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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글쟁이노예 님의 서재입니다.

혈겁수선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화산파가주
작품등록일 :
2024.01.01 18:03
최근연재일 :
2024.05.12 19:13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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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03
추천수 :
443
글자수 :
203,166

작성
24.04.1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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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바다

DUMMY

"음."



내 앞에 부복해 명령만을 기다리는 철수.


물론 편의상으로 그리 부르는 것이지 나도, 철수를 자칭하는 저자도 진심으로 본인을 철수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거 딱 봐도 감시역이지?



차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


그 존재의 눈이자 나의 감시병.


그렇다 해서 불쾌하거나 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 존재는 나의 어리광스러운 제안을 받아 주었고 그 대가로 철수를 받았다.


주는 것이 있다면 받는 것도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


오히려 이렇게 대놓고 티를 내주니 마음이 편안하기 까지 하다.


상대의 위치와 힘을 생각한다면 이런 물렁한 조치는 명백히 나를 향한 배려이자 호의.



물론 뒤로는 무슨 음험한 계략과 수작을 꾸미고 있을지 모르나...그런 것 쯤은 당연한 일 아닌가?


서로 알고 있음에도 이익을 위해 가면을 쓰고 하하호호 웃으며 가져갈 거 가져가고 줄 거 주는 거지.


애초에 서로 쌓인 신뢰가 존재하는지도 의문인 상황에 뒤통수를 맞아도 배신감은 커녕 '올게 왔구나'란 감정밖에 못 느끼리라.


그놈도 나도.



그렇다면 역시 웃고 지내는 게 좋겠지?


어차피 쭉 함께 다니며 동거동락할 사이인데 가식으로나마 웃고 지내면 얼마나 보기 좋나.


나는 철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그럴 필요 없다는 듯 말했다.



"이 정도의 예는 과분해요. 간단한 목례 정도만 해도 서로의 존중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이것이 좋습니다. 예를 차리는 것이 아닌 진심입니다."



"그러시면 뭐, 저도 할 말 없고요."



"반말도 써 주십시오. 명령 또한 내려주십시오. 그때처럼 말입니다."



"취향이 특이하시네요?"



"당신으로부터 받은 취향이자 습관입니다. 당신께서도 좋으면 좋았지 나쁠 것은 없다 판단됩니다."



눈을 반짝이며 그리 사정하는데 들어주지 못할 것도 없었다.


오히려 거부하면 사이가 더 나빠질 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편하게 말하도록 하고...정찰 결과는?'


철수가 기뻐하며 고개를 조아리며 입을 열었다.



"예. 범인들이야 당연히 이곳저곳 잡초처럼 솟아올라 있었고 근처에 해안을 주름잡는 수도 문파가 세 곳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각각 청해문, 청룡관, 뇌운종이라 불립니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결단기 급의 존재는 각자 한 명 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은 중소 문파이며..."



철수는 놀랍도록 조사를 잘 해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축기기 대원만으로 오른 실력 덕도 보았겠으나 역시 가장 큰 변화라 한다면.



"또한 타 대륙으로 건너가는 전용 왕복선이 존재하는데 그 험난한 바다를 뚫고 갈 수 있는 배 인지라 세 가문이 독점해 외부인이 탑승하려면 다른 문파들의 식객으로서 30년을 지내거나 혹은 경매회에서 나오는 표를 구매해야 한다 합니다."



역시 저 멀끔한 얼굴과 건장한 체격 덕분 아닐까?


누더기처럼 기워졌던 몸은 건강한 구릿빛으로 번들거리고 있었으며 요수의 신체가 접목되었을 내장과 팔뚝은 상처 하나 없이 굴곡진 근육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합금으로 칠해져 있던 강철의 오른손은 손가락 다섯 개 멀쩡히 붙어 인간다운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으니, 키가 좀 많이 큰 것을 제외하면 철수는 건장한 장군의 상을 하고 있었다.




나로서는 기쁜 일이다.


그 흉한 모습은 절로 다른 이들의 경계심을 샀으니까.



아무튼 대충 말을 알아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삼십 년이나 시간을 썩힐 수는 없지. 애초에 넘쳐 나는 게 돈인데 무얼 걱정할까."



"하하 그렇지요. 제가 장담하건데 이런 촌구석 문파가 아니라 도령곡의 전 재산을 털어도 공자께서 지니신 재물의 절반도 따라잡지 못할 것입니다."



내 주머니에 있는 화신기 전용 영약이며 법보가 한가득이요 하계에서 멸종된 영초들이 넘쳐난다.


오히려 절반도 과하지.


한 때 세계의 패권을 두고 싸웠던 문파의 저력은 도령곡이랑 비교할 수조차 없는 것이다.



나는 적당한 변장을 한 뒤 수도자들이 모여있는 시장으로 걸어갔다.



"자, 여기 신원미상의 거북 요수의 알이 120영석! 쌉니다 싸!"



"아니 도우. 내가 가져온 물건이 고작 30영석밖에 하지 않는 것이 말인가? 목숨을 걸고 다녀온 원정에서 발견한 보물이란 말일세!"



"그리 대단한 보물이면 경매회에 올리지 왜 이런 시장통에서 처분하려 하십니까. 별 거 없는 물건이란 것을 아니까 그런 것이지요. 40영석 쳐줄테니 싫으면 가시고요."



수도자라 한들 그 본질은 결국 인간.



집을 짓고 교류하며 자연스레 시장 또한 형성된다.



이른 아침이라 뿌연 운무가 끼어 있음에도 수도자들에게는 장애조차 되지 못하는 일.



"으악!"



물론, 수도자 언저리로 취급되는 연단기 1,2성은 예외다.


앞을 더듬거리며 힘겹게 시장을 거니던 그들은 발을 헛디뎌 나를 스치고 넘어졌다.



"죄, 죄송합니다 도우!"



"그럴 것 없습니다."



그들은 내게 꾸벅 인사를 올리고 다시 일어나 제 갈 길을 갔다.



"보복하지 않으십니까?



내 뒤에서 눈을 부릅뜨던 철수가 멀어지는 그들을 노려보다 이내 의아하다는 듯 내게 물었다.



그야 그도 그럴게, 저놈들 소매치기거든.



그것도 무려 축기기 초입.


그들은 축기기 수사의 은폐 술법을 사용해 그 어떤 소리나 티도 내지 않고 자연스레 내 호리춤의 주머니를 슬쩍했다.


그 쓸모 있으면서도 소박한 짓거리에 나조차 뭐라 하기 애매했다.



"어떻게 축기기 까지 찍고 하는 짓이 소매치기..."




축기기 정도면 상당한 전력으로 취급하며 어딜가든 찬밥 신세는 면하는 보증된 고급 인력일 텐데.


하물며 수도자들의 평균이 낮은 이런 해안 도시면 더더욱 그 존재가 귀할 것이다.


내가 전생에 즐겨봤던 무협식으로 표현하자면 화경을 찍은 절세 고수가 산에 틀어박혀 강도질을 하는 것 만큼의 인력 낭비.


천하에서 손꼽히는 경지를 찍고 하는 짓이 벌레 많고 인프라가 씹창난 촌동네에서 하는 즐거운 강도질이라니.


뭐 이런 놈이 다 있냐며 속으로 욕을 박았던 일이 생생한데.




과거의 향수에 잠깐 젖은 나는 이내 빠르게 현실로 돌아왔다.


"진짜 중요한 저물법기는 따로 가지고 있고 안에 괴뢰가 있어서 괜찮아."



"아, 공자께서는 제작한 괴뢰들에 항상 그, 신호치입? 그걸 장착했다고요."



"단말기 정도로 부르지."



격한 싸움을 벌이면 괴뢰의 파손이나 손실은 필연적인 일.


그렇다면 적어도 잃어버리는 일은 없도록 하자는 마음으로 고안해낸 도녕 전용 특제 칩이다.



"무리가 있다면 같이 쓸어 버리고, 아니더라도 자신의 동부로 찾아가지 않겠어? 가서 싹 쓸어 버리자."



솔직히 사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안에 든 것이라고 해 봐야 개천문과는 연관 없는 괴뢰 몇 개와 영석 한 줌이 전부다.



그럼에도 굳이 찾아가서 살생을 벌이는 것에는 십 년 동안 땅굴에 처박혔던 스트레스 해소의 목적도 있었다.



씁, 이게 참 도망치는 입장에서는 참 좋지 않은 행동이기는 한데...한 번 쯤은 괜찮지 않을까?



애초에 사람이 하루에 몇 명 씩이나 죽어나가는데 나를 어떻게 찾으려고.



게다가, 이번에 새로 얻은 넘치는 힘을 시험해 볼 희생양도 필요한 참이였다.



내 역량의 측정을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나는 품속에서 작은 목판을 꺼냈다.



-삐-삐-



목판에서는 붉은 점이 깜빡이고 있었다.








.......................





"하하! 오늘 수확이 풍작이군!"



"장 형. 뭐가 있길래 그러십니까?"



"내 오늘 만만한 연단기 수사를 털었는데 글쎼, 보게! 상급 영석과 괴뢰까지 있어!"



"정말입니까?"



사내가 머리를 쭉 빼내자 장 씨 수사도 그에 따라 몸을 뒤로 뺐다.



"어허! 눈으로만 보게! 청해(靑海)인근에는 야장이 적어 괴뢰를 구하기가 힘들다는 것 알고 있지 않나!"



"흐음, 확실히 좋은 괴뢰이기는 한데...일개 연단기 수사가 이런 보물을 가지고 있겠습니까?"



멍청하면 소매치기 짓도 오래 못한다.


이 씨 성의 수사가 금세 위화감을 나타내자 장 씨 수사도 그 말을 듣고는 아차 싶어 조용히 괴뢰를 내려 놓았다.


생각해보니 이런 보물을 연단기 수사가 홀로 얻었을 리는 없고 분명 누군가가 선물한 물건일 터.



하지만 그런 걱정도 금세 사라진다.



"기껏해야 축기기 수사가 선물했겠지 설마 결단기 노괴의 손자이기라도 하겠소? 이 형. 우리도 축기기요 축기기. 비록 축기기 일 성을 벗어나고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우리 둘이 힘을 합친다면 중기 수사도 대적할 수 있다 생각하오. 그런 우리가 얼굴도 모르는 축기기 수사의 눈치를 보아야겠소?"



"그것도 그렇지."



"혹여 축기기 후기에 이른 강자라 하더라도 그때는 사과하며 적당한 보상을 내주면 그만이오. 설마 연단기 놈의 주머니 좀 털었다고 우리와 사생결단을 내려 할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위협을 걱정하는 것은 너무 이르오."



"장 형의 말이 맞는 것 같..."



금세 긴장을 내려놓던 둘의 안색이 파래졌다.



엄청난 영기의 압력이 그들이 머무르던 동부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둘의 시선이 맞닿았고 그것만으로도 서로의 생각을 읽어내기에는 충분했다.



'우연은 아니겠지?'



'너무 공교롭지 않소? 재수가 없구먼.'



'어떡하면 좋겠소?'



'여기까지 찾아왔으면 다 알겠지 뭐. 사과하고 적당히 영석 쥐어주는 선에서 묻읍시다.



둘은 그때 까지만 해도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물론, 도녕은 죽인다.



우직!



"커헉!"



붉은 창에 꿰뚫린 장 씨 수사가 피를 토하며 뒤로 물러섰다.



"장 형!"



이 씨 수사가 화들짝 놀라면서도 법기를 펼쳐 보호막을 두르지만, 별 쓸모는 없다.



으직!



끈적한 피를 머금은 손아귀가 보호막을 쥐자 두부처럼 으깨진다.



"으아악!"



순식간에 손아귀에 붙들린 이 수사가 눈을 질끈 감았다.



'진짜 망했구나! 하필이면 배후에 결단기 수사가 있을 것이 뭐란 말인가!'



축기기 후기 정도로만 생각했으나 핏빛 손아귀를 겪고 나니 확실해졌다.



아무리 축기기 후기라 하더라도 작정하고 방비한 동급 수사를 일격에 제압할 수는 없을 테니까!



머지않아 저 멀리서 두 개의 인영이 걸어 나왔고 그는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서, 선배님! 이 후배가 하늘을 몰라뵙고...!"



"조용히."



검지를 세워 입술에 가져다 댄 남자가 작게 말했다.



"지금부터, 너희들이 펼칠 수 있는 모든 수를 동원해라. 축기기 수사의 평균을 알아야겠으니."



그리고 순식간에 동부 전체를 메우는 지독한 피비린내.



순식간에 장악된 자신들의 동부에 경악하며 이 씨 수사는 지독한 무력감에 털썩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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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지옥에 다다르는 길 +1 24.04.08 118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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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지옥에 다다르는 길 24.04.06 136 5 11쪽
33 지옥에 다다르는 길 +3 24.03.31 171 8 11쪽
32 지옥에 다다르는 길 +1 24.03.24 189 9 10쪽
31 지옥에 다다르는 길 +1 24.03.20 206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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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전쟁 +3 24.03.16 196 8 11쪽
28 유적 24.03.13 204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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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유적 +1 24.03.10 210 8 10쪽
24 유적 +3 24.03.09 220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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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재활 +2 24.01.28 357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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