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쉬렉 님의 서재입니다.

사라진 내 남자의 흔적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쉬렉
작품등록일 :
2019.04.21 10:45
최근연재일 :
2020.05.14 09:3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2,822
추천수 :
9
글자수 :
255,461

작성
19.05.13 08:00
조회
33
추천
0
글자
10쪽

1부_29 두 여인의 운명적인 첫 만남

DUMMY

‘목소리는 부드럽고 우아하네.’


어떻게 생긴 여잘까? 당근 외모는 한미모하겠지?


상대의 눈빛만 봐도 그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자..


스스로는 어떤 눈빛을 가진 여자일까?


몹시 궁금했다. 마치 올림프스의 미스테리한 여신을 만나는 것처럼 기대되고 심장이 콩닥거렸다.


마치 첫사랑의 전화를 받고 잠을 이루지 못했을 때처럼 심장에 큰 파도가 일렁거렸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그 대단한 홍은하의 정보원을 대면하게 되는구나..’


철컹


방문 열리는 소리가 천둥 치는 소리만큼이나 크게 들렸다.


“흐으음~”


심호흡을 크게 두 번 들이쉬고 내쉬고를 반복했지만 벌렁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지는 못했다.


방에 들어선 후 의외의 정경에 살짝 놀랐지만, 티 내지 않으려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고가의 사치스러운 가구로 채워진, 고급 마감재로 인테리어 된 럭셔리한 룸을 예상했던 나의 시야에 소박한 가구들로 꾸며진 아담한 방이 들어찼다.


‘어엉? 깜놀. 취향이 의외로 서민적이네.’


“들어 오세요.”


다시금 듣기 편안한 부드러운 음성이 내 귓가에 들려왔다.


“히잉? 또 깜놀”


모든 전개가 뜻밖이었다.


방 분위기뿐 아니라 그녀 자신도 내 예측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모습이었다.


소박하게 꾸며진 공간은 그 방의 주인장을 그대로 빼다 박은 형상이었다.


소박함과 단아함이란 공통점으로 그녀가 머무는 공간과 여인은 닮은꼴이었다.


화장기가 많이 없는 단아한 외모는 조선 시대 사대부 집안의 안주인을 연상시켰다.


단아한 외모만큼 수수한 옷차림은 그녀에겐 맞춤옷처럼 딱 들어맞았고 맑고 뽀얀 피부 탓에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그 부분에선 어이없게 슬쩍 경쟁심이 붙는 건 대체 뭔지..


이런 상황에서도 나보다 어려 보이진 않는다, 뭐.. 그런 민망한 상념이 머릿속을 스쳤다.


관리받은 흔한 물광 꿀피부가 아닌 태생적으로 잡티 하나 없는 투명한 피부를 하늘로부터 선물 받은 억세게 재수 좋은 여인.


‘저런 피부면 나라도 화장 안 하고 다닌다. 화장질이 왜 필요하겠어.’


게다가 자세히 뜯어보니 굳이 분류하자면 청순가련형이라고 해야 할까?


조신하고 참하기가 화류계하고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그러나 김 형사의 경고만큼이나 그녀의 눈동자는 흡사 깊고 까만 밤바다 같았다.


움푹 들어가 앉은 눈동자에는 스산한 겨울 밤하늘만큼이나 까만 구슬이 끼워져 있는 것처럼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마치 사람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것처럼.


흠칫


마주한 그녀의 눈동자가 나의 시선을 삼켜버렸고 거부할 사이도 없이 그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이래서 마음을 읽는 자라는 별칭을 갖고 있구나.’


그 경고가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이미 그녀가 내 마음을 꿰뚫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기 때문이다.


미소.


그녀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지만 내게는 먹잇감을 삼키기 전 입맛을 다시고 있는 사냥감 포획의 전조로 느껴졌다.


은근하고 우아했지만, 소름 끼치는 미소였다.


‘김 형사 말대로 나 같은 건 한 줌 거리도 안 되겠는 걸..’


처음 대면한 여인에게 단 5분 만에 압도당하는 기분이란 건.. 말로 표현하기 힘든 더러운 기분이었다.


자괴감마저 들었다.


처음 본 여자에게 나란 존재를 탈탈 털린 듯한 엿 같은 기분.


왕마담은 신기한 듯 나를 이리저리 훑고 있었다.


‘이 여자야! 신기하냐, 내가?’


내가 홍은하 여자란 사실이 신기했던 걸까?


그녀의 눈빛은 밀랍인형의 눈알처럼 맑고 투명하게 반짝이고 있었지만, 시선은 내게 고정된 채 움직임이 없었다.


“앉아요.”


앉을 자리를 권하면서도 그녀는 내게 시선을 떼지 못하고 나를 자신의 눈동자에 집어삼킬 듯 관찰하고 있었다.


그게 그녀와 나, 두 여인의 운명적인 첫 만남이었다.


“무척 놀랐어요. 무모하리만큼 용감하네요. 여기가 어디라고 덜컥 찾아오고.”


옅은 미소 한방 발사 후 그녀는 차분하고 재빠르게 다음 말을 이었다.


“뭐.. 홍 형사님이 그만큼 걱정돼서였겠지만.”


“맞습니다. 홍 형사 관련 질문이 있어서 무작정 찾아뵙게 됐어요.”


무척이나 당혹스러울만도 한데 그런 감정을 숨기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인지 그녀의 얼굴엔 놀란 기색도 당황한 표정도 잡히지 않았다.


“제가..”


‘가만.. 뭐라고 호칭해야 하지? 왕마담 언니? 당신? 제인씨?’


주어는 그냥 빼기로 했다. 셋 중 어떤 것도 입에 쉽게 달라붙질 않았다.


“이곳을 찾아오게 된 경위가 궁금하지 않으세요?”


그녀에겐 자신이 홍 형사의 정보원이란 사실이 반드시 비밀 유지돼야 할 극비 사항이 아닐까?


근데 내가 이렇게 제 발로 들이닥쳤는데 어떻게 저렇게 평온할 수가 있을까?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내 앞이라 연기를 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혹시 제가 어떻게 그쪽을 직접 방문할 생각까지 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엷은 웃음을 머금고 있는 듯 보이던 입매가 싸늘해졌다.


흠칫


‘공연히 민감한 부분을 들쑤셨나?’


“무척 궁금해요. 누구에게 무슨 소리를 듣고 나를 직접 찾아오게 된 건지..”


잠시 고민을 해야 했다.


‘대체 어디까지 까야 할까?’


그냥 전부 사실대로 실토하기로 마음먹었다.


나 같은 건 맞상대 깜도 아닌 저런 구렁이 열 마리가 들어앉은 여자 앞에서 어설픈 임기 웅변이 통할 리 없단 판단에서다.


“누구에게 정확한 첩보를 직접 들은 건 아니에요. 홍 형사님이 동료와 대화하는 걸 엿들은 다른 동료 수사관이 넘겨짚은 거예요. 근데 제겐 정보원일 가능성이 있는 분이 아닌 홍 형사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이란 확신이 들었어요.”


그건 사실이었다. 조민이 엿들은 대화를 토대로 왕마담이 정보원인 것 같다는 추측을 전달했을 때 난 그녀가 정보원임을 확신했다.


왜 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저 여자의 직감 혹은 촉이라고 해야 할까?


왕마담 이야기를 조민으로부터 전해 들었을 때, 홍은하와의 반년 연애 시절이 빠르게 재생됐고 뭔가 턱하고 걸리는 지점이 분명 존재했다.


찬찬히 되짚어보니 가끔 아귀가 맞지 않는 퍼즐 조각을 끼워 놓은 듯한 상황이 노출된 적이 꽤 여러 번이었다.


어떤 첩보를 그녀에게서 전달받았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분명 뭔가 낯선 풍경이 홍은하 주변에서 일어나곤 했다.


돌이켜보면 왕마담의 작품이 아니었나 싶은 소소한 듯 그러나 이상하고 수상쩍은 일들이 존재했었다.


“오빠 무슨 현찰을 이렇게 많이 갖고 다녀?”


평소엔 납작하던 홍은하 지갑이 하품한 뒤 다물지 않은 입 모양처럼 두 갈래로 쩍 벌어져 있었다.


원인은 두툼한 현찰 뭉치 때문이었다.


“지갑이 접히지 않잖아. 현찰을 빼서 봉투에 따로 넣어서 갖고 다녀.”


“그럴까. 많이 불편하네. 봉투 있니?”


“근데 왠 현찰?”


당시 홍은하는 씩 웃을 뿐 대답이 없었으나 계속 주파를 던지는 내 의심스러운 눈초리가 부담스러웠는지 잠복근무하는 후배 동료들 식대를 내주려는 돈이라고 했다.


실제로 며칠씩 잠복근무를 하다 보면 대기업처럼 식대를 위한 수당이 별도로 지급되는 것도 아니고 생돈으로 버티며 잠복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렇다고 홍은하 같은 남자가 그 많은 현찰을 찾아서 지니고 다닐 만큼 곰살맞은 남자는 아니었는데.


그와 유사한 일련의 상황들이 왠지 왕마담과 관련 있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내 뇌를 관통했다.


그것도 아주 시원하고 깔끔하게 의심의 여지 없이 뚫어 버렸다.


‘자세한 정황은 모르겠지만 왕마담이 넣어준 현찰이었구나.’


참으로 이상했다. 홍은하가 그런 돈을 왕마담이 슬쩍 찔러넣었다고 고분고분 챙길 인사가 아닌 건 세상천지가 다 아는 팩트다.


그러나 더 이상한 건.. 홍은하가 나중에라도 발견했다면 푸닥거리하듯 난리를 쳐서 그런 행동을 섣불리 할 수 없었을 텐데..


저 여자는 버젓이 그런 과감한 행동을 하고도 무사했다니.


홍은하 성격을 안다면 그게 왜 그리 맞지 않은 퍼즐 조각 같은 해괴한 일인지 알게 될 것이다.


나는 홍은하의 정보원, 마음을 읽는다는 여자를 상대하며 점점 미궁에 빠지고 있었다.


아니 미궁에 빠진 과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도무지 납득하기 힘든 일련의 요상한 정황들.


곰곰이 기억을 되살려보니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당시도 그런 요상한 상황을 목격하는 건 자연스럽지 않고 어색했다.


그러나 그런 부자연스러움과 관련된 원인 제공의 실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달리 어떤 추측이나 타당한 짐작을 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 모든 맞지 않는 퍼즐 조각이 무엇에서부터 비롯한 것인지 한방에 감이 잡혔다.


원인 제공의 실체는 바로 왕마담, 제인이었다. 대단하신 비밀의 정원의 안주인.


근데 대체 어떻게 그녀는 홍은하에게 감히 그런 행동을 서슴없이 할 수 있었을까?


대쪽같다는 표현도 너무 우아한 미친개로 돌변하는 홍은하의 지갑에 현찰을 넣어주고 프로들이 사용하는 전문가용 시계를 손목에 착용하게 만들고 비싼 수제화를 신겨 놓았다.


그저 평범하고 편안해 보이는 블랙 슈즈인줄 알았던 구두가 엄청 고가의 수제화란 사실을 알게 됐을 때도 바로 접수되지 않는 팩트였다.


믿기 힘든 사실이었지만 분명 팩트였는데 왜 그땐 그게 살짝 이상했을까?


신발의 주인이 홍은하란 사실을 고려하면 참으로 이상하고 믿기 힘든 팩트였는데, 그때는 그저 고개를 갸웃하며 넘어갔다.


그렇게 넘어가서는 안 됐던 무척이나 이상한 팩트였는데 말이다.


돌이켜보면 고가의 전문가용 시계도 그냥 넘겨선 안 되는 해괴한 팩트였던 것을..


‘당신의 정체가 뭐냐? 왕마담, 제인..’


그녀는 나의 마음을 읽은 것일까?


마치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의 눈꼬리가 높이 치솟는 것이 내 눈에는 명백히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라진 내 남자의 흔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7 휴우... 안타깝습니다... 20.05.14 30 0 1쪽
56 3부_56 얻어걸린 달콤한 첩보 20.05.14 16 0 9쪽
55 3부_55 세상을 설계하는 자 19.07.14 37 0 10쪽
54 3부_54 설계자 A와의 악연 19.07.14 38 0 10쪽
53 3부_53 새로운 얼굴마담의 비상 19.06.29 48 0 11쪽
52 3부_52 던져진 주사위 19.06.29 45 0 9쪽
51 3부_ 51 주먹들의 기습 19.06.23 40 0 10쪽
50 3부_50 처절하게 날아간 전 남자 19.06.23 38 0 14쪽
49 3부_49 엿 같은 세상 19.06.09 39 0 11쪽
48 3부_48 틀어쥔 정보의 위력 19.06.06 59 0 9쪽
47 3부_47 싹 쓸어버리겠어 19.06.05 49 0 10쪽
46 3부_46 발칙한 이상을 꿈꾸는 형키호테 19.06.04 43 0 12쪽
45 3부_45 이이제이 以夷制夷 19.06.03 57 0 8쪽
44 3부_44 검은 옷의 마녀 19.05.30 34 0 10쪽
43 2부_43 아군과 적군의 모호해진 경계 19.05.29 46 0 9쪽
42 2부_42 홍은하란 마법 19.05.28 92 0 9쪽
41 2부_41 괴한은 놈이 아닌 년 19.05.27 31 0 9쪽
40 2부_40 삼파전의 승자 19.05.26 34 0 10쪽
39 2부_39 베일 속 황금 날개 19.05.25 39 0 9쪽
38 2부_38 안개 속 사건 전개 19.05.24 36 0 9쪽
37 2부_37 그가 나쁜 놈들을 응징하는 방법 19.05.22 57 0 10쪽
36 2부_36 내 남자의 마지막 선택지는 말콤 엑스 19.05.21 59 0 9쪽
35 2부_35 숨 막히는 재회 19.05.19 61 0 7쪽
34 2부_34 분노로는 전복되지 않는 세상 19.05.19 38 0 9쪽
33 2부_33 오인 타살 19.05.18 39 1 12쪽
32 2부_32 자살을 당하다 19.05.16 37 0 9쪽
31 2부_31 어둠의 포식자들 19.05.15 43 0 9쪽
30 1부_30 마침내, 클럽 메두사에 입성 19.05.14 39 0 10쪽
» 1부_29 두 여인의 운명적인 첫 만남 19.05.13 34 0 10쪽
28 1부_28 마음을 읽는 자 19.05.12 40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