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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진
작품등록일 :
2024.04.04 15:18
최근연재일 :
2024.04.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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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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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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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화 더러운 진상들

DUMMY

도현준은 차로 이동해서 휴대폰의 코인 거래 앱을 열었다.

조금 전에 영상에서 본 건 분명히 비트코인이었다.

비트코인은 현재 2천만 원대로, 지갑에 10개가 있는 상황이었다.

그것도 이전에 본 영상을 토대로 번 12억5천만 원 중 5천만 원은 최만석에게서 빌린 돈을 상환했다.

이후 일부는 모텔 리모델링으로, 일부는 가구와 집기 등 모텔 기물과 식자재로, 일부는 홍보비로 사용하고 남은 돈으로 비트코인을 산 것이었다.

아직도 계좌에는 5억 원이 남아있기는 했다.

그러나 5억은 혹시 있을지도 모를 사고를 대비해 끝까지 남겨둘 돈이었다.


자고로 사업은 여유자금이 없으면 일이 터지게 마련이다.

모텔에 불이 날 수도 있고 식중독 사고가 나서 한순간에 문을 닫을 수도 있으며, 객실에서 의문의 사건이 발생해서 영업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직원들은 밥줄이 끊기게 된다.

정직원 수를 최만석, 허동식, 김성광 등 딱 3명으로 제한한 것도 직원이 많으면 책임져야 할 식구가 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머지 인원은 아르바이트로 채운 것이었다.


도현준은 연구소를 맡았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소장은 정부와 기업에서 들어온 연구비를 1원도 빠짐없이 모두 횡령한 후 해외로 도피해버렸다.

그래서 등본상 이사인 자신이 모든 것을 떠안아야 했는데, 그때 괴로웠던 건 횡령한 연구비 때문만은 아니었다.

한순간에 직장을 잃은 연구원과 직원들이 보인 눈물 때문이었다.

그들은 범죄자 소장 때문에 오랫동안 연구했던 성과와 경력까지 모두 다 부정당했다.

또 자기들이 근무했던 연구소가 범죄에 악용되었다는 수치심, 자기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진 성과가 해외로 빼돌려졌다는 배신감이 더해져서 한참을 괴로워 했었다.


“그때 참 힘들었지.”


도현준은 잠깐 눈을 감았다.

다시 사업을 하면 이름만 이사가 아니라 모든 것을 직접 할 생각이었다.

특히 자금흐름과 사업 방향, 직원 관리만큼은 직접 하고 싶었다.

일단 자금 흐름이 원활해야 사업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또 사업 방향을 직접 정하지 않으면 리더로서 자격을 잃게 된다.

특히 서비스업은 직원의 행동 하나에 매출이 달려있다.

직원들이 안심하고 일할 직장을 만들려면 그 직장의 리더부터 믿고 따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넉넉한 자금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허동식과 김성광도 주중 휴식과 동호회 비용을 지원해주지 않았으면 동호회를 가입할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았을 터였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레스토랑을 뷔페 형식으로 해서 직장인들의 조중식을 노린 것, 사우나의 수면의자를 늘린 것, 객실을 30분 단위로 이용하게 한 것도 미래를 본 능력 덕분이었다.

또 이민수와 최지영 고객의 회원가입도 이민수의 미래를 보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을 터였다.


“나도 모르게 생긴 능력을 너무 의지했나?”


도현준은 코인 거래앱을 다시 보았다.

몇 개의 코인은 수십 퍼센트씩 등락을 하고 있었다.

반면 비트코인은 등락 폭이 미미했다.

처음 본 영상에서는 25배 폭등할 코인을 보여줬었다.

반면 비트코인은 많이 올라야 2~3배 정도일 것이다.

그럼 하락해도 일정 선에서 방어가 된다는 뜻일 터.


“한 번 더 믿어보자.”


잠시 후, 도현준은 비트코인 20개를 추가로 더 샀다.

그리고 평소 눈팅만 했던 비트코인 카페에 글을 남겼다.


-탈중앙화 거래수단 비트코인, 탈규격화&비밀스런 숙박업소 그레이드 모텔.


하지만 그 글은 10분 후에 지워버렸다.

아무리 모텔 홍보가 필요해도 코인카페에 어울리지 않는 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 * *


다음날, 김성광이 반차를 선포했다.


[사장님, 저 오늘 헬스장에 등록했어유. 봐서 여기 동호회도 들어보려구유.]

“잘 생각했어요. 성광 씨는 원래 체격이 좋아서 몸을 빨리 만들 수 있을 거예요. 동호회는 천천히 들어도 되니까 일단 몸 관리부터 하세요.”

[히히히! 근데 여기 물이 음청 좋은데유. 다 헐벗은 게 아주 그냥······.]


김성광은 입이 터졌는지 한참동안 재잘거렸다.

실제로 헬스장 물이 좋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김성광의 말투로 보건데 사장이 직원을 위해 회비를 내주고 따로 시간까지 내주는 게 고마운 듯했다.

도현준은 그의 통화에 한참동안 미소를 머금었다.

하지만 도현준의 미소는 객실로 향하면서 바로 사라졌다.


김성광은 객실 정비를 담당하는 직원이다.

그런 그가 반차를 냈으니 그가 오전에 정비해야 할 객실이 아직 남아있다는 뜻.

원래 아르바이트가 하는 것을 제외하면 오늘 김성광이 할 정비는 자신이 해야 한다.

도현준은 11시 체크아웃을 마치고 바로 환복했다.

객실 청소는 각 구역에 맞는 전용세재와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특히 욕실을 청소하는 세재는 다른 세재보다 더 강한 편이었다.

그래서 KF94 마스크와 헤어두건까지 착용한 후 객실을 열었다.


“으음. 이 정도면 준수하네.”


첫 번째 객실은 이불만 청소하면 될 정도로 깨끗했다.

그래도 호텔다운 모텔을 지향한 만큼 도현준은 이불과 베개커버, 시트를 교체한 후 욕실로 향했다.

그냥 보기에는 샤워한 흔적만 보일 뿐이었다.


“어제 샐러리맨이 묵어서 그런가? 이 정도면 씻고 잠만 자고 간 거네. 아주 깨끗하고 바람직해. 으하하하!”


도현준은 휘파람을 불며 청소를 했다.

일단 타월과 일회용품을 분류하고 전용세재를 뿌려 샤워부스와 세면대를 청소했다.

소변 자국만 남아있는 변기도 세재를 뿌려 빡빡 닦았다.

그리고 새 타올을 놓고 막 나오려는데 뭔가 좀 이상했다.


“드라이기가 왜 안 보이지?”


도현준은 이후 객실 구석까지 샅샅이 뒤졌다.

이제 보니 드라이기도 모자라 전기 포트까지 안 보였다.

바로 휴대폰을 들었다.


“형, 어젯밤 203호 고객 명단 찾아서 드라이기하고 전기포트 값 물어내라고 해.”

[설마 훔쳐간 거야?]

“아! 지금 보니까 머그컵까지 없어졌네. 싹 다 청구해버려.”

[만약 배째라고 하면?]

“그럼 홈페이지에 공개한다고 해. 여관에서나 쓰는 버릇을 어디서 쓰려고 해?”


도현준은 씩씩거리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바로 옆 객실로 향했다.

그곳은 어제 커플이 묵었던 곳이었다.

다행인 건 이불과 욕실만 좀 지저분할 뿐 없어진 건 없었다.

하지만 이불과 시트에 묻은 자국을 지우려면 일반 세탁 세재만으로는 될 일이 아닌 것 같았다.

도현준은 이것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까 하다가 접어두었다.

절도는 몰라도 이불과 시트를 더럽힌 것까지 까발리면 이상한 소문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는 참자. 참는 자에게 복이 있을 거야.”


그렇게 심호흡을 하고 다음 객실로 향하는데, 도현준은 문을 열자마자 기함을 했다.


“으악!”


그러자 최만석이 뛰어왔다.


“왜? 무슨 일인데?”

“형은 프런트에 있는 것 아니었어?”

“청소 알바 이모가 배가 뒤틀린다면서 갑자기 가버려서.”

“그럼 프런트에는 누가 있는데?”

“동식이가 대신 봐주고 있어. 조리실은 알바를 더 불러서 1시간 정도는 괜찮은가봐.”

“그건 다행인데······. 형, 이것 좀 볼래?”


도현준은 그 말을 하며 몸을 비켰다.

순간 돌고래 소리가 났다.


“끄아악!”


최만석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뒤로 물러나기까지 했다.


“이, 이게 뭐냐?”

“일단 형은 내려가서 이 방 쓴 새끼들 좀 알아봐.”

“응”

“객실을 이 정도로 만든 새끼들이면 전화번호도 다 구라일 거야. 만약 그러면 홈페이지와 카페, 밴드, 인스타에 공지하고 CCTV까지 공개해버린다고 해.”

“응. 알았다.”


최만석은 얼씨구나 하고 객실을 벗어났다.

도현준은 마스크를 2중으로 착용한 후 객실로 들어섰다.


“바닥을 카펫으로 했으면 다 들어낼 뻔했네.”


그리고는 옆으로 비켜갔지만, 밤새 그 새끼들이 먹은 것들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바닥 여기저기에 골고루 토를 했기 때문이었다.

도현준은 일단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버릴만한 걸레를 가지고 일단 토한 것부터 치운 후에 이불과 베개커버, 시트를 싹 다 걷어낸 다음 쓰레기통에 넣었다.


“다른 모텔은 이런 것도 재사용하겠지만 난 아니거든!”


이후 바닥에 세재를 뿌리고 청소를 시작했다.


빡빡빡빡!


팔이 빠지도록 바닥과 테이블, 의자를 닦았다.

바닥에 토를 한만큼 테이블과 의자, 화장대 등 모든 가구에 온갖 이물질이 튀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물질은 술이나 안주자국은 아닌 것 같았다.

도현준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이물질을 응시했다.

노랗고 어두컴컴한 색이 혼합되어 있었다.

손가락을 살짝 대보았다.


찐득찐득!


그 새끼들 몸 어딘가에서 나온 이물질 같았다.


“이 개새끼들!”


도현준은 창으로 가서 심호흡을 한 다음 욕실로 향했다.

하지만 욕실문을 바로 열 수는 없었다.

도현준은 휴대폰을 들었다.


“CCTV 확인하는데 몇 시간이나 걸려?”

[이 새끼들이 모자에 시커먼 후드티를 입었는데 아무리 봐도 얼굴은 하나도 안 보여.]

“완전 꾼이네.”

[근데 남녀 커플이 아니라 남자 둘이 들어갔는데? 그래서 그렇게 토를 했나?]

“그건 일단 놔두고 빨리 좀······.”


도현준이 막 재촉하던 때였다.


[그레이드 모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혹시 객실을 이용하시겠습니까? 아! 사우나요? 거긴 제가 직접 안내하죠.]


최만석은 일부러 들으라는 듯 크게 말한 후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씨XXXX!!”


욕을 한바탕 퍼부은 도현준은 욕실 문을 열자마자 거품 세제를 뿌렸다.

하지만 거품 세제로는 다 가려지지 않았다.

욕실 이곳저곳이 그 새끼들이 남긴 각종 분비물로 뒤덮였기 때문이었다.


“잡기만 해봐! 내 손으로 죽여 버릴 거야!”


도현준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청소를 시작했다.

한 쪽 눈은 반쯤 뜨고, 다른 쪽 눈은 아예 감은 채 청소를 했다.

하지만 아무리 모텔 사장이라도 꽉 막힌 변기에는 어쩔 수 없었다.


“우웩! 우웨엑!”


약 30분 후, 도현준은 뚫어 업체를 부르는 것으로 타협을 하고 말았다.

이미 온몸에는 온갖 이물질과 분비물, 대소변 냄새가 가득 밴 상태였다.

그만큼 도현준의 멘탈도 너덜너덜해졌다.


“우리 성광 씨랑 청소 이모님들 월급 더 드려야겠네.”


그렇게 직원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을 때 뭔가 싸한 느낌이 들었다.

도현준은 뒤를 돌아보았다.

냄새는 남았지만 더러운 건 다 치워진 상태였다.

그런데 알 수 없는 끌림이 느껴졌다.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옮긴 후 두 눈을 깜빡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손목을 보니 워치가 채워져 있지 않았다.


“워치를 찾자고 락커까지 갈 수도 없고.”


도현준은 끌림이 느껴지는 곳으로 갔다.

지금 이 객실의 침대는 싱글사이즈 두 개를 붙여놓은 상태였다.

트윈 객실만 남아있을 때 더블을 찾는 고객이 나타나면 임시방편으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도현준은 침대 사이로 손을 넣었다.

그 순간 뭔가 느껴졌다.


“여기에 뭐가 있나?”


그 말과 함께 손을 더 깊숙이 넣는데, 도현준의 몸은 그만 얼음이 되었다.


까슬까슬!

미끌미끌!


“으아악!”


도현준은 손을 빼버린 후 청소 집게를 넣었다.

집게에 걸린 건 남자 망사 속옷과 누런색으로 변해버린 피임도구였다.


“하아!”


이젠 토악질도 못할 정도로 힘이 빠져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혹시 도현준 대표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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