님은 총 단장님의 명으로 수사국에 가 계신다. 그러니 오늘은 내가 회의 결과를 토대로 방침을 내려주겠다. 질문은 내 얘기가 끝난 후에 하도록.”

“““예.”””

“회의를 연 이유는 다들 알고 있겠지만 최근 제국을 들썩이는 납치사건에 관해서다. 상급 기사 둘이 제압되고 중급 기사 하나가 납치되며 기사단과 수사국의 합동 수사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각 기사단의 조장 3명의 증원이 결정됐다.”


간단히 목을 가다듬고 다시 이어갔다.


“그래서 먼저 지원자를 찾으려고 한다. 생각이 있으면 손을 들도록.”


침묵만이 감도는 대열 가운데 기사 하나가 손을 들었다.


“3조장. 지원을 해줘서 고맙다.”

“아닙니다. 그런데 부단장님, 지원자가 더 나오기 전에 질문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좋다. 그럼 질문을 듣고도 지원자가 나오지 않으면 내가 고르도록 하지.”

“3명의 조장을 증원 보낸다는 말은 범인을 그 정도의 실력자로 가정한다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아니. 그 이상인 부단장급으로 가정한다.”


부단장급이라는 말에 대열 사이로 어수선함이 퍼져나갔다.

그것을 지우기 위해 유리가 손뼉을 치니 공기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퍼져나가며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다들 집중해라. 부단장급이라고 가정한 이유는 만의 하나를 위해서다.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미숙한 조사로 화를 입게 되면 전부 국력의 손실로 이어진다. 그 점은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겠지. 이 정도면 답이 됐을 거라 생각되는데. 더 물어볼 게 있나?”

“없습니다.”


3조장의 대답에 남은 9명의 조장을 둘러보고 입을 열었다.


“그럼 3조장에게는 미안하지만, 증원은 5조, 6조, 7조의 조장이 가도록 한다.”

“저는 왜?”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이기에 유리는 찬찬히 설명을 시작했다.


“동급의 실력자라면 3조장을 포함한 강력계나 속력계의 마나 사용자를 보내겠지. 하지만 부단장급으로 가정한 이상 감각계 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그들은 접하게 되는 정보가 많아 수사나 마나의 성질을 알 수 없는 범인의 발을 붙잡아 두기에 최적화가 되어있으니까.”

“그럼 체포는 누가 합니까?”

“단장님께서 하신다. 증원 가는 조장들은 모두 단장님의 명령하에 움직이게 될 거야. 더 물어볼 게 없으면 다음 건으로 넘어가지.”


더 이상의 질문자가 나오지 않기에 유리는 회의에 나온 것 중 기사들이 알아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


“1기사단은 황도와 황궁의 보호를, 3기사단은 수사를, 4기사단은 마법부와 협업을 할 것이고 우리 기사단은 수사국과 협업을 하게 될 거라 예상은 하나 추후 단장님께서 따로 말씀을 주실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조장이 부재하게 되는 세 조는 라이라가 자리를 채울 거다. 그럼 이만 여기서 끝을 내고 선발된 조장들은 바로 수사국으로 향하도록.”


그 말을 끝으로 기사들을 물리며 유리는 딸이 있는 곳을 향해 움직였다.


‘다행히 시간에 딱 맞췄네.’


유리가 걸어오는 것을 알아챈 라이라가 시선을 옮기자 마리아도 그녀를 따라 시선을 옮겼다.

아빠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마리아는 뛰어가 그의 다리를 감싸 안았다.

유리는 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리고 라이라에게 말했다.


“잠시 딸을 봐줘서 고마워.”

“부단장님께서 부탁하신 일이지 않습니까.”

“뭐, 그건 그렇지만.”


딸의 머리를 쓰다듬기를 잠시 유리는 무릎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5, 6, 7조의 조장을 증원 보냈으니 빈자리는 라이라가 맡아줘.”

“예. 부족한 부분은 다른 조장들과 조율하겠습니다.”

“그래. 단장님께서도 지침을 내려줄 테니까 그전까지만 고생해줘.”

“알겠습니다. 그럼 조심히 귀가하십쇼.”


유리는 몸을 숙이고 딸을 들어 안았다.

라이라가 돌아갈 채비를 끝낸 유리에게 경례했다.

경례를 받아준 유리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 이제 집에 가서 밥이나 먹을까?”

“응!”


황궁에서 나오고 집으로 향하는 와중 안겨있는 게 불편했는지 마리아가 몸을 뒤척였다.


“불편해?”

“조금?”

“그럼 손잡고 가자. 내려줄게.”


품에서 내려주고 손을 내밀자 마리아는 냉큼 손을 잡았다.

간단한 대화를 하며 걸어가다 보니 금방 집에 도착했다.

유리가 집에 들어가기 전 마리아에게 먹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물어보더니.


“호박요리!”


마리아는 빛을 내는 듯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알겠어. 그거 말고는?”

“그거만 있으면 될 것 같아.”


마리아는 냉큼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정원을 청소 중이던 시종이 고개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남작님.”

“별일은 없었지?”

“예. 하루스 후작님이 도서관에 찾아오신 것 말고는 없었습니다.”

“나도 총 단장님께서 마리아를 데리고 오실 줄은 몰랐어. 그보다 안에 호박 있지?”

“영애님께서 좋아하는 거라 그것만은 떨어질 일이 없죠.”

“끼니는?”

“먼저 먹었으니 신경 안 써주셔도 괜찮습니다.”


잠깐의 대화를 끝으로 유리도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걸릴 테니까 책이라도 읽고 있어.”

“응.”


부엌으로 들어간 유리는 검을 풀어 손이 닿는 곳에 세워두고 앞치마를 둘렀다.

그리고 호박을 적당한 크기로 썰고 양념을 한 후 냄비에 넣고 같이 먹을 수프도 끓였다.

음식이 완성되길 기다리는 동안 불 앞에 앉아있었다.

문득 마리아와 롬의 대화가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쿠키도 조금 해볼까.’


밀가루, 설탕, 버터와 달걀을 이용해 반죽을 만들고 모양을 잡은 뒤 화덕에 집어넣었다.

구워지면서 은은하게 퍼지는 버터의 향을 맡으며 마리아를 바라봤다.


‘얌전히 앉아있네.’


그리고 다시 쿠키에 집중했다.

자신의 딸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상상하며 쿠키가 익는 것을 기다렸다.


“마리아, 후식으로 쿠키 먹을 거니까 너무 많이 먹지 마. 알겠지?”


허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독서를 하다 조는 건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니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음식이 거의 다 되가 깨울지 말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이 자신의 감각에 이상 현상이 잡혔다.


‘시종의 기운이 사라졌어?’


갑작스러운 상황에 불안함을 느낀 유리는 딸을 들어 안고 부엌에 세워둔 검을 챙겼다.


‘빨리 나가자.’


문을 열고 나가려는 했으나 문고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그래서 부수고 나가려고 했다.

실행하지는 못했다.

한 자루의 검이 문을 뚫고 나타나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강도? 하지만 어떻게 중앙구역에? 게다가 내가 느끼지 못한 것이면 단장급 이상이라는 건데. 도대체···.’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이 지나갔다.

딸을 안은 왼팔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다른 건 다 제쳐두고서라도 마리아만은 이곳에서 벗어나게 해야 해.’


검이 아래로 그어지며 문을 완전히 베어버렸다.

사라진 문 너머에서 두 인물이 걸어 들어왔다.

그들은 검은색 옷과 로브로 온몸을 가리고 있었다.

얼굴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커다란 눈이 그려진 흰색 가면을 쓰고 있었다.


‘일단 둘. 출구는 문 하나.’


둘에 맞서기 위해 유리도 검을 뽑았다.

검에는 은은한 푸른 빛이 감돌았다.

유리의 눈동자도 갈색이 아닌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마나가 잘 모이지 않아. 소모도도 크고. 무슨 장치를 해놓은 건가.’


그래서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다행인 점은 상대도 움직이지 않았다.


‘하나는 살기라도 느껴지는데 다른 하나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계속되는 대치상황에서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수면제인가.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도중에 잠들어 버리겠군.’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아무리 단장님들이나 총 단장님이라도 내가 느끼지 못하지는 않아. 그저 일반인 수준으로밖에 느끼지 못할 뿐이지.’


유리는 검의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


‘고로 저자들은 특수한 장치나 마법을 상용하고 있다는 건데.’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유리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상대와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혔다.

그리고 우측 아래에서부터 검을 휘둘렀다.

상대는 짙은 푸른 입자에 감싸인 검으로 맞받아쳤다.

하지만 힘에서 밀리는 것인지 두 손으로 쥐고 있는데도 상당히 버거워했다.

나머지는 뒤가 텅 빈 유리를 공격할 생각도 못 하고 급하게 거리를 벌렸다.


‘강력계지만 밀리는 것을 보면 수준이 높지는 않아. 하지만.’


유리는 흩어지려는 마나를 억지로 붙들었다.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군.’


상대가 검에 집중하는 사이 유리가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상대는 균형을 잡지 못하고 그 자리에 넘어졌다.

틈을 놓치지 않고 유리가 검을 내찔렀다.


‘제발 죽어라.’


그러나 무위로 돌아갔다.


‘망할 놈이.’


남은 하나가 유독 날이 밝게 빛나는 검으로 유리의 검을 올려쳤다.

유리는 혹시 몰라 뒤로 물러났다.


‘속력계군. 이놈도 수준이 높은 편이 아닌데!’


상대의 전력은 다 파악했다.

그러나 졸음이 몰려오고 마나도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마나가 올케 집결되지 않아 검에 실금이 생겼다.

검을 쥔 손아귀에서도 힘이 빠지고 있었다.

연무장에서 훈련했을 때부터 좋다고 할 수 없던 몸 상태도 발목을 잡았다.


‘제발 버텨줘라.’


어떻게든 자신의 몸이 버텨주길 바라며 유리는 속력계와 거리를 좁히고 검을 휘둘렀다.

상대는 유리의 검을 맞받아쳤으나 힘을 버티지 못하고 계속해서 밀려났다.


‘나머지는?’


겨우 끌어모은 힘으로 압도하며 빠르게 주위를 둘러봤지만, 다른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감각으로 느낄 수도 없어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일단 마무리부터.’


유리는 힘겹게 끌어 올린 마나를 검에 담고 상대를 검과 함께 통째로 베어버리려 했다.

그 순간 상대의 가슴을 뚫고 푸른빛의 검이 나타났다.

그런데 검 끝이 마리아를 향하고 있었다.

멈출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유리에게는 생각하고 정답을 찾을 시간이 없었다.


‘크윽!’


재빨리 몸을 돌려 딸에게는 피해가 없었지만, 자신은 치명상을 피할 수 없었다.

옆구리에 깊게 베인 상처가 생겼다.

그래도 동료에게서 검을 빼내지 못한 지금이 적기였다.

졸음? 상처? 그런 것들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딸을 지키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아···.’


검은 적에게 닿지 않았다.

눈앞이 흐려져 구분을 하지 못한 탓에 애꿎은 시체만 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검과 눈에서 흐르는 푸른빛도 사라져있었다.

이제는 땅에 검을 꽂고 의지해 버티는 것이 고작이었다.

딸을 안고 있는 왼팔에도 힘이 빠져갔다.

그사이 적은 검을 뽑고 떨어질 것만 같은 마리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안돼···.’


옷깃을 붙잡고 늘어지지도 못했다.

마리는 적의 품에서도 곤히 잠들어 있었다.

여전히 상대의 검은 푸른빛에 감싸여 있었다.

그게 기억의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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