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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뒹또

[개정판] 아라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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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데뒹또
작품등록일 :
2024.02.19 10:46
최근연재일 :
2024.06.10 23:40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796
추천수 :
124
글자수 :
456,600

작성
24.02.28 08:00
조회
67
추천
3
글자
11쪽

[2장: 생존] 감옥 (2)

DUMMY

<류석훈>


통금이 해제된 후 철거업자들은 아파트를 종횡무진 누볐다. 은근슬쩍 바로 옆 집인 402호도 점령하고 그렇게 넓어진 숙소를 채우기 위해 빈 집들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이불, 매트리스, 칫솔 등과 같은 생활용품들부터 술, 담배, 화투, 게임기 등과 같은 유흥용품들까지 군인들이 건드리지 않고 남겨놓은 물건들을 마치 하이에나라도 된 것 마냥 긁어모아 왔다.


특히 류석훈은 그중에서도 가장 부지런하게 돌아다녔다. 보물 찾기를 하듯이 빈 집들을 열심히 뒤졌고 그렇게 찾아낸 물건들은 전리품 마냥 자랑하고 다녔다. 그런 그는 지금 802호를 뒤지다가 그의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안마의자였다. 그것도 평범한 안마의자가 아닌 머리부터 발 끝까지 빼놓지 않고 구석구석 마사지 해주는 고가의 안마의자다.


류석훈은 벌써부터 흥분한다. 이 안마의자를 숙소로 가져갔을 때 동료들이 보일 뜨거운 반응이 머릿속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이 안마의자는 혼자서 옮기기엔 너무나 크고 무거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는 싫었다. 김 빠지게 먼저 보여주기도 싫고 공로를 나누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류석훈은 아이디어를 떠올려낸다. 이전에 다른 빈 집에서 봤던 녹색 손수레가 기억난 것이다.


그렇게 그는 녹색 손수레를 가져온다. 그리고 그 위에 안마의자를 싣는다. 이 또한 혼자 하기에는 벅찬 작업이긴 했지만 그래도 류석훈은 오랜 기간 공사판에서 일하며 얻어낸 근육과 노하우가 있었기에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해낸다. 조심스레 균형을 맞추며 안마의자를 집 밖으로 빼낸다. 그대로 4층으로 내려보내기 위해 중앙 계단으로 향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또 문제가 발생한다. 이제는 계단을 통해 안마의자를 내려보내야 했는데 이번에는 진짜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봐도 혼자서는 절대 해낼 수 있는 각이 없었다.


그러다 이내 엘리베이터가 눈에 들어온다. 류석훈은 슬쩍 호출 버튼을 눌러본다. 그러나 역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는 현재 14층에 고정되어 있었다. 군인들은 엘리베이터 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모자라 아예 사용하려는 시도조차 못하도록 막아놓은 것이다.


류석훈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 왜 엘리베이터 사용을 금지했는지를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다. 그렇게 그는 별 고민도 하지 않고 금세 마음을 먹는다. 엘리베이터를 사용하기로 말이다.


그렇게 14층으로 향한다. 군인들이 언급한 규칙 중에서는 14층 출입금지도 있었다는 것을 그는 잊지 않았다. 그래서 13층에 도달했을 때부터 발소리를 줄이며 조심스럽게 올라간다. 14층에 도착하자 고개를 내밀어 조심스럽게 복도를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 복도로 나와 엘리베이터를 확인한다.


두 개의 엘리베이터 모두 문이 활짝 열려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지 않도록 틈새사이에 박스조각을 끼워놓은 모습이 보인다. 그것도 모자라서 테이프까지 곳곳에 붙여놨다. 류석훈은 둘 중 가까운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모든 테이프를 뜯어내고는 박스조각을 빼낸다. 그리고 안마의자가 있는 8층을 누른다.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고정되어 있었던 때문인지 문이 아주 느린 속도로 움직이더니 이내 크게 쾅 소리를 내며 닫힌다.


그렇게 움직이기 시작한 엘리베이터는 갑자기 12층에 멈춘다. 분명 8층 외엔 아무것도 안 눌렀는데 말이다. 아마 누군가 이전에 눌러놓은 것일 터였다. 류석훈은 무심하게 닫힘 버튼을 누른다. 근데 이번엔 또 9층에 멈춘다. 류석훈은 닫힘 버튼을 연타한다.


마침내 8층에 도착한 류석훈은 문이 닫히지 않도록 아까 빼놓은 박스조각을 엘리베이터 틈 사이에 끼워놓고는 안마의자를 끌고 와 엘리베이터 안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목적지인 4층으로 향한다. 역시 엘리베이터를 쓰니 아주 수월하다. 4층에 도착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낑낑대며 안마의자를 밖으로 꺼낸다. 그렇게 마침내 성공해 냈다. 류석훈은 크게 숨을 몰아쉬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그 순간이었다. 중앙계단을 통해 누군가 다급히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이내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강민엽이었다.


“아니 저기.. 그게 아니고..”

깜짝 놀란 류석훈은 다급히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언가 이상하다. 강민엽은 왠지 그에게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그는 류석훈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엘리베이터 표시등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표시등의 숫자는 바뀌고 있었다.


3층, 2층, 1층.






















<강민엽>


“[엘리베이터가 이동 중입니다.]”

강민엽이 아파트 순찰을 돌고 있을 때 임지훈으로부터 무전이 왔다. 이에 강민엽은 빠르게 엘리베이터 앞으로 달려간다. 임지훈의 말대로 누군가가 엘리베이터를 사용 중이었다. 8층에 멈춰 선 것을 확인한 강민엽은 중앙계단을 통해 빠른 속도로 내려간다.

“위치 보고해.”

“[지금 7층입니다. 계속 내려가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그새 또 움직이기 시작했다.

“[6층, 5층, 4층, 4층에서 멈춰 섰습니다.]”

이내 강민엽은 4층에 도착한다.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멈춰 세울 생각이었으나 늦었다. 엘리베이터 문은 이미 굳게 닫혀있었다.


“아니 저기.. 그게 아니고..”

다급하게 변명하는 류석훈을 무시하고는 엘리베이터 표시등을 확인한다. 엘리베이터 표시등은 바뀌고 있었다. 그것도 1층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1층, 1층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강민엽이 애초에 엘리베이터 사용을 금지시켰던 이유는 사실 간단했다. 지금 엘리베이터가 1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유일한 통로였기 때문이다. 그런 잠재적인 위험 요소를 가만히 놔둘 이유가 없었다. 무슨 이유에서든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향한다면 그 즉시 사고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핵폭탄 발사 버튼을 아무나 손쉽게 누를 수 있도록 방치해 둘 수는 없는 것이다. 실수든 고의든 한 번 발동되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1층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우려했던 일이 실제로 발생하고 말았다. 엘리베이터가 모종의 이유로 1층을 향해 움직여버렸다. 류석훈이 내려보낸 것일까? 아니면 외부의 생존자가 누른 것일까? 아니면 혹시 감염자가 우연히? 이유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엘리베이터는 목적지에 도착하면 문이 열린다. 그리고 문이 열릴 땐 큰 소음이 동반된다. 감염자는 인위적인 소음에 이끌린다. 그렇게 소음에 이끌린 감염자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할 것이다. 그럼 그 순간 그 엘리베이터는 폭탄이 된다. 감염자 폭탄.


“당신, 당장 집으로 들어가.”

강민엽은 류석훈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의 옆으로는 안마의자가 실려있는 녹색 손수레가 보인다. 그는 고작 안마의자를 옮기려다 이 사단을 일으킨 것이었다.


“예.. 예..”

류석훈은 우물쭈물하며 집으로 도망친다.


강민엽은 다시 엘리베이터 표시등을 바라본다. 엘리베이터는 아직도 1층에 머물러있다. 그러나 강민엽은 알고 있다. 머지않아 엘리베이터는 반드시 올라온다는 것을 말이다. 14층에 엘리베이터를 고정시켜 놨었을 때 그는 다른 여러 층들에서 호출 버튼이 눌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었다. 아마도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습관처럼 누른 것일 터였다. 한 번 눌린 호출 버튼은 엘리베이터가 그곳에 도달하기 전 까지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즉, 지금 저 엘리베이터는 그 호출 명령들을 해소하기 위해 반드시 올라오게 되어있다.


그때 표시등에 새로운 알림이 표시된다.


[만원]


강민엽은 그 소름 끼치는 알림 문구를 응시한다.


지금은 어느 층들에 호출 명령이 남아있는지 정확히 파악이 안 된다. 그럼 이대로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어디서 멈출지 예상을 할 수 없다.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주민들이 멋도 모르고 집 밖으로 나오다 그대로 당할 것이다. 그런 식으로 모든 층마다 감염이 퍼져나갈 수도 있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여기 4층에서 모든 걸 해결해야 된다. 그게 최선이다.

그렇게 강민엽은 비장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 호출 버튼을 누른다.


“박준, 4층에서 교전 준비. 임지훈, 위층에서 엘리베이터 안전 확보해.”

강민엽이 무전기를 들어 올려 말했다.

“[확인.]”

임지훈이 답했다. 그때 박준의 무전이 들린다.

“[그거 준비합니까.]”

혹시 모를 감염자들과의 전투를 대비해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 있다. 아직 테스트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강민엽은 나지막이 답한다.

“그래.”

“[확인].”


다행히도 엘리베이터가 있는 공간은 중앙계단의 방화문과 복도 쪽의 방화문을 닫으면 완벽하게 격리시킬 수 있다. 그렇게 강민엽은 먼저 중앙 계단 방화문을 닫는다. 이제 남은 복도 쪽 방화문까지 닫으면 엘리베이터 구역은 그대로 격리된다. 그러나 강민엽은 아직 닫지 않는다. 그는 엘리베이터 앞에 우두커니 서서 표시등이 바뀌기만을 기다린다.


그 순간이었다. 마침내 표시등이 바뀐다.


[2층]


엘리베이터가 계속해서 올라온다.


[3층]


강민엽은 여전히 그대로 자리를 지킨다.


[4층]


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그 순간 강민엽은 마치 바이킹 전사라도 된 듯 처절하게 함성을 지른다. 그의 외침에 반응한 감염자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그를 쫓는다. 강민엽은 빠른 속도로 달려 복도 밖으로 다이빙하듯이 뛰어나간다. 그리고는 간발의 차로 문을 닫고는 몸으로 밀어막는다. 감염자들이 날아와 방화문에 몸을 박는다. 충격이 온몸에 전해진다.


강민엽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최대한 모든 감염자들을 빼내고 싶었다. 단 한 마리도 위로 올려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최후의 최후까지 기다렸다가 감염자들을 유인해 낸 것이다.


강민엽은 방화문에 기대어 무전을 기다린다.

“[엘리베이터 이상 없습니다.]”

임지훈이었다. 엘리베이터가 비어있는 게 확인된 것이다. 다른 곳 안전은 확보되었다. 그러면 이제 남은 건 여기 4층뿐이다.


이대로 박준이 오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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