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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태진
작품등록일 :
2024.04.04 15:18
최근연재일 :
2024.04.18 18:30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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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5,963

작성
24.04.1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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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1화 코인판의 숨은 그림(1)

DUMMY

“누구시죠?”


도현준은 다소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진짜 진상 중의 진상이 저질러놓은 것을 정리한 상황이다.

몸도 힘들었지만 청소하는 시간 내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

구역질을 참느라 역류성 식도염이 생긴 것 같은 느낌까지 받았다.

남자는 그런 객실로 들어오려고 했다.


“잠깐 얘기 좀 나누었으면 하는데요.”

“잠깐만요. 일단 다른 곳으로 좀 가시죠.”


그리고는 정비와 환기를 마친 옆방으로 향했다.


“저를 아십니까?”


도현준의 물음에 남자는 마치 누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주위를 둘러보았다.


“몰래카메라를 찾으시는 거라면 안 그러셔도 됩니다. 저희가 매일 체크하거든요.”

“전······ 그게 아니라 주위를 보는 게 습관입니다.”

“그건 뭐 님의 사정이고, 전 지금 제 이름도 알고 제 직장도 아는 분의 신상을 좀 알고 싶은데요.”


그 말에 남자는 급하게 명함을 꺼냈다.


<B프로젝트 실장 김한주>


남자의 명함은 간단했다.


“전화번호도 없는 명함은 처음 보는데요?”

“저와 얘기가 잘 되면 그때 번호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매너가 없으시군요.”

“죄송합니다.”


너무나도 쿨한 김한주의 말에 도현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어떻게 안 겁니까?”

“그건 저의 제안을 들으시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실 겁니다.”

“본인 신분도 안 밝히는 분의 제안을 제가 들어야할 이유가 있나요?”

“저희가 판단했을 때는 도현준 님이 저희 프로젝트에 가장 적합한 분이셔서요. 결례인 것은 알지만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김한주는 그 말을 하며 머리를 숙였다.

도현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김한주에게 생수를 권했다.


“물에 이상한 걸 탄 건 아니니까 드세요. 나 혼자 물먹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그리고는 생수병을 비우는데 김한주가 입을 열었다.


“몇 시간 전에 도현준 님이 올리신 글을 본 후 그레이드 모텔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제 글이요?”

“코인 카페에 글을 올리셨더군요.”

“B가 비트코인이군요.”

“저희는 비트코인과 관련된 일을 담당하는 임시조직입니다.”

“흐흠.”

“한국에서 일할 공간을 찾던 중 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게 된 겁니다.”


그때 도현준의 눈앞에 단어 하나가 지나갔다.


<ETF>


“미국에서 ETF와 관련된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아는데, 그와 관련된 것인가요?”


그 말에 김한주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미국 언론에도 보도되지 않은 내용인데 아시는군요.”


도현준은 상대에 대한 대답을 건너뛰고 말을 이었다.


“미국의 ETF 관련된 회의를 한국에서 할 리는 없고,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곳의 ETF 회의를 하나 보군요. 미국과 그 나라의 중간쯤이 우리나라인 것 같고요.”

“하아, 제가 더 설명드릴 게 없네요. 맞습니다. 아시아 쪽의 회의를 위해 이곳을 찾은 겁니다.”

“여긴 그런 종류의 회의를 하는 데에 어울리는 곳은 아닌데요?”

“건물을 통째로 전세 낼만 한 곳이 여기밖에 없더군요. 도 대표님이 생각하는 것처럼 모텔이란 곳이 회의를 하기에 어울리는 장소도 아니고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가장 어울리지 않는 장소를 선택했다는 건가요?”

“네.”

“보아하니 비밀유지가 생명인 회의 같은데, 저를 뭘 믿고 말씀하시는 거죠?”

“도현준 대표님의 이력을 알아보았습니다. 여러 연구프로젝트를 담당하셨던데, 어느 정도 정보력이 있는 저희들도 그 주제조차 알 수 없더군요.”


이 말은 회의 주제도 새어나가지 않을 정도로 비밀유지를 잘했다는 의미였다.

이정도면 상대도 알만큼 안다는 뜻.

그럼 이제는 이번 회의를 통해 나와 모텔이 성장할 일만 남은 것이다.

도현준은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일정은 어떻게 되고, 몇 명 정도 오십니까?”

“그 말씀은 제 제안을 OK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아직 내놓지 않으신 것 같은데요?”

“아!”

“원하는 기간과 인원, 생각하신 금액을 말씀하세요.”

“모레부터 3박4일, 25명, 5천만 원입니다.”


김한주는 이 정도 금액이면 훌륭하다는 듯 어깨까지 으쓱하며 말했다.

반면 도현준의 표정은 담담함 그 자체였다.


“그동안 숙박과 식사까지 다 하신다는 말씀이시군요.”

“네.”

“내일 오후부터 비워드리죠. 대신 회의에 필요한 집기는 가져오시고, 식사 메뉴도 미리 정해주셔야 합니다. 서른 분으로 계산하고 1인 1실을 쓰시도록 준비해드리죠.”

“척하면 척이시네요.”

“그리고 저희가 원하는 금액은 1억 원입니다. 그 금액에 맞게 비트코인으로 주셔도 됩니다.”

“1억 원은 좀······.”

“저희는 4박5일 동안 저희 회원 출입도 막아야 하고 미리 계약한 단체 식사도 중단해야 합니다. 고객과의 약속을 어기게 되는데 1억 원은 큰 금액이 아닙니다.”

“······.”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시면 다시 연락을 주시죠. 보아하니 제 연락처도 아는 것 같은데.”


그 말을 끝으로 객실을 나가려는데 남자가 입을 열었다.


“1억으로 하죠.”

“비밀유지 각서가 필요하면 사인해드리죠. 그리고 우리 직원들은 오늘부터 모텔 밖으로 나가지 않겠습니다.”

“······!”

“비밀유지가 생명이라면서요? 아니면 모텔이 이 정도까지 해서 놀라신 건가요?”

“그보다 제가 하려고 했던 말을 다 하셔서 놀랐습니다.”

“뭘 이런 걸 가지고.”


도현준은 그 말을 하며 계좌번호와 코인 주소를 내놓았다.

예상대로 김한주는 비트코인을 보냈다.

그리고 도현준의 휴대폰에 본인 전화번호를 입력했다.


“오늘 밤까지 저희 쪽 식사 메뉴와 회의 시 필요한 장비 내역을 보내겠습니다. 여기서 준비가 안 되면 저희가 준비해도 되니까 부담은 안 가지셔도 됩니다.”

“그러죠.”

“내일 밤 12시에 뵙죠.”


내일 밤 12시에 온다는 건 준비 상황을 체크한다는 뜻일 터.

도현준은 씨익 미소를 머금었다.

연구소를 운영하며 비밀회의를 수차례 했었다.

그때도 정부와 외국 기업의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철저한 보안을 유지했었다.

그런 준비쯤은 껌이었다.


* * *


그날 밤, 도현준은 사무실에 최만석, 허동식, 김성광을 불렀다.

김성광은 헬스장에서 얼마나 무게를 쳤는지 근육통을 호소했다.

도현준은 정색을 한 채 입을 열었다.


“내일 오후부터 4박5일 동안 모텔 문을 닫아야 합니다.”

“······!”

“모텔이 망한 건 아니니까 겁 먹을 필요는 없어요.”

“휴우! 10년 감수했네.”


최만석의 말에 모두 표정을 풀었다.

처음 보는 도현준의 정색한 표정과 문을 닫는다는 의미심장한 말에 다들 잔뜩 긴장한 듯했다.

도현준은 여전히 정색한 표정을 한 채 말을 이었다.


“모레부터 3박4일 동안 우리 모텔을 전세 낸 분들이 있어요. 어떤 안건을 의논하기 위해 각국에서 관계자들이 오는 것 같은데, 그들의 회의 내용은 물론이고 우리 모텔에 묵는 것까지 전부 비밀로 해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 모텔을 선택한 것도 건물을 통째로 빌릴 수 있는 것과 비밀보장이 되기 때문이에요.”

“그럼 우리가 뭘 해야 하는데?”

“당장 오늘부터 그들이 나갈 때까지 퇴근을 할 수 없어요.”


도현준은 그 말을 하며 서약서를 내놓았다.


“만약 이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이번 일에서 빠지면 됩니다. 나는 그런 것 가지고······.”

“에이! 우릴 뭐로 보고.”


그 말과 함께 최만석은 사인을 했다.

그러자 허동식과 김성광도 사인을 했다.

아마도 이들은 최만석이 사인을 해서 따라서 한 것 같은데, 눈빛을 보니 ‘비밀회의’라는 것에 첩보영화의 어떤 것을 기대하는 것 같았다.

도현준은 더욱 냉정하게 말했다.


“다들 사인했으니까 본격적으로 말하겠습니다.”

“······.”

“내일 밤 우리 모텔을 빌린 관계자가 올 겁니다. 아마 그는 우리의 준비상황을 체크할 텐데, 여러분은 그분과 나눈 대화는 물론이고 그분의 말투와 얼굴까지 기억에서 모두 지워야 합니다.”

“······!”

“모레는 각국에서 회의에 참여할 사람들이 모여들 테고, 그들은 우리 모텔에서 회의와 숙식을 모두 해결할 거예요.”

“그럼 그 사람들의 식사까지 다 준비해야하는 거냐? 아니, 건가요?”


최만석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도현준은 허동식을 바라보았다.


“1시간쯤 후면 그쪽에서 메뉴가 올 거예요. 그대로 준비해주면 되는데, 식재료는 오늘 준비해야 할 겁니다.”

“제가 나갈 수 없으니까 퀵배송을 시켜야겠네요?”

“네. 일단 식빵과 베이글, 크루아상, 베이컨 등 아메리칸블랙퍼스트와 프랑스식, 중식, 일식 조식을 준비해주세요. 스테이크와 갈비찜과 불고기 재료, 궁중떡볶이와 어묵탕 같은 분식 재료도 주문하시고요.”

“네.”

“또한 우리나라 소주와 맥주, 위스키, 와인을 준비하고 우리 생수와 프랑스 생수, 각종 커피와 티, 술을 준비해야 하는데, 세부 내역은 내가 따로 적어줄게요. 아! 이번 기회에 생맥주와 바비큐 기계도 주문하죠.”

“넵.”

“밀키트와 즉석요리 식품도 주문해주세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알겠습니다.”


이후에도 메뉴 관련 설명을 한참 한 후 도현준은 김성광을 보았다.

김성광은 이미 긴장을 한가득 안고 있는 상태였다.


“성광 씨는 객실 정비 전에 각 린넨류와 타올, 어메너티를 준비하세요. 4박5일 동안 세탁소도 오지 못할 테니까요.”

“아!”

“룸을 정비할 때 공기청정기도 점검하고 몰카와 녹음기 유무도 체크하세요. 그리고 각 객실의 디퓨저도 다 빼세요.”

“네.”

“정비 후에는 객실에 3박4일분의 린넨과 타올, 어메너티를 넣으세요. 아마 그들은 자기들이 묵을 동안 객실을 정비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겁니다.”

“그럼 방이 더러워질 텐데요?”

“비밀회의를 하러 오는 사람들은 원래 자기 객실에 사람을 들이지 않아요.”

“아!”


이후 세세한 것까지 더 알려준 후 최만석을 보았다.

최만석은 이미 휴대폰의 노트 기능을 켜놓은 상태였다.


“최 이사님은 가장 중요한 것을 해주셔야 해요.”

“뭔데······ 요?”

“여러 렌트카 회사에서 용달차를 각 1대씩 렌트해주세요. 일단 스무 대를 준비하고 더 필요하면 말씀드릴게요.”

“렌트를 용달로 하라고요? 왜?”

“우리 모텔 주변 CCTV에 혼선을 줘야 할 것 같아서요.”

“아무리 그래도 용달은 좀······ 알았어요.”

“그리고 레스토랑 룸에 방음 시설을 설치해주고 모텔로 들어오는 인터넷도 끊어버리세요.”

“비밀회의가 대단하긴 하네. 근데 그동안 우리 레스토랑 장사는 어떡해······ 요? 이젠 단골까지 생겨서 며칠 동안 장사를 안 하면 타격이 클 것 같은데.”

“레스토랑은 운영할 겁니다.”

“모텔 문을 닫는다며······ 요?”

“맞은편 건물 2층에 뷔페식당이 비어 있잖아요. 테이블이랑 주방 기물도 다 그대로인 것 같고요.”

“설마 그쪽에서 고객을 받자고······ 요?”

“네.”

“우린 다 못 나간다면서요?”

“우린 당연히 못 나가죠. 근데 이사님 주변에 손맛 좋고 손님 100명 정도는 거뜬한 분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마침 함바식당을 그만두시기도 했고.”

“서, 설마 우리 엄마?”

“아무리 특별한 고객이 온다고 해도 단골고객을 빼앗길 수는 없잖아요? 어머니께서 이번에 잘해주시면 모텔 조식을 맡기는 것도 고민해볼게요. 앞으로 동식 씨는 중식과 석식에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아서요.”

“과연 우리 엄마가 할까? 요즘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다고 난리인데.”


최만석은 머리를 갸웃거리며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도현준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그레이드 모텔에서 뷔페를 시작하자 인근 식당들이 타격을 받았다.

그중 가장 크게 타격받은 곳이 바로 최만석의 어머니께 맡길 그 뷔페였다.


그곳은 임차인도 구하지 못한 채 사업을 접었는데, 도현준은 그것을 보며 그레이드 모텔 전문 뷔페식당을 계획했었다.

이후 모텔 레스토랑은 단품요리 쪽으로 종목을 바꿔서 술을 함께 팔 생각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모텔이 문을 닫으면서 모텔을 둘러싼 소문이 돌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럼 모텔에 출입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둘 수 있는데, 그럴 때 뷔페식당을 운영하면 모텔이 내부 수리 중이라는 소문이 자연스럽게 퍼지게 된다.

렌트카로 트럭을 준비한 것도 공사 차량으로 위장하기 위함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일만 잘 마무리하면 그레이드 모텔은 코인이나 금융, 정보업계의 비밀회의에 가장 적합한 장소가 될 것이다.

그쪽 업계만큼 좁은 곳도 없고 신의를 중요시하는 곳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 나중을 위해서라도 여러 영업장소와 루트를 개발해야 했다.

도현준이 주변 공터부지 매입을 생각할 때 통화를 마친 최만석이 다가왔다.


“현준······ 아니 도 대표. 우리 엄마 속에 들어갔다 나왔어?”

“하신다고 하죠?”

“일을 하고 싶어서 근질거리셨다면서, 나한테 태어나서 처음으로 효도한다고 하시던데?”

“대신 절대 비밀입니다.”


도현준의 말에 최만석은 충성맹세를 하듯 말했다.


“넵! 알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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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더러운 진상들 24.04.15 115 5 12쪽
9 9화 내 집 같은 마음으로 24.04.14 118 5 12쪽
8 8화 모델 최만석 24.04.13 141 6 11쪽
7 7화 때론 혼자만의 공간도 필요해요 24.04.12 152 6 11쪽
6 6화 희한한 모텔 24.04.11 170 5 11쪽
5 5화 모텔 서비스는 이런 거야 24.04.10 192 6 13쪽
4 4화 리모델링 24.04.09 207 5 10쪽
3 3화 그레이드 모텔 24.04.09 239 4 11쪽
2 2화 라떼 금수저 24.04.08 302 6 12쪽
1 1화 상속자 24.04.08 403 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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