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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월 님의 서재입니다.

1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건보
작품등록일 :
2020.11.24 15:24
최근연재일 :
2022.09.20 19:45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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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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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수 :
451,055

작성
20.11.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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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화

DUMMY

4.


“사제! 사제는 도착했어!?”

“지금, 지금 도착했습니다!”

“거기서 숨 고르지 말고 빨리 뛰어와!”


‘시끄러.’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고함에 잠들었던 유리의 정신이 깨어났다.

감긴 눈꺼풀 너머로 흘러들어오는 빛에 눈을 감고 있을 수도 없었다.


“으윽.”

“부단장님! 정신이 드셨습니까!?”

“그래.”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았습니다.”


땀을 흘리며 황금빛 기운을 쏟아붓는 사내를 보고 주위를 둘러봤다.

유리에게는 상당히 익숙한 장소였다.


‘우리 집인데.’


이곳이 어디인지 깨닫자마자 유리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단장님? 아직 치료가.”

“닥쳐!!”


거세게 뿜어져 나오는 마나와 살기에 기사는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유리는 발을 옮기려고 했으나.


“으윽!”


빈혈 증상이 나타나 채 한 발자국도 제대로 나아가지 못했다.

벽을 짚고 나서야 겨우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내 검 가져와.”

“예?”

“내 검! 가져오라고!”


그의 호통에 다른 기사가 검집에 넣어진 검을 서둘러 가져왔다.


“아직 움직이시면.”


사제도 그를 말리려 했지만 한 기사가 어깨를 붙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유리는 검을 지팡이 삼아 발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현기증이 일었고 한걸음, 한걸음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찾아왔다.

하지만 분노와 살기로 가득 찬 유리의 머리와 정신은 그것들을 인지하지 못했다.


‘젠장, 젠장!’


이윽고 발걸음을 멈췄다. 몸을 숙여 땅에 떨어진 물건을 들어 올렸다.

그것은 딸의 여섯 번째 생일날 자신이 선물해준 빨간색 구두였다.


“젠장!!!!!”


끓어오르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르다 못해 그만 터져버렸다.

바닥과 가재를 향해 무작정 검을 휘둘렀다.


“으아아아아!!!!!!”


그것도 모자라 검을 집어 던지기까지 했다.

하필이면 찬장이 맞아 유리로 된 제품들이 깨지며 요란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유리는 주저앉아있는 기사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고 억지로 일으켰다.


“얼마나 정신을 잃고 있었어.”


살기 어린 눈빛과 마주한 기사는 쥐죽은 듯 어떠한 소리도 내뱉지 못했다.


“빨리 대답해!”

“아··아직 15분도 지··지··지나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면 범인의 동선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조사가 됐겠지?”

“그··그게···, 주변 일대를 조사하고 수사를 했지만, 수상한 인물은 아무도 보지 못했다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유리는 멱살을 잡은 힘의 손을 풀고 다른 기사를 지목했다.


“어이, 너.”

“ㅇ··예!”

“지금 수사 중인 기사단은 몇 기사단이지?”

“4기사단입니다!”


유리는 곧장 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몇 발자국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마침 자신이 찾는 인물이 안으로 들어왔다.


“안나!”

“유리! 정신이 들었구나! 상처는 괜찮은 거야?”

“괜찮아. 그보다 범인은?”


괴로운 표정을 짓기만 할 뿐 그녀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유리의 얼굴은 쳐다보기 힘들 정도로 구겨졌다.


“장난치지 말고.”

“미안···.”

“아니, 왜 사과를 하고 그래. 범인은 어디 있냐니까? 수사나 조사, 둘 중 하나는 끝냈을 거 아니야.”

“정말 미안해.”


사과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녀의 팔을 쥔 유리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어느 순간부터 안나의 얼굴도 점점 일그러져갔다.


“유리, 일단은 팔부터 놔주고 이야기하면 안 될까? 좀 아픈데···.”

“그럼 범인이 어디 갔는지 가르쳐 줘. 동쪽으로 갔다, 남쪽으로 갔다, 이런 식으로만 얘기해주면 돼. 어려운 게 아니잖아.”


지금 같은 매우 불안한 상태에서는 어떤 행동을 보일지 알 수가 없어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집안의 그 누구도 유리를 말리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단테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가 뿌리치지 못한 손을 떼어 냈다.


“괜찮나?”

“예, 단장님.”

“4단장님, 범인은 어디로 갔습니까?”

“모른다. 사람들을 수사하거나 주위를 조사해봐도 범인의 행방을 알만한 것은 찾지 못했다.”


기사가 했던 말과 다를 바 없는 대답에 밖으로 나가려고 했으나 단테가 앞을 막아섰다.


“어딜 가려는 거지?”

“딸을 찾으러 갈 겁니다.”

“그전에 우리가 묻는 것에 답해라.”


유리가 무어라 말을 하기 전에 단테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네가 감각계의 마나 사용자라고 해서 뭔가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나? 나는 아니라고 보는데.”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찾아라. 너는 다른 이들보다 월등히 넓고 다양하고 자세하게 느낄 수 있으니까. 그런데도 이리 불안해하는 이유는 평소보다 배로 마나를 사용하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서겠지.”

“증거.”


유리의 말을 끊으며 단테가 입을 열었다.


“증거가 없다고? 그럼 평소에 마나를 사용할 때보다 훨씬 푸르게 빛나는 자네의 눈은 뭘 뜻하는 거지?”


반박을 할 수 없는 말이었다.

실제로 처음 범인의 행방에 관해 물어봤을 때부터 한계까지 마나를 사용하며 느낄 수 있는 범위를 최대한 넓히고 조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리아의 기운은 지하를 포함한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가 없었다.


“나도 가족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을 잃어봤기에 네가 얼마나 괴로운지는 잘 알고 있다.”


단테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지금 밖에서는 마법부와 수사국 그리고 우리 4기사단이 총력을 기울여 범인의 행방과 함께 네 딸을 수색 중이다.”

“그런데도 발견된 게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협조해라. 범인을, 네 딸을, 다른 아이들이나 기사를 찾기 위한 정보가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유리는 왼손에 쥐어진 붉은 구두를 바라봤다.

기뻐하는 마리아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만 같았다.


“범인을 찾고 화를 내도 늦지 않다.”


단테의 말에 유리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협조하겠습니다.”


여전히 유리의 눈은 짙고 푸른 빛을 비췄으며 괴로워 보였다.

그래도 어느 정도 진정을 한 것인지 흥분한 기색은 확실히 가라앉아 있었다.


“협조가 헛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하겠다.”


유리는 경례로 감사 인사를 대신하고 이곳에서 일어났던 일을 되짚어갔다.


***


“둘 다 검이나 마나의 수준은 높지 않았습니다. 상급 기사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한 팔로 딸을 안고 있었다고 해도 극심한 차이가 나는 수준인데 왜 제압을 못 한 거지? 상처까지 입고 말이야?”


그때의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져 유리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잘근 씹어버렸다.


“검을 뽑았을 때부터 눈앞이 흐릿했었습니다. 마나도 제대로 모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것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무슨 의미지?”

“말 그대로입니다. 시종의 기운이 사라졌을 때부터 마나는 사용했었습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데도 살기를 제외한 어떤 것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특수한 물건이나 마법을 사용한 흔적은?”

“마법에 대한 지식은 없어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들이 쓴 가면이 특이하기는 했으나 그것 말고 확인할 수 있는 건 없었습니다.”


마법사만큼은 아닐지라도 식견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단테조차 처음 보는 경우였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마법부와 자세히 얘기해봐야겠군. 그럼 상처는 어쩌다 생긴 거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하나가 제 시야가 가려진 틈에 동료와 같이 저를 찌르려 했었습니다. 동료의 가슴을 뚫고 나온 검이 하필 마리아를 향하고 있어 급하게 몸을 틀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군. 그런데 검이 가슴을 뚫었다고?”

“예. 정확히 왼쪽 가슴을 뚫었습니다.”


단테의 표정이 삽시간에 변했다.


“안나, 지금부터 감각계 기사와 마법사를 제외한 모든 인원은 하수도 내부를 포함해 이 일대의 모든 곳을 수색해 왼쪽 가슴에 자상이 생긴 시체를 찾으라고 명령해라.”

“알겠습니다.”


같이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과 함께 안나는 신속히 움직였다.


“시체가 사라진 겁니까?”

“그래. 시종의 시체는 진작에 발견했지만, 납치범의 시체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것만 찾는다면 수사의 진행속도는 훨씬 가속화될 거야.”


확실한 단서가 없던 와중에 상당한 희소식이었다.

불안함을 느끼고 있던 유리에게도 희망이란 것을 가질 수 있는 말이었다.


‘아직 수면제의 효과가 가시지 않은 건가.’


눈앞이 흐려지고 다리의 힘이 풀려 넘어지려던 것을 단테가 재빨리 부축했다.


“사제님. 치료를 끝낸 게 아니었습니까?”

“치료는 다 했었습니다. 출혈이 있기는 했으나 그것이 원인이었다면 지금 이곳에 있는 게 아니라 병실에 누워있었을 겁니다.”

“수면제의 효과가 아직 가시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실 필요는.”


말을 끝까지 이어가지도 못하고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2부단장? 2부단장!”


단테의 부름에도 아무런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다.


“밖에 누구 없나?! 있다면 빨리 2부단장을 치료원으로 호송해!”


***


정신을 잃었던 유리가 눈을 떴을 때 들어온 것은 익숙지 않은 하얀색의 천장이었다.


‘여긴?’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봤다.

하얀색 침대 여럿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는 것을 확인했다.


‘치료원이네.’


마침 병실의 문을 열리며 롬과 듀크가 들어왔다.

상관의 등장에 일어나 경례를 하려 했지만, 롬이 손을 들며 그의 행동을 막아 세웠다.


“4단장한테서 올라온 보고서를 살펴봤다.”


롬이 의자를 끌고 와 앉으며 대화를 시작했다.


“몸 상태는 괜찮으냐.”

“예. 격통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보다 제가 얼마나 누워있던 겁니까?”

“아직 1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유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그는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외부의 치료원으로 호송되던 너를 황궁 내 치료원으로 옮겨왔다. 아무래도 이곳의 시설이나 기술이 더 좋으니까 말이야.”

“예.”


그렇다고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그의 눈이나 손은 여전히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의원의 말로는 마나 결핍 때문에 의식을 잃었다더구나.”

“아무래도 삽시간에 대량의 마나를 소모했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네 감각으로도 살기를 제외한 그 어떤 것조차 느낄 수 없었다지?”

“예.”

“그 부분에 관해서는 이미 마법부에서 조사가 들어갔다. 근시일 내 결과가 나올 거다.”


그것을 끝으로 어떠한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쥐죽은 듯한 침묵 사이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모두의 귀로 들려왔다.


“마법부 제2 연구소장 실비아입니다. 보고할 게 있어서 그런데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오게나.”


자신을 실바아라 소개한 마법사가 들어와 고개를 숙였다,


“그래,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다름이 아니라 이번 습격 사건의 범인과 연쇄 납치범이 같은 조직일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마법부에서 그렇게 판단한 이유가 무엇이지?”

“2부단장의 자택을 살펴보다 납치 사건과 동일하게 피가 떨어져 생긴 얼룩을 발견했고 그것에서 짙은 농도의 마나가 검출되었습니다.”


예상은 하고 있던 부분이었지만, 이 단서로 어느 정도 확신이 생겼다.


“알겠네. 보고해줘서 고맙군. 이만 돌아가 보게.”

“아직 한 가지가 더 남아있습니다.”


실비아는 침대에 앉아있는 유리를 슬며시 바라봤다.


“현장에 있는 4단장에게서 온 전언입니다. ‘시체를 찾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주간과 야간으로 나누고 저와 야간조는 먼저 복귀하겠습니다.’입니다.”

“알겠네.”


실비아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병실을 나갔다.


“걱정 말아라. 마리아는 무사할 거다.”

“예.”


당연한 얘기이겠지만 그의 심리상태가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겠지. 유리의 전부라고 할 수 있으니.’


롬이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유리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부탁을 한 가지만 하려고 합니다.”


부탁이라는 단어에 롬이 아닌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듀크가 입을 열었다.


“그 부탁이란 것이 무엇입니까?”

“저에게 독립 수사권을 주셨으면 합니다.”

“가능한 부분이지만, 기간은요?”

“마리아를 찾을 때까지입니다.”

“불허한다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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