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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워치로 슬기로운 세계경영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태진
작품등록일 :
2024.04.04 15:18
최근연재일 :
2024.04.18 18:30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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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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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5,963

작성
24.04.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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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5화 모텔 서비스는 이런 거야

DUMMY

약 열흘 후.

도현준은 오랜만에 양복을 꺼내 입었다.

지금까지 1층은 거의 다 정리된 상황으로, 약 한 달쯤 후면 2층과 3층 정리도 끝날 예정이었다.

물론 신축 모텔처럼 화려하게 꾸밀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현재 가지고 있는 자금이라면 인근 건물들과 어울릴 정도는 꾸밀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정도면 지금 세워놓은 운영계획을 수행하기에 크게 무리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가구와 가전, 레스토랑과 주방 기물 등도 아껴서 사용하면 대략 맞춰질 것 같았다.

덕분에 최만석과 함께 수도권 리퍼 가구와 식당용 기물 판매상을 운동화 밑창이 닳도록 돌았다.

그래서인지 거울 속 모습이 살도 쏙 빠지고 까무잡잡해진, 제법 샤프해보였다.


“좀 괜찮네.”


도현준은 슈트를 갖춰 입은 후 시계를 보았다.


<파텍필립>


이건 아버지부터 형까지 이어졌던, 어떻게 보면 유물과도 같은 시계였다.

지금 입고 있는 옷도 아버지가 대학 입학 기념으로 사주신, 아르마니 양복과 디올 셔츠였다.

구두도 페레가모였고 넥타이핀 중앙에는 1캐럿 다이아몬드가 박혀있었다.

아버지는 이것을 사주시면서 남자가 사업을 하려면 제대로 된 양복과 구두는 있어야 한다고 했었다.

그러면서 복장을 갖춰 입은 자신을 보며 본인을 닮아 딱 공돌이인 장남보다는 경영학도에 이것저것 호기심이 많고 냉철한 성격인 차남이 후계자감이라고 했었다.

형도 그것에는 이견이 없는지 자기는 죽을 때까지 연구만 하겠다고 했고.

도현준은 파텍필립 시계를 차려다가 워치를 보았다.

그동안 워치를 찬 건 하루 중 한두 시간에 불과했다.

하루 종일 먼지를 뒤집어쓰고 노가다를 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워치를 차면 주식과 코인을 대박낸 것처럼 뭔가 봐야할 것 같은 압박감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어떤 불가사의한 것에 의지하는 것도 자신의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은 유난히 워치가 눈에 들어왔다.


“한 번 봐볼까?”


워치를 차고 눈을 깜빡이자 몇 개의 영상이 지나갔다.

물을 마시는 모습과 집을 나가는 모습이었다.

워치를 두드리자 같은 영상이 반복되었다.

워치를 찰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앞에 보이는 저 모습은 여전히 낯설었다.

어떨 땐 영화 속 미래 세상에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먼 미래를 볼 수는 없는 모양이네.”


도현준은 워치를 호주머니에 넣고 파텍필립 시계를 찼다.

그리고 면접자들이 기다릴 그레이드 모텔로 향했다.


* * *


그 시각, 최만석은 일명 동생들의 예절 교육을 진행 중이었다.


“다들 호텔 가봤지? 거기 직원들 어떻게 하든? 두 손을 이렇게 공손히 모으고 누구를 봐도 인사 잘하고, 누가 도와달라고 하면 얼른 뛰어가잖냐. 일단 인사 잘하고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게만 해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거야. 알겠냐?”

“네! 형님!”

“이 자식들이······.”

“죄송합니다, 이사님.”


그 말에 최만석은 분통을 터트리며 말했다.


“목소리도 그렇게 크게 내지 말랬잖아? 호텔 직원들 보면 연인들이 대화하는 것처럼 말하던데, 너희들은 아침부터 산삼을 달여 먹었냐?”

“그러다가 저를 오해하면 어떡합니까? 고객이 이성이 아니라 동성을 좋아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넌 하나하나 다 가르쳐줘야 하냐? 그럴 땐 단호하게 잘라내야지, 인마.”

“아!”

“하여튼, 인사 잘하고 서비스 잘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잘 도와주고! 너희들도 이젠 사채업 따까리가 아니라 모텔리어야. 알겠냐?”

“넵! 형님, 아니 이사님.”


잠시 후, 도현준이 로비에 들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대표님!”


순간 들려온 우렁찬 목소리에 도현준은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

그리고는 최만석을 바라보았다.


“오늘 면접 볼 동생들.”

“난 3명만 뽑을 건데?”

“그러니까 여기서 3명 고르라고. 여기가 이래봬도 호텔급 모텔인데 적어도 10대1은 되어야 위신이 서지. 안 그러냐?”


도현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레스토랑에는 이미 면접용 테이블이 갖춰져 있었다.

문제는 서른 명이나 되는 동생들이 어디서 대기하느냐는 건데, 도현준은 대기자는 레스토랑 맞은편 카페테리아에 모여 있게 했다.


첫 번째 면접자는 분식집에서 일했다는 허동식이었다.

그는 주방에서 라면과 김밥을 만들어왔다.


“라면과 김밥이 주특기인가요?”


도현준의 질문에 허동식은 각을 잡은 채 대답했다.


“저희 부모님은 제가 태어났을 때부터 식당을 운영하셨고,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을 도와서 라면을 끓였습니다. 군대에서도 취사병으로······.”

“저기 침이 튀는 것 같은데, 요리를 할 때는 위생 마스크를 껴줄래요?”

“아!”

“그럼 좀 먹어봐도 되겠죠?”

“네!”


잠시 후, 도현준은 라면과 김밥을 다 비웠다.

아침을 먹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니었다.

무엇을 넣었는지는 몰라도 라면은 라면답지 않은 시원함과 얼큰함이 있었다. 마치 해장국처럼.

김밥도 계란이 가득 들어간 계란 김밥과 참치김밥이었는데, 둘 다 줄어드는 게 아쉬울 정도로 맛있었다.


“맛있는데요?”


그 말에 허동식과 최만석은 뛸 듯이 기뻐했다.

누가 보면 특급호텔 수석주방장이 된 것 같았다.

도현준은 속으로 합격을 결정지은 후 말했다.


“그럼 혹시 김치도 담글 줄 아나요? 조식을 약식 뷔페형식으로 만들려고 하는데 김치가 빠질 수는 없어서요. 야식으로 김치볶음밥도 필요하고요.”

“그렇지 않아도 제가 직접 담근 김치를 좀 가져왔는데, 김치볶음밥을 만들어볼까요?”


그 말을 하며 허동식은 조리실로 향했다.

도현준과 최만석은 그의 뒤를 따랐다.

잠시 후, 최만석은 허둥지둥 조리실을 정리했다.


“도 대표, 이게 그러니까······.”


최만석이 들고 있는 건 온갖 종류의 조미료였다.


“이사님, 잠깐 내려놓아 보세요.”

“얘는 이런 걸 안 써도 손맛이 좋은데······.”

“괜찮으니까 내려놓아 보시라고요. 근데 동식 씨.”

“네, 네?”

“이 조미료들은 식약처에서 인정받은 건가요? 이상한 벌레가 들어가는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제 양심을 걸고 맹세합니다!”

“김치는 설마 중국 남자가 자기 몸을 섞어서 양념을 한, 그런 김치는 아니겠죠?”

“처음부터 제가 만든 겁니다! 고춧가루에 중국산이 살짝 들어가긴 했는데요. 앞으로는 전부 국산으로······.”

“외국산을 쓸 때는 써야죠. 대신 식약처 인증 받은 것으로 원산지표시만 잘하세요. 조미료도 적당히 쓰고요.”

“그래도 될까요?”

“동식 씨, 여기가 1인당 수십만 원짜리 뷔페를 운영하는 호텔은 아니잖아요?”

“만석이 형님은 호텔급 모텔이라고······.”

“난 저렴하고 맛있는 식사를 많이 팔고 싶어요. 동식 씨, 자신 있나요?”

“넵.”


허동식은 바로 합격 통지를 받았다.

허동식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대기실로 들어갔고, 이어서 두 번째 동생이 레스토랑으로 입장했다.


순간 도현준의 두 눈이 커졌다.

두 번째 동생은 키가 190㎝에 가까운 거구였다.

그런 사람이 적어도 두 사이즈 아래인 양복을 입고 있었다.

그는 간단한 자기소개를 한 후 걸레부터 들었다.


“제가 잘하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는 아직 인테리어 중인 객실로 향하더니 바닥과 욕실 청소를 시작했다.

도현준도 그를 따라 객실로 향했다.

덩치가 있어서인지 걸레질하고 물청소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가구도 윤이 났고 거울과 유리는 이보다 더 깨끗할 수가 없을 정도로 반짝였다.

도현준은 박수를 치며 말했다.


“이렇게 하면 5시간에 몇 호실정도 청소할 수 있나요?”

“한 객실당 1시간이니까······.”

“노노! 여긴 호텔이 아니라 룸을 하루에 2~3번씩 돌리는 모텔이에요.”

“그, 그럼 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깨끗하게 빨리 청소할 방법을 찾아보세요. 그게 아니면······.”


도현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그 동생은 다시 걸레를 들고 옆방으로 향했다.

도현준도 그를 따랐다.

잠시 후, 그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20분 만에 완료했습니다!”


도현준은 박수를 치며 침대로 갔다.


“빨리 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건 좀 아니지 않나요?”


도현준의 손에 들린 건 씌우지 않고 그냥 이불 속통 위를 덮어버린 이불 커버였다.


“아!”

“앞으로 청소할 때는 전용 세제와 전용 타올을 쓰도록 하세요. 컵을 닦은 세재와 타올로 바닥을 닦는 건 안 됩니다.”


이후로도 면접은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최만석이 미리 준비시킨 덕에 다들 자기들이 잘할 것을 준비해왔기 때문이었다.

도현준은 그들의 능력과 자세를 하나하나 체크하며 면접을 진행했다.


드디어 마지막 면접자까지 끝내고 시계를 보았다.

아침에 시작해서 저녁시간이 다 되었다.

만약 허동식이 끓인 라면이 아니었으면 도현준과 최만석은 물론이고 면접 대기자들도 쫄쫄 굶었을 터였다.

도현준은 허동식과 청소를 맡은 김성광의 합격을 결정한 후 최만석을 바라보았다.


“프런트와 레스토랑 홀 근무자로 3명 더 뽑을 거야. 그건 형이 한 번 해봐.”

“내가?”

“못하겠어?”

“아니, 난 네가 호텔급 모텔이라고 해서 애들한테 서비스만 강조하는 교육을 했거든. 근데 오늘 보니까 그게 아니더만.”

“그러니까 형이 해보라고. 이참에 형도 내 스타일을 제대로 알아야지.”


이후 도현준은 사무실에 있던 화이트보드를 가져왔다.


“잘 봐봐. 난 우리 모텔을 호텔급 모텔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텔로 만들 거야.”

“그런 것도 있냐?”

“우리 모텔 주변에 뭐가 있어?”

“다 빌딩들이지.”

“빌딩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데?”

“직장인들?”

“맞아. 그들은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직장인들이야. 형이 옆 빌딩에서 근무하는 샐러리맨이라고 생각해 봐. 그럼 연인하고 여길 오겠어?”

“미쳤냐? 어디 한적한 데로 가서······.”

“그래서 여기가 비즈니스 모텔이 되어야 하는 거야. 대신 직장인이 항상 이용할 수 있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을 만들 거야.”

“직장인이 모텔을 편하게 이용한다고? 아무리 그래도 모텔인데 그게 가능한가?”


최만석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도현준은 그의 이해를 뒤로 한 채 그에게 서비스 교육부터 시켰다.


“앞으로 우린 호텔급 서비스 대신 실용적인 서비스를 할 거야. 그러니까 굽실대고 다 퍼주는 서비스는 안 한다는 거야.”

“······!”

“그러니까 인사도 적당하게, 고객이 지나친 걸 요구하면 단호히 안 된다고 해야 해. 대신 우리가 해야 할 건 제대로 해야겠지?”

“만약 SNS에 글을 올리면 어떻게 해? 요즘 그런 것 때문에 문 닫는 곳도 많다던데.”

“아무리 고객이라고 해도 우리가 진상짓을 견뎌낼 이유는 없어. 그런 건 비싼 돈 내는 곳에서 하는 거야.”

“아!”

“그들이 우리를 까면 우린 그들을 블랙컨슈머로 올려버리면 돼. 솔직히 돈도 얼마 안 쓰면서 호텔급 서비스를 바라는 것 자체가 도둑놈 심보 아닐까?”


그 말에 최만석의 표정이 풀렸다.

그리고는 넥타이부터 풀었다.


“여기선 이런 옷부터 안 어울리겠다. 그렇지?”


도현준이 씨익 미소를 머금는데 최만석은 팔까지 걷어붙이며 말했다.


“이젠 면접도 내가 보고 교육도 내가 시킨다. 적당히 친절하고, 뭣도 안 되는 놈한테 적당히 겁주는 건 내가 전문이잖냐. 흐흐흐흐!”

“만약 고객이 돈도 많이 쓰고 매너도 좋으면?”

“그럼 특별한 서비스를 해야지.”


최만석은 그 말을 하며 손바닥을 비볐다. 쩐주들에게 보였던 표정을 지은 채.

도현준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보통 고객들에게는 어떻게 한다고?”

“적당히 실용적인 서비스를 한다!”

“우리를 호구로 보는 것들은?”

“다시는 발도 못 붙이게 해야지.”

“만약 여론전을 펼치면?”

“그놈 SNS부터 폭파시켜버려야지. 그냥 놔둬?”

“OK. 딱 그 정신으로!”


그때 도현준의 눈앞에 영상이 나타났다.

예전에 최만석이 불렀던 건설업자가 씩씩대며 오는 모습이었다.

그 뒤에는 깡패처럼 보이는 패거리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도현준이 최만석을 향해 말했다.


“형, 동생들하고 현관으로 가봐야 할 것 같아.”

“왜?”

“모텔을 접수하러 누가 오는 것 같아서.”


약 30분 후, 상황은 정리되었다.

당연히 최만석의 승이었다.


* * *


한 달 후.

도현준은 모텔 간판을 직접 달았다.


“그레이드 모텔! 죽인다 야!”


최만석은 양복을 쫙 빼입은 모습으로 탄성을 질렀다.

그 뒤로는 일명 동생으로 불리는 남자들이 줄을 이었다.


“형님, 축하드립니다!”

“도 대표님, 축하드립니다!”


이후 대부분의 동생들은 사라졌다.

그리고 주방을 맡은 허동식과 객실을 맡은 김성광, 최만석만 남았다.

최만석은 ‘이사 최만석’ 명찰을 달며 말했다.


“도 대표, 우리만 갖고 될까?”

“오늘은 숙박 고객보다 다른 고객들이 더 많을 거예요.”


실제로 총 100객실 중 쓸 수 있는 객실은 30실에 불과했다.

지하는 사우나를 제외하고는 아직 손도 못 댄 상태였고, 1층도 깔끔하기만 할 뿐 신규 오픈한 다른 모텔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최만석은 동생들인 허동식과 김성광에게 월급을 못 받는 상황이 발생하면 본인이 메꿔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약 10여분 후.

그레이드 모텔에 직장인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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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화 희한한 모텔 24.04.11 170 5 11쪽
» 5화 모텔 서비스는 이런 거야 24.04.10 192 6 13쪽
4 4화 리모델링 24.04.09 207 5 10쪽
3 3화 그레이드 모텔 24.04.09 238 4 11쪽
2 2화 라떼 금수저 24.04.08 301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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