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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워치로 슬기로운 세계경영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태진
작품등록일 :
2024.04.04 15:18
최근연재일 :
2024.04.18 18:3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2,262
추천수 :
74
글자수 :
65,963

작성
24.04.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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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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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화 그레이드 모텔

DUMMY

도현준은 어떻게 걸음을 옮겼는지도 모를 정도로 빠르게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바로 휴대폰을 들었다.


“형.”

[설마 너 아직도 거기냐?]

“어떻게 알았어요?”

[내가 너를 모르냐? 내일 갈 테니까 아무것도 손대지 말고 있어.]


최만석은 시크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도현준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아 왜?]

“내 말 잘 들려?”

[들리니까 대답했지. 너 혹시 흥분한 거냐?]

“무슨 소리야?”

[건물 받았다고 흥분한 것 아니냐고! 너, 돈 벌면 내 돈부터 갚아야 한다. 앞으로 발생할 이자는 카드론 이자보다 조금만 더 받을 테니까······.]


도현준은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최만석이 이자 타령을 하는 걸보니 지금 이 상황이 이세계나 게임 속 세상은 아닌 것 같았다.


“돈, 돈, 돈! 진짜 너무 하네.”


도현준은 평소의 최만석을 생각하다 다시 얼음이 되었다.

휴대폰을 손에 들고 서있는 지금 내 모습에 기시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도망치듯 나왔던 그 자세와 현관에서 뒤를 돌아보던 포즈 모두 필름처럼 지나갔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도대체 내가 뭘 본거지?”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다. 지금은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싶지가 않았다.

도현준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퍼지는 소름을 간신히 잠재우며 집으로 향했다.

그렇다고 잠을 잘 수도 없었다.

물 한 방울도 마실 수 없었다.

결국 도현준은 밤을 꼬박 새고 말았다.


* * *


다음날 아침, 도현준은 붉은 눈을 한 채 모텔로 향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최만석은 건물로 다가오는 도현준에게 커피를 건넸다.

그의 눈빛에는 그새를 못 참고 쓰레기를 치웠냐는 질타가 담겨있었다.


“다 두라니까. 이걸 혼자 다 하려고 한 거냐?”

“일단 1층만 치워본 거예요.”

“그런데 진짜로 현금은 안 준다는 거야? 그럼 상속도 돈을 벌어서 받아야 해?”

“상속세는 그 현금으로 처리한답니다. 모텔도 6개월 안에 정상화해야 제 명의로 된다네요. 정상화한 후에도 최소 5년 동안은 운영을 해야 하고요.”

“네 당숙이라는 분, 보통 깐깐한 게 아니었나 보네. 너희 아버지는 그렇게 깐깐한 분은 아니셨잖아? 그래서 그 공신들한테······.”

“형, 투자할 겁니까?”

“뭘? 설마 여기에?”

“제가 돈을 벌어야 형 돈도 갚을 것 아니에요? 오늘도 이자가 자랄 텐데 리모델링을 해야 돈을 벌죠. 설마 이 상태로 돈을 벌라는 건 아니겠죠?”

“이 상태로 벌든, 리모델링을 하든 그건 네가 결정······.”

“형, 빨리.”

“뭘?”

“입금하라고요.”

“설마 돈?”

“아니면 형이 아는 건설업자를 부르던가요.”


도현준은 그 말과 함께 그의 휴대폰을 빼앗았고, 전화번호 리스트에서 건설 쪽 사람을 찾아서 전화를 걸어버렸다.

그리고는 최만석의 귀에 휴대폰을 대주었다.

최만석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통화를 시작했다.


“김 사장, 여기 서울과 성남 겹치는 곳인데, 내가 건물을 하나 뜯어고쳐야겠어. 아니, 내 건물은 아니고······ 뭐라고? 선금? 이 양반이 의리로 국을 끓여 드셨나? 내가 돈을 뜯어냈으면 뜯어냈지, 돈 떼어먹는 것 봤어? 그러니까 나만 믿고······.”


그렇게 한참 통화하던 최만석이 전화를 끊고 도현준에게 다가왔다.

심상치 않은 눈빛이었다.

도현준은 선수를 쳤다.


“형은 사채업자가 되어서 그렇게 허술하면 어떡해?”

“뭐어?”

“형 휴대폰 그거, 햇볕에 비추니까 패턴이 다 보이던데? 그러니까 액정을 좀 닦던가 패턴을 좀 바꾸던가. 응?”


도현준은 그 말을 하며 최만석의 몸을 떨어지기 일보 직전인 현관문 안으로 밀어버렸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모텔을 제대로 운영해보고 싶었다.

어렸을 때처럼 금수저 도련님이 되고 싶다는 것은 아니었다.

사업가의 아들로 태어나 제대로 사업을 해보기는커녕 뒤치다꺼리만 했었다.

이런 모습을 아버지는 물론이고 형도 좋아하지 않을 터.

이젠 아버지와 형이 못다 이룬 꿈을 이뤄내고 싶었다.

도현준은 심장이 뛰는 게 느껴졌다.

지금 이곳이 아버지가 후속 사업으로 계획하셨던 특급호텔은 아니지만, 모텔과 호텔은 한 끝 차이다.

모텔도 호텔처럼 세계적인 체인이 될 수도 있는 거고, 거대 리조트그룹처럼 골프장과 테마파크 같은 부대시설을 둘 수도 있는 거다.

또 호텔과 모텔 같은 숙박업소는 어음이나 채권이 아닌 현금이 도는 곳이다.

기발한 기획력에 그럴싸한 외형, 재미있는 서비스만 갖추고 있으면 그 누구보다 더 많은 돈을 만질 수도 있다.


“뭐든 하면 되는 거야! 그깟 귀신같은······.”

“너 뭐라고 했냐? 설마 여기 귀신도 나오냐?”

“귀, 귀신은 무슨. 귀신이 나올 것처럼 엉망이라는 거지.”

“그, 그렇지?”

“내가 커피 사올 테니까 형은 지하부터 돌아봐. 1층은 내가 다 봤으니까.”


도현준은 그 말과 함께 건물을 빠져나왔다.


* * *


도현준이 커피를 들고 지하로 향했을 때, 최만석은 이미 지하에 있던 쓰레기들을 한쪽으로 모으고 있었다.

최만석이 커피를 빼앗으며 말했다.


“난 네가 커피콩을 심는 줄 알았다.”

“혹시 이상한 것 못 봤어?”

“혹시 이런 것?”


최만석은 그 말을 하며 발로 무언가를 툭툭 찼다.

마치 유물처럼 굳어버린 인형이었다.


“와 씨!”

“나도 사람인 줄 알았지 뭐냐. 그런데 이런 것까지 있는 걸 보면 여기가 모텔은 맞나보다. 아니면 네 당숙 취향이 이쪽이던가.”

“이런 거 말고 영상이나 필름처럼 보이는 건 없었어?”


도현준은 어젯밤에 자신이 봤던 현상을 얘기한 건데, 최만석은 다른 뜻으로 생각한 것 같았다.


“필름? 너 정말 여길 연인들의 아지트로 만들 생각인 거냐?”

“뭐래?”

“그게 아니면 뭔데? 너 밤새 어떻게 하면 여길 좋은 모텔로 만들 것인가만 생각한 모양인데······.”

“그래야 형 돈도 갚을 것 아니야? 난 그게 먼저인데 형은 모텔 운영이 먼저인가 봐? 솔직히 말해봐. 형도 여기가 탐나지?”

“뭐?”

“사채업자도 할 만큼 했고 돈 받으러 다니는 것도 지겨울 것 아냐? 리모델링 비용 대고 수익률 20%. 어때?”

“그러니까 리모델링 비용은 내가 다 부담하고, 1억 벌면 2천만 원만 가져간다는 거지?”

“플러스 알파로 이사 명함 하나 파줄게. 이젠 형도 사채업자가 아니라 정정당당한 모텔 이사야.”

“이게 어디서 약을 팔아.”

“왜!”

“말만 리모델링이지 신축 건물을 지을 만큼 투자하고 겨우 20%만 가져가라고? 그리고 난 이미 대표야. 그깟 이사는 진즉에 졸업했다고!”


이후에도 두 사람은 티격태격했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은 부지런히 움직였고, 해가 질 무렵에는 지하의 쓰레기는 거의 다 치워졌다.

최만석은 환해진 지하를 둘러보며 말했다.


“여긴 아무래도 연회장이거나 게임장이었던 것 같은데. 준! 네 당숙께서 제법 큰 사업을 하신 것······.”


최만석은 갑자기 말을 멈췄다.

주위를 돌아보는 도현준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도현준은 주위를 보며 계산을 하고 있는 듯했다.

이곳을 어떻게 개발하고 어떻게 홍보하며 어떻게 운영할 건지를.

점점 더 날카로워지는 눈빛은 새로운 사업 거리를 앞둔 사업가 같았다.

어떻게 보면 먹잇감을 눈앞에 둔 승냥이 느낌까지 났다.

최만석이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설 때, 도현준이 입을 열었다.


“그레이드 모텔.”

“뭐?”

“우리 형 이름 끝 자 수와 내 이름 끝 자 준을 합치면 수준이야. 난 모텔업계 수준 자체를 끌어올릴 거야.”

“그럼 그레이드는? 혹시 수준이 영어로 그레이드인가?”


최만석이 휴대폰으로 검색을 해보려는데 도현준의 말은 계속되었다.

“100객실이면 호텔급이야. 하지만 모텔이면 할 수 있는 게 더 많지. 호텔에선 할 수 없는 대실, 장기숙박, 파티, 배달음식, 격식 없는 레스토랑, 바비큐, 캠핑, 장기주차 같은 게 다 돼. 무인 시스템도 가능하고.”

“넌 그런 걸 언제 다 연구했냐?”

“형, 모텔 체인은 어때?”

“그런 것도 있냐?”

“형은 앞으로 모텔체인그룹 이사가 될 거야.”

“······!”

“나한테 5천만 원만 입금해봐.”

“뭐어?”

“내일 5천5백만 원으로 돌려줄게.”

“너 만약······.”

“내가 사라지면 이 건물은 형이 알아서 해. 대신 투자가 아니니까 형에게 줄 수익은 없어.”


도현준은 그 말을 하고 휴대폰을 들었다.


“변호사님, 이 건물 상속세는 제가 받을 현금으로 처리한다고 하셨죠?”

[상속을 받기로 결정하신 겁니까?]

“지금 이 시간부로 상속을 시작해주시죠.”

[알겠습니다.]

“통화하신 김에 증인도 좀 서주시고요.”

[어떤 증인을 말씀하십니까?]

“최만석 씨가 제게 5천만 원을 입금할 겁니다. 저는 24시간 후에 5천5백만 원을 갚을 거고요. 단 1분이라도 지체할 시, 이 건물 상속자는 제가 아니라 최만석이 될 겁니다.”

[돈 거래의 증인이 되라는 건가요?]

“네.”

[도현준 님의 상속을 다른 분께 넘길 수는 없습니다.]

“상속 의사를 밝히는 즉시 건물에 대한 권리도 갖는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요?”

[······.]

“지금 이 통화만으로도 증인 효력은 충분할 것 같은데, 아닌가요?”

[녹음을 하셨다면 그렇습니다.]


통화를 끝낸 도현준은 최만석을 바라보았다.

최만석은 군소리 없이 바로 5천만 원을 입금했다.

도현준이 건물을 나설 때 건설업자로 보이는 사내가 건물로 들어섰다.

하지만 도현준에게는 지금 그들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커피를 가지고 지하로 향했을 때는 어떤 것도 보이지도, 느끼지도 못했다.

그래서 어제의 그 현상이 피곤함과 놀라움에서 비롯된 이상 현상인 줄 알았다.

그런데 쓰레기를 거의 다 치우고 워치를 찼을 때부터 필름과 같은 영상이 지나갔다.

쓰레기를 모으는 것과 통화하는 것, 최만석이 입금을 위해 휴대폰을 만지는 것까지.

처음부터 다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시간에 따라 차근차근 영상이 지나갔다.

마지막에는 찰나로 지나갔지만, 주식거래 영상이 보였다.


“내 눈이 증강현실처럼 되어버렸나?”


도현준은 다시 눈을 깜빡였다.

그러자 택시에 탄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약 1분 후, 정말로 택시가 섰다.


집에 귀가한 후 도현준은 워치를 풀었다가 찼다를 반복했다.

워치를 풀었을 때는 아무리 눈을 깜빡여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반면 워치를 차고 눈을 깜빡이면 필름처럼 영상이 지나갔다.

워치를 두드리면 조금 전의 영상이 반복되기도 했다.


“일단 해보자.”


결심을 굳힌 도현준은 휴대폰을 들었다.


잠시 후, 도현준의 휴대폰 액정에는 주식 거래창에 이어 코인을 거래하는 화면이 떠있었다.

그날 밤, 뉴스채널 하단에 속보성 기사가 지나갔다.


-미국 2차전지 스타트업 주식과 유명 알트코인, 알 수 없는 이유로 급등.

-유명 알트코인 1시간 동안 무려 25배 급등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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