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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렉 님의 서재입니다.

사라진 내 남자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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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렉
작품등록일 :
2019.04.21 10:45
최근연재일 :
2020.05.14 09:32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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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9
글자수 :
255,461

작성
20.05.1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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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3부_56 얻어걸린 달콤한 첩보

DUMMY

선뜻 입을 떼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내 예상보다 사연이 예사롭지 않다는 촉이 내 예민한 직감을 건드렸다.


입을 다물어버릴 듯 망설이던 눈빛은 이내 차분히 가라앉았다.


“누나.. 애초엔 방송인이 되고 싶어했는데.. 3학년 때 갑자기 휴학하고 알바로 이 일을 시작했어. 같은 학교 친구 중에 1프로에서 일하던 여자가 있었는데 재력가와 권력층이 드나드는 업소란 귀동냥을 한 후 마음을 정한 거지.”


“돈이 필요했나요?”


“돈보단 인맥을 쌓고 싶었을 거야.”


“인맥을요? 방송계에서 출세하고 싶어서?”


“방송 쪽으로 출세하고 싶었으면 그런 선택 안 했지. 그 이상은 알려고 하지 마. 누나 같은 평민이 고위 권력층 얼굴이라도 구경하려면 이 길밖에 없다고 판단했던 것 같아.”


뭔가 던져 줄 것처럼 이야기보따리를 풀던 그는 그 이상은 묻지 말라고 했다.


‘뭐야.. 감질나게.. 뭔 얘기나 해줬냐? 그 이상 묻지 말라니..’


“그 어린 나이에 고위층 인사와 왜 접촉하고 싶었을까요?”


“그건 누나 가정사와 관련된 이야기야. 시간이 지나면 너도 차차 알게 될 거야.”


“그럼 성 회장님은 업소에서 알바하던 시기에 처음 만난 거예요?”


“응, 알바 첫날 성 회장님을 만났는데 성 회장님이 휴학생인 사실을 알고 이 일을 시작한 이유가 학비 때문이면 장학금을 대주신다고 했데. 근데 누나가 당돌하게 장학금이 아니라 사업 밑천을 대달라고 한 거지.”


“와.. 서 회장님 깜놀하셨겠네. 장학금 제안했다가 급 사업자금으로 대화가 반전됐으니.”


“훗. 당돌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휴학한 여대생이 그런 계획을 한다는 게 의아했겠지.”


“그래서요?”


“이유를 물으셨나 봐. 누난 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맺힌 게 많은 사람이야. 진실을 다 까진 않았지만 무능력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게 이런 업소의 오너가 되는 거라고 설명했고 다시 한번 숙고한 후에도, 시간이 지난 후에도 결심이 바뀌지 않으면 누나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신 거야.”


‘아버지의 죽음이라?..’


재차 물어봐도 왕마담에 관한 진실을 내게 깔 리가 없었기에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알게 되지 않을까?


“아무튼, 아버지에 관한 죽음이 뭔가 평범치는 않았나 봐요? 어린 나이에 남다른 결심을 했던 거 보면요?”


“그래. 오늘은 거기까지 하자.”


그때였다.


조민의 전화가 걸려왔고 핸폰 너머 목소리는 살짝 다급하게 느껴졌다.


“대장님 벌써 외출했나요?”


“대장님이요?”


“홍 형사님은 왠지 부적절하게 느껴져서요. 앞으로 그렇게 부르기로 했어요.”


“대장님도 영.. 아닌 것 같네요.”


“어쨌든 아직 거기 계세요?”


“아니요. 아침에 외출했는데.”


“언제쯤 돌아오는지 알아요?”


“언제쯤?”


마이키에게 눈길을 돌리자 그가 나지막이 알려주었다.


“오후 3시나 4시쯤.”


“오후 3시나 4시쯤에요.”


“나도 그 시간 맞춰 거기로 갈게요. 얘기는 그때 들어요.”


“네..”


고개를 기우뚱하는 내 모습에 마이키도 궁금한 표정이었다.


“자세한 얘기는 이따 해준데요.”


“조민이 무슨 일로 형님을 찾지?”


“그러게요?”



그날 오후.


호텔룸을 들어서는 홍은하에게 조민과의 통화 내용부터 알려주었다.


그도 몹시 의아해하는 표정이었다.


“우씨, 오빠까지 이유를 모른다고 하니까 졸라 궁금하당.”


그때 기다리던 호랑이가 제 발로 걸어들어왔다.


“대장님은 나날이 멋져지십니다.”


대장님이란 호칭에 별 반응이 없는 홍은하의 표정을 보니 둘 사이에는 이미 정리된 호칭인 듯했다.


“돈이 좋긴 좋다 임마. 돈 칠을 하니 사람이 고급져 보이긴 하다.”


“아후.. 그래서 인간들이 벌떼처럼 돈, 돈 하나 봐요.”


“넌 왜 날 찾은 거야?”


“아, 뭔가 꺼림칙한 첩보를 하나 들었어요.”


“무슨 첩본데 찜찜해?”


“문화재 밀매 수사 관련으로 전문인 베테랑 형사님이 계신 데 그분이 사이버팀에 부탁하신 업무가 있었어요.”


“문화재 밀매?”


“수년 전에 절 같은 문화재에서 도난당한 불상이나 그림 혹은 도굴됐다고 추정되는 문화재가 암거래되는 거죠.”


“근데 그게 왜?”


“요즘은 예술품이나 문화재가 온라인 경매에서 판매되거든요. 근데 도난당한 문화재는 암거래되거나 법망을 피하려고 도난 후 십 년 이상 지나야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는데 온라인 경매에 수상한 물건이 두 개 나온 거예요.”


“그게 부탁받았던 업무야?”


“예, 저희가 다른 건으로 추적하고 있는 사건이 있었는데 그 사건 조사하면서 혹시 온라인 시장에서 수상쩍은 문화재 발견하면 연락 달라고 하셨거든요. 장 경위님이. 도난 문화재 관련 수사만 20년째 해오신 분이거든요.”


“그래서? 그 문화재가 수상한 문화재가 맞아?”


“예. 수년 전 함덕사에서 도난당한 그림이래요.”


“근데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야?”


“그림 판매해 달라고 부탁한 소유자가 김 의원과 관련 있는 사람이에요.”


“김 의원?”


“예, 흑거미 멥버 중 하나인 그 김 의원의 내연녀가 소유주로 판매 의뢰를 했어요.”


“대박!”


난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흑거미란 권력층 조직은 홍은하가 도끼질을 하려고 벼르는 신기찬을 수장으로 운용되는 기획과 공작 전문 고위층 권력가들의 네트워크다.


홍은하가 못마땅한 듯 흘끔거리자 난 이내 자중하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형님. 작물이 유력한데 그 미친년이 제정신이 아니네요. 암 거래를 해야지 버젓이 온라인 경매에 도난 문화재를 올려놓고.”


마이키는 어떤 간 큰 년이 그런 무모한 짓을 저질렀나 하는 표정이었다.


“장 경위님 말로는 애초 구매가 작물 거래였어도 10년이 지나서 법망은 피해갈 수 있답니다. 그래도 평소 같으면 소유주가 조심했을 텐데 돈이 급했던 거 같다고 하시네요. 암거래 루트를 몰라서 일반적인 예술품 경매하듯 의뢰한 것 같다고.”


조민의 설명에 수긍한다는 듯 홍은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도 그래. 근데 그 여자가 그걸 어디서 입수했는지가 중요하지.”


“장 경위님이 작물을 사들인 최초 구매자인 중간 루트가 누구이고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은밀히 조사 중이십니다. 내연녀가 실소유주는 아닌 것 같고 김 의원 아니면 제삼자가 그 내연녀에게 건넨 것 같습니다.”


“김 의원이 실소유주라면 선거 자금 때문에 판매하려고 한 거 아닐까요? 내연녀가 작물인 걸 모르고 시장에 버젓이 내놓은 거고요.”


마이키가 건넨 말에 홍은하가 맞장구를 쳤다.


“현 정보로는 그 시나리오가 제일 그럴듯하네. 장 경위 수사 상황 계속 예의주시해. 그리고 다른 사람이 구매하기 전에 우리가 구매한다.”


“저희가요?”


놀라서 되묻는 조민에게 홍은하의 설명이 이어졌다.


“십 년 지나서 매매 자체는 불법이 아니라며. 김 의원의 내연녀가 그 그림 판매를 의뢰하고 판매했다는 증거를 확보해야 돼. 마이키. 제인에게 연락해서 구매하라고 해.”


“예, 형님.”


마이키가 통화를 위해 사라진 후 조민이 헛웃음을 지었다.


“이런 걸 하늘이 돕는다고 하는 건가요? 어떻게 남의 수사 돕다가 우연히 이런 다이아몬드를 날름 줍게 된 거죠?”


“그러게. 훗, 신 씹땡 운빨도 이제 다돼 가는 건지..”


우리에겐 저절로 굴러들어온 쾌거였고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그들은 커다란 약점을 틀어 잡힌 거였다.


“그 내연녀가 평소 돈 관리는 철저히 잘하는 거로 유명한데 이렇게 꼬리를 밟히네요.”


언제 들어온 것인지 마이키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훗, 그러게.”


“누님에게 구매하라고 일렀습니다. 구매 후 연락 올 거예요.”


“그 내연녀 동선 좀 캐봐. 뭐하고 다니는 여잔지.”


“네. 형님.”


그 여자의 동선이라. 왠지 구미가 훅 당겼다.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이 눈앞에 나타난 듯한 짜릿함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기분.


왠지 이거다 싶은 득템 같은 직감.


내일 마이키가 직접 출동한다면 그와 함께 다니고 싶다는 거친 주장을 펼칠 계획이다. 야무지게 각오를 다지고 나니 낼 반대에 부딪혔을 때 바닥에 드러눕는 시위라도 할 판이다.


“와우.. 무척 재밌겠는데.”


맨날 쫓기다 누구를 쫓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마치 사냥만 당하다가 사냥하는 포식자가 된 찌릿한 기분.


간만에 조민을 만난 홍은하는 어둠이 짙어지도록 그간의 일들을 서로 교환했다.


“문 검사님은 아직 여주에 처박혀 계시지?”


“예. 인사이동이 없으니까요.”


홍은하는 별다른 대꾸 없이 냉장고로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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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내 남자의 흔적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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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휴우... 안타깝습니다... 20.05.14 33 0 1쪽
» 3부_56 얻어걸린 달콤한 첩보 20.05.14 17 0 9쪽
55 3부_55 세상을 설계하는 자 19.07.14 40 0 10쪽
54 3부_54 설계자 A와의 악연 19.07.14 38 0 10쪽
53 3부_53 새로운 얼굴마담의 비상 19.06.29 49 0 11쪽
52 3부_52 던져진 주사위 19.06.29 46 0 9쪽
51 3부_ 51 주먹들의 기습 19.06.23 40 0 10쪽
50 3부_50 처절하게 날아간 전 남자 19.06.23 40 0 14쪽
49 3부_49 엿 같은 세상 19.06.09 41 0 11쪽
48 3부_48 틀어쥔 정보의 위력 19.06.06 61 0 9쪽
47 3부_47 싹 쓸어버리겠어 19.06.05 51 0 10쪽
46 3부_46 발칙한 이상을 꿈꾸는 형키호테 19.06.04 43 0 12쪽
45 3부_45 이이제이 以夷制夷 19.06.03 58 0 8쪽
44 3부_44 검은 옷의 마녀 19.05.30 34 0 10쪽
43 2부_43 아군과 적군의 모호해진 경계 19.05.29 47 0 9쪽
42 2부_42 홍은하란 마법 19.05.28 93 0 9쪽
41 2부_41 괴한은 놈이 아닌 년 19.05.27 31 0 9쪽
40 2부_40 삼파전의 승자 19.05.26 35 0 10쪽
39 2부_39 베일 속 황금 날개 19.05.25 40 0 9쪽
38 2부_38 안개 속 사건 전개 19.05.24 36 0 9쪽
37 2부_37 그가 나쁜 놈들을 응징하는 방법 19.05.22 57 0 10쪽
36 2부_36 내 남자의 마지막 선택지는 말콤 엑스 19.05.21 59 0 9쪽
35 2부_35 숨 막히는 재회 19.05.19 61 0 7쪽
34 2부_34 분노로는 전복되지 않는 세상 19.05.19 38 0 9쪽
33 2부_33 오인 타살 19.05.18 40 1 12쪽
32 2부_32 자살을 당하다 19.05.16 37 0 9쪽
31 2부_31 어둠의 포식자들 19.05.15 43 0 9쪽
30 1부_30 마침내, 클럽 메두사에 입성 19.05.14 39 0 10쪽
29 1부_29 두 여인의 운명적인 첫 만남 19.05.13 35 0 10쪽
28 1부_28 마음을 읽는 자 19.05.12 4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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