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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월 님의 서재입니다.

1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건보
작품등록일 :
2020.11.24 15:24
최근연재일 :
2022.09.20 19:45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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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51,055

작성
21.02.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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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2화

DUMMY

72.


“시끄럽게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격정적으로 고함을 친 그에 비해 유리의 말투는 그저 시큰둥했다.

귀를 파기를 잠시 가볍게 몸을 풀며 얘기를 이어갔다.


“가만히 서서 분위기나 잡지 말고 어서 덤비고 박살 나기나 해. 어차피 너희도 나를 이기지 못할 거란 건 잘 알고 있잖아.”


그가 입을 열 때마다 남아있는 이들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세와 살기가 점점 흉폭 해져갔다.


“안 싸우고 그렇게 가만히 있을 거면 구석에 짜진 채로 루테프의 목이 떨어져 나가는 거나 쳐다보고 있어.”


유리는 몸을 틀어 자신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는 창을 피해냈다.

동시에 한 사람이 무리를 뚫고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참을성이 없네.”


검을 들어 올려 자신에게 쇄도한 이의 공격을 막아냈다.

상대는 마나를 쉬지 않고 쏟아부으며 유리를 향해 몸을 들이밀었다.

하지만 밀려나지 않았다.

이마에 핏줄이 돋고 눈에 핏발이 선 상대에 비해 유리의 얼굴은 그저 평온했다.


“아까 전의 기세는 어디 갔어? 내 입을 열지 못하게 하고 싶으면 목이라도 베야 할 거 아니야? 잘 해봐.”


유리는 검을 휘둘러 상대의 팔을 날리며 비어버린 복부를 발로 밀어냈다.

그는 땅바닥을 몇 번 구르고 나서야 겨우 멈췄다.

흙을 털며 일어나는 그의 앞에 한 자루의 검이 날아와 땅에 꽂혔다.


“다시 덤벼. 너희의 단장을 죽인 데다 왕을 욕하는 날 이렇게 가만히 내버려 둘 거야?”


유리는 여전히 가만히 서 있는 이들을 한 명씩 눈에 담았다.


“너희들은 그렇게 가만히 있을 생각인가 봐?”

“뭐, 한 놈이 참지 못하고 달려들기는 했으나 우리의 목적은 널 이기는 게 아니라 시간을 붙잡기만 해도 우리가 이기는 거니까.”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손에 쥐고 있는 검을 그들의 눈앞에서 이리저리 흔들었다.


“이 검을 보고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아무것도 없나 봐?”

“저 자식이!”


유리의 발길질에 날아갔던 사내가 다시 달려들려 했으나 대화를 하고 있던 이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진정해.”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너를 포함해서 여기 있는 모두 가 저놈을 죽이고 싶어 해. 하지만 실력의 차이도 있을뿐더러 의식이 별 탈 없이 끝나도록 지키는 게 우리의 일이지 않나.”

“그래? 그럼 나하고도 좀 어울려 주지 그래.”


어느새 앞으로 다가온 유리를 피해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유리는 시선을 옮기며 그들을 자신의 시야에 담았다.


‘아예 싸우지 않고 시간을 끌기로 작정을 했군. 그게 소용이 있지는 않겠지만. 뭐, 나도 아직 9시간은 더 버텨야 하니.’


유리는 검을 똑바로 쥐고 가장 먼저 달려들었던 상대에게 쇄도했다.

그는 유리의 움직임에 황급히 자세를 잡았다.

이윽고 둘의 검은 부딪혔고 그로 인해 생겨난 충격파가 공간을 휩쓸었다.


“그럼 의식이 끝날 때까지 시간을 끌 수 있을지 한번 지켜보라고.”


유리는 다시 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아까보다 더 큰 충격이 찾아오자 그는 신음을 내뱉었다.


“이거 가지고 뭘 그리 힘들어해? 그러면 루테프 놈 목이나 따러 바로 달려간다?”

“어디서 감히 폐하의 성함을 함부로 입에 올리고 있나!”


그가 마나를 끌어 올리려 하자 쉴 새 없이 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 마나와 마나가 일어나는 충격파를 제외하곤 공간을 메꾸는 건 없었다.

유리는 상대가 무슨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끝을 내지 않고 조용히 검만 휘둘렀다.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되는 건가? 저러다 죽을 것 같은데.”


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한 남자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서서 뭐하게. 단장님을 죽인 시점에서 저자를 우리 힘으로 막을 수는 있을 것 같나?”

“그건 아니지만···. 저렇게 장난감 같은 취급을 당하고 있는 동료를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건가 싶어서 말이야.”

“참고 버티게. 시간을 끄는 게 우리의 목표지 않나.”


신음이 동료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저자가 시간을 끌수록 폐하의 입꼬리는 점점 올라가고 있을 거야. 그분께서 온전한 상태로 부활하시면 저런 것들은 자연스레 사라지게 될 거니 우리 일만 하자고.”


유리는 상대를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네. 자기들은 이런 취급을 당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유리는 힘겹게 버티고 있는 상대의 팔을 붙잡았다.


“이것도 버틸 수 있으면 버텨봐.”


그 말과 함께 어느새 검을 정리한 그는 상대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그의 얼굴이 뒤로 넘어가며 피가 튀고 이빨 몇 개가 빠져나와 땅에 떨어졌다.

상대의 검을 빼앗고 다시 주먹을 뻗었다.


“그렇게 뻗어있어서 되겠어?”


유리는 손에 묻은 피와 침은 닦지 않고 계속 얼굴에 주먹질을 했다.

얼굴이 피범벅이 된 상대에게서 무슨 소리가 들렸으나 무시하며 팔을 움직였다.

얼마 안 가 유리의 팔을 붙잡고 있던 손이 힘없이 땅으로 떨어졌다.


“후···.”


한숨을 깊게 내쉰 유리는 남은 적들을 바라보며 손을 털었다.


“이제 다음은 누구지? 내가 고르기 전에 먼저 나오는 게 어떨까 싶은데?”


그들에게서 나온 대답은 없었다.

숨소리조차 없이 그저 고요하기만 했다.


“말을 하든 안 하든 상관없어. 신경 쓰지도 않고. 전부 너희들보고 들으라고 하는 얘기는 아니니까.”


손에 묻은 피를 다 닦아낸 유리는 검을 뽑아 들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내가 지금처럼 너희들을 부숴버리는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를 거야.”


그는 천천히 남은 적들을 향해 한 발자국씩 걸음을 옮겼다.


“처음 몇 주간은 도저히 나오지 않는 너희들의 흔적을 찾는다고 갖은 고생을 했었지. 심지어 그다음이라고 해봤자 힘겹게 찾은 단서로 너희들의 그림자만 쫓아다니는 것 말고는 없었고 말이야.”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강대한 마나와 흉포한 살기가 공간을 가득 채우며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하지만 서쪽과 동쪽을 오가면서 결국에 단서라고 할만한 단서를 찾아냈지. 루테프라는 이름의 희대의 정신병자가 주술이라는 방법으로 정신 나간 일을 벌일 거라는 정보도 얻고. 상당히 유익한 시간이었어.”


유리뿐만이 아니라 그들에게서도 흉포한 기세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을 만들 만큼의 준비를 하기 위해 황도에 돌아가니 이게 뭐람. 그 상관의 부하 아니랄까 봐 어떤 정신 나간 놈들이 도로 가운데 떡하니 커다란 자루를 놔두지 뭔가?”


유리는 여태까지 몸을 숨겨준 로브의 줄을 풀었다.


“나는 황급히 달려가 그들의 목을 베고 자루를 풀어 안을 살펴봤지. 너희들은 그 안에 뭐가 들어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그들은 유리와 눈을 마주쳤으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유리는 귀기가 서린 눈으로 앞에 있는 이들의 모습을 하나씩 담으며 얘기를 이어갔다.


“그 안에는 눈이 파인 채 피눈물을 흘리는 데다 왼쪽 가슴에 어른 주먹만 한 크기의 구멍이 뚫린 내 딸아이가 들어있더라고.”


그는 들어 올렸던 주먹을 내렸다.


“사랑스럽던 내 딸이!”


마나가 담겨있는 그의 외침에 동굴이 울렸다.


“차가워진 주검으로 내 앞에 나타났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을 거라 생각하나? 별거 없었어. 그저 이게 현실이라고는 단 하나도 생각하지 않았지. 그래서 나는 그 악몽에서 깨어나기 위해 망설임 없이 목을 그었어. 왜냐? 그건 꿈이니까.”


그들과 거리가 가까워진 유리는 발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한 번으로는 꿈에서 깨어나지 않더라고. 딸의 시체가 또 눈앞에 나타났거든. 그래서 나는 꿈에서 깰 때까지 목을 그었지. 한 번, 두 번, 세 번···. 수도 없이 목을 그었지만 꿈에서 깨지는 않았어. 딸의 시체도 사라지지 않았고. 그제야 나는 그게 꿈이 아니란 걸 현실이란 걸 깨달았어. 너희들이 보기엔 어때? 내가 어떻게 보여?”

“정신이 나가버렸군···.”


유리의 앞에 선 남자가 낮게 읊조렸다.

유리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쉽지만 틀렸어. 정신은 그전에 나가 있었거든. 환각에 환청에···. 완전히 미쳐있었지. 하지만 그때부터는 제정신으로 돌아왔어. 다만 감정을 잃었지. 딸의 시체를 마주하고 있는데도 어떠한 감정도 들지 않았어. 화가 나거나 슬프거나 그런 감정들 전부 말이야.”


유리가 검으로 상대의 몸을 가볍게 쳐댔다.

하지만 그는 거친 기운과 분위기에 압도되어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어떠한 소리도 내지 못했다.


“나는 그 상태로 딸을 안고 전경이 좋은 곳으로 가 딸을 묻어주고 다시 움직였어. 너희가 알고 있는 데로 서쪽으로 가고. 그곳에서 너희들의 단장님을 죽이고. 그리고 다시 황도로 돌아온 뒤 지금은 이곳. 지금까지 내 이야기 어때? 감상평 좀 말해줘.”

“뭔 얘기를 듣고 싶은 거지···. 마땅히 떠오르는 얘기는 없는데···.”


그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적잖이 떨리고 있었다.


“무슨 얘기를 듣고 싶단 건 아니야. 참다가 결국 폭발한 거지. 나처럼 생활해봐. 죽고 살아나고 죽고 살아나고 그날이 시작된 날에 다시 눈을 뜨고 시간 개념이 사라지고. 너라면 어떨 거 같아?”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유리는 답을 들었다는 듯이 행동했다.


“그래. 이건 경험하지 않으면 몰라. 위로도 못 해줘. 심지어 나는 다른 이에게 토해낼 수도 없어. 얘기해봤자 미친놈 취급만 받을 테니까. 하지만 너희들은 알잖아, 그치?”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와···. 여태까지 쌓아둔 걸 다 토해내니까 마음이 편하네. 정신이 맑아졌어.”


유리는 다짜고짜 눈앞에 서 있는 상대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는 조금도 반응하지 못하고 유리가 휘두른 검에 목이 베이고 말았다.

그에 맞춰 나머지 인원들은 각자의 무기를 뽑아 들며 거리를 벌렸다.


“완전히 미쳤군.”


유리는 순식간에 그의 눈앞으로 쇄도하며 복부에 깊숙이 검을 찔러넣었다.

그의 몸은 자연스레 앞으로 쏠렸다.


“다 너희가 자초한 일이야. 너희가 마리아를 건드리지만 않았어도 내가 이럴 일은 없었어.”


유리는 힘을 주고 검을 옆으로 휘둘렀다.

복부의 반이 찢겨 지며 남자는 멀리 날아갔다.

귀기가 흐르는 유리의 눈이 남은 6명을 차례로 훑었다.


“너희도 편하게 죽을 생각하지마. 죄를 지었으면 그에 관한 책임을 져야지, 안 그래?”


유리는 제일 처음 눈에 들어왔던 이에게 쇄도했다.

하지만 상대는 그에 반응하고 검을 휘둘렀으나 몸을 틀어 가볍게 피해냈다.


“반항하지 말고 그냥 죽어.”


유리는 검을 휘둘러 상대의 팔을 베어냈다.

그가 서둘러 거리를 벌리기 전에 멱살을 잡고 끌어당겼다.


“어딜 가. 아직 안 끝났어.”


어깨에 검을 집어넣고 위로 그었다.

반이 잘려나가며 어깨가 덜렁거렸다.

유리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상대의 몸에 사정없이 검을 그었다.

그의 몸은 삽시간에 피범벅이 되었다.


“그래도 죽이진 않을게.”

“죽여줘···.”


유리는 그를 집어 던지고 나머지를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도 먼저 쓰러진 이들과 별다른 건 없었다.

똑같이 불구가 된 상태로 죽기 직전이 되어서야 그의 손에서 벗어났다.


“다들 기분이 어때?”


땅에 떨어진 검들을 주우며 숨만 겨우 쉬고 있는 이들을 벽으로 끌고 갔다.


“너희들 모두 마리아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는지 느껴봐.”


그들의 몸을 들고 배에 가로로 검을 집어넣고 벽에 박아 공중에 매달았다.


“으아아아!!”


넓은 공간 안에는 비명만이 가득했다.


“그대로 천천히 죽어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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