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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워치로 슬기로운 세계경영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태진
작품등록일 :
2024.04.04 15:18
최근연재일 :
2024.04.18 18:3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2,263
추천수 :
74
글자수 :
65,963

작성
24.04.08 08:00
조회
401
추천
9
글자
8쪽

1화 상속자

DUMMY

“배달이요!”


문밖에서 걸쭉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도현준은 한 번 더 외치는 목소리에 귀찮은 듯 입을 열었다.


“시킨 것 없어요.”

“503호 맞는데, 배달 맞다니까요!”


그렇게 몇 번이나 더 실랑이를 한 끝에 도현준은 모텔 방문을 열었다.

하지만 뭔가 할까 말까 망설일 때는 하지 말라는 게 정석일까.

문을 열자마자 들어온 건 배달음식을 담은 비닐봉지가 아니라 거친 남자의 손길이었다.


“이놈 여기 숨어있었구나.”

“X됐네.”

“준! 왜 그런 험한 말을 하고 그래? 자, 그럼 나와 함께 가볼까?”

“어딜?”

“어디긴 어디야? 우리가 다정하게 얘기할 가장 적절한 장소지. 이런 데는 나와 네가 함께하긴 좀 그렇잖아. 혹시 취향이 이쪽인가?”


놈은 그 말을 하며 한쪽 어깨를 내렸다.

놈의 드러난 속살은 너무도 더러웠다.


“쿠웩!”


도현준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내뱉으며 모텔방을 나섰다.


* * *


도현준은 탁자에 놓인 믹스커피를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곳은 한쪽 어깨를 내리며 도현준의 속을 뒤집어 놓은 놈의 사무실이었다.


<한성금융 대표 최만석>


말이 좋아 금융이지 일명 사채업을 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도현준이 앉은 소파 옆과 뒤로는 사채업자에 어울리는 건장하고 인상 고약한 사내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형,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도현준의 말에 최만석은 실실 쪼개며 말했다.


“그럼 뭐 아예 장비까지 갖다 놓을까? 그래야 돈을 갚겠어?”

“······.”

“근데 넌 어째 도망 다니는 기술만 늘었냐? 너 찾는 데에 보름이나 걸렸다.”

“죄송합니다, 형님.”

“난 너 같은 동생 둔 적 없거든. 그건 그렇고, 내 돈은 영영 안 갚을 생각이냐?”


그 말과 함께 최만석의 눈가에 힘이 들어간 그 때.


똑똑!!


갑자기 들린 노크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문으로 향했다.


“뭐야! 이 엄숙하고 경건한 순간에! 나가봐.”


사내 중에 하나가 문을 열자 밖에 서있던 남자 하나가 성큼 사무실로 들어섰다.


“어어, 당신 뭐야!”

“아, 잠시만요. 잠시면 됩니다.”


갑자기 나타난 남자는 옷이나 외모가 멀끔했다.

하지만 성깔 있어 보이는 얼굴은 소파 주변의 놈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를 보고 도현준은 속에서 올라오는 긴장을 감추며 말했다.


“형, 혹시 제 채권 넘기신 겁니까?”

“야! 너 같은 악성 채권을 누가 사가냐?”


최만석은 도현준에게 쏘아붙인 후 남자를 보았다.


“누구쇼? 혹시 돈 필요해요? 그럼 저기서 좀 기다······.”


그런데 남자는 최만석의 말을 잘라버렸다.


“상속자님.”


남자의 시선은 최만석이 아니라 도현준에게 향해 있었다.


“상속자?”


도현준이 멍한 표정으로 바라볼 때, 남자는 자기 명함을 내놓았다.


<미래법무법인 대표 변호사 황천일>


황천일은 명함으로 자신에 대한 설명을 끝냈다는 듯이 본론을 꺼냈다.


“도현준 님은 제 의뢰인의 상속자로서······.”

“잠깐만, 변호사님의 의뢰인이 누군데요?”

“좀 들어보시겠습니까?”

“아! 네.”

“제 의뢰인은 도진호 님으로, 도현준 님의 6촌 당숙입니다.”

“나한테 당숙이 있었나?”


변호사는 도현준의 질문을 씹은 채 말을 이었다.


“도진호 님은 자손 없이 세상을 떠나셨고, 저희 법무법인은 도진호 님의 상속을 받을 가장 가까운 분을 찾다가 도현준 님을 찾게 된 겁니다. 손이 귀한 집안이라 그런지 도진호 님의 형제와 사촌 모두 안 계시더군요.”

“그, 그럼 내가 얼굴도 모르고, 있는 줄도 몰랐던 당숙의 재산을 받게 된다는 겁니까?”

“도현준 님의 부모님도 작고하신 상태여서 도현준 님이 상속자가 되신 겁니다.”

“그런데 왜 여기에 나타난 건가요? 나를 찾으려면 이런 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찾았어야죠.”

“제 힘으로는 상속자님을 찾기가 어렵더군요. 그래서 저만큼 상속자님을 애타게 찾고, 또 이 분야의 전문가이신 이분들께 부탁한 겁니다.”


순간 양쪽에서 욕설이 나왔다.


“썅!”

“이 XXX!”


한 사람은 도현준, 다른 한 사람은 이 사무실의 주인인 최만석이었다.

도현준은 이런 곳에서 상속 소식을 듣는 게 억울해서였고.

반면 최만석은 자기도 모르게 부탁을 들어주고 돈을 챙겼을 일명 동생들이 괘씸해서였다.

어쨌든, 도현준과 최만석 모두 바로 상황 파악을 끝냈다.

도현준은 입이 근질거리는 것 같은 최만석을 제지한 한 후 입을 열었다.


“내가 상속받는 게 어느 정도나 되는데요?”

“약간의 현금과 부동산입니다.”

“부동산?”

“네.”

“혹시 시골에 있는 논이나 밭 같은······?”

“아닙니다. 수도권에 있는 건물 한 채입니다.”

“오오!”


도현준은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그런데······.


“우와!”

“형님!”

“이제 됐습니다!”


최만석을 비롯한 사채업자들이 더 크게 환호하고 있었다.

어떤 놈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팔짝팔짝 뛰기까지 했다.


“이놈들만 아니었으면 전부 내 차지인데.”


도현준이 억울한 표정으로 중얼거릴 때, 최만석이 도현준의 팔짱을 꽉 꼈다.


“동생, 출발해볼까?”

“어, 어딜요?”

“동생이 상속받을 건물이지 어딘 어디겠어? 영광의 순간을 내가 함께해줄게.”


최만석은 능글거리는 말투로 말을 하며 변호사의 팔까지 꼈다.

이건 돈을 받아내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도현준은 한숨을 푹 내쉬며 변호사의 안내와 최만석의 에스코트에 따랐다.


* * *


약 1시간여 후.


“바로 이곳입니다.”


변호사는 마치 우아한 저택이나 럭셔리한 건물을 소개하는 것처럼 정중한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도현준의 표정은 실망 그 자체였다.


“정말 여기······?”

“도현준 님이 상속받으실 바로 그 건물입니다.”

“하아!”


도현준은 거듭 한숨을 쉬며 건물을 바라보았다.

눈앞의 건물은 5층으로 세워진 콘크리트 건물이었다.

그런데 현관부터 창문, 외벽 하나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나름 역사와 전통이 있다는 듯, 건물 벽에는 각종 쓰레기와 함께 넝쿨과 이끼까지 끼어있었지만 건물만 더 지저분해 보일 뿐이었다.

도현준은 건물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입을 열었다.


“혹시 제가 받을 현금은 얼마나 되나요?”

“2억5천만 원 조금 안 됩니다.”

“그럼 그거라도 먼저······.”


도현준이 말을 꺼내려는데 최만석이 목소리를 키우며 끼어들었다.


“아휴! 딱 됐네. 동생, 우리는 그것으로 만족할게.”


최만석은 그 말과 함께 변호사 곁으로 다가갔다.


“변호사님, 우리가 쟤한테 받을 돈이 3억 조금 넘거든요? 일단 2억5천만 원을 우리한테 주면 나머지는 천천히 받던지, 아니면 조금 깎아줘도 되고. 하여튼 그 돈은 우리한테······.”


최만석의 살살거림에 변호사는 강한 목소리를 냈다.


“안 됩니다.”

“왜 안 된다는 거요? 이래봬도 우린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이자를 받고 차용증에 공증까지 받았다고요! 저번에 받은 현준이 신체 포기각서는 진짜 장난으로······.”

“그건 댁의 문제고, 현금은 도현준 님께도 바로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 말에 도현준과 최만석이 동시에 외쳤다.


“왜요!”

“아니 왜?”


변호사가 도현준을 향해 말했다.


“현금은 오직 이 건물을 정상화하는 데에만 쓰실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도진호 님이 남기신 유언입니다.”

“네?”

“건물을 정상화한 후 바로 매각하는 것도 안 됩니다. 도현준 님은 이 건물을 원래대로 정상화하고 운영까지 하셔야 현금을 상속받을 수 있습니다.”

“그, 그럼 이 건물은 뭐하는 곳이었나요?”


도현준의 말에 변호사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모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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