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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태진
작품등록일 :
2024.04.04 15:18
최근연재일 :
2024.04.18 18:30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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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1
추천수 :
74
글자수 :
65,963

작성
24.04.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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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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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7화 때론 혼자만의 공간도 필요해요

DUMMY

남자는 다급한 말처럼 행동도 다급했다.

도현준은 그런 그를 잡으며 말했다.


“왜 그러는데요? 혹시 누가 잡으러 옵니까?”

“네! 빨리 좀 숨겨주세요. 숨겨주면 뭐든 다 할게요.”


도현준은 남자의 팔을 잡고 조리실로 향했다.


“이쪽까지 뒤지는 것 같으면 안쪽으로 들어가요.”


그리고 바로 나오는데 중년의 남자가 들이닥쳤다.

영상 속에서 봤던 그 남자였다.

남자는 독이 오른 표정을 한 채 아주 당당하게 들어왔다.


“방 필요합니까?”


도현준의 말에 남자는 사진을 하나 꺼냈다.


“이 남자 여기 있죠? 이쪽으로 들어오는 것 봤으니까 숨길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요.”


남자는 무척 당당했다. 아니, 예의를 밥말아 먹은 상태였다.

도현준이 막 입을 열려는데 프런트 뒤 사무실에서 김성광이 나왔다.


“대표님, 무슨 일입니까?”


김성광의 표정은 험악했다.

안 그래도 큰 키가 더 커보였고 덩치는 프런트 절반을 가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모습에 중년의 남자는 순간 움찔했다.

도현준은 김성광을 뒤로 물러서게 하며 말했다.


“영장을 가져오시죠.”

“······!”

“지금 댁이 원하는 건 개인정보에요. 우린 고객의 개인정보를 지켜드릴 의무가 있고요. 그러니까 영장을 가져오든, 이곳에서 나가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하시죠.”

“이 사람이 여기 들어오는 걸 봤다니까요!”

“내 말이 말 같지 않나요? 마음대로 뒤지고 싶으면 영장을 가져오든, 아예 모텔을 사버리던가. 그게 아니면 나가라니까!”


그때 김성광이 가슴과 눈썹을 씰룩거리는 것으로 압박을 더했다.

남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물러갔다.

다른 모텔에서는 협박하는 게 통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레이드 모텔에서는 그런 게 통하지 않게 할 생각이었다.

이곳은 다른 곳처럼 어둠의 커플이 오는 곳도 아니고, 깡패가 실권을 쥐고 있는 곳도 아니다.

그 생각을 하던 도현준이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김성광이 여전히 현관을 노려보고 있었다.


조금 전에 그 중년남자는 이곳에서 깡패의 흔적을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그의 사정일 뿐이었다.

그리고 노려보고 소리치는 것만으로는 협박죄가 성립되지는 않을 터였다.

도현준은 조리실에서 눈만 빠끔히 내밀고 있던 젊은 남자를 로비로 나오게 했다.


“더 올 것 같지는 않으니까 그만 나와요.”


도현준의 말에 남자가 쭈뼛거리며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영상에서 봤던 것처럼 코를 땅에 박을 것처럼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도대체 누군데 그렇게 찾는 겁니까? 아버지예요?”

“장인어른이에요.”

“혹시 고객님의 나이가······?”

“스물다섯이요.”

“빨리 성숙하셨구나.”

“제가 일은 좀 성숙하게 합니다. 그리고 장인어른은 저 없으면 안 되는 분이에요.”

“혹시 부인보다 장인어른이 댁을 더 좋아하나요?”


도현준은 진지하게 물었다.

사람을 외모만 보고 판단할 수 없는 것처럼, 결혼을 하고 보니 부인보다 그 아버지가 더 좋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현준이 그런 영화를 막 떠올리려는데 남자가 말을 이었다.


“제가 중요한 연구를 진행 중이에요. 오늘 여기 온 것도 저만 쳐다보고 있는 장인어른이 부담스러워서 온 건데 어떻게 찾아냈는지······.”

“그렇게 부담되면 아버지께 도움을 청하면 어떨까요? 사돈끼리 잘 얘기하면 댁을 향한 관심도······.”

“아버지와 장인어른이 동업자세요. 아버지는 CEO, 장인어른은 연구소장이고요.”

“그럼 와이프는?”

“회사 재무담당 이사에요.”


이건 뭐 빼도 박도 못할 가족 기업이다. 남자는 아버지와 장인어른, 부인의 눈을 피해 잠시 휴식을 가지려던 것이었고.

도현준은 왠지 알 것 같은 남자의 심리상태를 생각하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여긴 비밀보장 하나는 철저한 곳이에요. 그러니까 언제든 쉬고 싶을 때 오세요.”

“다른 곳은 돈만 주면 다 알려주던데 정말인가요?”

“좀 전에 보고도 모르겠어요? 대통령이 와도 함구할 테니까 쉬고 싶을 때 언제든 와요. 여유가 되면 아예 전용 객실을 정해두어도 되고요.”

“전용 객실이 있나요?”

“1년치 객실료를 내면 객실 하나를 님 혼자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그러려면 돈이 좀 들 텐데 그건 천천히 결정해도 되고요.”


이후 도현준은 남자에게 커피를 건네며 위로를 전했다.

그때 남자와 여자가 대화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지나갔지만 도현준은 신경쓰지 않았다.

지극히 사생활 영역인 부부싸움까지 알고 싶지 않아서였다.


* * *


다음날 07시, 그레이드 모텔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도현준은 로비 앞에 줄을 그어놓고 사람들을 차례대로 서게 했다.

그리고 메뉴판을 놓았다.

밥과 국, 김치, 마른반찬, 제육볶음, 식빵, 크루아상, 잼, 우유, 쥬스, 커피, 라면 3종류였다.

가격은 어제와 동일한 5천 원이었다.

메뉴를 본 사람들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도현준은 그런 그들을 향해 말했다.


“예약을 하신 분께는 미리 공지를 했습니다만, 한 번 더 말씀드리면 일반 고객의 식사는 7시부터 8시까지만 진행할 예정입니다. 8시부터는 객실 고객들의 식사시간이니 8시까지는 식사를 끝내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에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어제 오픈한 모텔이 벌써부터 만실인 것 같다며 놀랍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도현준은 예상했던 반응에 미소를 머금었다.

어제 객실은 딱 5실만 찼다.

물론 일부러 조기마감을 해버려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더 채울 마음도 없었다.


대부분이 그렇듯 사람들은 한가하고 파리 날리는 곳보다 매진 임박, 조기매진, 만실 등에 더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지금 이들은 모텔 인근 건물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다.

자고로 홍보는 돈을 써서 하는 것보다 직접 이용해본 사람들이 내는 입소문이 가장 빠르고 그럴듯하게 들리는 법이다.

사람들이 레스토랑에 입장한 후 도현준은 최만석에게 눈짓을 했다.

최만석은 바로 휴대폰을 들었다.


“8시에 딱 맞춰서 도착해야 한다. 그리고 옷은 다 갖춰 입었지? 야! 등산복 말고 양복이나 캐주얼 정장을 입으라니까. 도대체 몇 번을 말해? 와이프들도 야리꾸리한 드레스같은 것 말고 깔끔한 원피스 입혀. 알았냐?”


08시.

2층과 3층에서 사람들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다들 깔끔한 차림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딱 하나 흠이 있다면 차려입은 티가 너무 났다는 것이었다.

특히 여자들은 아침부터 풀메이크업에 헤어까지 완벽한 상태였다.


“100%만 하라니까 120%를 해버렸네.”


도현준은 웃음을 꾹 참으며 최만석을 바라보았다.

최만석은 일명 동생과 형님들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도현준은 최만석의 고객들 식사비를 컴프(complimentary, 무료)로 처리한 후 객실 정비를 위해 계단 쪽으로 향했다.

그때 적어도 50명은 될 것 같은 사람들이 우르르 나타났다.


“오늘 조식 영업은 끝났습니다.”


도현준의 말에 한 남자가 나섰다.


“저기 사장님!”


어제 숨겨달라고 했던 그 남자였다.


“또 오셨군요.”

“우리가 날을 샜는데, 밥이라도 좀 줄 수 없나요? 라면도 좋고 다 좋아요.”

“어젯밤에 회사로 다시 간 겁니까?”

“아무래도 가야할 것 같아서요. 여기 팀원들이 기다리고 있기도 했고요.”


남자는 그 말을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모텔 인근의 건물은 거의 다 오피스 빌딩이었다.

그중에는 따로 건물을 보유한 대기업과 중견기업도 있지만 대부분은 직원 수십 명 수준의 중소기업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팀원만 50명 수준인 거다.

이정도면 꽤나 괜찮은 중견기업일 터였다.

도현준은 지난날을 생각했다.

우물쭈물하다 기회를 놓친 적이 많았다.

내 사람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이 남자는 인연이 더 이어질 것 같은 친밀감이 느껴졌다.

도현준은 옆쪽을 보는 척하며 눈을 깜빡였다.

지금 이들이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모습이 보였다.

다시 눈을 깜빡여도 여전히 같은 모습이었다.


“과거는 안 보이는 건가?”


도현준이 작게 중얼거리는데 남자가 다가왔다.


“팀원들이 며칠째 제대로 된 식사를 못 했어요. 딱 한 번만 부탁드릴게요.”


그때 도현준에게 하나의 영상이 지나갔다.

도현준은 씨익 미소를 머금으며 딜을 시작했다.


“다들 씻지도 못한 것 같은데 사우나가 필요하지 않나요? 얼굴들을 보니까 잠도 못 잔 것 같은데.”

“네. 다들 잠도 못 자고 씻지도 못했어요.”

“그럼 모텔을 전세 내시죠.”

“······!”

“팀원들의 쪽잠과 식사, 사우나를 완벽히 책임질 테니 전세를 내시라고요. 원하면 빔프로젝트가 갖춰진 회의실 공간도 만들어드리죠. 별도 미팅 장소도 제공하고요.”


그 말에 남자는 뒤를 돌아보았다.


“여보!”


잠시 후, 한 여자가 나타났다.

딱 봐도 남자의 부인으로, 모든 실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법인카드를 꺼내며 말했다.


“남편이 1년 치를 한꺼번에 내면 전용객실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던데요.”

“맞습니다.”

“그건 좀 비쌀 것 같고······. 오늘 전세비는 이걸로 계산하세요. 전용객실은 천천히 생각해볼게요.”


그런데 천천히 생각한다는 여자의 말이 묘하게 다가왔다.

자고로 다음을 말하는 사람치고 약속을 지키는 사람은 없는 법이다.

그리고 남자와 달리 여자는 강단이 있어보였다.

눈을 자연스럽게 깜빡여도 여자가 주요서류에 사인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럼 이들이 하는 연구가 보통이 아니라는 뜻.

또 이런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이는 특성이 있다.

도현준은 이 부부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전용객실을 계약하시면 이사님의 최애 공간도 마련해드리죠.”

“······!”

“혼자 여유롭게 즐기실 1인 스파가 워너비이신 것 같아서요.”


그 말에 여자의 얼굴이 갑자기 밝아졌다.

오랜 야근과 철야로 몸이 아프던 차에 스파만 생각해도 몸이 풀리는 느낌이 든 듯했다.

도현준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대신 남편분의 전용공간도 필요하겠죠? 남편분이 만족할만한 PC방을 제공해드리겠습니다.”


그때 남자가 나섰다.


“여보! 나 여기서 살래!”


하여튼, 남자의 설레발이란.

도현준이 남자에게 입을 닫으라는 눈짓을 보낼 때 여자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모텔에도 전용객실이 있나요?”

“호텔만 회원들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모텔도 호텔처럼 숙박업소로 등록한 곳입니다.”

“아!”

“인테리어 취향을 말씀해주시면 스위트룸 중 한 곳을 이사님 부부 공간으로 만들어드리죠.”


하지만 여자는 머뭇거렸다.

도현준은 그녀가 거절할 수 없게 쐐기를 박아버렸다.


“원하시면 그곳을 다른 분께 양도하시는 것도 가능합니다. 미리 말씀만 해주시면 다른 용도로 변경해드리죠.”


여자가 드디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도현준은 인테리어 비용 및 전용객실 1년 치 사용료 그리고 기타 서비스를 포함해 1억 5천만 원을 결재하며 말했다.


“이민수, 최지영 고객님, 전용객실 첫 고객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오늘 전세비는 서비스로 해드리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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