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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워치로 슬기로운 세계경영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태진
작품등록일 :
2024.04.04 15:18
최근연재일 :
2024.04.18 18:3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2,265
추천수 :
74
글자수 :
65,963

작성
24.04.0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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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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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4화 리모델링

DUMMY

다음날, 그레이드 모텔 앞에는 인테리어 업자와 그의 직원들로 북적거렸다.

도현준은 그들과 계약을 마친 후 철거와 쓰레기 처리부터 지시했다.

덕분에 잡초와 쓰레기로 가득했던 주차장에는 용달 트럭과 인부들로 가득 찼다.

잠시 후 나타난 최만석은 눈을 크게 떴다.


“이게 다 뭐냐?”

“쓰레기 치우고 철거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이 사람들을 어떻게 데려왔냐고? 너 설마 내가 준 5천만 원으로 이 사람들 부른 거야? 내가 어제······.”

“형 계좌번호 불러봐.”

“······!”

“돈 갚을 테니까 계좌번호 부르라고. 24시간이 안 지났으니까 이자는 2백만 원만 준다.”

“너는 이자가 무슨 시간제냐?”

“형도 사채 받을 때 오전과 오후를 나누잖아? 지금이 9시니까 2백만 원이 아니라 1백5십만 원이면 되나?”

“야!”

“5천2백만 원 입금할테니까 빨리 계좌 내놔!”


잠시 후, 최만석은 계좌를 확인한 후 이상한 눈빛을 보냈다.


“이 돈 어디서 난 거냐? 혹시 다른 사채를 쓴 거야? 이제야 이해됐네. 걔네들이 저 업자들을 쓰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준 모양인데, 그럴 거면 나한테······.”

“건물을 담보로 빌렸어.”

“이 건물은 아직 네 명의도 아니잖아?”

“나와 변호사 통화 내역만 보고 빌려주더라고. 나를 오랫동안 알던 형보다 나를 더 믿던데?”

“그럴 거면 나한테 5천만 원을 왜 빌린 거냐?”

“내 계좌에 현금이 좀 있어야 딜이 될 것 아니야? 형도 아예 아무것도 없는 사람과는 거래를 안 하잖아?”

“아!”

“이걸로 형의 투자는 없는 거다. 그러니까 이사 직함은 꿈도 꾸지마.”

“내가 먼저 달라고 했나?”


최만석은 투덜거리듯 말하며 모텔 주변을 서성거렸다.

어제는 자기 건물처럼 정성을 보이더니 오늘은 살짝 떨어져 있는 모습이 마치 장난감을 빼앗긴 아이들 같았다.

도현준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을 머금었다.


변호사가 처음 상속 얘기를 꺼냈을 때부터 지금까지 최만석은 건물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채무자에게서 돈을 뜯어낼 핑계 때문만은 아니었다.

실제로 최만석은 사채업에 진저리를 냈었다.

아버지부터 이어오던 사업이어서 어쩔 수 없이 물려받은 것이었지, 최만석의 성장환경이 다르고 공부만 좀 더 했더라면 사채업이 아니라 제대로 된 사업을 했을 사람이었다.


도현준은 건물 주위를 맴도는 최만석 곁으로 다가갔다.


“어제 나갈 때 보니까 건설업자가 온 것 같던데 진짜로 투자하려고 부른 거야?”

“안 그래도 너한테 얘기하려고 했는데, 이 건물 어떻게 할 거냐? 정말로 청소만 하고 시작할 거야?”

“1층부터 3층까지만 손 보고 주차장만 좀 정비하고 시작해 보려고 해.”

“그러지 말고 하려면 제대로 해보는 게 어떠냐? 어제 온 그 업자가 그러는데 조금만 손대도 호텔 못지않은 곳이 될 거라고······.”

“대신 한 5억은 달라고 했을 것 같은데? 아니면 아예 자기한테 운영권을 넘기라고 하거나.”

“어떻게 알았냐?”

“그런 놈들이 그런 식으로 건물을 빼앗는 경우가 한두 건인 줄 알아? 특히 이렇게 오래 방치된 곳은 그런 사람들 먹잇감이야. 마침 주인도 나타났겠다, 이때다 하고 들러붙었겠지. 형한테 누구 소개라고 하면서 전화하지 않았어?”

“너 혹시 신내림 받았냐?”

“난 형처럼 순진한 사채업자는 처음 봐. 어떻게 돈을 다루는 사람이 그렇게 사람을 잘 믿어?”

“그래서 그동안 돈 한 푼 안 갚은 너도 믿은 것······.”

“그건 그렇고, 형 밑에서 일하는 동생 중에 분식집 했다는 사람 있지 않았나?”

“동식이? 걔는 왜?”

“놀고 있으면 알바 좀 하라고 해.”

“설마 여기에 분식집을 내게?”

“객실 관리자도 필요한데 형 동생 중에······.”

“그건 내가 한다.”

“형은 사채로 바쁘잖아? 돈도 빌려줘야 하고 받으러도 다녀야 하고, 찾으면 족쳐서 신체포기 각서도 받아야 하고······.”

“야! 나는 합법적인 사업자라니까. 사람 족치고 때리는 건 원래부터 안 했다고!”

“그럼 내 신체포기 각서는 왜 받은 건데?”

“그건 네가 맨달 도망 다니니까 어쩔 수 없이······. 미안하다, 미안해! 어떻게, 무릎 꿇고 싹싹 빌까?”

“형과 나 사이에 그럴 것까지 있겠어?”

“그렇지?”

“그냥 무보수로 일 좀 해.”

“무, 무보수?”

“그럼 내가 당했던 것들 조서로 만들어볼까? 마침 경찰서도 가깝던데.”

“야아!”

“그럼 오늘 이 시간부로 형은 무보수 이사가 되는 거야. 형 같은 악덕 사채업자를 이사로 만들어주고, 얼마나 착한 동생이야?”


도현준은 그 말을 하며 자기 얼굴을 쓰다듬었다.

최만석은 그런 도현준에게 헤드락을 걸어버렸고, 그렇게 둘은 아는 형과 동생, 사채업자와 채무자 사이에서 대표와 이사, 즉 상사와 부하 관계로 바뀌었다.


이후 도현준이 최만석에게 갚아야 할 돈은 3억 원에서 2억5천만 원으로 줄었다.

또한 매달 일정 금액을 입금하는 대신 모텔 객실 중 한 곳을 최만석 전용 객실로 지정했다.

당연히 그 옆방은 도현준의 것이었다.


* * *


그날 저녁, 두 사람은 삼겹살집으로 향했다.

두 사람 다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채였는데, 두 사람은 점심 저녁을 건너뛰어서인지 삼겹살 각 5인분, 소주 각 1병을 시원하게 해치웠다.

최만석은 배를 두드리며 말했다.


“역시 노가다는 삼겹살이 최고야. 돼지기름이 아니면 우리 목에 낀 먼지들을 어떻게 씻어내겠냐?”

“그건 그래.”

“근데 너 어제 코인 시장 봤냐? 이름도 듣지 못한 코인이 250%나 올랐더라?”

“컥!”

“너 사레 걸렸냐?”


최만석은 도현준 앞에 물컵을 놓아주었다.

그리고는 침까지 튀겨가며 수다를 이어갔다.

도대체 코인 시장은 알 수 없다는 둥, 주식 시장은 오히려 더 쉽다는 둥, 어제 일도 어떤 세력의 장난일 거라는 둥, 이젠 반도체보다 2차전지나 블록체인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둥.

누가 보면 코인과 주식에 빠삭한 전문가로 볼 정도였다.

그런데 말만 그럴 뿐, 표정에는 급등하는 차에 올라타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진짜 내가 그 시간에 깨있기만 했어도······. 하여튼 코인은 24시간이 돌아가서 문제라니까. 나처럼 잠이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도현준은 그의 잔에 소주를 채워준 후 조심스럽게 물었다.


“형도 코인에 물렸지? 얼마나 물렸는데?”

“3억 정도?”

“헐!”

“나는 그래도 덜 물린 거야. 이 세계 다른 놈들은 주식이나 코인을 몇 십억 단위로 굴려.”

“근데 언제부터 그쪽에 관심이 많았어?”

“원래 천억 단위 이상 큰돈 굴리는 쪽은 여전히 현금시장을 꽉 잡고 있는 것 같고.”

“지하경제가 더 커지는 것 같으니까 당연히 그렇겠지.”

“요즘은 부동산 쪽 큰손들이 주식과 사채로 옮겨간 것 같아. 솔직히 요즘 부동산 쪽 보면 규제도 심하고 등락 폭이 작아서 재미가 좀 없거든. 개미들도 너무 많이 뛰어들었고.”


도현준은 최만석의 팔을 툭 치며 말했다.


“버스 대절해서 아파트 줍줍 투어하는 쪽은 형 같은 사람들이 잡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얘가 언제적 얘기를 하는 거야. 요즘은 우리 같은 사채업자 외에 일반 직장인 중에서도 주식이나 코인 안 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야. 얘가 도망만 다녀서 진짜로 뭘 모르네.”

“진짜 다들 그래?”


도현준이 씨익 미소를 머금을 때, 최만석이 은밀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넌 모텔 운영을 어떻게 할 거냐? 내가 중년들이 모이는 동호회 같은 것 좀 알아봐?”

“그레이드 모텔을 불륜의 천국으로 만들자는 거야?”

“솔직히 모텔에서 대실 장사 아니면 뭘 할 수 있는데? 너 정말 호텔처럼 운영할 거야?”

“대실 같은 것도 하는데 다른 것도 하려고.”

“뭘?”

“두고 보면 알아.”

“나도 이사라며? 그럼 이사한테 사업계획 정도는······.”

“형은 인테리어 쪽만 좀 봐줘. 아무래도 나보다 그쪽 사람들 다루는 건 잘할 것 아니야?”

“그건 그렇지.”

“동식인가 하는 동생도 한 번 보자고 하고. 아니다. 아예 면접을 좀 봐야겠네.”

“이깟 모텔에서 면접을 본다고?”

“이사도 면접관 중 한 명인데 형은 면접 안 볼거야? 나 혼자 면접 보고 뽑아버릴까?”


그 말에 최만석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양복 입고 앉아서 다른 사람을 평가한다는 생각에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았다.

역시 최만석은 보통 사람들이 누리는 것에 목말라 있었다.

도현준이 피식 웃음을 머금을 때 최만석이 입꼬리를 내리며 물었다.


“직원들 월급은 어떻게 줄거냐?”

“첫 월급은 최저시급보다 조금 더 줄까 해. 6개월 후쯤 봐서 더 올려주고. 연말에 성과급도 주고 그럴 거야. 교대근무를 할 거니까 식사와 교통비는 당연히 제공하고.”

“그럼 내 월급은 얼마인데?”

“요즘 스위트룸이 얼마씩 하더라? 그걸 한 달로 계산하면 수천은 될 것 같은데.”


도현준의 말에 최만석은 입을 닫았다.

쓰레기 처리와 철거를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기 전, 최만석의 방을 특급호텔 스위트룸 급으로 만들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 * *


집에 귀가한 후 도현준은 주머니에 넣어놓았던 워치를 다시 찼다.

어제는 필름과 같은 화면이 지나갔었다.

그땐 흐릿했지만 코인과 주식 이름을 분명히 봤었다.

그런데 지금은 흐릿한 영상만 보였다.

그것도 자신이 휴대폰이나 모니터를 보는 영상이 아니라 침대에 쓰러진 영상이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철이 들면서 지금까지 이 시간에 잠을 잔 적이 없었다.

학생 때는 공부를 위해서였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부터는 고군분투하는 형에 대한 안쓰러움과 미안함 때문이었다.

형이 죽은 후부터는 안타까움과 원망, 증오에 차올라서 잠을 못잤다.

이후에는 연구원 운영과 정부와 기업의 프로젝트 준비 때문에 잠을 못 잤다.

도현준은 워치를 두드렸다.

침대에 쓰러진 영상이 다시 나타났다.

그때 스르르 눈이 감기는 게 느껴졌다.


“이러면 안 되는데······.”


그렇게 도현준은 잠에 빠져들었고, 형이 죽은 후 처음으로 깊게 숙면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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