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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태진
작품등록일 :
2024.04.04 15:18
최근연재일 :
2024.04.18 18:30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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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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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5,963

작성
24.04.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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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화 내 집 같은 마음으로

DUMMY

모델 최만석 효과는 대단했다.

그의 근육질 체형 때문만은 아니었다.

위에서 물이 쏟아질 때마다 잘 단련된 그의 근육이 바로 반응했기 때문이었다.

최지영 회원은 그 영상을 보며 탄성을 터트렸다.


“그러니까 내 룸에서 스파를 나 혼자 받을 수 있다는 거죠?”


도현준은 아주 정중히 대답했다.


“네. 어깨가 뭉치면 어깨만 집중 마사지를 받으시고, 허리가 아프시면 허리에 물줄기가 집중될 겁니다. 예약만 해주시면 저희와 연결된 관리사를 보내드리기도 하고, 회원님께서 직접 관리사를 부르셔도 됩니다.”

“호텔에서 받을 때는 다른 사람도 공유하는 기구라서 찜찜했는데 이건 나 혼자 사용하는 거잖아요. 호텔처럼 미리 예약하지 않아도 되고요.”

“그게 최대 장점이죠.”

“솔직히 호텔은 아무리 회원이어도 마사지를 한 번 받을 때마다 너무 많은 돈을 내야 해요. 그렇다고 원하는 시간에 예약이 된다는 보장도 없고요.”

“예약을 어기면 페널티도 있죠.”

“맞아요. 호텔 자존심 때문인지는 몰라도 회원이라고 해서 봐주는 법이 없어요. 솔직히 우리처럼 사업하는 사람은 언제 일이 터질지 모르는데 말이에요.”

“저희 회원 자격을 유지하시는 동안은 아무 때나 원하실 때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겁니다.”


도현준의 말에 최지영이 눈을 반짝거렸다.


“혹시 평생 회원도 있나요?”

“그건 저희도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왜요?”

“회원님은 1호 회원이셔서 저희가 특별 혜택을 적용한 겁니다. 그리고 저희 입장에서는 회원이 너무 많으면 매출에 타격을 입습니다. 기존 회원이 이용하기에 불편한 점도 있을 거고요. 그래서 적정인원만 받고 회원모집은 마감하려고 합니다.”

“그건 그렇겠네요.”


최지영은 도현준의 말에 다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최지영은 최만석이 진행하는 객실 안내를 받았다.

대부분은 호텔에서 이용해본 시설이고 어메너티여서 그런지 고개만 끄덕이고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객실 안내가 끝날 쯤, 최지영이 은근슬쩍 최만석의 몸을 훑어보았다.


“왜, 왜 그러십니까, 회원님?”


최만석이 몸을 배배 꼬는데 최지영은 최만석의 주위를 돌며 그의 앞과 뒤를 샅샅이 훑었다.

그러자 최만석의 몸은 더욱 꼬였고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다.

이건 최만석이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

만약 최지영이 남자였으면 이미 최지영의 눈에 손가락이 꽂혔을 수도 있었다.

최만석이 최대한의 인내심으로 간신히 참고 있는데, 최지영이 세상 해맑은 표정을 한 채 물었다.


“물 마사지를 받을 때 어디가 가장 아프던가요?”

“······네?”

“호텔에서 받았던 기구보다 여기 있는 게 수압이 더 센 것 같아서요. 혹시 멍이 들진 않았나요?”


그 말에 최만석의 표정은 바로 풀렸다.

최지영이 엉큼한 생각을 하는 것으로 오해했었기 때문이었다.

최만석은 오해를 푼 것으로 끝내지 않고 직접 자기 몸을 가리키며 설명을 시작했다.


“제가 요즘 어깨 통증이 있었는데, 처음엔 좀 자극이 되었다가 나중에는 통증이 풀어지는 것을 느꼈어요.”

“아!”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도 더 부드러워진 것 같고, 허리는 좀 더 받고 싶을 정도로 수압이 좋았어요. 나중에는 잠을 자고 싶더라니까요.”

“어머!”

“아마 회원님은 저보다 근육이 더 적어서 처음에는 1단계부터 사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엉덩이에 근육이 많아서 엉덩이 쪽은 3단계부터 시작했어요. 한 번 보시겠어요?”


최만석은 그 말을 하며 자기 엉덩이를 두드리기까지 했다.

이후 최만석과 최지영은 신체 세부까지 얘기하며 대화를 진행했다.

누가 보면 침을 놓기 전 한의사의 진맥처럼 보일 정도로 둘은 진지하고 세세하며 긴 대화를 나눴다.

대화를 끝내고 최지영은 친구를 불렀다.

최지영은 친구에게 객실 투어를 시켜준 후 입을 열었다.


“우리 부부 전용 객실이야. 어때?”


잠시 후, 그 친구는 도현준을 찾았다.

그녀는 도현준을 보자마자 본론을 꺼냈다.


“바로 회원이 될 수 있을까요? 딱 지영이 객실처럼만 만들어주시면 돼요. 계좌 불러주시면 1억 5천 바로 입금할게요.”

“죄송하지만 당장은 어렵습니다.”

“왜요?”

“저희가 회원모집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해서요. 최지영 회원님이 말씀하지 않으신 것 같은데, 최지영 회원님은 저희 모텔 첫 고객이어서 할인을 받으신 겁니다. 룸서비스 할인도 더 받으신 거고요.”

“모텔에서 룸서비스까지 해줘요?”

“분식부터 스테이크, 랍스터, 한정식, 참치 해체쇼까지 원하시는 모든 게 다 가능합니다.”


그 말에 여자는 탄성을 터트렸고, 최지영의 잘난 척과 어깨뽕은 더 높이 솟았다.


* * *


그날 저녁, 도현준은 레스토랑 문을 더 빨리 닫았다.

객실 룸서비스도 일찍 마감시켜버렸다.

모텔 오픈 후 처음으로 회식을 하기 위해서였는데, 직원들은 외부로 나가자는 도현준에게 레스토랑을 활용하자고 했다.

그 덕에 레스토랑 한쪽에는 삼겹살과 술이 놓였고, 최만석, 허동식, 김성광은 도현준이 자리하기 전부터 고기를 구웠다.

도현준은 모두와 건배를 한 후 말했다.


“우리 만석이 형 진짜 고생 많았어. 최지영 회원이 친구까지 데려온 건 형의 그 세심한 설명 아니었으면 안 되었다니까!”

“이제야 내 진가를 알아보는구나. 허허허!”


최만석은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술잔을 받았다.

그러자 최만석이 데려온 허동식과 김성광의 표정도 한껏 밝아졌다.

도현준은 그런 그들에게 술과 고기를 양껏 먹였고, 모텔 오픈 이후 처음으로 마음껏 술을 즐겼다.

어느새 소주 15병과 삼겹살 25인분이 바닥날 즈음, 도현준이 입을 열었다.


“다들 알겠지만, 우리 모텔이 다른 모텔과는 좀 다르잖아요.”


최만석이 술이 거하게 오른 붉은 얼굴을 한 채 물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냐? 아니지. 대표님, 무슨 의도로 말하시는 건가요?”

“모텔이든 호텔이든 객실 가동률이 높아야 하는데, 우리 모텔을 찾는 고객은 인근 직장인들이 많아서 아침과 낮에는 비어있는 객실이 많아요. 그래서 말인데, 나부터 낮에 이용할 수 있는 고객을 찾아볼까 해요. 예를 들어 청춘남녀가 많이 모이는 동호회 같은?”

“언제는 비즈니스 모텔을 지향한다며······ 요?”


최만석은 허동식과 김성광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사적으로는 형, 동생 하는 사이여도 공적으로는 대표와 이사 사이라는, 그러니까 공과 사를 구분하고 싶은 듯했다.

도현준은 그런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우리 모텔 모토는 당연히 비즈니스 모텔인데, 그렇다고 객실을 놀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난 우리 모텔을 비즈니스 모텔 겸 동호회의 천국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알아보니까 요즘 동호회 활동은 주말에만 하는 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난 우리 직원들의 휴일을 하루는 주말, 하루는 주중으로 했으면 하는데, 다들 어떻게 생각해요?”


모텔이 오픈하고 아직 한 달도 안 된 시점이다.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1주일에 하루만 쉬었고, 도현준은 휴일근무수당을 1.5배로 주었다.


“그럼 직원들이 쉴 때는 누가 일하는데······ 요?”

“알바를 더 채용하면 되죠. 알바로도 안 되면 우리 동식 씨와 성광 씨 부하직원을 채용할 거예요.”

“아!”

“그리고 이건 우리 모텔만의 직원복지 차원인데, 난 우리 직원들이 쉴 때 건강관리를 좀 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탁구, 테니스, 골프 같은 레저 활동도 좋고 산을 타는 산악회면 더 좋고요. 난 동호회 회비와 함께 활동비도 다 내줄 생각입니다.”

“대표님, 그 말 진짭니까?”


허동식이 드디어 반응을 보였다.

도현준은 허동식과 김성광 쪽으로 몸을 틀며 말을 이었다.


“만약 동호회를 우리 모텔에 유치해오면 그들이 쓰고 간 매출의 5%를 인센티브로 줄 거예요.”

“대표님, 그 말 진짠가유?”


이제는 김성광도 반응을 보였다.

그의 입에서 사투리가 나온 걸 보면 이건 찐이라는 뜻이다.

도현준은 두 사람을 더 가까이 붙게 한 후 말을 이었다.


“만약 여러분이 탁구나 산악회에 가입했어요. 운동과 산행이 끝난 후 어딜 갈까요?”

“당연히 밥을 먹으러······.”

“맞아요. 식사를 해야겠죠. 그런데 그들이 식사만 할까요? 술도 마시고 노래방도 즐기고 다 할 거예요. 자주 만나야 한 달에 한두 번이고 이미 운동과 산행으로 친해져있는 상황인데 술이 빠지면 어떨까요?”

“당연히 섭하쥬.”

“만약 그중에 연인 사이가 있으면?”

“그럼 방을 잡아서 고고 해야쥬.”


김성광은 그 말을 하며 뭔가 깨달은 것처럼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런데 입을 여는 건 허동식이 더 빨랐다.


“그럼 동호회가 먹은 밥값과 술값, 방값까지 다해서 5%를 주신다는 건가요?”

“50명 동호회면 평균 식사비와 술값만 해도 3백만 원 정도는 나오더군요. 그중 몇 커플이 대실이나 숙박까지 한다면 수십만 원을 더 쓰겠죠? 그럼 한 번 모임을 유치할 때마다 수십만 원은 가볍게 챙길 것 같은데요.”


도현준은 그 말을 한 후 술잔을 들려고 했다.

그때 허동식이 급히 손을 들었다.


“첫 번째 인센티브는 제 겁니다!”

“······!”

“제가 속한 골프 동호회가 돈을 좀 쓰거든요.”

“얼마나 쓰는데요?”

“한 번 모일 때마다 적어도 5백만 원 정도요. 대신 와인과 위스키를 좀 준비해주셔야 해요.”

“그거야 뭐.”

“사장님, 그게 끝이 아니에요. 우리 모임에는 부부, 연인도 있는데 모임에서 눈이 맞은 불륜도 꽤 돼요. 그들이 비밀스럽게 올라갈 통로만 있으면······.”

“동호회가 주차할 공간과 입구를 별도로 만들려고 해요. 식사도 직장인들과 구분되게 지하를 활용할 거고요.”


그 말에 최만석이 크게 외쳤다.


“준이 너! 아니야. 도 대표, 지하를 뒤집어엎게······ 요?”

“언제까지 저대로 둘 수는 없잖아요.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죠. 회원도 더 받아야할 것 같고요. 그래서 지하를 연회장으로 만들까 해요.”

“연회장이면 혹시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게임도 즐기는······?”

“직장인들 연말 회식 공간으로도 이용하고 파티도 즐기게 될 거예요. 옥상에는 루프탑을 설치할까 하는데 다들 어떻게 생각해요?”

“우리 준이 돈독이 올랐구나!”


최만석이 탄성을 지를 때 도현준은 김성광에게 헬스와 탁구 동호회를, 허동식에게는 테니스 동호회를 들게 했다.

그리고 은밀하고 찐한 눈빛을 한 채 최만석을 바라보았다.


“왜, 왜 그래······ 요?”

“형, 이번 기회에 산을 좀 타보는 건 어때?”

“산?”

“동호회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산악회잖아. 중년들의 로망! 중년들의 워너비!”


도현준은 그 말을 하며 미리 준비해둔 최고급 등산복과 등산화를 건넸다.

허동식과 김성광에게는 필요 비품을 사라며 돈을 입금했다.

잠깐 넋을 놓은 것 같던 최만석이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너 진짜 날 어디까지 이용할 셈인 거야?”

“이 기회에 형 몸도 좋아지고 좋잖아.”

“헐!”

“형 계좌에 꽂힐 인센티브를 생각해봐. 어차피 술 마시고 노는 것, 매출도 올리고 인센티브도 받으면 얼마나 좋아!”

“너······!”

“모텔을 내 집 같은 마음으로, 응?”


그 말에 최만석은 말이 막힌 듯 어이없는 웃음을 머금었다.

잠시 후, 최만석은 통화를 시작했다.


“네 주위에 동호회들부터 수배해봐. 그중에 내가 가입할만 한 산악회가 있는지도 알아보고. 그리고 너희들 회식은 앞으로 우리 모텔에서 하는 거야! 다른 데서 했다는 말이 들리면 너와 나의 20년 의리는 없는 거야!”


그것을 보던 도현준이 씨익 미소를 머금는데 순간 한 이미지가 눈앞을 지나갔다.

코인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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